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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IT 첨단산업

일체형 배터리, 스마트폰에 약인가 독인가 (블로터넷 2012.09.23)

일체형 배터리, 스마트폰에 약인가 독인가

 

스마트폰을 고르는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배터리다. ‘얼마나 오래 쓰느냐’인데 이는 곧 바꿔 끼울 수 있는 배터리와 연결된다. 그 반면 직접 갈아끼울 수 없는 일체형 배터리는 ‘단점’으로 연결되는 것이 시장의 분위기다. 일체형 배터리는 과연 디자인을 택하고 마셔야 하는 독주인가.

LG전자가 최근 발표한 옵티머스G 역시 일체형 배터리를 쓴다. 국내 기업으로서는 다소 의외다. LG전자 박종석 본부장은 “내장형 배터리를 두고 내부에서 큰 고민을 했다”라고 말했다. 일체형 배터리를 두고 어떤 것을 얻고, 어떤 것을 희생해야 하는지를 고민해 판단을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유난히 배터리 교체에 대한 요구가 강하다.

그러고 보니 배터리를 바꿀 수 있는 스마트폰을 만드는 기업은 삼성과 팬택 등 국내 기업들이다. 애플의 아이폰은 말할 것도 없고 HTC의 윈도우폰8X, 소니의 엑스페리아P와 S, 모토로라 레이저 등 대부분의 스마트폰들이 배터리를 따로 분리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일체형 배터리의 가장 큰 강점은 디자인이다. 더 얇게 만들 수 있고 스마트폰을 열지 않아도 된다. 배터리를 일체형으로 넣어버리면 전면 패널 외에 나머지를 알루미늄 등으로 이음매 없이 하나의 부품으로 만드는 유니바디 설계도 할 수 있다.

물론 얇게 만드는 것은 여러가지 기술력으로 해결할 수는 있다. 갤럭시S3은 배터리를 교체하면서 만들 수 있는 스마트폰 기술의 정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뒷면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재질에 한계가 있다. 갤럭시S3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만 기술력이 떨어지면 커버에 유격이 생기거나 마감 품질에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외부에서 종일 스마트폰을 쓰는 이들로서는 배터리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이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스마트폰은 쉴 새 없는 통신과 널찍한 터치스크린으로 인해 배터리를 빨리 소모할 수밖에 없다. 일체형 배터리를 쓰는 단말기들의 필수 요소는 저전력이다. 전력을 덜 쓰면 된다. 업계도 이런 요구에 맞추기 위해 노력중이다. 전체 배터리 이용의 절반을 차지하는 디스플레이의 전력 소모가 계속 낮아지고, 멀티코어 프로세서들도 각각의 작동 속도를 따로 조절할 수 있는 비동기식으로 흐름이 이어진다. 스스로 전기를 조절해서 쓰는 갖가지 에코 기술들도 각 제조사들의 경쟁력이다.

요즘 스마트폰의 배터리 이용 시간은 꽤 길어졌다. 옵티머스G도 정확히 어느 정도 오래 쓸 수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배터리 이용 시간에 꽤 자신감을 비친 바 있다. 아이폰5는 배터리 이용시간을 통화가 아니라 인터넷 이용시간으로 표기하고 LTE에서 8시간, 무선랜 환경에서 10시간 동안 계속해서 쓸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정도면 충분한 성능이다.

또 한 가지 필요 요소는 빠른 충전이다. 최근에 리뷰했던 소니의 엑스페리아P는 일체형 배터리를 갖고 있지만 완전히 방전된 상태에서 1시간이면 70~80%까지 충전한다. 잠깐잠깐 연결해서 충전해도 되고 PC와 연결해 사진이나 음악 등을 옮기는 도중에도 충전된다. 한 번 충전하면 하루 종일 쓰는 데 별로 문제가 없다. 오히려 배터리 교체형 제품들의 충전 속도는 대체로 느린 편이다. 저마다 다르지만 3~4시간씩 걸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체형 배터리는 스마트폰을 오래 쓰려는 입장에서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배터리를 직접 교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 이런 경우에는 제조사에서 배터리 교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배터리 셀만 바꿔주기도 하고 애플처럼 리퍼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따지고 보면 추가로 배터리 1개 더 가지고 다니는 것이나 급할 때 쓸 휴대용 충전기나 짐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이왕이면 갈아끼울 수 있는 것이 편리하기는 하지만, 배터리를 바꾸지 못한다고 해서 무턱대고 제품의 가치를 낮게 보거나 지레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