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단정보통신 외국 방송사에 셋톱박스 팔러 사장이 1년에 120일 해외출장
당기순이익 2년만에 10배로 삼성보다 월급 많이주는 '알짜'
세계적 경기침체 속에서도 호황 때보다 더 잘나가는 신흥 코스닥 기업들이 있다. 남다른 기술력과 마케팅 전략, 불굴의 기업가 정신으로 글로벌 경제 쇼크가 몰아친 작년에도 100억원 이상 순이익을 낸 강소기업들이다. 불황의 역경을 뚫고 선방하고 있는 신흥 코스닥 기업 CEO들을 만나 비결을 들어봤다. - ▲ TV셋톱박스를 생산해 100% 수출하는 한단정보통신의 이용국 사장은 1년에 120일은‘해외 출 장 중’이다. 이 사장의 집에는 항상 노트북 가방과 옷가방이 준비돼 있다. 해외 바이어가 부르면 곧바로 공항으로 달려가기 위해서다./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한단정보통신이 고액연봉을 줄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경영실적이 좋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닥친 작년에도 매출(1528억원)은 2007년의 1.5배 이상으로 늘었다. 특히 당기순이익(132억원)은 2006년의 10배 이상으로 뛰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순손실이 100억원이 넘었던 회사가 불황 속에서 화려하게 되살아난 비결은 뭘까? 한단정보통신 이용국(53) 사장은 "기술 개발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1년에 120일씩 해외출장을 다닌 덕택"이라고 요약했다.
한단정보통신은 이 사장이 1997년에 창업한 회사다.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해외의 대형 위성·케이블 방송사업자가 주요 고객이다. 유럽·중남미·인도의 40여개 방송사업자와 장기 계약을 맺고 그들이 요구하는 조건에 따라 특별 제작한 맞춤형 셋톱박스를 납품한다.
한단정보통신도 처음에는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일반 소비자만을 상대로 셋톱박스를 팔았다. 사업 시작 4년 만인 2001년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고 회사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정도로 재미도 봤다. 하지만 2003년에 위기가 닥쳤다. 방송 수신료를 내지 않고 방송을 몰래 시청할 수 있게 하는 불법해킹 셋톱박스가 세계 시장을 휩쓸며 한단정보통신의 판로를 막았다. 1000억원이 넘었던 매출은 500억원 아래로 떨어졌고, 170억원에 육박하던 순이익도 100억원 이상의 순손실로 뒤집혔다. 회사의 빚이 수백억원대로 불었다. 전체 직원의 절반 정도가 "전망이 없다"며 회사를 떠났다.
이 사장은 "새로운 시장을 찾지 못하면 모두 죽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고민 끝에 일반 소비자 대신 방송사업자로 거래처를 바꾸었다. 그리고 기술과 품질로 승부한다는 각오로 셋톱박스에 대해 엄격한 기술기준을 요구하는 유럽시장에 과감하게 도전했다. 노르웨이 최대 통신업체 텔레노르 계열사인 위성방송사업자 카날디지털 납품을 목표로 잡았다.
이 사장은 "볼링에서 일단 핀 하나만 쓰러뜨리면 나머지 핀들은 손쉽게 넘어뜨릴 수 있다는 '볼링핀 효과'를 노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날디지털은 아시아 지역 업체와 거래한 전례가 없는 회사였다. 한단정보통신은커녕 한국조차 모르고 있었다. 밤잠을 못 자며 고민하던 이 사장에게 영감이 떠올랐다. 카날디지털의 모(母)회사인 텔레노르의 다른 계열사이며, 한단정보통신과 거래가 있던 회사의 CEO(최고경영자)를 무작정 찾아갔다. 그리고 "카날디지털 경영진과 약속을 잡아주기 전에는 못 간다"며 막무가내로 버텼다. 결국 카날디지털 경영진과 만날 기회를 잡았고, 5대 1의 경쟁입찰을 뚫고 납품업체로 선정됐다.
그러나 카날디지털이 요구하는 기술수준이 높아 납품은 쉽지 않았다. 8개월 동안 기술 개발에 죽을 힘을 쏟았다. 함께 납품업체로 선정된 현지 업체 2곳은 정해진 날짜에 물건을 내놓지 못했고, 결국 한단정보통신이 독점 공급하게 됐다.
한단정보통신 연구실에 들어가면 액자에 담긴 국내 특허 27개, 미국 특허 2개가 눈길을 잡는다. 전체 직원 82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42명이 연구개발 인력이다. 2003~2005년 불법해킹 셋톱박스 출현으로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을 때에도 연구개발 비용은 줄이지 않았다. 대신 다른 비용은 철저하게 아낀다.
한단정보통신에는 독립된 '사장실'이 없다. 다른 직원들과 한방을 쓰면서 칸막이만 치고 일한다. 그는 "1년에 120일은 해외 출장이라 사무실이 따로 필요 없다"고 했다.
이 사장은 해외 출장을 나가도 중심가에서 떨어진 값싼 호텔에만 묵는다. 사업상 필요한 이메일 확인과 결재를 위한 인터넷 서비스만 갖춘 호텔이면 만족한다.
한단정보통신은 자체 생산공장도 없다. 해외 현지에서 생산하면 관세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프터서비스도 신속하게 할 수 있어서 고객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 사장의 취미는 독서. 19세기 프로이센(독일의 전신)의 장군인 클라우제비츠가 쓴 '전쟁론'을 즐겨 읽는다. "세계를 무대로 외국기업과 경쟁하는 나의 인생이 전쟁터의 장수와 똑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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