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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육/취업전쟁

스·폿·스·터·디 뭉치고 흩어지고 취업시즌 새 풍속도 (주간조선 2010.01.10 14:37)

스·폿·스·터·디 뭉치고 흩어지고 취업시즌 새 풍속도

입력 : 2010.01.05 13:37 / 수정 : 2010.01.10 14:37

기업 입사 전형 다양해지면서 특정 회사 대비한 ‘취업 번개’ 활발
온라인 통해 임시조직, 2~3회 만나 필요한 정보만 교환하고 해체

지난 11월 모 그룹 계열사에 입사한 김성표(29)씨는 입사 전 몇 번의 ‘스폿스터디(spot study)’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는 서류심사와 인·적성 검사를 통과한 후 1차 면접을 앞두고 스폿스터디에 들어갔다. 온라인을 통해 이 기업의 1차 면접에 대비하는 사람들이 모인 스터디그룹을 찾아내 함께 입사 준비를 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스터디그룹용 공간을 대여해주는 서울 강남의 어느 카페에서 6명의 다른 입사준비자와 함께 기업의 관련 정보를 수집하며 스폿스터디를 시작했다. 혼자서 찾아내기 어려운 정보들은 7명이 역할을 배분해 조사해 나갔다. 스터디원별로 업계 전체 동향부터 요금체계, 경쟁사 상황, 자회사에 대한 정보 등을 나누어 수집함으로써 입사 면접에 대비하기 위한 정보수집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정보수집과 더불어 모의 프레젠테이션과 참가자들 간의 토론으로 면접 실무 평가에 대한 대비를 했다. 김씨는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1차 면접을 통과했다. 그후 김씨는 기존의 스터디를 해체하고 다시 최종 면접을 위한 새로운 스터디에 가입했다. ‘롤 플레이(role play·가상으로 면접관 역할을 지정하고 그에 맞게 모의면접을 실시하는 것)’ 방법으로 최종면접에 대비함으로써 입사 전형에 필요한 공부들을 마칠 수 있었다.

일러스트 한규하

나날이 다양해지는 기업별 입사전형에 맞춰 최근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단기간에 스터디그룹을 조직해 공부하는 ‘스폿스터디’가 유행이다. 보통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취업 준비생들이 넘어야 할 관문은 서류심사, 인성 및 적성검사, 집단토론, 영어면접, 전공면접, 발표, 실무평가 등 다양하다. 처음 겪는 전형과정에 당황할 수밖에 없는 취업 준비생들이 모여 단계별 공부와 모의시험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스폿스터디들은 특정 기업의 특정 전형을 위해서만 모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인터넷 카페나 문자, 전화 등을 통해 조직된다. 그리고 2~3회 정도의 스터디를 통해 목표를 달성한 후 빠르게 없어진다. 같은 기업 입사를 목표로 뛰는 경쟁자들끼리 모여 꼭 필요한 정보만 교환하고 흩어지는 식이다.

지난 10월 23일 SK그룹의 공개채용 필기시험 결과 발표가 난 직후 인터넷 포털 ‘다음’의 취업 관련 카페에는 다음 전형을 준비하기 위한 스터디 모집공고가 20여개 게시됐다. 대부분 10월 말부터 이어지는 대기업 실무평가 및 면접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1차 면접이 끝나고 최종 면접 대상자가 발표된 11월 중순부터는 ‘최종면접 대비’를 건 스터디 공고 글이 10여개 정도 올라왔다. 전형 결과 발표가 이어질 때마다 그에 맞는 새로운 스터디 모집 공고가 이어지는 것이다.

스폿스터디는 취업을 목표로 하는 분야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로 나뉜다. 금융계, 제조업계, 서비스업계, 언론, 화장품 등 기업 업종에 따라 스터디의 커리큘럼도 바뀌는 것이다.

스폿스터디 그룹은 공부 방식에 따라서도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생활스터디’ ‘기상스터디’ 등 다양한 운영 방식이 있다. 특히 최근에 부쩍 늘어난 ‘생활스터디’의 경우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부터 밤까지 같이 생활하며 일주일 내내 스터디를 하는 방식이다.

취업에 대비해 토익공부를 하고 있는 김현경(가명·27)씨는 서울 강남의 한 도서관에서 5개월째 생활스터디를 하고 있다. 아침 8시에 나와서 출석체크를 한 후 흩어져서 따로 공부를 한다. 공부 내용은 영어공부, 전공공부, 취업준비 등 제각각이다. 그렇게 공부하다 1시가 되면 다시 모여 점심을 함께한다. 2시부터는 다시 흩어져서 각자 할 공부를 하면 된다. 지각이나 결석을 하면 벌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 출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씨는 “집에 있다보면 아무래도 늦게 일어나고 자주 쉬게 된다”며 “같이 시간을 정해놓고 공부하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게 되고 새로운 사람과 정보도 얻어 도움이 된다”고 했다.

‘기상스터디’는 자의로 아침 일찍 일어나기 어려운 사람들이 모인 스터디그룹이다. 이들은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아침 일찍 정해진 시간에 만나 영어공부를 하거나, 시사토론 등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취업준비생인 추양재(29)씨는 5개월째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기상스터디를 하고 있다. 추씨는 매일 아침 6시 반만 되면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메신저에 로그인한다. 같이 스터디를 하는 5명의 사람들과 온라인에서 만나 안부를 묻고 영어단어 시험을 본다. 추씨는 “혼자 일어나면 늘어지고 잠만 더 자게 되는데 이렇게 약속과 벌금을 정해놓으니까 약속 때문에라도 일어나게 된다”며 “잠도 깰 수 있고 일찍 일어나게 되니 하루를 효율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과의 약속에서 비롯되는 타의성에 의존하다 보니 ‘다이어트스터디’도 등장했다. 스터디와 함께 매주 체중 감량을 시도하고 목표량에 도달하지 못하면 벌금을 매기는 형식이다. 타의성에 의존하는 이런 스터디들이 유행인 것은 자의성이 부족한 요즘 20대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무엇인가를 하기에 버거운 개인들이 자유롭게 소그룹을 만들어 스스로 정한 규율에 따르면서 부족한 부분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스폿스터디를 하다보면 꼭 유쾌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터디 인원을 모으는 과정에서 학벌이나 ‘스펙’을 보고 걸러내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김성표(29)씨는 처음 스폿스터디를 시작했을 때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을 받아주지 않아 스터디를 할 수 없었던 경험이 있다. “강남역에 모여서 스터디원들을 처음 봤는데 자기소개서는 몇 번이나 합격했는지, 면접은 몇 차까지 가봤는지, 스펙은 얼마나 갖췄는지 등을 물어보더라고요. 저는 합격경력도 없고 스터디도 거의 못해봤다고 솔직하게 말했죠. 그랬더니 그 다음 모임부터는 어디서 모이는지 연락도 안 오고 전화해도 안 받던데요.”

학교를 먼저 물어보고 상위권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끼리만 몰래 스터디그룹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취업에 앞서 취업 예비군 시장에서도 학벌과 스펙이 작용하는 격이다. 함께 스터디를 하다보면 같이 면접시험에 임할 때가 있는데 그 때 보면 정작 중요한 정보는 공유하지 않고 혼자만 갖고 있던 사람도 있다. 같은 스터디 안에서 공부하면서도 결국엔 동지가 아닌 적이 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스터디원들이 모은 정보를 갖고 탈퇴하는 ‘얌체족’도 있다. 기업 입사에 관련된 정보를 나눠서 모으다 보면 자신의 할당량은 지키기 않고 다른 사람들이 모은 것만 가져가도 충분히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스폿스터디의 발달과 함께 스터디 공간을 대여해주는 장소 대여 업체들도 성황이다. 대학생과 취업 준비생들이 몰리는 신촌, 강남, 종로 등에는 스터디 같은 소모임을 위한 공간 대여업체들이 적게는 2~3개부터 많게는 4~5개까지 존재한다. 신촌, 강남, 종로 등 서울에만 8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토즈(www.toz.co.kr, 02-392-0117)가 대표적이다. 북카페 형태로 음료와 함께 1인실부터 25인실까지 다양한 스터디룸을 대여해주는 신촌의 미플(www.meeple.co.kr, 02-313-4300)도 인기다. 이들 대여 업체들은 사전에 예약해놓지 않으면 사용하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많다. 특히 주말에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예약이 필수다.

많은 이들이 스터디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양한 사람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갈수록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기업별 입사전형에 맞춰 혼자 공부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취업 준비에 대한 것들은 학교나 학원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취업은 해야 하는데 어디서도 배울 수 없고 나날이 다양해지는 대기업 입사전형은 더 많은 것을 요구할 뿐이다.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기에 이들은 뭉쳐서라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시적으로 생겼다가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불확실한 모임인 스폿스터디. 기업들의 다양한 공개 채용 공고가 불안한 20대들의 마음을 수시로 흔드는 이상 앞으로도 수많은 스터디가 구름처럼 모였다가 바람처럼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