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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육/취업전쟁

취업의 어려움 (조선일보 2008.12.05)

지난 2월 인하대 고분자공학과를 졸업한 이우찬(27)씨는 토익 성적 955점에 동아리 회장 경력도 있지만 여전히 구직 중이다. "올 초 대학원 진학과 취업을 놓고 고민하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 일자리가 늘어날 것 같아 취업 쪽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이씨는 지금까지 25개 회사에 입사지원서를 냈지만 서류 심사를 통과한 곳은 6개에 불과하다. 그래도 주변에서는 선방한 축에 든다.

이씨와 함께 졸업한 학과 동기생은 44명. 학과 특성상 대학원 진학을 많이 하지만 그래도 매년 학부 졸업생도 10명 안팎이 취직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졸업생들을 통해 취재해본 결과 취직이 된 사람은 예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씨는 "연락이 끊긴 친구들도 있다"고 말했다.

막혀버린 중산층 진입 관문

중산층으로 진입하는 첫 관문인 대졸자 취업시장이 좁아지고 있다. 기업들이 신규 고용을 줄이고 있는데다,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좋은 연봉 등을 받는 정규직을 뜻하는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모(여·25)씨는 완벽 '스펙'(학점·자격증 등의 취업조건)을 자랑한다. 토익은 980점에 외국계 금융회사(메릴린치)에서 6개월간 인턴도 했다. 올해 8월 졸업한 이씨는 국내 기업 50곳에 서류를 넣었지만 단 1곳만 통과했다.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예정인 강모(24)씨는 학점이 4.5점 만점에 3.99, 토익은 965점. 하지만 그는 아직까지 취업의 1부 능선인 서류 전형 한번 통과해 본 적 없다.

"연대, 이대 학생들로 이뤄진 12명짜리 취업 준비 모임의 경우 서류 합격이 많아야 3명, 적으면 한 명도 없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금융회사들 취업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대 경영학과 02학번 A씨는 작년 인턴으로 일했던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취업제의를 받았다. "내년 2월부터 출근하라고 했는데, 얼마전 미안하다며 취소 통보를 해오더군요." 그는 아직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의 취업자수 증가폭(전년 동월 대비)은 9만7000명으로, 3년 8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 목표치(20만 명)의 절반 수준이다.

부모세대 위협하는 청년실업

청년 실업은 부모 세대도 위협하고 있다. 최모(여·49·대구)씨는 "쌍둥이 아들들이 올 2월 함께 대학을 졸업했는데, 요즘 돈이 더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아이들 대학졸업 시킨 기념으로 남편과 함께 일본 온천여행을 가기 위해 모아 놓았던 돈은 모조리 자식들에게 송금했다. "있던 보험마저 깨서 아이들 원룸 월세와, 영어학원비, 생활비로 150만원씩 보내요. 그렇다고 취업 준비하는 아이들에게 '아르바이트라도 해라'고 할 수도 없어 답답해요."

한국경제연구원 박성준 위원은 "중산층에 진입하지 못한 청년층이 사회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며 "결혼이 늦어지면서 자식수도 줄어들어 고령화 사회도 가속화시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