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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육/취업전쟁

낙하산으로 뒤덮인 금융권 (매일경제 2009.05.13)

CEOㆍ감사ㆍ사외이사 줄줄이 TK 출신으로 교체

"감사 사외이사 자문위원(대학교수급)은 물론 심지어 인턴사원까지 정치권에 줄을 대어서 내려오는 실정이에요. TK(대구ㆍ경북)인사들은 `잃어버린 15년`에 대한 보상 차원이라고들 얘기하지만 해도 해도 너무 합니다. MB정권 낙하산 인사는 역대 정권을 포함해 최악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한 금융계 인사는 13일 "공기업이나 정부 산하기관은 물론 은행 증권 보험 등 민간 금융회사까지 무차별 낙하산 인사가 만연하고 있다"며 이같이 한탄했다.

최근 청와대와 TK 대부격인 일부 정치권 실세들의 인사 개입에 대해 `도를 넘어섰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달 말 주주총회을 앞두고 최고경영자(CEO) 감사 사외이사 등을 줄줄이 교체하고 있는 증권업계에도 낙하산 인사들이 무차별 투하되고 있다.

김성태 대우증권 사장은 임기 1년을 남겨두고 외압에 밀려 13일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한 내부 관계자는 "경영실적이 좋고 특별한 문제가 없는 데도 CEO를 바꾸겠다는 것은 정치적인 의도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민유성 행장이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인수를 추진할 때 김 사장이 반대의사를 표명했는데, 결과적으로 충언을 한 셈이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김 사장 후임으론 노치용 산은캐피탈 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현대건설 재직시절 6년간 비서실장을 지낸 인연으로 작년 현직에 임명됐던 최측근 MB맨이다. 또 임석정 JP모건 한국대표, 임기영 IBK투자증권 사장, 이재홍 UBS증권 서울지점장 등도 사장 후보에 올라와 있다.

최근 우리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된 황성호 PCA투신 대표도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께 정치권의 입김이 세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황 대표는 경북 경주 출신이고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직속 후배다. 우리투자증권 감사로 내정된 이득희 전 기은캐피탈 감사도 정치권에서 추천한 인물로 알려졌다.

은행계도 낙하산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달 26일 선임된 김윤환 금융연수원장은 지난해 대선 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전문위원을 지냈다. 한국은행 출신에다 고려대 초빙교수를 지낸 금융전문가이긴 하지만 역시 정치권의 후광을 입었다는 평이다.

산업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신설되는 정책금융공사 사장에는 유재한 한나라당 정책실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옛 재경부 금융라인 출신이어서 전문성은 높이 평가받지만 대구 출신에 경북고를 졸업해 `TK 배려`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한나라당 정책실장 후임에는 최근 울산 북구 재ㆍ보선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박대동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취임한 이주형 수협 신용부문 대표(경북고), 배성환 예보 부사장(경북대 사대부고), 김영기 산업은행 부행장(경북 의성 출신) 등도 모두 TK 출신 인사다.

한 금융회사 대표는 "정권이 목표로 삼는 정책과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자기 사람을 공기업 사장이나 감사 자리에 앉히는 것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 당연시한다"며 "하지만 민간기업에까지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을 내려보내는 것은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준다"고 개탄했다.

특히 이웃 일본에서 최근 아소 다로 총리가 낙하산 인사를 강력하게 근절하는 법령 제정까지 추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시대에 역행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