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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부 동 산

[탐사보도 ‘세상 속으로’]“가게 비우라” 건물주 말 한마디에 상인 67%는 권리금 한 푼도 못건진 채 쫓겨나 (경향신문2013-02-22 23:46:31)

[탐사보도 ‘세상 속으로’]“가게 비우라” 건물주 말 한마디에 상인 67%는 권리금 한 푼도 못건진 채 쫓겨나

 

서울 중구 서소문동에서 일본식 선술집을 하는 이모씨(39·여)는 요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꿈속에서 그는 항상 누군가에게 쫓겨나 거리에 앉아 있다. 지난해 10월 건물주가 “계약기간 만료일인 11월15일까지 가게를 비우라”고 통보한 이후 생긴 증상이다. 이씨는 2002년 은행 대출을 받아 일식집을 개업했다. 당시 일식집에 붙은 권리금은 2억3000만원. 이씨는 “당시 삼성 본관이 태평로에 있었고 한·일 월드컵이 한창이라 상권이 꽤 좋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건물 관리인이 옆가게도 틀 수 있게 해주겠다며 권리금 명목으로 1억원을 더 요구했다”며 “그런데 옆가게는 병원이라 인테리어를 모두 새로 해야 했고, 별도의 비용이 또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근 같은 규모의 점포주들 중에서 자신이 가장 많은 권리금을 지불한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그런데 2008년 삼성 본관이 강남으로 이전하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재개발설까지 나돌았다. 가게를 팔려 했지만,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이씨는 고민 끝에 매출을 끌어올릴 요량으로 지난해 업종을 변경했다. 실내 인테리어도 다시 했다.

그럭저럭 버텨오던 이씨에게 지난해 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건물주가 ‘재계약 불가’를 통보한 것이다. 조만간 건물 전체를 리모델링하겠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씨는 권리금은 물론 인테리어 비용도 한 푼 건지지 못한 채 보증금 5000만원만 받고 쫓겨날 신세에 처했다. 그는 “빚이 2억원이나 남아 있어 또 빚을 얻을 수 없는 형편”이라며 집주인의 퇴거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에서 옷가게를 하는 조모씨(32)도 다음달 계약 만료를 앞두고 불안에 떨고 있다. 조씨는 2010년 권리금 1억5000만원을 주고 지금의 가게를 인수했다. 그는 잠을 줄여 동대문 새벽 시장을 뛰어다니면서 가게에만 매달렸다. 개업 1년쯤 되니 가게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단골손님도 꽤 생겼다. 건물주는 가끔 가게에 들러 “장사가 잘된다. 열심히 하라”고 격려했다.

조씨는 “그때는 그 격려가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건물주의 태도가 돌변한 것은 계약이 만료된 지난해 3월이었다. 건물주는 “1년 계약 조건으로 임대료를 25% 올리겠다. 이후에는 나가달라”고 말했다. 조씨의 옷가게를 눈여겨봐왔던 건물주가 직접 운영하겠다는 이야기였다.

조씨는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앞이 캄캄하고 가슴이 답답했다”며 “일단 시간이라도 벌어볼 생각으로 재계약을 했지만 이젠 꼼짝없이 권리금도 못 받고 쫓겨날 판”이라고 한탄했다.

권리금 분쟁으로 상가 세입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2009년 법무부의 ‘상가점포의 권리금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임대기간 종료 후에 건물주가 직접 점포를 운영하거나 업종을 변경해 임대하거나 리모델링 또는 재개발을 목적으로 세입자에게 점포를 비워달라고 하는 것은 권리금 분쟁의 전형적인 사례들이다. 이 보고서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설문에 응한 자영업자 936명 중 권리금을 되돌려 받은 이는 32.6%에 불과했다. 67.3%는 권리금을 반환받지 못했다. 이 같은 분쟁은 세입자들 간에 거액의 권리금을 주고받고 있지만,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박덕규 씽크탱크 공인중개사 대표는 “과도하게 임대료를 인상해 세입자가 못 버티도록 만들어 ‘알아서’ 권리금을 포기하고 나가게끔 하는 나쁜 건물주들도 많이 있다”며 “공실이 되면 적정한 임대료를 내걸어 세입자를 새로 받아 권리금까지 챙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탐사보도 ‘세상 속으로’]권리금이 뭐길래… 홍대 주차장길 2~4평 점포도 최소 1억

 (경향신문 2013-02-22 22:28:49)

ㆍ300m 거리에 약 200개 점포 권리금 합하면 300억 달해
ㆍ1년도 못가 문 닫는 가게 허다 “알려진 것보다 거품 많아”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나와 홍익대 정문으로 향하다보면 자연스레 시선을 끄는 곳이 있다. 좁은 오르막길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가건물. 이 2, 3층짜리 낡은 건물들은 벽면에 커다란 그래피티(벽화)가 그려져 있거나 알록달록하게 색칠돼 있다. 홍대 정문 대로변의 고층건물들이 말쑥한 신사 같다면, 이곳은 불규칙하게 뚫린 크고 작은 창문과 철제 계단이 꼭 ‘장난꾸러기’를 만난 느낌이다. 길 한가운데 자동차들이 일렬로 주차돼 있지만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 거리의 풍경을 즐긴다. 홍익로(홍대 앞~홍대사거리)에서 KT&G 상상마당까지 이어지는 300m 남짓 되는 이곳의 정식명칭은 ‘홍대 앞 서교365’. 사람들은 ‘주차장길’이라고 부른다.

홍대 상권의 중심부인 ‘주차장길’은 평일 오후에도 자동차와 사람들로 가득찬다. 6.6~36.4 ㎡ (2~4평)짜리 점포들의 권리금은 최소 1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최근 홍대 상권의 평균 권리금이 강남역 상권보다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 권리금 워낙 높아 재개발한다면 목숨 걸고 시위할 것

홍대 상권의 중심부인 이곳에는 주로 보세 옷·구두 가게나 액세서리 판매점, 타로 점집, 술집 등이 밀집해 있다. 두 명만 들어가도 비좁아 보이는 2~4평짜리 점포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지만 점포가 작다고 얕잡아 보면 오산이다. 이들 점포의 권리금만 최소 1억원에서 1억5000만원. 이 일대에서 잘 알려진 프랜차이즈 떡볶이점도 권리금 3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공인중개사 김모씨(34·여)는 20일 “권리금과 점포 평수는 비례하는 게 아니다”라며 “점포 위치와 새로 들어가려는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고려해 권리금이 형성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주차장길 초입의 한 보세 옷가게를 가리키면서 “사장이 홍대 일대에 작은 옷가게 세 곳을 더 운영하는데 여기가 임차료는 가장 비싸도 매출이 제일 좋다고 한다”며 “월세 400만~500만원을 내면서도 버티는 사람들이 있다. 그만큼 장사가 된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부동산정보업체의 분석을 보면 올해 홍대 상권의 평(3.3㎡)당 평균 권리금은 396만2644원에 이른다. 이는 강남역 상권의 평당 385만7464원보다 많은 액수다. 한 휴대전화 매장 직원 권모씨(31)는 “홍대 주변 상가는 보증금이 적고 권리금이 높다”며 “가건물 라인의 코딱지만 해 보이는 옷가게들도 권리금이 1억원이 넘지만 보증금 2000만~4000만원에, 월세 200만~300만원대 정도”라고 말했다. 권씨는 “여기는 강남역에 비해 평수는 작으면서도 권리금이 비슷하다”며 “권리금이 워낙 높기 때문에 재개발이나 재건축한다고 하면 여럿이 칼 들고 죽겠다고 구청 앞에 줄을 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5년째 공인중개업을 하고 있는 송모씨(36)는 “현재 홍대 상권은 10평(33㎡) 기준으로 1층 점포의 권리금이 2억원에서 2억5000만원 정도 한다. 목이 좋으면 3억원도 한다”며 “1층 30~40평대 점포의 권리금은 4억~5억원선”이라고 말했다. 송씨는 “건물 통째로 권리금만 8억~10억원 정도라고 생각하면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픽 | 성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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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인근에서 부동산컨설팅을 하는 복수의 공인중개사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주차장길의 약 200개 점포에서 최근 거래된 권리금을 추정해보면 거의 3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대형 노래방 등 홍대 상권의 명물로 소문난 점포들은 ‘부르는 게 값’이라 권리금을 추정할 수 없는 곳들도 많다.

또 KT&G 상상마당 맞은편의 고층건물들은 권리금이 없는 대신 임대료를 높게 책정해 점포를 빌려주고 있다. 1층에 있는 편의점은 보증금 5억원에 매달 임차료로 3000만원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리금을 산정할 수 없는 점포들과 무권리 건물들의 가치를 현재 권리금 시세대로 따져 합산하면 주차장길의 권리금 액수는 더욱 커진다.

권리금이나 임차료 등 ‘몸값’이 매우 비싼 건물들은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인근에 포진해 있다.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쪽은 개인 창업자들이 ‘범접’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대로 이곳은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권리금 액수를 ‘걷고 싶은 거리’ ‘미술학원길’ ‘피카소 거리’ 등 홍대 상권 전체로 확대하면 어마어마한 액수가 산출된다.

최근 홍대 상권이 경기불황에도 끄떡없는 ‘노른자 상권’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상인들은 높은 권리금만큼 장사가 잘되는지는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주차장길에서 8년째 노점을 하는 장모씨(42)는 “1년도 못가 문 닫는 가게들이 허다하다. 이곳 점포의 4분의 3 이상은 계속 주인이 바뀌고 있다”며 “인테리어 업자들이나 간판쟁이들만 좋은 일이다. 홍대 상권은 알려진 것보다 거품이 많다”고 말했다. 주차장길 뒤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신모씨(64·여)는 “이 동네는 맨날 공사를 한다. 권리금을 그렇게 많이 주고 들어왔는데 장사가 잘 안되니까 (사려는) ‘작자’만 나타나면 빨리 팔아버리려는 것”이라며 “주인이 바뀔 때마다 임차료는 또 조금씩 오른다”고 말했다.

■ 권리금 없애면 풍선효과로 임대료 껑충 ‘양날의 칼’

권리금 인상 불똥은 주변 가게의 임차료 인상으로 이어진다. 신씨는 “올해 보증금만 200만원, 월세는 20만원을 올려줬다. 2년마다 재계약을 했는데 앞으로는 1년 단위로 한다고 하더라. 그럼 1년 후에 또 이렇게 올려줘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주차장길의 권리금이 비싸지니까 우리처럼 안쪽에 있는 조그만 가게들도 피해를 본다”고 답답해했다. 그러면서 “매일 부동산에서 ‘가게 내놓으라’는 전화가 4통 이상씩 온다. 나는 권리금 5억원만 주면 나가겠다고 했다”며 “요새는 부동산에서 건물주들한테 임대료는 얼마를 받으라고 알려준다고 하더라. 하여간 세가 잘 나가니까 건물주들은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권리금만 없애면 모든 게 해결될까. 공인중개사 송씨는 “권리금은 양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권리금을 ‘내가 잘하면 벌 수 있는 돈’이나 ‘맡겨놓은 돈’으로 생각한다”며 “하지만 장사가 안돼도 권리금을 받고 나가기 위해 건물주가 무리하게 임대료를 올려도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송씨는 “권리금은 한정된 점포에 수요가 많을 때 생기는 것이라 권리금이 없다는 것은 곧 상권이 죽은 것을 뜻한다”며 “그렇다고권리금을 없애면 풍선효과처럼 임차료가 높아지고 또 상가 세입자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탐사보도 ‘세상 속으로’]명성, 위치, 단골 등 ‘자릿세’로 시작… 한국의 특수한 권리금 관행

 (경향신문 2013-02-22 23:47:17)

 

권리금은 1945년 해방 이후 등장했다. 토지나 상가건물의 사용권을 타인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주고받았던 돈이 권리금의 시초다. 1950년 한국전쟁 이후 도시로 인구가 몰려들면서 본격적으로 거래됐다. 전쟁으로 대부분의 건물과 시설이 파괴된 도시에서 상가를 구하기 힘들어지자, 조금이라도 좋은 자리를 얻기 위해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얹어주던 웃돈’이 권리금이 됐다. ‘자릿세’로 시작한 권리금은 유명 상호와 프랜차이즈 대리점 등 무형적 재산에 대해서도 지급되고 있다.

권리금의 개념은 명확하지 않다. 학계에서는 권리금을 영업양도의 대가로 본다. 영업양도라는 이름으로 거래되는 품목들은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상가의 명성, 확보된 고객 등이다. 실제로는 거래가 불가능한 신용, 명성 등도 권리금 책정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권리금을 지역권리금(바닥권리금), 시설권리금, 영업권리금으로 구분한다. 지역권리금은 임대하게 되는 부동산의 위치, 상권 등을 토대로 형성되는 권리금이다. 시설권리금은 인테리어 비용, 비품·집기 등을 의미하며 영업권리금은 고객, 명성 등 무형적 가치를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찾아오는 고객의 수가 위치에 의한 것인지 이전 임차인이 그간 영업을 통해 쌓아온 결과물인지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지역권리금과 영업권리금의 구분이 불명확한 것이다.

법적으로는 권리금에 관한 규정이 없다. 권리금이란 용어는 과거 ‘소득세법 시행규칙’ 제3조 제5항 제2호(토지, 건물을 임대 또는 전대하여 받는 권리금은 소득세법 제5조 제1호의 부동산 소득에 포함된다)에 처음 등장했으나 이 규정은 1967년 소득세법 시행규칙 개정과정에서 삭제됐다. 이후 ‘소득세법’ 제20조의2 제1항과 ‘소득세법 시행령’의 제40조의2 제4항에 세법상의 개념으로 권리금이 등장했지만, 두 조항 모두 2006년과 2007년 삭제됐다.

법적 근거가 없는 권리금은 한국에만 존재하는 특수한 관행이다. 일본과 영국에 한국의 권리금과 유사한 제도가 있긴 하지만 거의 시행되지 않거나 법적으로 명확하게 개념이 규정되어 있어 차이가 있다.

일본에선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권리금이 잠깐 등장했다 사라졌다. 이충훈 인천대 법학과 교수는 “과거 일본 경제가 어려웠던 때 권리금을 수수한 사례가 있긴 하지만 법적으로 권리금을 수수하면 안된다는 규정을 명확히 하고 예외적으로만 인정하면서 단기간 존재하다 현재는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영국은 ‘단골고객들이 지속적으로 영업장을 찾아오거나 영업하는 회사의 이름을 믿고 계속 거래할 것이라는 가능성에 따라 지급하는 돈’이라는 뜻의 영업권(Goodwill)을 인정하고 있다. 유명 상호 등 무형자산에 대해 지급되는 한국의 권리금과 유사한 제도다. 영국의 영업권은 법적으로 규정된 하나의 재산권이라는 점, 강제폐업이나 타의에 의해 영업을 할 수 없게 된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규정이 명확하다는 점 등에서 복합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한국의 권리금과는 차이가 있다.

 

[탐사보도 ‘세상 속으로’]‘원생’ 1명에 400만원, 포차는 600만원… 권리금 ‘폭탄 돌리기’

 (경향신문  2013-02-22 22:28:23)

ㆍ우유배달·대리점에서 심지어 어린이집까지
ㆍ‘공공연한 비밀’ 권리금의 불합리한 속내

 

2년차 회사원 ㄱ씨(27)는 회사에서 주는 월급으로는 생활하기가 빠듯했다. 그래서 “새벽에 우유 배달을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우유 배달이 회사를 다니며 새벽에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아르바이트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새벽잠만 조금 줄이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우유 배달일을 알아보던 ㄱ씨는 고민에 빠졌다. 현재 우유 배달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배달 구역을 넘겨주는 조건으로 권리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ㄱ씨는 “권리금을 내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권리금이 없는 곳에서 일하면 수익이 떨어질 것이 우려돼 망설여지고, 권리금이 있는 곳을 가자니 얼마를 줘야 할지 몰라 고민된다”고 말했다.

■ 우유 배달은 월 수입의 100~200% 요구

우유 배달 권리금은 배달지역의 수익성에 따라 결정된다. 배달해야 할 곳이 많고 배달거리가 짧아 수익성 높은 아파트 지역이 주택지역보다 일반적으로 권리금이 많다. 대구에서 우유 배달 대리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배달사원이 바뀔 때 거래되는 권리금은 월 수입의 100~200%”라며 “권리금은 이전 배달사원이 영업을 열심히 해서 새로운 고객을 유치했거나 좋은 배달지역에 대한 보상”이라고 말했다. 우유 배달 권리금이 없는 곳도 있다. 서울지역에서 우유대리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경기가 나빠지면서 배달을 끊고 마트에서 직접 우유를 사다먹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고객이 줄면 배달물량도 줄고, 그 여파로 권리금 없이 배달망을 넘기는 배달사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22일 길게 늘어서 있는 서울 남대문시장 노점들이 고객들로 북적댔다

 

■ 권리금 비싸 대리점 못내기도

유통 대리점의 권리금은 본사 방침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8년간 ㄴ식품업체에서 영업을 담당했던 정모씨(41)는 2010년 회사를 그만두면서 다니던 회사의 대리점을 내려고 했다. 업무도 익숙했고 수익성도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대리점의 권리금이 부담이었다.

ㄴ식품업체는 업계 1위였다. 대리점 업주들 사이에서 본사의 대리점 관리가 뛰어나다는 평가도 받는다. 자금사정이 좋지 않았던 정씨는 고민 끝에 ㄷ유가공업체의 대리점을 냈다. 정씨는 “본사와 대리점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억압적이었던 ㄷ유가공업체의 권리금은 ㄴ식품업체의 3분의 1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대리점 권리금은 업종, 거래처 수뿐 아니라 본사와 대리점의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대리점 권리금은 월 매출의 100~200%로 결정되는데, ㄴ식품업체 대리점 권리금은 300%쯤 된다”고 말했다.

■ 노점상 자리 매매, 실상은 권리금

노점상들의 ‘자리’ 매매는 금지돼 있다. 노점상들이 땅 소유주가 아니고, 임대할 건물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향신문 취재결과 노점 자리를 권리금 받고 파는 사례는 여전히 많았다.

노점 창업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나 포털 카페에 접속했더니 ‘○○○역 노점자리 매매나 월세 드립니다’라는 글에 남긴 판매자들의 연락처를 쉽게 얻을 수 있었다. 경향신문이 지난 20일 웹사이트에 번호를 남긴 노점상에게 매매문의를 하자 노점상은 권리금으로 700만원을 요구했다. 3년째 역 앞에서 신발을 팔아왔다는 노점상은 “하루 매출이 20만~30만원 정도 된다”며 “전기요금 5만원과 협회에 관리비 3만원만 내면 다른 돈은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천지역에서 포장마차 자리를 판매하는 노점상은 자리를 파는 대가로 권리금 1000만원을 요구했다. 그는 “일단 한번 와서 자리를 보고 판단하라”고 말했다.

전국노점상연합회 관계자는 “포장마차 하나를 운영하기 위해서도 500만~600만원 이상은 들어간다”며 “여기에 알파를 더 받으려는 의지로 권리금 거래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는 “연합회 차원에서 권리금 거래가 이뤄지면 징계를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어린이집 매매로 수익 챙기려는 중개인들 많아

‘정원 40명 이하, 보증금 2000만원, 월세 155만원, 권리금 1억5000만원(협의 가능).’ 한 어린이집 매매 사이트에 올라온 매물 정보다. 매물 정보 아래에 담당 상담사의 사진과 이름, 연락처가 있다. 경향신문은 20일 상담사에게 전화를 걸어 매매문의를 하자, 상담사는 권리금이 어떻게 책정되는지를 설명했다. 그는 “해당 어린이집의 원생은 32명이다. 한 명당 권리금으로 400만원이 계산된다. 어린이집을 인수한 뒤 기대할 수 있는 한 달 순이익은 500만원 정도”라고 했다. 그는 부천은 서울 못지않게 비싼 편이라 400만원 정도고, 싼 곳은 300만원도 있다고 했다. “권리금이 부담된다. 더 싼 곳을 알려달라”고 물었다. 상담사는 “솔직히 (권리금 싼 곳에) 들어가봤자 좋은 것 하나도 없다. 원아 모집하기 힘들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사이트에는 권리금 1000만원부터 3억원이 넘는 곳까지 다양했다. 김호연 서울 어린이집 비리 고발 및 상담센터장은 “공공분야인 보육 영역까지 권리금이 퍼지고, 사업을 목표로 하는 원장과 어린이집 매매로 수익을 챙기려는 부동산 중개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 교인 숫자를 돈으로 환산해 파는 거나 다름없어

교회문제상담소 정운형 목사는 “일부 교회에서의 권리금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정 목사는 이들 교회가 매매될 때 인테리어 등 시설비 외에도 교인 한 명당 돈으로 환산해 권리금이 거래된다고 했다. 그는 “100명에 1억원 정도의 권리금이 오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교인 숫자를 돈으로 계산해 파는 행동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한 교회 매매 사이트는 교회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를 안내하고 있다. 해당 대출업체는 청장년 신도 1인당 연간 헌금 및 십일조 명목의 수입을 120만~150만원으로 산정한다. 교회의 평균적인 월 수입을 추측할 수 있다.

정 목사는 교회 권리금이 퇴직 원로 목사에게 지나친 예우를 해주며 시작됐다고 말한다. 그는 “일부 교회에서는 원로목사가 되면 퇴직금과 은퇴공로금 그리고 집까지 사준다”며 “퇴직 이후에도 급여의 50~80%를 원로목사에게 지급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돈이 교회에 무리를 주게 됐고, 후임 목사에게 일종의 권리금을 요구하는 관행이 생기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탐사보도 ‘세상 속으로’]전문가들 “권리금 양성화 하거나 보상의 법적 근거 마련하는게 현실적인 해결책”

 (경향신문 2013-02-22 22:28:12)

 

권리금 관행은 ‘수건 돌리기’ 게임이다. ‘용산참사’ 등의 예를 보면, 마지막 ‘술래’가 되는 사람은 권리금을 모두 날린다. 법적 근거가 없는 권리금 보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마지막 술래가 되지 않는다면 투자한 돈 이상을 벌어서 떠날 수도 있다. 대다수의 상인들은 ‘내가 술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 게임에 뛰어든다. 게임 참여자 대부분은 생계를 목적으로 상가를 임차하는 자영업자들이다.

권리금에는 4개의 ‘함정’이 있다. 권리금 지급 없이는 대부분의 경우 임대차 계약이 불가능하다. 또 권리금이 보증금의 수십배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이다. 권리금은 상가를 빌리는 사람들끼리 주고받기 때문에 임대차 계약이 끝나면 권리금의 반환 관계가 불명확해진다. 권리금을 챙긴 전 주인에 대해 책임을 묻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상가 건물이 재개발 혹은 재건축되는 등 임대차 계약이 중간에 해지되면 권리금을 돌려받기가 더 어려워진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일부 학자들은 권리금을 ‘청산해야 할 대상’으로 본다. “아예 없애자”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권리금 양성화’와 ‘보상의 법적 근거 마련’ 등을 제시하고 있다. 김영두·위계찬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논문 ‘상가 점포의 권리금에 관한 연구’에서 “권리금을 지역권리금, 영업권리금, 시설권리금 등으로 분류해 법적 개입 방법의 정도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현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도 논문 ‘상가 권리금의 보상가 평가’에서 “입지에 따른 (지역)권리금은 토지보상법상의 보상 대상으로 특정돼야 한다”며 “상가 임차권과 함께 거래되는 영업권도 평가방법을 토지보상법에 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가 임차권자의 계약기간을 7년으로 늘려 임차권을 보장하는 방법도 제시됐다. 이성영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팀장은 “수익으로 권리금을 상쇄하려면 임차기간을 최소 7~10년은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권리금 양성화가 문제 해결의 방법”이라며 “권리금을 바닥권리금, 영업권리금, 시설권리금으로 분류했을 때 바닥권리금은 불로소득이라 국가가 환수해야 하지만 영업권리금과 시설권리금은 상인들의 노력 결과이므로 보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서울지역 법원의 한 판사는 “권리금 비중이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시장에만 맡겨둬서는 안된다”며 “권리금에 대한 법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험을 도입하자는 견해도 있다. 소상공인진흥원은 2009년 발간한 ‘상가 임대차의 권리금제도 개선방안 연구’를 통해 “소상공인 중심으로 권리금 보장보험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공제제도와 연결해 가입자 수도 확보하고 연간 보험료도 적정한 수준으로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