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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향 청정골 화순

[분석]분리안된 한쪽 페어링에 균형 잃어로켓 궤도 못찾아 (동아사이언스 2009.08.27)

[분석]분리안된 한쪽 페어링에 균형 잃어… 로켓 궤도 못찾아

330kg 압박에 기울기 삐뚤고도 ‘오버런’

《25일 발사된 나로호(KSLV-I)는 출발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발사 직후 첫 번째 단계인 페어링(위성보호덮개)을 성공적으로 분리하지 못하면서 2단 고체로켓이 자세 제어 불능 상태에 빠진 데 이어 과학기술위성 2호가 비정상적인 속도, 고도, 각도에서 분리되는 등 최악의 연쇄반응이 일어난 것이다. 과학기술위성 2호를 우주궤도에 올려놓지 못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 540초, 나로호엔 무슨 일이…

나로호는 이날 오후 5시에서 정확히 0.23초가 지난 시점에 이륙했다. 30초가량 지났을 때 발사지휘센터(MDC)는 안내방송을 통해 나로호의 고도가 2.5km이며 정상적으로 비행하고 있음을 알렸다. 나로호는 폭발 위험이 높은 음속 돌파를 지나 목표 궤도를 향해 방향을 바꾸는 킥턴 단계를 모두 성공시키면서 순조롭게 비행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륙 216초 뒤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나로호 상단에 탑재된 과학기술위성 2호를 덮고 있던 페어링 두 개가 떨어져야 하는데 하나만 떨어진 것이다.

박정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체계사업단장은 26일 “당시 MDC 상황판에 페어링 분리 신호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외부로는 알리지 않아 TV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정상적으로 발사가 된 것으로 알았다.

이때부터 나로호는 상단에 330kg이나 나가는 페어링 한쪽을 매단 채 비행해야 했다. 페어링 분리 실패가 미친 영향은 결정적이었다. 이륙 395초 뒤 나로호 2단 고체로켓이 점화됐지만 무거운 페어링이 붙어 있는 탓에 목표 궤도로 방향을 잡지 못했다. 과학기술위성의 무게는 100kg에 불과하다.

박 단장은 “페어링 때문에 자세가 흐트러져 로켓 방향이 정상보다 위쪽으로 향하면서 예상보다 고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계획대로라면 킥모터 연소가 종료될 때 고도는 302km여야 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85km 더 높은 387km까지 상승했다.

또 페어링 때문에 무거워진 위성은 정상 속도를 내지 못했다. 위성이 정상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초속 8km가량의 빠른 속도를 내야 하지만 약 78%인 초속 6.2km밖에 얻지 못했다.

또 과학기술위성 2호가 분리되지 않은 채 남아있던 페어링에 부딪혀 우주궤도에 진입할 수 있는 속력을 얻지 못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다 떨어졌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발사 직후 이상 신호 이미 포착

나로호에 부착된 분리감지 센서는 페어링의 분리에 실패하자 즉시 지상으로 신호를 보냈다. 나로우주센터와 제주도 추적소, 해경 경비함에 설치된 텔레메트리(원격자료수신장비)에 이 신호가 수신됐다. 이 장비는 나로호가 보내는 위치, 비행 궤도, 로켓 상태 등을 담은 각종 정보를 약 2000km 떨어진 곳에서도 수신할 수 있다.

상단 고체로켓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카메라 2대도 나로호가 페어링 2개 가운데 1개를 그대로 매단 채 324초를 더 날아간 장면을 포착했다. 이날 항우연은 이 카메라가 포착한 16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현재까지 교육과학기술부와 항우연은 나로호 페어링이 제대로 분리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조사 중”이라며 확답을 피했다. 전문가들은 전기나 기계 계통에 문제가 생겨 페어링이 반으로 쪼개질 때 충분한 폭발력을 얻지 못해 한쪽 페어링만 분리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의 발사체에서 페어링을 분리시키는 원리는 작은 폭발물이 들어 있는 특수 볼트를 터뜨려 용수철이 튕겨나가듯 떼어내는 것이다. 페어링이 한쪽만 떨어지면 과학기술위성 2호가 제대로 ‘탈출’할 수 없어 목표 궤도에 위성을 올려놓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는 발사 전부터 있었다. 다른 로켓 발사에서도 종종 있는 사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우주 전문가는 “페어링 분리는 중요한 기술이지만 기본적으로 폭발 메커니즘을 이용하는 것이어서 그렇게 어려운 기술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나로호의 페어링 기술 개발을 주도한 두원중공업 관계자는 “페어링 문제는 제조사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발사 과정에서의 문제라고 본다. 제품에 문제가 있었다면 납품 자체가 안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