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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뉴스/깜짝뉴스

450년만에 되살아난 조선여인 (동아사이언스 2009.04.29)

450년만에 되살아난 조선 여인의 숨결

미라 보존상태 우수… 조선 중기 질병 역사 연구 가치 높아



고려대 의대 연구진이 미라를 MD-CT앞에 눕히고 있다. 64채널 검사장치를 통해 전신을 입체영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장비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450년 전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 미라가 지난 달 29일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첫 정밀 검사를 받았다. 이 미라는 지난 달 17일 전남 나주시 다시면 가운리 문화 류씨의 선산에서 이장작업 중 발견된 것으로 기록에 따르면 1500년대 중반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날 병원측은 64채널 다검출컴퓨터단층촬영(MDCT) 장비와 전신 엑스레이 장비를 동원해 미라의 상태를 샅샅히 측정했다. MDCT는 일반 컴퓨터단층촬영(CT)과 달리 사람 장기까지 입체 영상으로 관찰할 수 있다.

병원측은 "미라가 시신을 염할 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발견 당시 피부 탄력까지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원형이 잘 보존됐다"고 설명했다. 이 여성 미라는 키가 150cm 가량으로 치아와 뼈 보존 상태 역시 양호한 것으로 밝혀졌다.

류 씨 문중은 조상의 묘 18기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이 미라를 발견하고 고대 박물관에 의뢰해 연구용으로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이 미라는 조선 시대 사대부 가문이던 문화 류(柳) 씨 가문의 선산 이장 과정에서 발견됐다. 족보에 따르면 1540년~1570년 까지 생존했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미라의 13대 후손인 류재희 전 국회의원(11대)은 “가문 어른의 시신이라 고이 모셔야 하지만 의학발전을 위해 흔쾌히 미라를 기증하게 됐다”고 밝혔다.

고려대는 미라를 의대로 가져가 탄소 연대 측정 등을 통해 미라의 연령, 매장 시기 등을 확인하고 박물관에 보관하며 질병, 복식 등을 연구할 계획이다. 더사이언스는 어렵게 류 씨 문중의 허락과 고려대 의료원측의 협조를 받아 이날 미라 조사 과정을 사진에 담아 소개한다.

나주 류 씨 문중 미라 조사 과정


미라 검사에 앞서 연구진이 미라를 기증한 문화 류(柳)씨 가문 사람들에게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영상의학과 관계자들이 검사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미라 전문가인 김한겸 고려대 병리과 교수와 우옥희 영상의학과 교수가 진단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MD-CT 검사를 받고 있는 미라.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영상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좌측 모니터에 미라의 신체 내부가 보인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검사를 마친 미라. 족보에 따르면 1544년에 출생해 1587년 43세로 사망했다. 연구진은 이번 검사를 통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연구진이 검사를 마치고 미라에 다시 흰 천을 덮어주고 있다. 발가락 하나하나 까지 생생하게 보존돼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미라 연구는 왜 할까?

의학 역사 생태학의 타임캡슐



미라를 연구하면 수백년 전 인간의 건강자료를 손에 넣을 수 있어 의료 발전에 도움이 된다. 2007년에 강릉지방에서 발견된 미라에서는 편충알과 회충알이 발견됐다. 해외의 경우 페루에서 ‘광절열두조충’이라는 기생충이 미라에서 발견돼 1만년 전 인류가 연어를 날로 먹었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의학은 물론 역사, 생태학 등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우리나라에서 미라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국내 최초의 미라는 2001년 경기도 양주군에서 발견된 바 있으며, 그 이후 2~3년 주기로 기증되는 미라에서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국민 정서상 미라가 발견되어도 그대로 재 매장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 보존처리를 위해 박물관 등에만 전시되는 경우도 있다.

미라 전문가인 김한겸 고려대 의대 병리과 교수는 “이만큼 보존상태가 좋은 미라는 보기 힘들다”며 “미라가 연구용으로 기증된 것도 매우 오래 간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검사결과를 분석해 사망시기나 원인 등도 밝혀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