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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과천풍향계] 아이패드·야전침대 챙기는 이유 (조선일보 2012.11.18 15:20)

[과천풍향계] 아이패드·야전침대 챙기는 이유

 

과천 공무원들이 요즘 앞다퉈 사는 물건이 두 개 있습니다. 아이패드 등 태블릿PC와 야전침대라고 하는데요. 월급을 털어서까지 사비(私費)로 이 두 가지 물건을 사는 이유는 보름 앞으로 다가온 세종시 이전 때문입니다.

태블릿PC는 서울과 세종시를 왔다 갔다 할 때 필요하다고 합니다. 다음 달 20일까지 기획재정부와 농림수산식품부 공무원들이 모두 세종시로 옮겨도 주요 부처 장관들이 참석하는 중요한 회의들은 앞으로도 서울 정부 중앙청사에서 열릴 것이라는 예상이 다소 우세합니다. 이런 회의에는 담당 공무원들도 같이 참석해야 하는데, 세종시와 서울을 오가는 이동시간을 마냥 낭비할 수 없어 버스나 기차 안에서 ‘두꺼운 자료’들을 읽기 위해 아이패드 갤럭시탭 등 태블릿PC를 사는 것이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합니다.

야전 침대는 지난해 12월 김정일 사망 당시 ‘24시간 비상 근무체제’를 가동할 때 국제금융국 등 일부 부서에서만 쓰였는데 최근 몇몇 사무실에 다시 등장했습니다. 지금은 세종시에 미리 이사를 한 공무원들이 세종시로 가는 셔틀버스를 놓쳤을 때 울며 겨자 먹기로 사무실에서 잠을 자기 위해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세종시로 옮겨 갔을 땐 반대로 서울 가는 버스를 놓친 공무원들을 위해 쓰일 예정이라는군요.

본격적인 세종시 이전이 보름 남짓밖에 남지 않았지만 공무원들은 여전히 세종시 이전 준비를 이처럼 ‘임시방편’으로 때울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상당수 공무원은 아직 세종시 근처에 집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 공무원은 “아직 국회 업무가 많이 남아있어 서울에서 할 일이 많을 것 같아 세종시 근처에 집을 구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합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아직 세종시 기반시설이 너무 열악하고 두 집 살림을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내년 중순까지 세종시 출퇴근을 시도해 보겠다”고 토로합니다.

특히 국회 관계자들과 같이 해야 할 일이 많은 세제실 공무원이나 예산실 공무원들은 아예 서울에 따로 임시 사무공간을 만들 계획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 공무원은 “세종시와 수도권을 왔다갔다하는 이동 시간이 6시간이 넘어 세종시에는 가벼운 짐만 옮겨두고 다시 짐을 싸서 서울로 올라와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푹 내쉽니다.

시나리오를 짜고 위기대응 대책을 만드는 데 도가 튼 공무원들이지만 세종시 이전 문제 만큼은 갈팡질팡하는 모습입니다. 한 고위 공무원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나도 모르겠다”고 언성을 높입니다. 세종시 이전에 따른 공무원들의 불만이 다음 정권 초반부터 행정 공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