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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육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1부)양극화의 그늘 (1)개천에 용이 사라졌어요 (서울신문2013-01-03)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1부)양극화의 그늘 (1)개천에 용이 사라졌어요

“능력 차이보다 기회 차이 때문에 가난의 대물림 굳어진다”

 

2000년대 중반 지역균형선발(소외 지역 배려 선발)이나 기회균형선발(저소득 계층 자녀 배려 선발) 전형 등이 대입에 도입될 당시만 해도 교육계는 찬반으로 팽팽하게 나뉘었다. 시골 출신이거나 가정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수학능력시험과 내신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대학에 입학시키는 게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이유에서다.

2005년 지역균형선발을 처음 도입한 서울대도 똑같은 고민을 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제도 도입 초기만 해도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위한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성적이 일반 학생들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이들을 위한 별도의 기초교육 수강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지역균형선발과 농어촌 특별전형(오지 지역 학생 정원 외 선발) 등을 통해 입학한 학생들의 성적이 오히려 일반 학생들보다 뛰어났기 때문이다.

2005년 서울대에 지역균형선발로 입학한 학생들의 1학년 1학기 평균 학점은 3.21(4.3 만점)로 정시 일반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평균 학점(3.12)보다 3%가량 높았다. 다만 농어촌 특별전형 학생들의 평균 학점은 2.72로 일반전형 학생들보다 0.4점 낮았다. 서울대 관계자는 “농어촌 특별전형의 경우 성적보다는 사회적 배려의 성격이 더욱 강하기 때문에 첫 학기 학점이 낮게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4년간의 학업 향상은 배려 대상 학생들이 더 높게 나타났다. 농어촌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4학년 2학기 성적은 3.26으로 1학년 1학기보다 0.54점이 높았다. 일반전형 학생들은 0.27점, 특기자 전형 학생들은 0.06점이 향상되는 데 그쳤다.

특히 지역균형선발 학생의 경우 선발 지역을 서울과 광역시, 시, 군으로 세분화해 학업성취도를 분석한 결과 서울 출신 학생들의 4년 평균 학점은 3.42, 광역시 3.36, 시 3.35, 군 3.27로 나타났다. 모든 출신 단위에서 일반전형 학생(3.21)들을 앞선 것이다.

서울대는 이런 통계를 바탕으로 점차 사회적 배려 대상 계층을 위한 전형을 확대해 가고 있다. 오연천 서울대 총장도 2011년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등의 자리에서 여러 차례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위한 전형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2012학년도 전형에서도 기존에 190명이던 기회균형 특별선발을 208명으로 늘렸다. 서울대 관계자는 “특히 2009년부터 도입된 기회균형 특별선발은 잠재력을 가진 저소득층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를 입증하듯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자라나는 학생들의 성취도 격차는 능력의 차이보다는 기회의 차이에서 오는 게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부유층 자녀는 주변에서 제일 잘나간다는 영어유치원 등에서 첫 교육을 시작하지만 저소득층 아이들은 집 주변의 저렴한 유치원을 찾아 교육을 받기 시작한다. 부유층 자녀는 어려서부터 확실히 영어의 기반을 닦아 초·중·고교 과정을 이수하지만 저소득층 아이들은 부실해진 공교육으로 인해 제대로 배우지도 못한 채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이 둘은 형식적으로는 같은 교육과정을 거쳤지만 실제로 가난한 집 아이에게는 절대로 넘어설 수 없는 질적인 격차가 존재해 ‘부익부 빈익빈’을 공고하게 만든다는 게 양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여러 종류의 사회적 배려 전형이 도입되는 등 ‘교육의 사다리’가 생겨나기 시작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마저도 실효성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라면서 “상류층은 세대를 거듭해도 상류층에, 저소득층은 영원히 저소득층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양 교수는 교육과정 전반에 걸친, 체계 없이 상황에 따라 지원되는 ‘주먹구구식 지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처럼 교육과 복지를 연계해 사회복지사 등이 학생을 10여년씩 추적하며 꼭 필요한 것들을 찾아내는 ‘현미경 지원’을 해 줘야 하는데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저소득 계층 자녀에게는 연간 430만원까지 학비가 지원되는데 이는 서울 소재 사립대의 한 학기 등록금밖에 안 돼 해당 학생은 지원을 받더라도 별도의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면서 “학비뿐 아니라 기숙사비, 식비, 기초적인 생활비 등도 함께 지원해 진정한 의미의 기회 균등”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양 교수는 기회 균등의 혜택을 받은 학생들이 자신들의 성과를 후배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체계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들에게 ‘지금 받는 혜택이 그저 부모가 가난하기 때문에 당연히 받는 것’이라고 여기게 해선 안 되며 ‘언젠가는 나도 다른 이들을 위해 돌려줘야 한다’는 점을 각인시켜 사회적 배려가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자리 잡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개천에서 용나는 사회를] “교육 그늘을 벗자”… 2013년 ‘에듀혁명’ 선언

 (서울신문 2013-01-03)

저소득층·소외지방 명문대커녕 대학 진학 힘들어

 

개천에서 ‘용’이 사라진 지 오래다. 산골 오지 김씨네 막내아들의 명문대 합격 현수막도 사라졌다. 사교육으로부터 소외된 지방이나 저소득층 가정에서는 명문대는커녕 대학조차 가기 어려워졌다. 1990년대만 해도 우리는 개천에서 용이 나는 꿈을 꿨다. 아이들의 출발선이 비슷했다. 하지만 지금은 돈 많은 부모 밑에서 양질의 사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좋은 대학과 돈 많이 받는 대기업에 취직하고 그러지 못한 아이들은 대학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임시직과 비정규직이란 이름표를 달고 부모의 가난을 고스란히 물려받는다. 이런 현대판 신분 세습의 한가운데 ‘교육 양극화’가 똬리를 틀고 있다. 서울신문은 3일부터 2013년 연중 기획으로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을 연재한다. 우리 사회의 지역별, 소득별 교육 양극화를 진단해 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대학 등과 나눔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한다. 또 교육 나눔을 통해 가난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업들도 소개할 예정이다.



“지금 제가 어려운 것은 참을 수 있는데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가난이 내 다음 세대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거예요.”

올해 2년제 대학을 졸업하는 신성철(22·경기 광주)씨의 얘기다.

신씨는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편의점과 근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공사장 일용직을 하는 아버지의 벌이는 넉넉지 않았고 다리가 불편한 어머니의 병원비 또한 부족했다.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전교에서 20등 안에 들던 그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학원 버스를 타고 학원에 다니고, 일부는 개인 과외까지 받았지만 신씨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신 신씨는 선배에게서 받은 문제집을 풀고 또 풀었다.

하지만 명문대학 진학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중소도시나 농촌지역 인문계 고등학교 상위권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1년여 공장생활을 하다가 학비를 벌어 2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 졸업을 앞둔 신씨는 “모든 것을 가난 때문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제게 있어서 가난은 벗어나기 힘든 굴레인 것 같다”고 말했다.

도시와 농촌, 빈부 격차에 따른 학력 차가 확대되고 있다. 가난의 대물림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회 곳곳에서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지만 우리 사회는 이에 대한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일 서울신문과 교육전문기업인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가 공동으로 2012학년도 수학능력시험 결과를 분석한 결과 대도시 학생이 인구 3만명 미만 지역의 학생보다 최대 4배 가까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큰 도시일수록 수능 상위권에 포함된 학생들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인구 1000만명 이상 대도시에 사는 학생 중 수능 수리영역에서 1·2등급을 받은 학생의 비율은 14.8%였다. 반면 인구 3만명 미만의 시골에 사는 학생의 경우 3.8%만이 1·2등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높은 수능등급을 받은 대도시 학생들의 비율이 시골 학생들보다 3.89배나 높았다. 오성삼 건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도시와 시골 학생들의 학력 격차가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라면서 “이는 교육 양극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계층의 고착화라는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외국어와 언어영역에서 1·2등급을 받은 비율도 대도시 학생들이 각각 2.97배, 2.5배 높았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대도시는 부촌과 빈곤지역이 함께 섞여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소위 서울의 강남 8학군 지역과 시골 간의 격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면서 “서울 내에서의 지역별 격차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대학 진학률도 큰 차이를 보였다. 소득수준이 상위 10% 이내인 10분위(지난해 기준 약 900만원)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은 74.5%인 반면 가장 낮은 1분위는 33.8%에 그쳐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한 사교육 관계자는 “재수를 택하는 아이들도 대학 진학률에서 빠지기 때문에 사실상 고소득층인 소득 10분위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은 100%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1부> (2)교육이 만드는 코리아 카스트

   (서울신문 2013-01-10)

수능 고득점자, 강남이 금천구보다 9배 많다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 중 강남구에서 수학능력시험 상위권인 1, 2등급을 받은 학생의 비율이 나머지 지역보다 최대 8.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북 학군 간 학력의 차이가 확인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면서 “저소득층 가정에 대한 교육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9일 서울신문이 교육정보업체 이투스청솔과 함께 서울 지역의 2012학년도 수능 성적을 분석한 결과 강남구의 경우 외국어영역에서 1, 2등급을 받은 학생 비율이 전체의 29.3%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초구가 두 번째인 24.2%로 높았고 양천구가 18.3%로 뒤를 이었다.

반면 금천구는 3.4%의 학생만이 외국어영역에서 1, 2등급을 받아 그 비율이 서울에서 가장 낮았다. 강남구와는 무려 8.6배 차이가 났다. 중랑구도 5.4%만 1, 2등급을 받았다. 서울 지역 전체 학생 중 외국어영역에서 1, 2등급을 받은 학생은 13.9%였다. 서울 평균보다 높은 곳은 강남, 서초, 양천, 노원, 송파 등 5곳이다.

수리영역도 마찬가지였다. 강남구는 26.8%가 1, 2등급을 받았고 서초구 22.8%, 양천구 17.4%로 외국어영역과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반면 금천구와 성동구는 각각 3.9%와 6.7%만 1, 2등급을 받았다. 언어영역에서도 강남구(23%)가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고 금천구(5%)가 가장 낮았다. 평균 성적에 있어서도 강남구는 외국어영역에서 3.7등급을 받은 반면 금천구는 5.85등급으로 2등급 이상 낮았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강남, 서초, 양천 등 수능 성적이 좋은 곳이 역시 잘사는 동네였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노원구는 잘사는 지역은 아니지만 중계동 은행사거리를 중심으로 교육열이 높은 화이트칼라 중산층과 사설 학원가가 밀집돼 있어 성적이 우수했다”고 설명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표상으로는 지역적 교육 격차인 것 같지만 실상을 보면 부모의 경제력 차이가 자녀 성적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면서 “특히 화이트칼라 계층 부모들은 교육에 대한 투자가 나중에 자녀들에게 어떤 경제적 차이를 발생시키는가를 몸소 체험한 만큼 교육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그 결과 사교육의 혜택을 받은 아이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해 좋은 직장에서 더 많은 수입을 얻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3.3㎡당 아파트 가격과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소유자의 주거 현황 및 수능 성적은 정비례한다. 지난 주말을 기준으로 강남구의 3.3㎡당 아파트 평균가는 2900만원으로 가장 높은 반면 금천구는 988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또 10억원 이상 금융자산을 가진 부자의 수도 강남구가 1만 800명으로 가장 많았고 금천구는 500명으로 가장 적었다. 강남구는 1000명당 1.9명이 10억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반면 금천구는 0.2명에 그쳤다. 강남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193만원으로 서울 지역 평균인 42만원의 4.59배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관계자는 “통계야 4~5배 차이지만 실제로 고등학교 때 쓰는 돈은 10배 이상 차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런 차이는 대학 진학률로 나타난다. 2011학년도 자치구별 서울대 진학률을 살펴보면 강남구는 1만명당 173명이 서울대에 들어갔고 서초구는 150명이 진학했다. 하지만 금천구와 구로구는 1만명당 18명에 그쳤다.

김영철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교육 양극화가 심화되면 교육을 통한 사회 계층 이동이 어려워지고 결국 사회에 대한 불만이 늘어나 통합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면서 “새 정부는 교육을 통한 사회 계층 이동이 가능하도록 저소득층에 대한 교육 지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돼지엄마의 ‘콜’이 중요해… 팀 수업 받으면 SKY 문제 없거든

 (서울신문 2013-01-17)

자녀를 명문대 보내려는 강남 엄마의 극성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대치사거리의 커피숍 한쪽에 7명의 ‘엄마’들이 모였다. 사이좋게 수다를 떠는 듯하더니 이내 다이어리를 꺼내 볼펜으로 무언가를 받아적는다. 스마트폰 녹음 기능을 틀어놓는 엄마도 있다. 손이 바쁜 6명 엄마들의 시선은 가운데 앉은 한 엄마의 입에 쏠려 있다. 단호한 말투와 확신에 찬 눈빛. 이 엄마가 오늘의 주인공 ‘돼지엄마’다.

▲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무거운 가방을 등에 메고 학원으로 가고 있다.

 



돼지엄마는 대치동 학원가의 최신 정보를 꿰뚫고 있다. 스타강사가 최근 옮겨간 학원의 정보, 외고 아이들이 선호한다는 강사의 명단, 올 겨울방학 꼭 들어야 할 특강 정보까지. 새학기 고3 수험생이 되는 자녀를 둔 엄마들의 귀가 솔깃하다.

돼지엄마라는 우스꽝스러운 별명은 뚱뚱해서 붙여진 것이 아니다. 자녀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고 해서, 혹은 여러명의 엄마들을 새끼 데리고 다니듯 이끌고 다닌다고 해서 나온 강남 학원가의 은어다. 돼지엄마는 주로 10명 남짓한 학생들의 엄마들로 팀을 이뤄 유명 학원강사에게 팀 단위로 수업을 맡기거나 입시설명회를 듣는 모임을 주도한다.

정보가 많다고 해서 다 돼지엄마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돼지엄마의 제1의 조건은 자녀의 성적이다. 최소한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아야 하며 ‘스카이’(SKY·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 무난히 진학할 수 있는 성적을 유지하는 자녀만이 엄마를 돼지엄마로 만들 수 있다. 돼지엄마는 자녀에 대한 자부심이 세기로 유명한 대치동 엄마들 사이에서도 선망의 대상이다.

자녀가 방학을 하면 돼지엄마는 더 바빠진다. 방학 동안 자녀의 공부 스케줄을 짜야 하고 팀 수업을 구성해 스타강사를 초빙하는 일을 책임져야 한다. 팀 수업이란 성적대가 비슷한 학생 10명 안팎을 모아 강사를 불러 수업을 듣는 형식이다. 팀원 선발권은 전적으로 돼지엄마에게 있다. 돼지엄마가 팀 수업을 제안하기 위해 다른 학부모에게 전화를 거는 것을 강남에서는 ‘콜’이라고 한다. 방학이 시작되면 돼지엄마에게 콜을 받았는지 여부가 엄마들의 희비를 가른다. 대치동에 사는 학부모 윤모(47·여)씨는 “강남에서 공부 잘한다고 소문난 학교에서는 대개 반마다 대표엄마(돼지엄마)가 있게 마련인데 이들에게 전화 한통 못 받으면 우리 애 공부가 처지나보다 싶어 초조해진다”고 말했다.

팀 수업은 대개 섭외한 학원강사가 부르는 값을 팀원이 똑같이 분담해 이뤄진다. 한명이 빠지면 나머지 학부모들의 수업료 부담이 커져 한번 팀에 들어오면 쉽게 빠질 수도 없다. 팀 수업 강의료는 보통 4회에 300만원 정도다. 학교별, 수준별 맞춤형 수업이 가능하고 비슷한 실력의 학생들끼리 소수로 수업을 받는다는 점에서 엄마들의 선호도가 높다. 팀 수업의 강사를 섭외하고 강의시간 등을 조율하는 것이 돼지엄마의 주된 역할 중 하나다. 학원가에서 이들이 갖는 파워는 상상을 초월한다. 강사를 마음대로 바꾸는 것은 물론이고 학원의 커리큘럼에도 영향을 미친다. 학원이나 입시강사들은 ‘최상급 고객’인 돼지엄마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다. 돼지엄마들의 자녀가 명문대에 입학하는 것이 곧바로 학원의 인지도 상승과 이어지기 때문이다.

방학 중 팀 수업은 주로 특수목적고, 자율형 사립고, 국제고, 일반고의 상위권 학생들 중심으로 이뤄진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로 묶인 팀일수록, 아니면 입김이 센 돼지엄마가 이끄는 팀일수록 좋은 강사, 좋은 시간대를 선점할 수 있다. 대치동의 유명 입시 컨설턴트인 이미애 샤론코칭 앤 멘토링 대표는 “대원외고가 수요일에 학교를 일찍 마치기 때문에 대치동 유명 학원의 수·토요일 팀 수업은 이 학교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면서 “학원 전단지에 ‘수요일 마감’이라는 문구가 유독 많은 건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돼지엄마들은 사교육 열풍과 학벌 세습, 양극화 조장의 중심에 서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은 “자식의 미래를 위해 엄마가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변한다. 지난해 자녀를 서울대에 입학시킨 강남의 한 학부모는 “대표엄마의 정보력과 경제력, 그리고 높은 교육열이 사실상 자녀의 명문대 입학을 책임지는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돼지엄마의 영향력은 해마다 입시 결과로 증명되고 있다. 2012학년도 서울대 합격생 3100여명 가운데 서울 지역의 일반계 고등학교 졸업생 706명을 조사한 결과 68.3%(482명)가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와 양천구, 노원구 등 ‘사교육 특구’ 출신이었다. 이 수치는 2010학년도 53.8%, 2011학년 57% 등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다양한 전형의 수시모집과 입학사정관제 확대로 입시가 곧 정보전이 되면서 사교육과 대입 컨설팅, 각종 정보를 공유하는 돼지엄마들의 주무대인 강남 등이 더욱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돼가고 있다.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한 반 3명 방과후 학교 썰렁해… 하루 4과목 대치동만 뜨겁지

 (서울신문 2013-01-17)

사교육 1번지 강남 가보니

 

프린트물을 읽으며 위험하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학생, 걸으면서 꾸역꾸역 햄버거를 먹는 고등학생, 차를 끌고 마중나온 열혈 학부모까지.

지난 15일 찾아간 ‘사교육 1번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입시 열기는 한겨울 추위를 녹일 정도로 후끈했다. 짧아진 겨울방학과 장기간 불황이 겹치면서 사교육 시장에 칼바람이 분다는 뉴스도 있었지만 명문대 입학을 보장한다는 대치동 학원가는 여전히 활황이었다.

오후 5~6시. 짬을 내 끼니를 때우려는 학생들이 몰려나와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은 그야말로 문전성시다.

뛰어가며 햄버거를 먹는 남학생도, 컵떡볶이를 쥐고 책을 읽는 여학생도 눈에 띄었다. 정모(17)양은 컵라면에 삼각김밥을 먹으며 내내 영어 유인물만 쳐다봤다. 하얀 A4 용지에는 ‘swagger’(으스대는), ‘wizened’(쪼글쪼글한), ‘excrement’(대변·배설물) 등 어려운 단어가 빼곡했다.

허겁지겁 배를 채운 학생들은 다시 학원으로 종종걸음을 쳤다. 계단부터 교실 앞까지 이른바 ‘SKY(서울·고려·연세)대학’의 합격 명단이 촘촘히 붙어 있고, 대학배치표와 입시전형 등 관련자료도 가득했다.

학원 입구에 선 부원장은 줄지어 들어오는 학생들에게 손바닥을 내밀었고, 학생들은 군말 없이 숙제를 제출했다. 과제가 ‘출석도장’인 셈. 그렇게 들어간 교실에서 학생들은 두꺼운 교재에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으며 눈을 빛냈다.

학생들의 믿음은 절대적이었다.

문모(15)군은 “학교 선생님들은 농담 따먹기로 시간만 보내거나,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는데 자기 혼자 진도를 나간다”면서 “선생님도, 교재도, 학습 분위기도 학원이 훨씬 낫다”고 했다. 이모(18)양은 “학교수업은 너무 쉬워서 재미없고 지루하다”면서 “학원에는 공부 잘하는 애들이 많고 어려운 문제도 내줘서 자극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모(18)양도 “우리 반 애들 전부 학원에 다니는데, 학원 간다고 하면 야간 자율학습을 빼준다”면서 “국어·수학·영어·과학까지 네 과목을 듣는데 수강료는 한 달에 120만원”이라고 귀띔했다.

오후 10시엔 마중나온 학부모들로 대치동 사거리가 꽉 찼다. 도로 양쪽에 서 있는 차만 승용차 53대, 학원승합차 15대. 삼삼오오 나온 중·고생들은 익숙하게 차에 올라 대치동을 빠져나갔다. 20분도 안 돼 도로는 한산해졌다. 신모(16)양은 “엄마가 매일 와서 중1 남동생과 나를 집(서초동)까지 싣고 간다”면서 “우리 동네 학원은 내신 위주로 가르치는데 대치동은 전반적인 실력을 높여준다”고 말했다.

S학원 김모(55) 원장은 “학교 교사들은 안정 속에 안주하는 반면 대치동 학원은 학부모 반응이 즉각적이라 연구하지 않으면 바로 도태된다”면서 “교재 개발, 기출문제 분석, 교수법 등 최고의 교육을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대치동을 찾는 이유로 수준별·심화 교육, 경쟁·시험을 통한 자극, 체계적인 성적 관리 등을 꼽았다.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1부> (3)10세에 정해지는 명문대

 (서울신문 2013-01-17)

사교육 없앤다던 강북 A·B고 가보니

 

“a가 2분의√2보다 큰 상수 a에 대하여…이 문제 한 번 봐봐.”

16일 서울 종로구의 A고 2학년 8반 교실. 방학중 ‘방과후 학교’의 수학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참석 학생은 고작 3명뿐. 원래 이 수업에 등록한 학생이 20명이었으니 15%만 출석한 셈이다. 결석률이 무려 85%. 다른 반도 사정은 거의 같았다. 국어 수업을 하고 있는 2학년 2반과 3반도 학생이 각각 5명에 불과했다. 이날 수업에 나온 예비 고3 이모(18)양은 “방학 때 늦잠 잘까 봐 방과후 학교를 등록하기는 했는데 과외도 따로 하는 중”이라면서 “주변 친구들을 봐도 70% 정도가 학교 수업과 상관없이 학원을 다닌다”고 말했다.

▲ 16일 오후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방과후 수업에 참석한 학생들이 책상 위에 엎드려 잠을 자고 있다. 방과후 학교는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목표로 운영되고 있지만 정작 학생들은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2006년부터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방과후 학교가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목표와 달리 학생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직접 방문 취재를 한 학교 3곳 모두에서 사교육 없이 방과후 학교에만 몰두하는 학생은 찾기 힘들었다. 서울 중랑구 B고는 종로구의 학교보다는 사정이 나았지만 대부분 결석률이 30%를 웃돌았다. 한 교사는 “신청자들조차 결석해도 불이익이 없으니 ‘아프다’, ‘겨울이라 춥다’는 등 변명을 대고 많이 빠진다”면서 “그런 학생들도 인근 중계동에 있는 대형 학원은 빠지지 않고 간다”고 말했다.

이렇게 방과후 학교가 외면받는 것은 단적으로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방과후 학교가 학업실력 향상에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에 고등학생들은 65.6점(100점 만점)을 줬다. 중랑구 B고 홍모(18)군은 “학교 수업이 학원 진도를 못 따라가다 보니 만족도가 떨어진다”면서 “올 6월 모의고사 수학 범위에 기하와 벡터가 들어가는데 적분과 통계를 배우는 현재 진도를 보면 손도 못 대게 생겼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강모(18)양은 “고등학교 1·2학년 때는 정말 방과후 학교랑 야간자율학습만 했었다”면서 “선생님들이 열의가 없고 교재 선택도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해 지금은 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당연히 학생들의 참석 열기도 높지 않다. 지난해 서울시의 경우 1230개 초·중·고교 모두 방과후 학교를 운용하고 있었으나 학생 참석률은 55.4%에 그쳤다. 특히 중학교의 경우 46.5%를 기록, 가장 참석률이 낮았다.

이에 대해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방과후 학교 수업이 이전에 배운 내용을 단순히 보충하는 식이다 보니 학부모나 학생들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학원을 찾고 있다”면서 “우수 강사 확보나 선생님들의 독창적 교수법 개발 등 공교육이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7배 더 높은 강남구의 서울대 진학률 왜

 (서울신문 2013-01-17)

중계동이 국·영·수 학원 수업 때 대치동은 150만~300만원 과외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양천구, 노원구 등 소위 강남권과 학군지역으로 분류되는 지역의 학생들이 서울대에 가는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최대 7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서울신문이 교육정보업체 이투스청솔과 함께 2009~2011년 서울대에 입학한 학생들의 출신학교를 지역별로 분석한 결과 강남구 고등학교 출신 학생의 3.60%(477명)가 서울대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구가 3.12%(244명)로 두 번째로 높았고 강동구(1.91%)와 송파구(1.64%)가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화이트칼라 중산층이 밀집한 또 다른 학군 지역인 양천구(1.49%), 노원구(1.40%)는 비교적 서울대 진학률이 낮았다. 금천구와 중랑구는 0.52%와 0.64%로 최하위권에 속했다.

강남구의 서울대 진학률이 다른 학군지역에 비해 높은 것은 성적 최상위권 학생의 비율이 강남지역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2012학년도 수능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들의 비율을 살펴 보면 강남구는 외국어영역 1등급 비율이 18.2%로 양천구(9.8%)와 노원구(7.5%)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화이트칼라 중산층 밀집지역인 양천과 노원의 경우 상위권 학생은 많지만 서울대를 갈 정도의 최상위권 학생의 비율은 강남과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중산층 가정도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명문대를 보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외국어고와 과학고 등 특목고를 포함시키면 차이는 더욱 커진다. 2009~2011년까지 서울대에 50명 이상 진학한 고등학교 23곳 중 21곳이 과학고와 외국어고 등 특목고였다. 나머지 두 곳도 2010년과 2011년 자율형 사립고등학교로 전환한 지역의 비평준화 지역 고등학교와 강남의 명문고였다. 한 사교육 관계자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모들의 경우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입시준비를 시킨다”면서 “특목고 학생의 절반가량은 강남과 서초, 송파, 양천 출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학교알리미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지역 특목고 진학생 3427명 중 1554명(45.3%)이 강남과 서초, 송파, 양천, 노원, 도봉 등 6개 자치구에서 나왔다.

전문가들은 서울대 입시 결과는 사교육에 대한 투자와 정비례한다고 입을 모은다. 학원수나 통계상으로 드러나는 사교육비가 비슷하게 보이더라도 실제 투자되는 사교육비 등에 있어서는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심지어 서울의 중산층 가정도 강남구와 서초구 등 부촌지역의 사교육을 따라가기는 힘든 상황이다. 강남 대치동의 국어전문학원 원장 A씨는 “중계동 학생들이 학원에서 국·영·수 수업을 듣는 것이 기본이라면 강남의 상위권 학생들은 과목당 150만~300만원 하는 그룹 과외를 받는 것이 기본”이라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적지 않은 중산층 자녀들이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바라는 마음에 무리해서 사교육을 시키고 강남으로 이주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하지만 결국 절대적인 경제적 격차로 인해 이런 욕구가 상당 부분 좌절되는데 이는 교육제도는 물론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SKY大 가려면 2000만원 컨설팅 예사

 (서울신문 2013-01-17)

대입전형 3200개 수능·학생부·논술·면접 반영 비율 제각각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학원 강사로 활동하던 A(36)씨는 몇 년 전부터 ‘입학사정관제 전문 컨설팅’으로 업종을 바꿔 큰 성공을 거뒀다. 소위 ‘SKY대’(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 진학하려는 수험생 한 명당 2000만원을 받고 입시를 마칠 때까지 학생의 모든 업무를 책임져 준다. 자신의 손을 거쳐 대학에 합격한 학생의 부모에게는 “입소문을 내 주면 받은 돈의 일부를 돌려주겠다”고 약속해 수험생을 모은다. A씨는 최근 서울의 한 대학이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지원한 학생의 90% 정도가 사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밝힌 데 대해 “컨설팅 등 사교육의 도움을 받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수험생이 몇이나 되겠느냐”면서 “입학사정관들을 완벽히 속일 수 있을 만큼 철저하게 반복해 준비시키되 ‘프로’의 냄새는 나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수험생과 학부모는 물론 일선 교사들조차도 숙지하기 힘든 대학입시 제도가 사교육 기관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교육과학기술부 등에 따르면 203개 4년제 대학이 발표한 2013학년도 수시모집 전형의 유형은 3200여개로, 대학 한 곳당 평균 16가지 전형방식을 마련해 신입생을 선발했다.

대학마다 학생부와 논술, 면접, 수능 등의 반영 비율이 제각각이고 입학사정관제의 경우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경력 서류 등을 수험생들이 알아서 준비해야 한다. 별도의 입시컨설팅 없이는 입학 전형에 응시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수백만원에 이르는 거액을 지불하고 전문 업체에 자녀의 입시를 맡기고 있다. 실제 강남의 한 유명 컨설팅 업체의 경우 ▲모의고사 성적 분석 ▲학생부 성적 분석 ▲동기부여 ▲학습계획표 설정 ▲학습전략 수립 ▲자기소개서 점검 및 방향제시 등 서비스 제공을 대가로 수험생 한 명당 200만원을 받고 있다. 이것만으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모들은 거액을 들여 A씨와 같은 1대1 전문 강사를 소개받기도 한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상당수 업체들은 학원비 상한 등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학원으로 등록하지 않고 활동한다”며 현 입시컨설팅 시장의 문제점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