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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료/힐링푸드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영양의 보고, 김치 제대로 알기 (조선일보 2013.02.22 09:00)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영양의 보고, 김치 제대로 알기

1,500년 역사를 가진 우리의 전통 음식, 김치

 

우리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김치는 무, 배추, 오이 등과 같은 채소를 소금에 절이고 고추, 파, 마늘, 생강 등을 넣고 각종 양념을 버무려 담근 채소의 염장 발효식품이다. ‘소금에 절인 채소’라는 뜻의 ‘침채(沈菜)’에서 ‘딤채’, ‘김채’를 거쳐 ‘김치’라는 이름으로 굳어졌다.

김치의 역사는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찍이 농경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는 곡물을 주식으로 하는 음식문화가 발달했다. 주식인 곡물을 쉽게 소화시키기 위해서는 소금에 절인 채소가 필요했다. 채소가 나지 않는 겨울 동안에는 절인 채소가 더 없이 중요한 비타민 공급원이었다. 그래서 채소를 잘 씻어 소금에 절이고 항아리에 담아 적당히 숙성시킨 후에 먹었는데, 이것이 바로 김치의 시초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이 같은 절임채소 형태가 유지되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에 파, 마늘 등의 향신료가 가미되면서 김치가 변신을 꾀하기 시작했다. 조선 후기 고추가 전래된 후에는 김치의 발효를 돕는 젓갈과 어우러져 맛과 영양의 조화가 더욱 향상되었다.

또한 우리나라는 일찍부터 염장 기술이 발달해 염장한 수산물을 김치 양념으로 이용했는데, 이것 역시 김치 맛의 변화에 한몫했다. 그러다 1900년경 통이 크고 속이 꽉 찬 배추가 재배되기 시작하면서 배추가 김치의 주재료로 사용되었고,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자리 잡았다. 처음에는 단순히 채소를 소금에 절여 먹는 음식이었던 김치는, 재료와 담그는 방법이 점차 현대화되면서 이제 전 세계로 널리 알려진 유명한 음식이 되었다.

Tip 재료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발전한 김치 7가지
김치는 종류가 무려 3백 가지가 넘는다. 여기에 김치에서 분화된 다른 음식들까지 더하면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아진다. 지역에 따라, 계절에 따라 그 특성과 환경 조건에 맞게 조리법이 발달되었고, 채소류를 비롯한 과일류, 어류, 육류, 조류 등 주위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식재료가 김치에 사용되면서 거듭 재탄생되었기 때문이다.

1 배추김치 밥과 함께 밥상에 반드시 오른다. 소금에 절인 배추에 무채, 고춧가루, 다진 마늘, 파, 젓갈 등을 넣고 버무린 속을 넣어 담근다. 세계적인 건강식품으로 꼽히며 ‘한식’ 하면 떠오르는 가장 대표적이고 친근한 음식이다.

2 깍두기 소금에 절인 무를 고춧가루와 젓갈 등으로 버무려 만든다. 국물을 걸쭉하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며 마늘, 생강 등 양념이 많이 추가되기도 한다.

3 열무김치 열무로 담그는데 무와 무청도 함께 쓰인다. 주로 배추가 잘 나지 않는 여름철에 많이 해먹는다. 국수에 말아 먹거나 밥과 비벼 먹으면 더욱 독특한 맛을 즐길 수 있다.

4 나박김치 무와 배추가 주재료인 물김치로, 새콤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보통 사계절 담가 먹지만 특히 봄에 그 향과 맛이 제일 좋다고 알려져 봄김치로 많이 먹는다.

5 오이김치 오이로 만들고 ‘오이소박이’라고도 불린다. 오이에 십자로 칼집을 내고 갖은 양념을 넣어 숙성시켜 먹는다. 손님 접대용 반찬과 술안주로도 제격이다.

6 갓김치 갓으로 담그고 갓 특유의 매운맛과 톡 쏘는 맛이 특징이다. 주로 전라남도에서 즐겨 먹으며, 여수의 돌산 갓김치가 유명하다.

7 파김치 쪽파를 10㎝ 정도로 자르고 고춧가루와 젓갈 등으로 버무려 만든다. 파 특유의 쌉싸래한 식감을 맛볼 수 있다.


김치의 신비, 발효 이야기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세계 음식문화는 소금의 맛과 소스(양념)의 맛에서 제3의 맛인 발효의 맛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3의 맛인 발효의 맛은 우리에게는 예부터 익숙한 맛으로, 이 발효의 맛 핵심에 우리의 ‘김치’가 있다. 김치는 단순한 절임채소 음식이 아니라 젖산 발효식품이다. 채소를 소금에 절이고 여러 가지 양념을 넣어 숙성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삼투압 작용이 일어나 원재료의 풍미가 달라지고 채소의 풋내가 사라지면서 향과 맛이 독특해진다.

김치는 발효되면서 젖산균(유산균), 비타민, 풍미의 변화가 일어난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젖산균이다. 젖산균은 다른 유기산과 함께 부패균의 활동을 억제하면서 채소 성분과 조화를 이뤄 김치 특유의 맛을 낸다. 발효가 잘된 김치에는 젖산균이 풍부하다. 잘 숙성된 김치 1g에는 젖산균이 무려 1억 마리나 들어있는데, 이는 같은 무게의 요구르트보다 최대 4배나 많은 수준이다. 젖산균에는 ‘락토바티루스’라는 성분이 산 채로 장에 들어가면 장속 비피더스균이 증가되고, 이로 인해 배변활동이 좋아진다. 갓 담근 김치에는 약간의 유해균이 있을 수 있으나, 발효되면 젖산균의 작용에 의해 대부분 죽는다.

김치는 발효 과정에서 비타민 변화를 일으킨다. 김치에 함유된 비타민A·B·C는 초기에는 감소하다 김치가 가장 맛있게 익었을 때 최고로 많아지고, 그 뒤 조금씩 다시 감소한다. 비타민B1·B2·B12 등은 발효 최적기에 처음의 2배까지 늘었다가 차츰 감소한다. 김치는 발효 온도에 따라서도 풍미가 눈에 띄게 달라진다. 대개 10℃ 이하에서 숙성시키면 맛과 향이 좋다. 5℃ 이하로 유지해 장기 숙성시키면 저온에서 서서히 생육하는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에 의해 젖산 발효가 일어나 톡 쏘는 맛(탄산미)이 풍부해진다. 숙성 온도가 15℃ 이상 되면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의 증식이 활발해져 빨리 신다. 김치가 시면 영양가가 파괴되므로 알맞게 숙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5℃ 안팎의 낮은 온도에서 2~3주 숙성시키는 것이 적당하다. 단, 비슷한 온도와 기간으로 숙성시키더라도 계절에 따라 맛에 차이가 난다.

Tip 세계가 인정한 김치의 영양과 5가지 효능
지난 2006년 미국 건강 전문 잡지 <헬스>는 한국의 김치를 ‘비타민이 풍부하고 암세포 증식을 막아주는 웰빙식품’이라 평가하며 세계 5대 건강식품 중 하나로 선정했다. 이렇듯 김치는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식품이다.

1 암을 예방한다 김치의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유기산과 젖산균은 대장암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기산과 젖산균은 대장의 pH를 낮춰 장속 유익한 미생물의 생육을 촉진시키는 한편, 해로운 균을 억제시킨다. 또 체내의 독소물질을 제거하고 발암물질이 활성화되는 것을 막아 각종 암 예방에 효과적이다.

2 뼈를 튼튼하게 하고 면역력을 높인다 김치에는 비타민, 무기질, 식이섬유소, 유산균 등 다양한 영양소가 고루 들어있다. 특히 뼈를 튼튼하게 하는 칼슘, 혈액을 만드는 철분, 에너지대사를 돕는 인 등의 무기질,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이고 피부를 건강하게 만드는 비타민A·C가 풍부하다.

3 혈중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킨다 김치에 들어간 각종 채소의 식이섬유가 발효되면서 유산균 등이 증가하는데, 바로 이것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려 성인병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을 준다. 또 콜레스테롤이 체내에 쌓이는 것을 막아 피를 맑게 하고, 중금속과 공해물질을 없앤다.

4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김치에 풍부한 식이섬유가 포만감을 갖게 해 과식을 방지하고, 지방이 몸속에 쌓이는 것을 막아 내장 지방을 없애는 데 도움을 준다. 양념으로 들어가는 고춧가루에 함유된 캡사이신 성분은 대사 작용을 활발하게 하고 지방을 연소시켜 체중 조절에 도움을 준다.

5 장 건강을 돕는다 김치가 숙성함에 따라 증가하는 유산균이 장을 깨끗하게 하는 정장 작용으로 하기 때문에 변비와 대장암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김치의 재료가 되는 각종 채소류에는 생리활성물질인 섬유질이 많이 들어있어 장에서 음식과 소화효소가 잘 섞이게 하고, 소화 흡수를 증진시킨다.

 

 

[김치 맛지도] 전국 김치 비교해보니… 감칠맛 전라도·아삭한맛 서울 '으뜸'

 (조선일보 2012.11.14 03:03)

전국 김치 맛과학·시식 평가

 

김치는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의 대표 음식이다. 우리는 막연히 ‘같은 배추김치라도 그 맛은 경기도, 전라도, 경상도 등 지역에 따라 다르다’고 알고 있다. 과연 이 상식은 과학적으로도 맞는 것일까? 맛이 다르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요소·성분 때문에 그런 걸까? 김장철을 맞아 이 의문점을 풀어보기 위해 본지와 김치냉장고 ‘딤채’ 제조사 위니아만도가 실험에 나서 그 결과로 ‘전국 김치 맛지도’를 작성했다.

[단맛·감칠맛] 감칠맛 나는 전라도김치 해산물·육수가 비결

단맛은 설탕이나 꿀 등 당분(糖分)에서 느끼는 맛이고, 감칠맛(우마미)은 글루탐산 등 군침이 돌게 하는 맛이다. 서로 다른 맛이지만 한국에서는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고 혼용된다.

10개 지역 김치 중 서울김치가 단맛이 가장 높았다(합산 결과 3점). 단맛이 적은 건 경남(1.95점)·제주김치(2.05점)였다.

위니아만도 김치연구소 전종인 소장은 "서울·경기 등 중부지방 김치는 짠맛·매운맛 등 양념이 다른 지역보다 심심해 상대적으로 달게 느껴지는 듯하다"고 했다. 감칠맛이 높은 건 전남김치(3.3점), 전북김치(2.95점) 순이었다.

김정숙 전남과학대 교수는 "감칠맛은 젓갈류나 굴 같은 해산물과 육수에 의해 이뤄진다"고 했다.

경남김치(2.2점)와 제주김치(2.2점)가 상대적으로 감칠맛이 낮았다.

[매운맛·쓴맛] 숙성 더딘 경상도김치는 쓴맛 강해

매운맛은 김치 숙성 이전과 이후 차이가 거의 없었다.
경남김치(3.2점)가 가장 매웠고, 충남김치와 전남김치(3.15)가 그 뒤를 이었다. 김정숙 교수는 “남부지역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중부 사람들에 비해 맵고 짠 것을 더 선호해 고추·소금 등을 강하게 쓰는 경향이 있는데 김치에서도 이것이 확인된 것”이라고 했다.

쓴맛도 10개 김치 모두 숙성 전·후 차이가 거의 없었다. 그중 경북김치(3.15점)가 쓴맛이 가장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종인 소장은 “경북을 포함해 남부지역 김치는 소금과 젓갈을 많이 쓰기 때문에 이들 재료를 상대적으로 덜 쓰는 중부지역 김치보다 숙성이 덜 이뤄져 쓴맛이 더 강하게 평가됐을 수 있다”고 했다.

서울김치는 1.5점으로 쓴맛이 가장 약했다.

[시원한맛·아삭한맛] 젓갈 쓰지 않는 서울김치 더 아삭해

시원한 맛과 아삭한 맛은 발효 과정에서 생겨나는 김치 특유의 식감이다. 시원한 맛은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이산화탄소의 톡 쏘는 맛과 유기산·양념·핵산 등이 어울려 내는 복합적인 맛이고, 아삭한 맛은 소금이 채소의 펙틴 성분을 경화(硬化)시키면서 발생한다. 음식 전문가들의 관능검사에서 서울김치(3.35점)가 가장 시원한 느낌을 줬고, 충남김치(3.05점)가 뒤따랐다. 제주김치(1.9점)가 가장 낮았다. 아삭한 맛에서도 서울김치(3.45점)가 가장 높았고, 충남(3.3점) 강원(3.25점) 경기(3.05점) 등 중부김치가 높은 편이었다. 김 교수는 “전라도·경상도 등 남부지방처럼 젓갈을 많이 쓰면 감칠맛은 커지지만 시원하고 아삭한 맛은 낮아진다”며 “서울김치가 시원하고 아삭한 것은 상대적으로 젓갈 같은 재료들을 덜 쓰기 때문”이라고 했다.

[짠맛·신맛] 소금 덜쓴 경기김치 "싱겁다" 속설 입증

김치의 지역별 차이가 가장 두드러진 게 짠맛이었다. 김치연구소 분석 결과 중부지방 김치는 염도가 2.3% 안팎인 반면, 남부지방 김치는 염도가 2.7% 안팎이었다. 음식 전문가 평가에서도 경기김치(2.3점)와 서울김치(2점)가 낮았고, 경남김치(3.35점)가 가장 높았다. 전종인 소장은 “남부지역은 온도가 높아 김치를 장기 숙성하기 위해 짜게 김치를 담그고, 중부지역은 싱겁게 김치를 담근다는 속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했다. 젖산 농도는 김치의 신맛을 가늠하는 수치. 김치연구소 분석 결과 대부분 김치가 젖산 농도 0.7% 언저리로 비슷했다. 경남김치는 0.45%로 비교적 큰 차이를 보이며 가장 낮게 나타났다. 전 소장은 “경남김치의 염도가 가장 높아 다른 지역보다 덜 익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김치·된장… 발효는 맛을 빚어내는 '기다림의 과학'

 (조선일보 2012.11.05 10:18)

[4 발효] 전통음식연구소장 윤숙자 인기 셰프 신효섭
재료 맛 그대로 살리는 한식, 발효시켜 더 좋은 맛 만들어
모든 음식의 근간이 되는 장 은근·끈기로 만든 '한국의 맛'
윤숙자 소장 - "젊은 셰프들, 한식 한류 역할 커"
신효섭 셰프 - "자부심 갖고 더 많이 알려야죠"

 

"한식은 재료 자체의 맛을 고스란히 살리면서 발효 음식이 근간을 이룬 건강한 음식이다."

지난 1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2012 마드리드 퓨전 식문화 박람회'의 주제는 한국의 발효 음식이었다. 주최 측은 "먹으면 '감사한 마음'이 우러나는 음식"이라면서 간장·된장·고추장과 장아찌, 김치 등을 집중 소개했다.

젊은 셰프 신효섭(30)씨가 서울 종로구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64) 소장을 찾았다. 시간의 숙성을 통해 빚어지는 맛의 유전자를 찾기 위해서다. 한국국학진흥원 주관으로 이뤄진 이날 행사에서 두 사람은 '익음과 곰삭음'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발효는 기다림의 미학

윤숙자(이하 윤) 우리 음식은 급하게 먹는 게 아니라 만들고 발효시켜서 처음보다 좋은 맛을 내는 게 많아요. 곰삭은 맛, 감칠맛, 아미노산의 맛, 기다림의 미학이죠. 특히 모든 음식의 근간이 되는 장맛이 중요해요. 된장 하나를 봐도 오덕(五德)이라는 게 있어요. 어떤 맛과 섞여도 제 맛을 유지하는 단심(丹心), 오래 둬도 상하지 않는 항심(恒心), 비리고 기름진 냄새를 제거하는 불심(佛心), 매운맛을 부드럽게 하는 선심(善心), 어떤 음식과도 조화를 이루는 화심(和心)이죠.

신효섭(이하 신) 저는 양식이 전공인데 즉석에서 만들고 재료의 맛을 신선하게 살리는 게 많아요.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까 더 쉽죠. 반면 한식은 기본 베이스부터 곰삭혀야 하고, 날씨가 안 좋거나 햇볕이 안 들면 장맛이 변하니까 요리하기가 어려워요.

어울림, 조화도 한식의 특징입니다. 잡채나 구절판, 신선로를 보면 음식에 다섯 가지 색깔이 잘 어우러졌죠. 동물성과 식물성, 채소와 고기, 색깔과 맛의 조화입니다. 조화 속에 건강의 비밀이 들어 있어요. '황제내경' 소문편에 보면 붉은색 음식을 먹으면 심장이 건강해지고, 흰색 식품은 폐, 황색 음식은 위장과 비장, 녹색 채소는 간장, 검은색 식품은 신장이 건강해진다고 나와 있어요.

한식은 무엇보다 맛있잖아요. 요즘엔 외국인들도 정말 한식을 좋아해요. 말레이시아 항공사인 '에어아시아' 기내식을 맡았는데 '김치두루치기'는 최고라는 평을 받았어요. 닭고기를 익은 김치랑 볶아서 덮밥식으로 만들었는데 인기 만점이래요.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선수촌 식사를 담당했는데 그때만 해도 유럽이나 남미 쪽 선수들은 우리 음식을 낯설어했어요. 드라마 '대장금'의 인기로 한식이 많이 알려졌고, 젊은 셰프들도 한식을 알리는 역할을 많이 했죠. 2006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김치문화 특별전'에서 프랑스 달팽이 요리, 일본 오코노미야끼 등 세계 대표 요리들에 김치를 곁들여 선보였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김치의 곰삭은 맛은 어떤 나라의 음식과도 잘 어울려요.

서울 종로구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서 윤숙자 소장(오른쪽)과 신효섭 셰프가 한국 음식의 발효를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건물 옥상을 가득 메운 장독 위에 이들이 만든 삼색어알탕·꿩김치·전계아법 스테이크 등이 놓여 있다. /이태경 기자

더하기보다는 빼기

조선 중기의 조리서 '수운잡방(需雲雜方)'을 보면 당시 양반 계층의 식생활을 엿볼 수 있어요. 경북 안동의 사대부 김유(1481~1552)가 쓴 음식 조리서입니다. 121가지의 조리법 중 술 제조법이 60개나 돼요. 장류가 10여 항목, 김치 15항목, 식초류 6항목, 요즘의 요구르트 같은 타락 만들기도 있어요.

저도 이번에 처음 책을 봤는데, 더하기보다는 빼기가 많은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현대 요리는 뭔가를 계속 첨가해서 복합적인 맛을 내는데, 우리 조상은 빼기를 하면서도 어울리는 맛을 낸 게 대단합니다.

우리 전통음식의 맛은 주재료의 맛이에요. 육류 요리에도 집 간장과 참기름 외엔 다른 양념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요. '수운잡방'의 음식들이야말로 슬로푸드면서 웰빙푸드죠. 또 제철에 나온 재료를 갖고 만든 음식이에요. 사계절이 뚜렷해서 그때마다 나오는 재료가 달랐잖아요.

발효는 과학

'조선간장'이라고 하는 집에서 담그는 간장은 가을에서 다음해 여름까지 기다려 만들어냅니다. 10월에 좋은 콩을 삶아 절구에 찧어서 메주를 쑵니다. 짚으로 싸서 선반에다 매달면 장을 발효시키는 좋은 미생물들이 자라나죠. 정월장이 제일 맛있어요. 온도가 낮아서 서서히 발효되기 때문이죠. 메주를 항아리에 담아 맑은 소금물을 붓고 숯이며 마른 고추를 띄워 살균합니다. 45~60일 담가놓고 햇볕을 쪼이면 콩의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돼서 곰삭은 맛을 내는 거죠.

'발효과학'이라는 말이 맞네요. 음식 하나에도 은근과 끈기가 들어 있어요.

두 사람은 '수운잡방'에 나오는 요리를 세 가지씩 시연했다. 윤 소장은 육면(肉糆)과 삼색어알탕·꿩김치를 전통 그대로 요리했고, 신씨는 퓨전 스타일로 재해석해 황탕(黃湯·노란 물 들인 밥과 갈빗살 고기 완자를 넣은 탕) 리조또와 닭고기 요리인 전계아법 스테이크, 동아정과 타르트를 만들었다. 신씨는 "한식의 뿌리를 알았으니 세계에 더 널리 알릴 수 있다는 자부심이 생긴다"고 했다.

 

 

열무김치

 (조선일보 2012.10.04 13:34)

열무김치
여름에 시원하게 먹는 열무김치입니다. 입맛없는 여름철에 입맛을 돋구어 주고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입니다. 

구입요령 : 열무는 전체적으로 색이 선명하고 여리고 마르지 않은 것으로 선택한다.
총칼로리량 : 385.81
조리인분 : 2인분
조리시간 : 40분

음식보관법 : 밀폐하여 냉장보관하도록 한다.

다이어트법 : 열무는 칼로리가 낮고 대부분 수분이여서 포만감을 준다. 또한, 칼륨이나 비타민A등이 많이 들어있어 많이 섭취해도 무방하다.

주재료 : 열무(1.2kg)
부재료 : 굵은소금(1/2컵)
양념 : 배(1/2개), 무(100g), 양파(1개), 홍고추(15개), 마늘(10쪽), 생강(1쪽), 꽃소금(2큰술), 매실청(1큰술)
찹쌀풀 : 물(2컵), 찹쌀가루(3큰술)
장식 : 홍고추(1개)

 

조리방법
1.열무는 다듬어 6cm길이로 잘라 한번 씻어 절임 소금을 뿌려 절인다. 중간에 한번 위아래를 뒤집어 주고 30분 정도 절인다.
2.물 2컵에 찹쌀가루를 풀어 풀을 쑤어 식혀 놓는다.
3.배, 양파, 무를 갈아 면보로 싸서 즙을 짜 놓는다. 짜놓은 즙에 홍고추(씨를 제거한), 마늘, 생강을 넣어 같이 갈아놓는다.
4.절인 열무는 흐르는 물에 흙과 이물질을 제거하고, 소쿠리에 받쳐 물기를 빼 놓는다.
5.찹쌀풀과 갈아 놓은 양념을 섞고 꽃소금과 매실청을 넣어 간을 한 뒤 물기를 제거한 열무를 넣어 섞어 준다.

TIP
1.열무는 줄기가 너무 두꺼운 것은 질기므로 연한 것으로 골라야 맛있다.
2.살짝 익혀 보리밥 위에 올려 비벼 먹거나. 물냉면. 비빔국수에 올려 먹으면 아주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