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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육

교사가 수업하는 도중 뒤에서 아이들은… 충격 (조선일보 2013.01.22 05:34)

교사가 수업하는 도중 뒤에서 아이들은… 충격

의사·경찰·사회복지사 등 전문가 그룹 1000명 투입
-일진학교 102곳에 10명씩 배치
경찰이 수시로 학교주변 순찰, CCTV 설치도 대폭 늘릴 듯
열정적 교사, 새학기 우선 배정
-학교별로 다양한 맞춤 처방
중앙정부의 일괄 해결책 대신 학교·사회 힘 합쳐 찾아내도록

 

지난해 본지 취재팀이 찾아간 청주의 A중학교는 수업 중인데도 교실이 소란스러웠다. 남학생 2~3명이 친구의 휴대전화를 빼앗아서 자기네끼리 만지작거리며 킬킬거렸다. 교사가 바로 앞에서 보고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전화를 빼앗긴 학생은 주눅이 든 얼굴로 친구들을 힐끔거렸다. 교사는 "저 아이 중에 이 학교 '일진'이 있는데 '휴대전화 좀 빌려달라'고 해놓고 저렇게 애를 태우며 괴롭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교실뿐 아니었다. 학생들이 수업 중에 교사의 허락 없이 멋대로 교실 안팎을 드나들어도 교사들은 제지하지 못했다.

대전 B중학교 상황은 더했다. 이 학교는 '일진 그룹' 30여명이 학교 전체의 물을 흐렸다. 이들은 교사가 수업하고 있어도 버젓이 싸움을 하고, 학교 안에서 다른 아이들의 돈을 빼앗았다. 2011년 한 해 동안 학교폭력대책자치위가 7번 열려 모두 22건을 심의했다. 이 학교 교장은 "일진 30여명이 온 학교를 휘젓고 다니며 사고를 쳤다"고 말했다.

이번에 교육과학기술부가 '일진경보학교'로 지정한 102곳은 이런 풍경이 수시로 반복되는 학교들이다. 초등학교(5곳)와 고등학교(24곳)도 일부 있지만, 숫자로 보나 폭력의 정도로 보나 중학교가 가장 심하다. 전체 일진경보학교 열 곳 중 일곱 곳이 중학교였다(73곳·72%).

교과부는 "일진경보학교로 지정됐다고 '이 학교는 위험한 학교' '나쁜 학교'라고 낙인을 찍어선 안 된다"면서 "도움이 절실한 학교부터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어떤 해법이 효과가 있는지 데이터를 축적해 장차 한국의 학교 풍경을 바꿔놓을 예정"이라고 했다.


 

실제로 일진학교라고 학교 폭력의 양상이 다 똑같지는 않다. 일진학교가 있는 지역 중에는 교육보다 복지가 급한 가난한 동네도 있지만 교육열이 높은 동네도 있다고 한다.

교과부 관계자는 "원인이 다르면 그에 따라 나타나는 폭력의 양상도 달라진다"면서 "중앙정부가 일괄적으로 해결책을 내려보내는 대신 외부 전문가들과 일선 학교, 지역사회와 교육청이 힘을 합쳐서 맞춤형 해법을 스스로 찾아내게 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앞으로 일진경보학교 102곳에 의사·사회복지사·경찰·시민단체 관계자로 구성된 외부 전문가 1000여명을 투입해 학교 상황을 진단할 예정이다. 한 학교당 평균 전문가 10명을 투입하는 셈이다.

새 학기 정기 인사 때는 우수하고 열정적인 교사를 일진경보학교에 우선 배치해 외부 전문가들이 내놓는 해법을 3월부터 곧장 실천하기로 했다. 학교마다 폭력의 원인과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학교를 관찰하고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일진학교에는 다양한 처방이 내려진다. 교과부 관계자는 "우선 눈에 보이는 폭력이 극심한 학교는 경찰이 수시로 학교 주변을 순찰하게 하고, 학교가 유해업소에 둘러싸인 곳은 지자체와 협의해 학교 주변 업소부터 단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교 주변 CCTV 설치도 늘린다.

일부 초등학교는 학교 폭력이 심한 중학교와 가까이 있어서 '예방' 차원에서 일진경보학교에 지정됐다. 중학생 일진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을 자기네 그룹에 끌어들이는 고리를 끊어놓겠다는 것이다.

☞일진경보학교

일진(학교 폭력 조직)의 존재 가능성과 학교 폭력 발생 위험도가 현저히 높아 외부 개입을 통한 특별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교육 당국이 판단해 이번에 지정한 학교.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학교 폭력 실태 조사 결과와 각 학교 실태 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했으며, 외부 전문 조사단의 꾸준한 모니터링과 지원을 통해 개선이 이루어질 경우 심의를 거쳐 지정 해제할 수 있다.

 

 

[단독] 일진 경보학교 102곳… 초등학교도 5곳 있다

 (조선일보 2013.01.22 03:00)

 

정부가 추진 중인 학교 폭력 대책과 관련, 전국 1만1360여개 초·중·고등학교 중 102곳이 '일진(학교폭력조직)경보학교'로 지정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에는 초등학교도 5곳 포함됐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서상기(새누리당) 의원이 21일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이 102개 학교에 의사·경찰·사회복지사·시민단체 관계자 등 외부 전문가 1000여명을 곧 투입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이 학교를 밀착 관찰한 뒤 학교별 맞춤형 해법을 내놓으면 오는 3월부터 학교와 학부모, 교육청과 지역사회가 이를 실행하게 된다.

일진경보학교는 각 교육청이 지역 상황과 일선 학교의 요구 등을 종합해서 정했다. 광역단체별로 전체 학교 중 10%를 '생활지도 특별 지원 학교'로 선정한 뒤 그중에서도 특히 지원이 필요한 학교 1%를 따로 추려 일진경보학교로 지정했다. 지역별 일진경보학교는 서울 11곳, 경기 22, 부산 6, 대구 3, 인천 5, 광주 3, 대전 3, 울산 2, 세종 1, 강원 6, 충북 4, 제주 3곳 등이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일진경보학교 중에는 실제로 학교 폭력이 극심한 학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학교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가 두 차례 실태조사를 실시했을 때 유독 응답률이 낮았던 학교는 실제 상황이 어떤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일진경보학교 명단에 포함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