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0원권의 양면 “헤퍼질라” “실용적”
ㆍ시중 유통 첫날 시민들 우려반 기대반
5만원권 지폐가 첫 선을 보인 23일 서울시내 은행 창구는 하루종일 시민들로 북적였다. 새 지폐를 접한 시민들은 신기해하면서도 고액권의 등장이 물가불안 요인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거스름돈을 더 챙겨야 하는 부담이 커진 상인들도 그리 반기는 표정이 아니었다.
5만원권 발행 첫날인 23일 현대백화점 서울 신촌점에서 열린 신권 교환 행사에서 시민들이 줄을 서 돈을 바꾸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국민은행 서울 여의도 영업부에는 개점 전부터 10여명이 5만원권을 바꾸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국민은행은 고객이 몰리자 1인당 20장씩으로 제한했다. 우리은행 서울시청지점 관계자는 “평소보다 2~3배 많은 고객이 몰렸다”며 “적게는 5만원부터 많게는 100만~200만원까지 바꿔갔다”고 말했다.
5만원권 지폐를 손에 쥔 시민들은 신기하다는 표정이었다. 주부 신매란씨(49)는 “가족들에게 기념으로 선물하려고 잠깐 짬을 내서 나왔다”며 “남편에게 비상금용으로 챙겨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대희씨(45)는 “지갑에 카드 몇 장과 만원짜리 몇장만 들어가면 두툼해서 불편했는데 훨씬 실용적”이라고 밝혔다.
개점 시간에 맞춰 신권을 준비하지 못한 은행 영업점들은 진땀을 빼기도 했다. 신한은행 무교금융센터지점 관계자는 “본점으로부터 신권을 받아오다보니 오전 9시 개점시간을 맞추지 못해 대기하다 허탕을 치신 고객들도 있다”고 밝혔다.
5만원권의 유통으로 인한 물가상승이나 과소비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주부 이순옥씨(51)는 “지폐가 한 장이라 만원짜리처럼 쉽게 쓰게 될까봐 걱정”이라며 “결국 물가도 오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회사원 윤서현씨(29·여)는 “1만원이 넘는 물건들은 대부분 카드로 결제하고 있어 5만원권을 사용할 일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고액권 사용이 늘어나면 추적이 어려운 검은 거래가 많아질 것 같다”고 밝혔다.
상인들도 5만원권 발행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표정이었다. 서울시청 인근에서 테이크아웃 음료점을 운영하는 한모씨(45·여)는 “당장 금전출납기 배치부터 다시 해야겠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동의 중국집 직원도 “배달갈 때 거스름돈으로 1만원권을 갖고 다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서울 대치동 음식점 직원 조모씨(33)는 “1만~2만원짜리 식사를 하고 10만원권 수표를 받으면 바로 입금도 되지 않고, 왠지 불안했는데 앞으로는 거스름돈도 적어지고 편해질 것 같다”며 반겼다.
거스름돈이 많이 필요한 택시기사들도 “불경기에 걱정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택시기사 김모씨(71)는 “손님이 없어 하루 몇 만원 벌이도 만만치 않은데 5만원권을 내는 손님에 대비해 만원권 거스름돈까지 준비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택시기사 윤길중씨(55)는 “만원권, 1000원짜리 신권이 나올 때마다 헷갈렸는데 5만원권은 5000원권과 비슷해 실수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5만원권을 자동화기기(ATM·CD기)를 통해 바꾸거나 입금하기도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은행 지점에는 이날까지도 5만원권을 인식할 수 있는 자동화기기가 없거나 한 대만 설치돼 있었고, 설치된 곳도 정비 중인 것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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