“연예인의 뼈를 깎는 노력 무시” 프로포폴 기소 항의한 女배우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흔히 보던 모습이 아니었다. 법정에 들어서는 영화배우 박시연(본명 박미선·34·여) 이승연(45·여) 장미인애 씨(29·여)는 어느 때보다 굳은 표정이었다. 검정색 옷을 입은 박 씨는 뻗친 단발머리를 손질도 하지 않고 묶은 듯했다. 색조화장 없이 뿔테 안경만 썼다. 이 씨는 베이지색 코트를 입고 긴 머리는 질끈 동여맨 모습이었다. 갈색 빛이 도는 머리에 살짝 화장한 장 씨가 그나마 연예인처럼 보였다.
25일 오전 10시경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523호 법정은 빼곡히 들어선 취재진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이들에 대한 첫 공판일이어서였다. 법정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은 이들은 고개를 숙인 채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법정에 들어서기 전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장 씨는 “공인으로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검찰에서 밝혔듯 결백을 입증하겠습니다”고 밝혔다. 이 씨는 “죄송합니다…”라고만 했고, 박 씨는 묵묵부답이었다.
변호인은 법정에서 연예인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했던 시술에 대해 검찰이 무리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주장을 폈다. 장 씨 측 변호인은 “연예인이 아니었다면 고통을 감수하고 카복시를 맞을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며 “대중들은 연예인의 화려한 결과만 요구한다. 뼈를 깎는 노력을 간과한 기소”라고 강조했다. 검사가 “카복시는 원칙적으로 수면 마취가 필요 없는데 장 씨는 프로포폴에 대한 의존성 때문에 시술을 빙자해 (의사에게) 투여를 요구했다”고 한 데 대한 항변이었다. 검찰은 장 씨가 2011년 2월부터 2012년 9월까지 피하 지방층에 탄소가스를 주입해 지방을 분해하는 시술인 ‘카복시’를 95회 투약했다고 밝혔다.
검사가 ‘운동을 오랜 시간 하면 되지 왜 카복시를 하냐’고 추궁한 것에 대해서도 변호인은 “운동도 해봤지만 부분적으로 몸매관리를 하는 데 시술이 필요했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성수제 부장판사가 “변호인 진술과 동일하냐”고 묻자 장 씨는 “네”라고 작게 대답했다.
이 씨 역시 의료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했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변호인은 “투약 사실 자체는 인정하지만 의사 처방에 따라 맞았다”고 했다. 그는 보톡스 시술과 IMS(통증완화 침 시술) 등과 함께 2011년 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프로포폴을 111회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기간 카복시 시술 등과 함께 프로포폴을 185회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씨 측 변호인은 “어제 변호인으로 선임돼 추후 반론하겠다”고만 했다.
이들에게 프로포폴을 놔줘 구속기소된 의사도 시술에 프로포폴이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산부인과 전문의 모모 씨(45) 측 변호인은 “카복시는 상당한 고통이 수반되는 시술로 프로포폴 사용은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판은 약 30분 만에 마무리됐다. 취재진이 법정을 하나둘 떠나자 이 씨가 먼저 박 씨에게 말을 건네며 어깨를 토닥거렸다. 이 씨는 장 씨에게도 말을 걸었다. 그러나 법정 밖에서 기다리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모두 입을 닫았다.
결국 의료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했는지가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성진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카복시, IMS, 보톡스 시술은 못 견딜 만큼 아프지 않기 때문에 프로포폴을 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자가 정 불편을 호소하면 놔줄 수도 있지만, 시술 목적이 아닌 프로포폴 중독 때문에 병원을 찾은 건지는 의사가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 공판은 4월 8일 오전 10시 10분에 열린다.
:: 카복시 ::
주사기로 피하 지방층에 탄소가스를 주입해 지방을 분해하는 시술
:: IMS ::
침을 이용해 근육을 자극해 신경근성 통증을 치료하는 시술
:: 보톡스 ::
보툴리눔 세균을 미세 침으로 근육에 주사해 주름 개선 효과를 노리는 시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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