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결혼·출산 끝냈더니 `불혹`…"여보, 나 이제 퇴직이야"
20대 취업자수 20년새 25%나 줄어들어…초혼연령도 늦어져 男 31.9세 女 29.1세
부모세대보다 팍팍한 삶 `에코세대` 등장
◆ 워밍업 소사이어티 (上) ◆내년 봄 결혼을 준비 중인 올해 서른일곱 살 임 모씨.
예정대로 결혼을 하더라도 남성 평균 결혼 연령(지난해 기준)인 31.9세에 비해 한참 늦었다. 대학 졸업과 취업, 이성 만남에서 조금씩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서른일곱 살이 돼서야 결혼을 생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20세 때 수도권 대학 화학과에 들어간 임씨는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아 자퇴했다. 이후 공군으로 군대를 마치고 난 뒤에야 서울 H대학 물리학과에 입학했다. 4학년이 되면서 취업 준비를 하기 시작했지만 이미 31세. 취업이 쉽지 않을 것 같아 유학을 꿈꿨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았다.
늦은 나이를 만회하기 위한 스펙을 갖춰 회사원이 됐을 때 임씨는 33세였다. 회사에 들어와서 결혼을 생각했지만 일단은 방 한 칸이라도 마련할 돈을 모아야 했다.
서른일곱에 결혼을 꿈꾸기 시작했지만 그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아이는 마흔에나 낳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자녀 양육이나 교육 문제를 생각하면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취업ㆍ결혼ㆍ출산 등 삶의 주요 과정을 준비하느라 오랜 시간을 허비해야만 하는 '워밍업 소사이어티'가 도래하고 있다.
첫 출발은 취업이다. 직업을 구하느라 '스펙'을 쌓는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취업 연령이 늦어진다. 직장을 구했으니 결혼이라도 해야겠다 싶지만 월급으로 전세자금이라도 모으려면 또 몇 년은 기다릴 수밖에 없다. 결혼이 늦다 보니 출산이라도 서두르고 싶지만 육아를 생각하면 이 역시 주저하게 된다.
전후 세대인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가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나 '짧은 가방끈'을 갖고도 4명 중 3명 이상이 취업에 성공한 데 반해, 경제적 풍요 속에서 자란 이른바 '에코 세대(1979~1992년생)'는 높은 교육 수준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취업난을 겪고 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베이비부머와 에코 세대의 인구ㆍ사회 특성 분석'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 에코 세대의 대학 진학률은 75.8%로 베이비부머(27.7%)의 3배에 가깝다. 하지만 취업률은 에코 세대(48.6%)가 베이비부머(75.7%)를 크게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에코 세대는 취업난, 신용난, 주거난으로 베이비부머에 비해 훨씬 어려운 사회 진입기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취업 뒤에 이어지는 평균 첫 결혼 연령도 높아지고 있다. 20년 새 남성은 27.9세에서 31.9세로, 여성은 24.8세에서 29.1세로 초혼 연령이 높아졌다. 결혼하기까지 준비기간이 남녀 각각 4년, 4.3년 늘어난 셈. 이에 따라 남성은 평균 초혼 연령이 어느덧 30대에 접어들었다. '결혼은 젊을 때 하는 것'이란 인식도 이제는 옛말이다.
취업이 늦어지면서 첫 출산 연령도 자연스럽게 늦춰지고 있다. 여성이 첫아이를 낳는 평균 나이는 20년 전 26세에서지난해 30.2세로 높아졌다. 결혼 연령이 늦어진 만큼 출산을 서두를 것 같지만 육아에 대한 현실적 부담으로 출산 역시 자연스럽게 늦어지면서 삶의 주요 단계인 '취업→결혼→출산→양육'이 전반적으로 고령화하고 있다.
이에 비해 지난해 기준 평균 퇴직연령은 54세로 몇 해 전과 큰 차이가 없다. 게다가 최근 유럽발 경제위기로 상시적 구조조정이 염려되면서 실제 일할 수 있는 '체감적 기간'은 더 짧아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 취업 등 진입장벽과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평생에 걸쳐 '무언가 준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일반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또 개인의 실패를 받쳐줄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해 젊은이들이 섣불리 모험이나 도전에 나설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조성남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한 가지 기술이나 지식만으로 부족하다는 강박관념을 느끼는 젊은이가 많다"며 "어렵게 직장을 잡았다고 해도 언제까지 다닐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준비기간이 끊임없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석호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도 "복지 등 우리 사회 안전망은 아직 넉넉하지 못한 반면 개인이 떠맡아야 할 것은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용어설명> 에코 세대 : 베이비부머의 자녀로, 주로 1979~1992년생을 말한다. 메아리가 되돌아오듯 베이비붐 세대가 대량 출산이라는 메아리를 불러왔다는 의미에서 에코 세대로 불린다.
'교 육 > 취업전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대 ‘박사’ 10명 중 3명은 취업 못해 (한겨레 2012.08.06 15:36) (0) | 2012.08.06 |
---|---|
취업·결혼·출산 끝냈더니 `불혹`…"여보, 나 이제 퇴직이야" (매일경제 2012.08.02 19:47) (0) | 2012.08.02 |
승진 못하는 직장인들 공통점 1위는? (파이낸셜뉴스 2012-07-30 09:27) (0) | 2012.07.30 |
천일염 세계 명품 산업화 가속도 (광주매일 2012. 02.08. 00:00) (0) | 2012.07.27 |
인기 직원 유형 1위, 남녀 직장인 시각차이 ‘같은 듯 다른 듯’ 공감 (서울신문 2012-07-25 10:57) (0) | 2012.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