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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2억원 번 학파라치 주부 … 교육정책 실패 자화상 (중앙일보 2011.07.15 00:59)

2억원 번 학파라치 주부 … 교육정책 실패 자화상

개인 최고포상금 37세 학부모

13일 서울 대치동 학원가를 걷고 있는 학파라치 이지효(37·가명)씨. (사진 속 거리의 학원들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습니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주부 이지효(가명·37)씨가 ‘학파라치’ 활동을 시작한 건 2년 전이었다. 학파라치는 ‘파파라치’를 패러디한 것으로 ▶오후 10시 이후 심야교습 ▶수강료 부당 징수 등의 불법 사례를 적발해 교육 당국에 신고하는 일을 한다. 이씨는 “초등학생 자녀 둘을 학원에 보내다 보니 불법 사례가 많다는 것을 알고 이 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공개한 ‘학원 불법 사례 신고포상금 지급 현황’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포상금을 받은 1232명 중 둘째로 많은 1억원을 받았다. 교과부 측은 “가장 많이 받은 것은 개인 명의로 포상금을 수령한 학파라치 조직”이라며 “개인 활동자로는 이씨가 최고액”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2년간 학파라치 활동으로 약 2억원을 벌었다.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보다 수입이 더 많다.

 이씨에게 “불법 사례에 분노하는 게 아니라 돈만 밝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을 던졌다. 이씨는 “준공무원이란 마음으로 공익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씨가 밝힌 학파라치 노하우는 의외로 간단하다. 특수카메라를 옷이나 가방에 장착한 뒤 학원에 들어간다. 수강 상담을 통해 심야학습 등에 관한 설명을 듣는다. 이어 학생들이 수강받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 나오면 된다. 학원에서 머무르는 시간은 10여 분. 이씨는 학원의 불법 행위 정도에 따라 30만~100만원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고수입 학파라치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서울 서초구의 한 주부는 “학원의 불법 행위는 단속해야겠지만 학원마다 돌아다니며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다면 도가 지나친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공교육 부실이 사교육 과잉으로 이어지고, 엄청난 액수의 세금을 풀어 그런 사교육 과잉에 대처한다는 게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8일 학원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신고포상금제가 법제화되고 액수도 늘어나게 됐다. 이에 따라 이씨와 같은 학파라치들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신고포상자를 양성하는 학원도 있다. 이 학원 관계자는 “지난달 100여 명이 학파라치 과정을 수강했는데 이번 달은 벌써 120명 넘게 등록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중앙대 안도희(교육심리학) 교수는 “공교육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려 학생과 학부모들이 사교육을 찾게 되고, 모두가 사교육에 목매다 보니 학파라치는 더 늘어나는 구조”라며 “학파라치 성행은 결국 학생과 학부모의 욕구를 충족해 주지 못하는 우리 공교육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교과부 관계자도 “법적으로는 학파라치 활동을 더 권하는 모양새가 됐지만 좋게만 받아들일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불법 학원이 없어지면 돈을 못 벌게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이씨는 “불법 학원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같은 학원을 세 번이나 신고한 적도 있는데 얼마 뒤에 보니 또 불법 영업을 하고 있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학파라치= 2009년 7월부터 시행 중인 학원 신고 포상금제에 따라 학원의 불법 영업이나 수강료 과다 청구, 교습 시간 위반 등을 신고하는 사람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