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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육

[단독]“선택형 수능 도입땐 대혼란… 유보해야” (동아일보 2013-01-11 09:45:52)

[단독]“선택형 수능 도입땐 대혼란… 유보해야”

9개大 입학처장들 성명… 진학교사들도 “변경 건의”
올해 고3부터 쉬운 A형 - 어려운 B형 중 택일 “시험 신뢰도 떨어져… 학생 상대로 실험 안돼”

고려대 연세대를 비롯한 서울 주요 대학의 입학처장들이 올해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선택형으로 바꾸는 정부 정책을 유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일선 고교의 진학지도 교사들도 선택형 수능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달라는 뜻을 새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 고교 3학년이 치르는 2014학년도부터 수능 문제를 쉬운 수준의 A형, 지금과 비슷한 B형으로 나눠 수험생이 고르는 식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입학처장들은 10일 ‘선택형 수능시험에 대한 서울지역 9개 대학 입학처장 의견’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새 방식의 수능을 유보하라고 촉구했다. 성명서에는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한양대가 참여했다.



이들은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당장 2014학년도에 실시하려는 선택형 수능은 수험생, 교사, 대학 당국에 상당한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며 “학생이 교육 실험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되새기면서 선택형 수능 실시를 유보하고 향후 수험생, 교사, 학부모, 대학의 의견을 수렴해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이욱연 서강대 입학처장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건의하는 방법도 논의했지만 정치적으로 보일까 봐 사회적 공론화를 촉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선 고교 진학지도 교사의 모임인 전국진학지도교사협의회도 선택형 수능을 철회하거나 시간을 두고 재검토해 달라는 의견을 모아 인수위 또는 차기 정부에 전달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중이다. 이성권 협의회장은 “선택형 수능이 시험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모두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면서 “2013학년도 수능으로 돌아가는 것이 오히려 현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아 중지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선택형 수능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동아일보가 최근 전국 대학 입학처장 12명과 고교 진학담당교사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및 인터뷰에서도 확인됐다. 선택형 수능의 취지가 현장에 잘 반영된다는 입학처장은 한 명도 없었고, 진학담당교사도 20%에 그쳤다. 또 올해 당장 선택형 수능을 철회하거나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응답한 입학처장은 67%, 진학교사는 80%였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2011년 1월 선택형 수능이 예고된 이후 모두 이를 믿고 준비했는데 갑자기 변경하면 혼란이 예상된다”며 입학처장들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진학지도 베테랑 교사 5명이 말하는 선택형 수능 문제점

 (동아일보 2013-01-12 03:00:00)

베테랑 진학지도 교사들은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올해 선택형 수능을 강행하는 것은 정부가 공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왼쪽부터 김혜남 교사, 임병욱 교감, 이성권 교사, 주석훈 전경렬 교감

 

“예비 고3 학생들은 모의평가 기회가 겨우 두 번(6, 9월)뿐이에요. 그런데 6월 모의평가에서는 영어 듣기평가도 못 치르게 생겼어요. 왜 그런 줄 아세요?”

진학지도 교사들의 목소리는 계속 높아졌다. 고교 현장에서 느끼는 선택형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문제점을 교육당국이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말이었다.

영어 듣기평가가 어려운 이유는 같은 날(6월 5일)에 고3은 모의평가를 고1, 2는 학력평가를 치르기 때문이다. A, B형 모의평가를 1∼3학년이 모두 치르려면 영어 듣기평가를 6종류나 틀어줘야 한다. 시험시간에 이렇게 할 수 있는 고교는 없다.



주석훈 인천하늘고 교감은 “매년 다른 날 치르던 시험을 올해는 하필 같은 날 잡아놓은 건 그만큼 학교에 관심이 없다는 뜻”이라며 “듣기 비중은 잔뜩 올려놓고 평가는 못하게 해놓다니…”라고 한숨을 쉬었다.

주 교감과 전경렬 서울 상일여고 교감, 임병욱 인창고 교감, 김혜남 문일고 교사, 이성권 대진고 교사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 모였다. 서울진학지도교사협의회 임원들이다. 진학지도 경력이 10년 이상인 베테랑이지만 어느 해보다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들은 선택형 수능이 시기상조인 이유를 조목조목 짚었다. 예를 들어 인문계 고3 시간표에 국어 B형과 영어 B형 과목을 다 넣으면 수업시수가 부족해 수학을 빼야 하는 것을 정책 당국자들이 아느냐고 지적했다.

이 교사는 “지난해 5월 치른 고2 예비평가 결과 우리 학교 국어 A형에서 만점자가 8%나 쏟아졌다”라며 “정부는 예비평가 결과를 비밀로 해놓고 이런 문제를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쉬운 수능’을 내세우며 제시한 영역별 만점자 비율은 1%다.

전 교감은 “국어교사들이 A, B형 문제를 보더니 차이를 모르겠다고 하더라. 오죽하면 서울 강동·송파 교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국어, 영어 모두 B형으로 가르치자는 말이 나왔겠냐”고 소개했다.

김 교사는 “국어 A형은 응시인원이 적어 1등급 경쟁이 치열하다. 언어영역에서 1등급 받던 자연계 상위권 학생이 문법학원에 다니고 국어Ⅱ 과목까지 공부한다. 영어도 A형 듣기평가가 토익에서 가져온 단문 형태라서 오히려 암기할 내용이 많아졌다”며 학습부담을 줄인다며 도입하는 A형이 효과가 없다고 분석했다.

참석자 중 4명은 선택형 수능의 올해 시행방안을 유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교감은 “아직 시행하지 않은 시험을 미루는 건 학생들에게 불리하지 않다. 오히려 고교 교육과 수능의 괴리가 너무 커서 종전으로 돌아가는 게 신뢰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임 교감은 “선택형 수능의 대원칙과 취지에 공감한다. 지난해 실시한 예비평가 성적과 출제 방향 등 기본적인 정보를 빨리 제시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다른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