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봐야 회원되는 동아리 봤나요’ | ||||||||||||||||||
[대학 투자동아리 탐방] ① 고려대 RISK | ||||||||||||||||||
이들은 고려대 투자동아리인 가치투자연구회(RISK; real investment society of korea, 지도교수 박경서)의 정식 회원이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진땀을 뺀 것이다. 이 동아리의 정재훈 회장(7기)은 “신입회원 리크루팅은 일반 회사의 인력채용 과정과 유사하다. 인터넷이나 전단 플래카드 등으로 홍보를 하고 설명회도 연다. 그 뒤 지원한 학생들을 모아 두 차례 면접을 통해 대상자를 선발한다. 그들은 강도 높은 교육과 시험을 통과한 뒤 정식 회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험을 치른 학생들도 이미 동아리 임원들로부터 4주간의 스파르타식 교육을 받았다. 정재훈 회장은 “교육이 워낙 힘들기 때문에 떨어져 나갈 사람은 중간에 모두 떨어져 나갔고 정말 하고 싶어 하는 사람만 남았다”고 말했다. 신입회원은 매주 화요일마다 재무 분석과 기업가치 평가, 사업보고서 보는 법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강의를 들어야 한다. 또 매주 토요일엔 기존 회원들이 팀별로 발표하는 내용을 듣고 익혀야 한다. 매주 토요일은 ‘주식과 함께’ 여기서 그친다면 결코 빡센 교육이라고 할 수 없다. 임원들은 매주 수업시간마다 기사를 보고 가치투자에 어떻게 연결시킬지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등 초보자로선 생각도 하기 어려운 엄청난 양의 과제를 내 준다. 과제를 제출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선배들은 과제물을 하나하나 체크해 피드백하고 부족한 것을 보충하라고 지시한다. 한마디로 엄한 직장 상사가 후배를 가르치듯 돌린다. 게다가 투자서적을 정독하고 독후감을 써야 하며 1개 기업을 선택해 5년 치 재무제표를 완벽하게 엑셀파일로 정리하고 기업 내용을 분석해 발표해야 한다. 4주 동안 하는 게 웬만한 과목의 한 학기 수업내용보다 훨씬 많다. 시험은 그 동안 제대로 공부했는지를 체크하는 수순. 문제는 A4용지 네 쪽을 가득 채웠다. 시간은 무제한이다. 배운 만큼 풀라는 것인데 단순한 상식에서부터 재무비율을 구하고 분석하는 것까지 들여다볼수록 알쏭달쏭해진다. 시험에 떨어졌다고 방출하지는 않는다. 대신 점수가 좋지 않으면 보다 강도 높은 특별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 정식 회원이 됐다고 편해지는 것은 아니다. 시험 때 1주일만 빼고는 방학도 없이 매주 토요일 모임에 반드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토요모임은 오후 1시30분부터 6시까지 진행된다. 팀별로 매주 한 회사씩을 완벽하게 분석해 15분 정도 발표하고 30분 정도 질문을 받아 보충설명을 해야 한다.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하므로 질문이 날카로운 것은 당연한 일. 분석의 오류나 답변이 막히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 그래서 보통 오전에 그룹스터디를 하므로 사실상 하루를 받쳐야 한다. 게다가 모임이 끝나면 뒤풀이가 이어진다. 그야말로 토요일은 ‘주식과 함께’다. 토요모임엔 단 한번만 빠져도 방출이다. 그런데 방출되는 학생은 없다고 한다. 모두 진짜로 좋아서 하기 때문이다. 정재훈 회장은 “투자의 세계에선 학생이라고 봐주는 게 없고 여자라고 봐주는 것도 없다”는 말로 강도 높은 실전 연습을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 동아리엔 이런 전사와 같은 학생들이 30여명이나 된다. 이들은 3개의 리서치팀과 시황팀 운용팀(PI팀) 등 5개 팀으로 나눠서 활동을 한다. 신입회원은 당연히 리서치부터 시작한다. 학번이 중시되는 고려대라지만 이곳에선 기수가 우선이다. 기수는 곧 실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선배라도 후배가 잘 안다면 배워야 한다는 것을 이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이번에 시험을 치른 10기 역시 같은 과정을 거칠 것이다. 리서치팀은 철저히 가치주를 찾는데 주력한다. 이들은 이따금 분석보고서를 공개해 기존 증권업계나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도 한다. 납축전지회사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PI팀은 각 팀이 매주 제시한 종목들을 다시 한 번 분석하고 투자여부를 결정한다. 시황팀은 전반적인 주식시황은 물론이고 외국인 동향이나 금리나 환율 유가동향 등을 체크해 보고서를 낸다. 한 마디로 동아리 자체가 하나의 운용사처럼 움직인다고 할 수 있다. 수익률 83%, 취업률 100% 알짜 동아리 지난 3월엔 CFA협회가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개최한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리서치 챌린지대회 한국대회에서 우승해 대표로 싱가폴에서 열린 아시아퍼시픽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이 대회는 세계적 투자회사의 CEO들이 심사위원으로 참가할 만큼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 7월엔 키움증권 주최 UCC애널리스트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투자는 보고서나 상보다 결과가 더 중요한데 이들을 실전투자에서도 꽤 좋은 성적을 올렸다. 설정액 1000만원인 이 동아리의 펀드는 지난 상반기 83% 수익률로 대학 동아리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기라성 같은 펀드매니저들을 울릴만한 성과였다. 이 동아리의 1기 회원들은 지난 2003년 4억 원짜리 펀드를 설정해 1년5개월 만에 50% 수익률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재훈 회장은 최근 700만 원 짜리 ‘가치모아펀드’를 새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선배들과 전 회원이 출자한 이 펀드는 3년 동안 묶어놓을 예정이다. 운용액이 적어 투자는 아무래도 중소형주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투자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을 물어봤다. “가치투자는 기업을 열심히 분석해 절대적으로나 상대적으로나 저평가된 종목을 사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시장에서 소외된 종목이 많다. 그런데 올해처럼 대형주만 날아가는 장에선 투자 철학을 지키는 게 아주 힘들다. 주도주를 사느냐 마냐 고민을 많이 했다.” 흔들리는 장에서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는 연습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강도 높은 실전훈련을 하는 이들에게 학교 수업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실전에서 배운 것을 수업시간에 다시 들으면서 학문은 본질적인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할인율 개념이나 투자의 기본인 금리에 대한 이해도 훨씬 높아진다. 시너지가 크기 때문에 수업을 더 열심히 듣는 것 같다.” 정재훈 회장의 설명이다. 그만큼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질문도 많이 한다고 한다. 이들은 실전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투자상담사는 기본으로 따고 CFA나 FRM(재무위험분석사) 자격 등도 따고 있다. 매주 기업이나 경제를 분석하고 보고서를 써야 하니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등은 모두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안다. 어느 회사에 가더라도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취업률은 당연히 100%다. 정 회장은 “당장 부릴 사람이 필요한 운용사나 투자자문사 등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최근엔 학과사무실 대신 직접 동아리로 컨텍을 해오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일부 학생들은 취업을 하는 대신 아예 직접 투자에 뛰어들기도 한다. 지난 2003년에 동아리가 결성됐는데 1기 회원 중엔 벌써 투자자문사를 세우기도 했다고 한다. 이들은 신입회원을 모집할 때 ‘워렌 버핏 한판 붙자’라는 도전적인 문구를 넣기도 했다. 역사가 짧은 동아리지만 강도 높은 실전연습을 통해 실력을 쌓고 있는 젊은이들의 배포가 엿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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