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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찌질할 순 없다…말년병장 ‘포복절도’ 군생활기 (한겨레 2012.11.13 19:57)

이보다 찌질할 순 없다…말년병장 ‘포복절도’ 군생활기

 

민진기(32)피디, 최종훈(33)

롤러코스터2 ‘푸른 거탑’

온갖 요령에 꾀병 부리는 고참
어리바리한 졸병들과 좌충우돌
“제 전두엽에 이상이…” 폭소유발

 

“말년에 유격이라니!”

분명 웃기는 얼굴인데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말년 병장의 목표는 감기에 걸려 병사들이 가장 두려워한다는 유격훈련을 면제받는 것이다. 얼음물에 몸을 담근 채 아이스크림을 몇 개씩 삼키면서 후임병들에게 외친다. “전두엽이 마비될 때까지 아이스크림을 몸에 비벼라.”

일요일 밤 11시에 방송되는 <티브이엔>(tvN) <롤러코스터2>의 ‘푸른 거탑’ 속 말년 병장의 꾀병은 이런 식이다. 핑계의 상당수는 대뇌의 전두엽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민진기(32·사진 왼쪽) 피디는 “군대 이야기에 <하얀 거탑>이란 메디컬 드라마에서 풍기는 진지함을 더했다는 의미”에서 이 코너를 “군디컬(군대 + 메디컬) 드라마”로 부른다고 했다. 최근 서울 상암동 씨제이이앤엠(CJ E&M) 사옥에서 ‘푸른 거탑’의 민 피디와 말년 병장 역 최종훈(33·오른쪽)을 만났다.

“만성복통으로 인해 위 점막이….” 최종훈은 코미디 속 말년 병장의 말투를 써가며 캐릭터를 소개했다. 의뭉스러움과 천진난만함이 함께 묻어나는 그의 표정 연기는 ‘푸른 거탑’의 핵심 인기 요소다. 개그맨 정준하의 매니저 출신인 그는 정준하보다 웃긴다는 말까지 듣는다.

군대를 소재로 한 코미디는 1980년대 <유머 1번지>의 ‘동작 그만’으로 정점을 찍은 뒤 철 지난 느낌까지 있지만 ‘푸른 거탑’으로 되살아났다. 민 피디는 “군대에는 ‘뽀글이’(봉지에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라면) 같은 ‘찌질함’이 있잖냐”며, 군대는 시트콤 형식에 긴요하다는 페이소스(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표현 방식)를 쓰는 데 좋은 소재라고 말했다. 최종훈이 연기하는 말년 병장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데다 험난한 시기를 헤쳐가는 데 필요한 모든 요령을 터득한 듯하지만, 결국 거대한 강압적 시스템 아래에서는 무기력하다. 지배자처럼 굴던 그는 제 꾀에 제가 넘어가면서 포복절도할 웃음을 선사한다.

제작진은 현실감을 더하려는 노력도 한다. 민 피디는 “배우들한테는 미안하지만, 군장도 진짜 사병이 실제와 똑같이 30㎏ 무게가 나가도록 싼다”고 말했다. 이를 듣던 최종훈은 “왜 텐트까지 넣냐. 그것 메면 어깨가 휙 늘어진다”고 따졌다. 작가도, 배우도 거의 모두 군대를 다녀왔다. 최종훈은 의무경찰 출신이다. 다만 군대 문화에 익숙지 않은 “진짜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신병 역은 군 면제자인 이용주에게 맡겼다.

사병 계급의 역학관계를 통해 계급사회의 축소판을 보여주는 ‘푸른 거탑’은 여성들에게도 쉽게 웃음을 준다. 여성들도 공감하도록 첫 편집은 여성 피디에게 맡긴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