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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IT 첨단산업

모바일 시장, 소니가 달라졌다 (bloter.net 2013.01.22)

모바일 시장, 소니가 달라졌다

 

모바일 시장에서 최근 소니의 발걸음이 예사롭지 않다. 1월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소비자 가전쇼(이하 CES)에서 가장 주목받은 제품 중 하나가 바로 소니의 5인치 스마트폰인 엑스페리아Z와 ZL였다. 5인치 디스플레이에 1920×1080픽셀 해상도를 내는 스마트폰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소니가 만들어낸 디자인과 방수 기능을 강조해 물에 집어넣는 시연으로 일약 CES가 낳은 스타 자리를 꿰찼다.

Sony_Xperia_Z_Front_Water_P

엑스페리아Z는 그간 소니의 문제점으로 꼽혔던 이른바 ‘스펙’ 문제를 풀어냈다. 그래도 스마트폰 부품들이 워낙 상향평준화돼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5인치 풀HD 디스플레이 외에 스냅드래곤S4프로 1.5GHz, 2GB메모리, 1300만화소 카메라와 LTE를 갖추고 있다. 방수는 단순히 뿌리는 물을 막는 정도가 아니라 1m 깊이 물에서 30분 정도 견딜 수 있는 수준이다. 최근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소니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성장하며 지난해 3분기부터 세계 3위 수준으로 올라서기도 했는데, 이 제품을 통해 동남아시아와 미국 시장에서 성장을 노리고 있다.

CES 이후에도 소니의 제품 공개는 이어지고 있다. 1월21일 일본에서 10.1인치 태블릿인 ‘엑스페리아 태블릿 Z’가 공식 발표됐다. P, S, X 등의 알파벳으로 라인업을 꾸리던 소니는 올해 플래그십의 이름으로 Z를 꼽고 있다. 이 제품에도 스냅드래곤 S4프로 칩이 쓰인다.

잠깐 프로세서 이야기를 해보자. 소니는 그간 ST에릭슨의 칩을 즐겨 써 왔는데, 성능이나 최적화에 문제는 없었지만 작동 속도가 높은 칩이 발표되지 않았던 것이 약점으로 꼽혔다. 숫자 자체가 중요한 구매포인트가 되는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이는 소니에게 항상 불리한 요소로 지적됐다. ST에릭슨은 ST마이크로와 에릭슨이 합자한 회사인데 ST마이크로가 ST에릭슨의 지분을 정리했다. 자연스럽게 ST에릭슨은 모바일 프로세서 사업을 정리하는 쪽으로 가닥이 기울었다. 이후 소니는 다른 제조사의 칩을 쓸 수 있게 됐다. 당장 주력하는 제품은 현재 칩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빠른 프로세서인 퀄컴 스냅드래곤 S4프로다. 소니 역시 성능에 목말라 있었다는 증거다.

sony_xperia_tablet_z

엑스페리아 태블릿Z는 스마트폰 Z시리즈와 비슷한 분위기의 디자인을 했고 10.1인치에 1920×1200픽셀 화면을 넣었다. 무엇보다 두께가 6.9mm로 매우 얇다. 두께로 지지 않는 아이패드 미니가 7.2mm인 것을 따져보면 대략의 부피를 가늠해볼 수 있다.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방수 기능도 더했고, 퀄컴 LTE칩도 들어간다.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구글이 10.1인치에 2560×1600 해상도 제품을 399달러에 판매한 것을 따져보면 가격 책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넥서스10보다 싸게 내놓기도 쉽지 않고 499달러의 아이패드보다 비싸게 팔기도 어렵다. 엑스페리아 태블릿Z는 넥서스10 이후 처음 공개되는 고급형 안드로이드 태블릿인 만큼 넥서스를 넘을 수 있는 차별점과 적정한 가격을 제시하는 의미도 크다. 출시는 올 봄, 일본에서 우선 시작된다.

이와 함께 네트워크 스토리지도 공개됐다. 1TB 용량을 지닌 네트워크 백업 드라이브로 스마트폰에 담긴 데이터를 무선으로 백업하거나 불러올 수 있는 장치다. 애플 타입캡슐과 비슷한 장치라고 보면 된다. 특히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가져다대면 NFC로 장치를 인식해 연결과 백업을 돕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열리지 않는 동영상 파일은 스스로 변환하는 기능이 돋보인다. 무선랜을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나 캠코더와도 연동할 수 있다.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으로 하고자 했던 홈서버 역할을 이 스토리지가 물려받게 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모바일을 단순히 하나의 스마트폰, 태블릿, 디지털 카메라 등으로 나눠서 보지 않고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려는 과정으로 분석된다.

☞소니 네트워크 스토리지 데모 영상

한편 소니가 이른바 ‘패블릿’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더버지는 중국의 한 포럼에서 6.44인치에 1920×1080 해상도를 내는 디스플레이 커버 사진이 공개됐다고 전했다. 아직 프로토타입이거나 혹은 단순히 소문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올해 모바일 시장에 태블릿과 스마트폰의 경계인 6인치대 패블릿이 시험대에 오르는 데에 소니도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