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판사 129명 ‘색깔 공세’
ㆍ뉴라이트계 단체, ‘우리법연구회’ 명단 공개
ㆍ“법원내 사조직 좌편향 판결…자진해체” 주장
보수성향의 시민단체인 ‘자유주의진보연합’이 15일 법원 내 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 단체는 명단공개와 함께 “우리법연구회는 과거 군부내 ‘하나회’를 연상시키는 법원 내 사조직으로 좌편향 판결은 물론 신영철 대법관 파문에도 적극 관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자진 해체하라”고 주장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보수단체가 사법부의 판사들에게까지 색깔론을 덧씌우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자유주의진보연합이 공개한 명단에는 판사 129명의 실명과 고향, 사법연수원 기수, 현 근무처, 우리법연구회 가입연월이 기재돼있다.
자유주의진보연합은 최진학 전 뉴라이트전국연합 정책실장, 변철환 전 뉴라이트전국연합 대변인, 임헌조 전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처장 등이 모여 ‘자유를 향한 진짜 진보’를 표방하며 지난 7월16일 출범했다.
단체는 “우리법연구회 판사들은 신 대법관 파문 때 법원 내부의 반론이 만만치 않았는데도 자신들의 목소리가 법원 전체의 의견인양 여론을 몰아갔고 연구회 출신들이 참여정부 때 요직을 담당하기도 했다”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연구회 소속 판사가 맡을 경우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최근 쇠고기 수입업체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비판한 여배우 김민선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낸 이후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가 재판을 맡아서는 안되며 만약 맡게 되면 재판부 기피신청을 권유하겠다”는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우리법연구회는 1988년 2차 사법파동을 주도했던 젊은 판사 4~5명이 모여 만든 모임이다. 당시 평판사였던 박시환 대법관과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김종훈 전 대법원장 비서실장 등이 주축이 됐다. 이후 3·4차 사법파동 때 중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법원 내에서 대표적으로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는 모임으로 알려져왔다.
명단 공개에 대해 재경법원의 한 판사는 “신 대법관 파문은 특정모임과 상관없이 전국 법원의 많은 법관들이 문제의식을 함께 해 판사회의까지 연 사항”이라며 “판사들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편가르려 하는 시도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판사들의 중립성을 강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명단까지 일방적으로 공개해 마치 불순한 세력처럼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법연구회는 공식 대응은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법연구회는 현재 한 달에 한 차례 20여명이 모여 노동법과 인권, 사법제도 개혁에 관한 세미나를 열고 있다. 연구회 소속의 한 판사는 “크게 개의치는 않지만 명단에 이미 탈퇴했거나 사실상 탈퇴한 법관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어 그 분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초 연구회 내에서도 명단이나 회의 내용을 공개하자는 의견이 많아 10월쯤 월례 세미나를 공개할 예정이었다”며 “일부의 편협한 시선 때문에 연구활동이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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