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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향 청정골 화순

하니움엔 특별한 것이 있다 (화순군민신문 2009.09.17)

하니움엔 특별한 것이 있다
입력시간 : 2009. 09.17. 11:16


화순군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하니움 문화스포츠센터’의 개관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가상 인물인 주부 김은정 씨를 통해 하니움의 기능과 면면을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편집자 주>


나는 하니움으로 간다


어느덧 마흔을 훌쩍 넘긴 김은정 씨는 사라졌던 기미가 최근 들어 하나 둘 생겨나면서 바깥출입을 하는 일이 부쩍이나 뜸해졌다. 회사원인 남편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큰애, 이제 막 중학교에 들어간 작은애가 그녀의 사랑스러운 가족이지만 어쩐 일인지 요새는 그마저도 시큰둥해져버렸다.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일이 잦은 남편과 중학교에 올라가고부터는 가뜩이나 말을 듣지 않는 작은애 은선이 때문에 골치가 이만 저만 아픈 게 아니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생기곤 하던 기미가 다시 고개를 내미는 것만 봐도 요새 그녀의 마음이 어떻다는 걸 잘 말해주고 있었다.

그런 김은정 씨에게 금요일 오후 걸려온 한통의 전화는 그녀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우리춤체조교실’에서 만나 친구사이로 까지 발전한 혜선 씨가 바깥바람을 쐬자며 30분 후에 데리러 온다는 것이다. “그래 잘됐어. 그렇잖아도 머리가 지끈거렸는데 잠시 나갔다 오는 것도 괜찮겠지.”

오랜만의 나들이에 이옷 저옷을 입어 보느라 정신이 없던 그녀는 빵빵거리는 자동차 소리에 화들짝 놀라 2층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봤다. “은정아! 여태 안 나오고 뭐하고 있는 거야. 하여튼 굼뜨는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빨리 좀 내려 와~.” 심술이 나서 소리 지르고 있는 혜선 씨 뒤로 또 다른 친구인 수진 씨와 넬리 씨가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차분한 성격에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수진 씨와 필리핀에서 시집 온 넬리 씨는 모두 혜선 씨와 마찬가지로 ‘우리춤체조교실’에서 만나 같은 또래에 뜻이 잘 통한다는 이유로 친구가 된 이들이었다. 얼마 전 남편이 화순으로 발령을 받아 오는 통에 생면부지인 이곳에 이사를 오게 된 그녀는 외로울 땐 말벗이 돼주고 고민거리도 함께 나눠주곤 하는 그네들이 여간 고마운 게 아니었다.

“근데 우리 어디로 가는 거니?(은정)” “응. 니들 하니움이라고 들어봤니? 하니움… 문화… 스포츠센터든가 그러는데 며칠 전 개관 했다드라. 근데 다녀온 사람들 말로는 꽤 근사하데. 건물도 멋지구 주위도 공원처럼 잘 꾸며 놨다더라구.(혜선)”

화순읍을 나와 능주 방면으로 10분 정도 차로 달리자 멀리서 혜선 씨가 말한 하니움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래 오늘은 이왕 나왔으니 스트레스를 확 풀고 가는 거야.” 김은정 씨는 오랜만에 쐬는 바깥바람에 기분이 한결 좋아 지는걸 느낄 수 있었다.

하니움 문화스포츠센터 전경


와~우. 너무도 근사한 하니움!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고 하니움으로 걸어가던 그녀들은 잠시 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거대한 붓의 형상을 한 조각품이 주위의 경관과 어우러져 그녀들의 시선을 잡아끌었기 때문이다.

마침 개관기념 차 나와 있던 작가로부터 작품 설명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운까지 따라줘 그녀들을 더욱 즐겁게 해주었다. “천지인사상에 근거해 만든 천상의 불꽃 대지에 획을 긋다라는 작품은 주위에 24그루의 나무를 심어 24절기를 나타내고 수십 개의 가지가 뻗어 나온 벽송은 화순의 번영을 기원하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작가의 설명을 뒤로 하고 눈앞에 웅장하게 서있는 하니움으로 향하는 김은정 씨와 친구들은 벌써부터 하니움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었다. “우리 너무 잘 온것 같지? 내말 들으면 손해 볼게 없다니까.” 혜선 씨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하하 호호 웃음꽃을 피웠다.

본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안내데스크의 직원이 하니움 안내책자를 건네주며 친절하게 일행을 맞아 주었다. 마침 전국대학배구대회가 열리고 있다는 안내원의 말에 들어선 1층 체육관에는 경희대와 조선대의 8강전에 맞춰 대만원을 이룬 관객들의 함성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와~ 멋지다!” 김은정 씨는 눈앞에 펼쳐진 실내체육관의 장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수진 씨와 넬리 씨도 놀라움은 마찬가지인 듯 탄성을 연발하고 있었다. 혜선 씨는 한 술 더떠 박수까지 치며 신나하고 있었다.

“니들 실내체육관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되는 줄 아니? 무려 좌석이 2,730석에 가로가 72M, 세로가 42M에 달한데. 게다가 배구, 농구, 배드민턴 등 실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스포츠가 다 가능하다는 거야. 그 것 뿐이니. 지상2층 지하 3층으로 된 하니움이, 최신공법으로 공사기간과 공사비까지 단축했다는데 진짜 장난 아니지?”

“한마디로 하니움은 체육관, 공연장, 교육문화센터가 한곳에 세원 진 전국 최초의 수직복합건물이라는 거야. 거기에 하나 더. 지열과 태양광시설로 냉난방을 해서 연간 전기료가 3천만원 정도나 절감된데.”

혜선 씨의 막힘없는 설명에 은정 씨는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니가 여기 홍보직원이니? 어쩜 그렇게 잘 알아?” “답답하긴. 아까 안내원이 나눠준 안내책자를 보면 다 나와 있어. 보라는 책은 안보고 멋으로만 들고 다니는 거니?” 혜선 씨의 핀잔이 귀에 거슬렸지만 오히려 칭찬을 해주면 쓸 만한 안내원하나 그냥 얻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은정 씨의 머리를 스쳤다. “역시 혜선이는 뭔가 달라도 달라. 그래서 말인데 니가 오늘 일일 홍보도우미 좀 해주면 안 되겠니? 호호호.”

①회랑이 있는 하니움 측면 ②지하2층을 지상과 같이 쾌적하게 만들기 위해 설계한 선큰(반디정원) ③725석 규모의 대강당(지하2층) ④2,730석에 가로 72M, 세로 42M의 규모로 모든 실내경기가 가능한 ‘하니움 실내체육관’ ⑤168석 규모의 소공연장(지하2층) ⑥조성태 작가의 ‘천상의 불꽃 대지에 획을 긋다’


볼수록 감탄이 절로 나네~


생각지도 않은 하니움 홍보원이 된 혜선 씨를 따라 지하 2층의 725석 규모의 대강당과 168석 규모의 소공연장을 둘러본 일행은 자신들도 언젠가 우리춤체조를 들고 무대에 오를 날을 기약하며 하니움 개관기념 초대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실로 들어섰다. 화순출신의 작가와 화순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이 전시한 작품들로 가득 차 있는 이곳에서는 평소 문화예술분야에 관심이 많던 수진 씨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정말 대단해. 서예, 한국화, 사진, 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서로 어우러져 빛을 뿜어내고 있는 거 보이니? 이규형, 구원홍, 기석규, 양용범, 손봉채, 조성태.....화순에 이런 인물들이 있었다는 걸 미쳐 몰랐는데 오늘 와서 보니 진짜 뿌듯해지는 것 같아.”

수진 씨의 말에 넬리 씨도 맞장구를 쳤다. “나도 이제 여기 사람이라서 같이 자랑스러워해도 되겠지?” 서툰 우리말로 또박 또박 말하는 넬리 씨 주위로 은정 씨와 친구들이 다가와 손을 잡아 주었다. “그럼. 되고 말고… 넬리는 우리의 소중한 친구니까.” 모처럼 함께한 나들이가 은정 씨와 친구들을 더욱 더 가깝고 따뜻하게 해주었다.

전시실을 나온 일행은 잠시 허기를 달래기 위해 지하 2층에 있는 식당에 들러 간단한 요기를 했다. 한식당에서 칼국수를 먹을까 했지만 넬리 씨를 생각해 양식당인 카페테리아에서 돈까스 2개를 시켜 나눠먹고 지하2층 출입구와 연결된 야외 선큰(반디정원)으로 향했다.

“하니움은 지하2층을 좌우 선큰(Sunken)으로 계획해서 지상1층과 같은 자연광의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설계되었데. 한마디로 하니움의 좌우 선큰인 반디정원과 구릉정원을 만들어 지상과 같은 쾌적한 지하를 만들었단 얘기지. 그리고…”

쉴새 없이 떠드는 혜선 씨의 말을 들으며 들어선 선큰광장엔 ‘일일 직거래장터’가 열려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평일 오후인데도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엄마를 따라 나온 어린아이까지 옷가지며 생활용품이 늘어선 장터를 구경하느라 바쁜 가운데 은정 씨 일행도 마음에 드는 물건 하나씩을 사서 가방에 챙겨 넣었다. 싸면서도 좋은 물건들이라 그냥 지나치기 아까웠기 때문이다.

인공연못에서 바라 본 하니움


선큰에서 지상으로 연결된 계단을 올라 하니움 왼쪽 편에 위치한 교육동으로 자리를 옮긴 은정 씨 일행은 뭔가를 기다린다는 듯 혜선 씨를 바라봤다. “그래 그래. 알았다구. 하님움은 말이야 크게 체육관동 하구 교육동으로 나눠져 있어. 지금까지 우리가 둘러 본데가 체육관동이었구 선큰인 반디정원과 연결된 지상1층 지하2층 규모의 이 건물이 바로 교육동이야.”

“여기에는 회의실과 교육강좌실, 세미나실, 동아리방, 자료실 등이 갖춰져 있는데 일반인들을 위해 내부 시설 등을 대여해주고 있지. 특히 지하2층의 자료실에는 화순군의 역사적 자료를 보관해 놓고 있어서 관심 있는 사람들이나 학생들이 자유롭게 열람해볼 수 있게 해놨데.”

“어머. 벌써 6시가 다돼가네.” 혜선 씨의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곧 있으면 남편이 퇴근한다며 수진 씨가 걱정을 했지만 일행은 이왕 온 거 끝까지 다 둘러보자며 교육동 옆에 위치한 회랑으로 발길을 돌렸다.

하니움엔 특별한 것이 있다


기와로 된 지붕을 나무기둥이 받치고 서 있는 전통회랑은 사방이 뚫려 있는데다 길이가 무려 99m로 쫙 뻗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체육시설 주변에 세워진 회랑은 현대와 과거의 조화와 함께 전통한옥의 우수성을 알리고 쉼터의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혜선 씨의 설명에 은정 씨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보였다.

단순히 건물을 짓고 주위를 꾸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찾는 이로 하여금 옛것에 대한 향수와 여유까지 맛볼 수 있게 하기 위한 하니움의 특별한 배려에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다.

회랑을 둘러보던 은정 씨 일행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동선을 따라 잔디와 나무들이 잘 정돈된 야외공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신발을 벗고 잔디밭으로 들어가 싱그러운 풀의 감촉을 느껴보고 벤치에 앉아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는 것도 하니움 나들이의 큰 재미 중 하나였다.

하니움 내에 조성된 잔디공원

인공호수에서 노니는 물고기와, 하얀 물보라를 뿜어내는 분수, 롤라스케이트를 타다 엉덩방아를 찧는 아이, 세발자전거에 꺄르르 웃어대는 꼬마… 일상의 피곤함을 잊을 수 있는 하니움에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에 은정 씨의 얼굴에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번져났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면서 사람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자 은정 씨 일행도 그만 일어나려는 찰라 혜선 씨가 앞을 가로 막았다. “니들 진짜 멋진 풍경은 안보고 그냥 갈거니?” “더 볼게 남았어?” 의아해하는 수진 씨의 말에 넬리 씨도 거들었다. “나도 이젠 가봐야 되는데…”

“애들아. 조금만 기다려봐. 내가 좋은 거 보여줄게.” 혜선 씨의 막무가내인 성격을 잘 아는 그녀들은 어쩔 수 없이 기다려볼 수밖에 없었다. “야! 저기 봐!”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들려오는 혜선 씨의 외침에 모두들 그녀가 가르키는 쪽을 쳐다봤다. “와~ 멋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웅장하게 서 있는 하니움에 하나 둘씩 조명이 켜지고 있는 모습이 흡사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다채로운 빛과 어우러진 하니움의 또 다른 얼굴, 야경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하던 은정 씨의 입에선 나지막한 속삭임이 흘러나왔다. “정말 오길 잘했어. 하니움~ 왠지 좋아하게 될것 같은데…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