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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플러스] 기아차 신형 세단 `K7` 작명 (조선닷컴 2010.01.21)

[이코노미플러스] 기아차 신형 세단 'K7' 작명 스토리

입력 : 2010.01.07 19:24 / 수정 : 2010.01.21 16:39

기아자동차는 24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준대형 세단 K7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시판에 들어갔다지난 4월 서울모터쇼에서 공개된...

시각추적·뇌반응 측정 등 첨단 검증기법 활용한 브랜드 선정 눈길

<이 기사는 이코노미플러스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아자동차가 야심차게 내놓은 신형 세단 K7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K7은 기존 기아차 라인업에서 볼 수 없었던 그랜저급의 준대형 세단이다. 기아차로선 새로운 시장 공략의 첨병을 내세운 것이다. K7에는 또 다른 승부수도 깔려 있다. 기아차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일관되게 통일하는 브랜드 전략이 그것이다.

기아자동차가 새로 출시한 준대형 세단 ‘K7’은 이름부터 큰 화제를 뿌리고 있다.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한 이른바 알파뉴메릭(alphanumeric) 방식의 차명(車名)은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이기 때문이다.

물론 르노삼성자동차가 SM3, SM5, SM7 등의 브랜드를 쓰고 있기는 하지만, 르노삼성은 프랑스 르노가 지분 80% 이상을 보유한 외국계 기업이다. 따라서 국내 자동차 메이커 중에 알파뉴메릭 방식의 브랜드를 채택한 것은 기아차가 사실상 처음이다.

기아차에게 K7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그 동안 기아차가 판매하는 차종 라인업에는 준대형차가 없었다. 중형차인 로체와 대형차인 오피러스 사이에 공백이 있었던 것이다. K7은 바로 이 공백을 메우며 기아차 세단 라인업에 화룡점정을 한 셈이다.


기아차는 야심작 K7의 작명 과정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신경과학 분야 전문가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정재승 교수에게 차명 검증 프로젝트를 맡긴 대목이 눈길을 끈다. 기아차는 정 교수에게 무엇을 원했던 것일까.

기아차는 다양한 차종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그런데 프라이드나 로체 등 주력차종 브랜드가 이미 다른 나라에서 상표등록이 돼 있어 수출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나라에 수출하려면 결국 동일 차종의 브랜드를 새로 지을 수밖에 없다.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기아차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한 끝에 알파뉴메릭 방식으로 브랜드를 통일하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알파뉴메릭 브랜드 전략의 첫 번째 대상으로 바로 K7을 선택했다.

K7 차명 검증을 맡은 정 교수의 말이다. “기아차의 스타일, 지향점, 콘셉트 등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조합을 찾는 게 핵심과제였다. 기아차 측이 제안한 몇 가지를 포함해 거의 모든 알파뉴메릭 조합을 검토했다. 알파벳이 어떤 뉘앙스를 주느냐 하는 점도 중요하게 고려했다.”

정 교수는 한국인 100명과 외국인(한국 거주 3년 이상의 자가 운전자) 100명을 합쳐 모두 2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첫 번째 도구는 설문조사였다. 여러 후보군 중에서 호감이 가는 차명을 선택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런 설문조사에는 한 가지 변수가 숨어 있다. 피실험자들의 응답이 솔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즉, 기아차가 설문조사 취지를 밝힌 만큼 피실험자들이 기아차에게 부정적인 답변을 하지 않는 경향이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왜곡 가능성을 걸러내기 위해 이른바 시각추적(eye-tracking) 기법이 동원됐다. 시각추적은 피실험자의 시선이 실제 어디에 가장 오래 머물렀는지를 조사할 수 있는 과학적 수단이다.

정 교수는 설문조사 결과와 시각추적 결과를 종합해 최종 후보군을 가려냈다. 실제 피실험자들이 선택한 후보와 시선이 오래 머무른 후보를 합산한 셈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과학적 엄밀성을 더하기 위해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를 활용해 피실험자들의 뇌반응도 측정했다. fMRI는 어떤 대상에 대해 뇌의 어떤 영역이 활성화되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장치다.

이런 과학적 검증 절차를 거쳐 최종 간택된 차명이 바로 K7이다. 피실험자들이 가장 선호한 알파벳 후보는 K, T, N, Y, Z 등 5가지였다. 특히 T는 K와 대등한 경합을 벌였으나 다른 외국 업체가 이미 상표등록을 한 것으로 밝혀져 막판에 탈락했다.

정 교수는 “K7은 fMRI 조사 결과 사람들이 어떤 대상을 선호할 때 반응을 보이는 뇌 영역이 활발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실험자들은 K7이라는 이름에서 세련되고 혁신적이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외국인들에게서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K’는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게 기아차의 설명이다. 우선 기아차(Kia)와 대한민국(Korea)의 영문 이름 첫 글자다. 또한 ‘강함, 지배, 통치’의 뜻을 지닌 그리스어 ‘Kratos’의 첫 글자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경쟁력 있는 신차로 다른 차들을 능가하겠다’는 기아차의 목표가 담겨 있다. 아울러 끊임없는 혁신과 발전을 추구하는 기아차의 역동성을 나타내는 데 알맞은 영어 단어 ‘Kinetic’(활동적인, 동적인)의 첫 글자다. 숫자 7은 일반적으로 대형 차급을 의미하며, 행운의 숫자로도 대중적 선호도가 높다.

기아차 관계자는 “K7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를 향한 기아차의 의지가 표현된 새로운 차원의 준대형 럭셔리 세단이며, 기아차의 정체성을 반영한 차명을 사용하겠다는 경영층의 강력한 의지로 개발됐다”고 말했다.

K7은 브랜드 네이밍(naming)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기아차의 글로벌 전략이 반영된 작품으로 보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BMW, 아우디 등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명차 브랜드 다수가 알파뉴메릭 방식의 작명 전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 개발업체 브레인컴퍼니 박재현 네이밍 실장의 설명이다. “K7은 기아차의 브랜드 전략에 대한 고민이 담긴 결과라고 본다. 수많은 브랜드를 사용하는 데서 비롯되는 브랜드 통일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네이밍 전략으로 경쟁을 펼치기 위한 의도가 함축된 것이다. 세계 시장에서는 이니셜과 숫자 조합의 브랜드 전략이 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일부에선 K7이라는 브랜드가 우리 국민의 언어적 속성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한국인들은 정서적 측면이 강한데 K7은 어딘가 이성적이고 차가운 느낌을 주는 브랜드라는 것이다. 한 브랜드 전문가는 “이른바 감성 마케팅의 시대에 정서적 만족감을 채워주지 못하는 브랜드는 소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7이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얼마나 팔려나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분명한 것은 독특한 작명 방식 덕택에 출시 단계부터 시선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이 대목만 보더라도 K7이라는 이름은 이미 효자 노릇을 한 게 아닐까.

K7기존 국산 대형차는 말끔히 잊어라 (2009.12.18)

과거 국산 대형차는 대개 이랬다. 땅에 낮게 달라붙지만 출렁거리는 서스펜션, 부드럽다 못해 쉽게 돌아가는 핸들, 단정하지만 회의실 같은 실내 장식.

직접 타 본 기아차의 준대형세단 K7은 이런 국산 대형차와는 확실히 결별한 '작품'이었다. 서스펜션은 잘 맞는 옷처럼 편안하면서도 역동적이었다. 핸들링 역시 적당히 부드러워 일반인들에게 적당한 운전 재미를 준다.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를 달리면서 자세가 흔들린다는 느낌은 없었다.

  • ▲ 기아차 제공

푹신한 검정 소파 같은 느낌의 대형차를 기대한 사람에게는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준대형차와는 다른 부류의 역동성을 갖추고 있었다. K7에 장착된 전자제어 서스펜션(3.5에만 적용)은 오토와 스포츠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어 과격한 주행과 승차감 위주 주행 어느 쪽에서나 만족스러운 느낌을 가질 수 있다.

K7은 운전자가 원격 리모컨으로 문을 열거나 스마트키를 든 운전자가 다가가면 사이드미러가 펴지며 곳곳에 불이 들어온다. 이른바 '환영(welcome) 시스템'이다. 휠이 바퀴 안쪽으로 들어간 18인치 마이너스 오프셋 휠은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운전자가 시속 60㎞ 이상으로 달리다 방향지시등을 안 넣고 차선을 바꾸면 경고음이 나는 차선이탈경보장치 등도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이런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버튼이 핸들에 가려져 있어 운전 중에 조작이 불편한 점은 개선될 필요가 있어 보였다.

기아차, 준대형 세단 'K7' 출시… 값 2840만~4130만원

(2009.11.25)

기아차가 준대형 세단 K7을 24일 출시했다. 이날 서울 남산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신차행사에는 기아차 정성은 부회장,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 등 임직원과 각계 인사 1000여명이 참석했다.

기아차는 K7이 국산 준대형급 차종 가운데 앞뒤 차축 간 거리가 가장 길어 실내공간이 가장 여유롭다고 설명했다. 2.4L(리터) 엔진 모델은 최고출력 180마력에 공인연비가 L당 11.8km, 2.7L 모델은 200마력에 L당 11km이며, 3.5L 엔진 모델은 290마력에 L당 10.6km다.

지난 2일부터 사전 계약을 받아 접수 시작 3주 만에 8000여대가 계약됐다고 기아차는 밝혔다.

기아차는 엔진·동력 계통은 5년 10만km, 차체·일반 부품은 3년 6만km의 보증수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주행거리에 따라 차량을 미리 점검해주는 프리케어 서비스도 실시할 예정이다. 값은 VG240이 2840만~3070만원, VG270이 3060만~3800만원, VG350이 3870만~4130만원이다.

  • ▲ 기아차는 24일 오전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준대형 세단 K7의 실물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