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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증 시

김치·아리랑·사무라이본드..`넌 도대체 누구냐?` (이데일리 2011.05.05 07:20)

김치·아리랑·사무라이본드.."넌 도대체 누구냐?"

외국기업 현지에서 자금조달하기 위한 발행채권
김치본드 단기외채 주범으로 부상..당국 "규제 방안 검토"

입력시간 :2011.05.05 07:20
김치본드, 사무라이본드, 아리랑본드, 캥커루 본드..

외환당국이 김치 본드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국제금융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각종 채권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처음 들으면 다소 생소해 보이지만, 곧바로 해당 국가가 연상되는 이들 채권들은 외국인(기업, 금융기관)이 채권을 발행할 현지 통화로 현지에서 유통시키는 외국채(foreign bond)를 말한다.

즉 외국 기업들이 각 나라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현지화로 발행, 판매하는 채권을 말하는 것이다. 외국기업이 한국에서 원화로 발행한 채권을 아리랑 본드라고 하고, 일본에서 엔화로 발행되는 채권을 사무라이 본드라고 부르는 식이다. 동물의 이름을 붙인 외국채도 있다.

◇ 아리랑·사무라이 본드..외국기업이현지에서 자금 조달위해 발행하는 채권

실례로 중국이 홍콩의 HSBC와 동아은행에 발행을 허용했던 위안화 표시 채권은 판다본드로 불린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의 판다를 본뜬 명칭이다. 호주의 캥거루본드와 런던 금융시장에서 파운드화로 발행되는 불독펀드 등도 있다. 음식 이름을 붙인 채권으로는 홍콩에서 발행된 위안화 채권인 딤섬본드(Dimsum Bond)가 대표적이다.

외국채는 발행 주체는 외국인이지만 발행 통화 표시, 유통 절차는 모두 현지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는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외국채인 아리랑 본드는 지난 1995년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원화 800억원어치를 발행한 게 최초다.

◇ 김치본드..국내에서 달러·유로화로 발행하는 채권

최근 단기 외채의 주범으로 꼽히면 당국의 집중 감시 대상으로 부상한 김치본드는 무엇일까. 김치본드는 국내기업이 국내에서 달러화나 유로화로 발행한 채권을 말한다. 즉 현지에서 발행한다는 점에서 아리랑 본드와 같지만, 발행통화가 아리랑 본드는 원화로, 김치 본드는 외화 표시채권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김치 본드의 경우 지난 2006년 베이스턴스가 3억 달러 규모로 발행한 사례가 처음으로 꼽히고 있다. 일본의 경우 김치본드처럼 기업이 엔화가 아닌 해외 통화로 발행하는 채권을 쇼군펀드라고 한다.

◇ 김치본드 단기외채 주범..왜?

그렇다면 왜 당국은 김치본드가 단기 외채의 주범으로 꼽고, 단속에 나선 것일까. 외환당국은 작년 7월부터 국내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외화대출을 받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기업들이 외화대출을 끌어다 쓰는 것이 단기 외채를 늘리고, 자칫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싼 금리에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비싼 금리에 국내 금융권의 자금을 사용하기가 부담스러워졌고, 결국 우회 원화 대출로 활용이 가능한 김치본드를 발행하고 있다는 게 외환 당국의 설명이다.

기업 입장에선 국내 대출 금리(3월 기업대출 평균 금리 연 6.22%)보다 낮게 이른바 김치본드를 발행(연 2~3%)해 달러를 확보한 후에 원화로 교환(스와프)해서 국내 용도로 사용하면, 조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기업들이 김치본드를 자주 발행하면서 가뜩이나 하락 압력을 받는 달러-원 환율의 하락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치본드 발행이 달러화 유입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환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던 외환 당국은 최근 김치본드 발행을 제한하는 등 강력한 규제에 나선 것이다. 물론 현행법상 기업이 발행하는 김치본드를 원천 봉쇄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일부 기업이 김치본드 발행에 따라 유입된 달러화를 원화로 환전해 국내운용 자금 용도로 변칙적으로 활용한 것은 현행법상 위법이다.

한국은행 `외국환거래업무 취급세칙`에 따르면, 외국환 취급은행은 원화로 환전해 사용하려는 기업에 대해 외화 대출을 해줘서는 안 된다. 즉 김치본드를 인수한 외은지점은 통화 스와프를 통해 원화를 기업에 지급하는데, 이렇게 되면 기업은 김치본드를 담보로 원화대출을 받는 것으로, 일종의 편법이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국내에서 원화 용도의 외화표시채권 발행 등 규제회피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외국환거래법', '유가증권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등 관련법규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X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