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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펀드환매해도 갈 곳 없다> (연합뉴스 2009.07.28)

<펀드환매해도 갈 곳 없다>

주가가 상승 랠리를 이어가면서 `반 토막 악몽'에서 벗어나 원금을 겨우 회복한 펀드 투자자들의 환매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정기예금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대체 투자수단이 마땅치 않자 환매 자금을 대부분 단기예금과 같은 대기성 자금에 넣어두고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일부 거액 자산가들도 코스피지수가 1,500선을 넘어서자 펀드 환매에 동참하고 있다.

하나은행 골드클럽의 김창수 팀장은 "그동안 마이너스 수익률로 심적 고통을 받았거나 자금을 써야 하는 데도 어쩔 수 없이 묶여 있던 PB 고객 가운데 일부가 펀드 환매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공성률 재테크팀장도 "처음으로 반 토막 펀드를 경험했던 고객 가운데는 `다시는 펀드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분들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월 들어 23일까지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ETF 제외)에서 6천209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가 자금 유출 규모가 월간기준으로 2년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1조6천400억 원에 이른다.

펀드 환매 자금은 상반기까지만 해도 비교적 안전자산인 채권형펀드로 유입됐으나 최근에는 주로 대기성 자금에 머무르는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지난 23일까지 채권형펀드로는 8조9천300억원이 유입됐다.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경우 채권형펀드의 수익률은 낮아질 가능성이 커 투자 매력은 떨어진 상태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강남센터 부지점장은 "최근 부동산 등이 단기 급등하자 앞으로 조정을 예상하고 투자를 보류한 채 CMA나 3개월짜리 단기예금 등에 환매자금을 예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은행의 PB도 "어떤 고객은 펀드를 환매해 MMF에 돈을 넣어두고 유동성을 확보한 뒤 부동산쪽 투자 물건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자산가들이 펀드 투자로 고전을 겪었지만 그렇다고 만기 1년 이상의 은행 예금으로 자금을 옮기지는 않는다는 것이 PB들의 전언이다.

모 은행의 PB는 "펀드를 환매한 고객들이 다음번에는 안전자산으로 갈아탈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정기예금 금리는 3%대, 채권금리 역시 3~4%에 불과하기 때문에 차라리 DLS(파생결합증권)나 시스템펀드 같은 틈새 상품을 찾는다는 것이다.

앞으로 주가가 횡보 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 중에는 일정 조건을 달성하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ELS(주가연계증권)과 ELF(주가연계펀드)로 갈아타는 이들도 있다.

서춘수 신한은행 강남PB센터장은 "아직 수익률을 회복하지 못한 거치식 펀드 투자자의 경우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기 때문에 원금을 회복한다면 일단 환매한 뒤 한 박자 쉬었다가 내년 즈음 다시 투자할 것"을 권했다.

하나은행의 박창수 팀장도 "주식이나 특정 지역에 대한 투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았다면 이번 기회에 펀드 일부를 환매해 골고루 분산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공성률 팀장은 당장 자금을 쓰지 않아도 된다면 가급적 환매를 하지 말 것을 권했다. 상당기간 초저금리가 지속될 예정이어서 주식 이외에 더 나은 수익률을 제공할 투자처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경기순환 단계별로 가장 수익을 많이 내는 투자수단을 보면 예금->채권->주식->실물 순"이라며 "지난해 말까지 예금 수익률이 좋았다면 올 상반기에는 채권투자의 시대였고, 하반기부터는 주식으로 눈길을 돌릴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