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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서울대 나왔는데 왜 이렇게 못살아?" 8세 아들 말에 경악 (조선일보 2012.11.06 03:08)

"아빠는 서울대 나왔는데 왜 이렇게 못살아?" 8세 아들 말에 경악

[앵그리 397세대] [중] 생활 속에서 체득한 '생계형 진보'
자력으론 내집 마련 어려워 전세금도 계속 치솟아 대출금 갚느라고 허덕여
"부모·자녀·노후 모두 챙기는 3중 부양 마지막 세대일 것"
30대에 벤처 붐 40대와 달리 지금 30대는 성공신화도 적어

 

"아빠는 서울대 나왔는데 왜 이렇게 못살아?"

대기업 과장으로 일하는 김민재(가명·39)씨는 어느 날 아들(8)에게서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아들의 비교 대상은 김씨의 형이었다. 40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김 씨의 형은 서울에 있는 사립대를 나와 중견기업에 들어갔다. 1990년대 중반에 서울 강남에 중대형 아파트를 마련했고, 지금은 임원 승진을 앞두고 있으면서 많은 연봉도 받고 있다.

김씨는 동기 중에서 승진이 가장 빠른 편이고 연봉도 적지 않지만, 형처럼 풍족하게 살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다. 특히 그가 어려서부터 중산층의 상징이라고 여겨 온 '중대형 강남 아파트'를 마련하는 것은 이미 포기했고, 오히려 무섭게 뛰는 전세금에 허덕이고 있다. 부모 도움 없이 연애결혼한 그는 서울 강남 개포동에서 2억6000만원짜리 전세를 살고 있는데, 보증금 중 절반이 빚이다. 내년 초 추가로 5000만원 빚을 내야 할지 모른다. 최근 전세금이 3억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김씨는 "어려서는 항상 형을 주눅 들게 했었는데, 지금은 사회 진출이 7~8년 정도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생활수준에서 너무 큰 차이가 난다"며 "아들에게서 이런 얘기까지 듣고 나니 괜히 사회가 원망스럽다"고 토로했다.

물론 397세대 가운데 김씨는 사정이 아주 좋은 편에 속한다. 2000년대 초반을 전후해 사회에 진출한 397세대 가운데 상당수가 무섭게 치고 올라가는 집값 때문에 집을 마련하지 못했다. 최근엔 전세금이 크게 올라 많은 이가 '렌트푸어(rent poor·치솟는 전세금 때문에 빚더미에 올라앉은 사람)'로 전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397세대를 두고 "부모 도움 없이 중산층에 진입할 수 없게 된 첫 세대"라고 평가한다.

◇자력으로 중산층 진입 불가 첫 세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튼튼한 직장만 있으면 자력으로 서울에 아파트를 마련하는 것이 가능했다. 2002년의 서울지역 전용면적 59㎡형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1억8849만원으로, 당시 30대의 평균 연봉인 3000만원의 6배 수준이었다. 그러나 현재 같은 크기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3억4337만원이며 현재 30대의 평균 연봉인 4500만원의 8배에 육박한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30대들은 그의 부모들이 내 집을 마련하는 과정을 보면서 그럴듯한 자기 집을 그럴듯한 곳에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현실은 이들의 눈높이를 맞춰주지 못해 절망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통계청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30대의 순자산(자산에서 부채를 뺀 것) 증가율은 2.6%로, 전 연령층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대 6.2%와 50대 8.3%에 훨씬 못 미치고, 4%대인 40대와 60세 이상보다도 낮다. 통계청 관계자는 "다른 세대보다 30대들이 전세금 대출에 큰 고통을 받고 있다"며 "이 같은 부담 때문에 자산 축적도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486세대 중에는 자수성가해 30대부터 큰 기업을 일군 사례가 많다. 대선에 참가한 안철수 후보를 비롯해, NC소프트의 김택진, 네오위즈의 나성균, 넥슨의 김정주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30대 가운데는 이 같은 성공 신화를 찾기 어렵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경제구조가 안정화되면서 젊은이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많이 없어져 버렸다"고 말했다.

◇미래인식 가장 비관적인 세대

이 같은 현실로 인해 397세대들은 매우 비관적이다. 제일기획이 지난해 성인남녀 3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라이프스타일 조사'에 따르면, '성실히 돈을 모아도 원하는 삶을 살 수 없다'는 항목에 30대는 59%가 '그렇다'고 답했다. 40~50대는 물론 20대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397세대들은 스스로를 '3중 부양 세대'라고 표현한다. 자신의 노후 대비를 하면서 부모를 모시고 자녀도 길러야 한다는 의미이다. 주부 김신정(가명ㆍ36)씨는 "아마 우리 세대가 부모와 자녀를 모두 돌보는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라며 "윗세대처럼 내 노후를 자녀에게 기댄다는 것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모두를 돌봐야 하는 현실이 버겁다"고 말했다.

박정현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30대는 자녀 교육이나 부모 봉양 등 각종 가정 문제에 사회 공동 책임을 강조하는 의식을 갖고 있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문제를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생계형 진보'라는 설명이다. 요즘 정치권에서 앞다퉈 '무상 보육·양육'을 강조하는 것은, 이번 대선의 향방을 좌우할 397세대의 표심을 읽은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397세대

30대이면서 90년대 학번인 70년대생. 810만명가량으로 40대(850만명) 다음으로 인구 비중이 높다. 서태지·HOT로 시작한 아이돌 문화의 첫 소비 세대이고, 경제적으로는 유통시장 최대 소비 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20대엔 'IMF', 30대엔 거품붕괴… '앵그리 397' 최대 反與세대로

 (조선일보 2012.11.05 19:46)

[앵그리 397세대] [상] 경제적 피해의식이 집단 분노 불러
IMF 이후 취업문 좁아지며 취업대란 첫 희생양 된 세대
겨우 내집 마련했지만 상투… 4가구 중 1가구 하우스푸어 미래에 대한 전망도 비관적
20대보다 현실에 대한 불만 커… 선거마다 野에 표 쏠림 현상

 

올해 대선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30대의 투표 성향이다. 이른바 '397세대(30대, 1990년대 학번, 1970년대생)'는 최근 선거에서 과거 30대보다 훨씬 강한 야권 지지 성향을 보이고 있다. 2002년, 2007년 두 대선에선 20대의 야권 지지 성향이 30대보다 강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총선과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는 30대가 20대보다 훨씬 강한 야권 지지 성향을 드러냈다(그래픽 참조). 이 추세대로라면 이번 대선에선 397세대가 20대를 누르고 가장 야성이 강한 세대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여론조사 기관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지금 30대는 연령에 따른 보수화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 세대"라며 "대한민국 역대 30대 중 가장 진보적"이라고 말했다.

보릿고개를 경험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풍족한 성장 과정을 거쳤으며, 386세대와 달리 대학 시절 체계적인 운동권 학습도 받지 않은 이들이 진보 성향으로 기운 까닭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그 답을 경제적 원인에서 찾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동열 연구위원은 "397세대는 20대 때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30대 들어서는 부동산 거품 붕괴를 겪었다"며 "본인들의 잘못이 없는데도 집단적으로 경제적 불이익을 당한 경험이 지금 30대를 기성세대에 반하는 앵그리(angry·분노) 세대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①IMF 겪으며 취업 대란에 내몰려

중소 전자 업체 차장으로 일하는 김민재(39·가명)씨는 지금까지 직장을 여섯 차례 옮겼다. 그는 지난 1997년 대기업에 공채로 합격했지만, IMF 외환 위기가 터지면서 합격이 취소됐다. 이듬해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뚫고 대기업 무역회사에 취업했지만, 2년도 못 돼 회사가 부도나면서 실직을 겪었다. 셋째 직장은 의료 기기를 만드는 벤처기업이었지만, 이 회사도 몇 년 못 버티고 망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397세대는 성인이 되고 나서 한국 경제 고도성장의 혜택을 못 누린 첫 세대로 평가된다. 고난의 시작은 1997년 외환 위기였다. 고도성장기에 매년 40만~50만개씩 늘어나던 일자리가 1998년엔 기업의 대량 도산과 구조조정으로 오히려 127만개 줄었다. 김인준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학생운동이 활발했던 1970~1980년대와 달리 1990년대 학번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공부를 열심히 했던 대학생들"이라며 "하지만 IMF 이후 대기업 구조조정으로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노력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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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서른 넘어선 부동산 거품의 희생양

교사 김형성(37·가명)씨는 서울 마포에 시가 4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다. 그는 세계 금융 위기 영향으로 집값이 크게 떨어졌던 2009년 중반에 현재 집을 구입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집값이 떨어져 지금은 살 때보다 오히려 6000만원 정도 떨어진 상태다.

397세대엔 이런 사례가 흔한 일이다. 이들이 사회에 진출해 어느 정도 기반이 잡혀 결혼하고 내 집을 마련한 2000년대 중반은 집값이 상투였다. 통계청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말 현재 하우스푸어(대출을 받아 무리하게 집을 산 뒤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138만6000가구 가운데 30대가 44만4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30대는 집이 있는 4가구 중 1가구가 하우스푸어인 셈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30대는 소득이 중장년층처럼 많지 않아 이자를 갚을 여력도 떨어진다"며 "빚의 굴레가 평생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박정현 연구위원은 "아직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한 30대도 부모 도움 없이 자기 소득만 갖고 서울의 아파트를 사기가 거의 불가능해졌다"면서 "397세대는 자력으론 중산층 진입을 기대할 수 없는 첫 세대"라고 말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부터 큰 좌절을 겪은 397세대는 미래에 대한 전망도 가장 비관적이다. 지난 6월 삼성경제연구소의 '가계복지 욕구 및 우선순위 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소득수준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해서 국민기초생활수급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한 30대가 26%로, 40대(21%)나 20대(20%) 등 모든 연령층 중 가장 높았다.

☞397세대

30대이면서 90년대 학번인 70년대생. 810만명가량으로 40대(850만명) 다음으로 인구 비중이 높다. 서태지·HOT로 시작한 아이돌 문화의 첫 소비 세대이고, 경제적으로는 유통시장 최대 소비 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