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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몰아본… 현대차 쏘나타 vs. 르노삼성 신형 SM5 (조선닷컴 2010.01.22)

직접 몰아본… 현대차 쏘나타 vs. 르노삼성 신형 SM5

입력 : 2010.01.22 07:48 / 수정 : 2010.01.22 20:31

18일 출시된 르노삼성 신형 SM5는 그동안 중형차급에서 보기 어려웠던 각종 고급 편의장비를 남김없이 쏟아 부으며 '타도 쏘나타'의 열망을 드러냈다. 반면 현란한 스타일링과 뛰어난 상품성을 무기로 중형차 시장을 평정한 쏘나타의 수성(守城)도 만만치 않다. 작년 10월 몰아본 쏘나타와 지난 15일부터 나흘간 몰아본 신형 SM5의 느낌을 바탕으로 두 차종 장단점을 비교해 봤다.

쏘나타
내비게이션에 최대 8인치 고화질 LCD창을 채택했다. 터치스크린 방식이며, 주요 버튼을 LCD창 바로 아래에, 그 아래에 에어컨·히터 버 튼을 집중 배치해 조작성을 극대화했다. 또 블랙 고광택 소재를 적절히 사용해 내장의 단조로움을 고급스럽게 포장하는 솜씨를 뽐냈다.
속도계와 엔진회전수 게이지는 원통형으로 처리했으며, 전체적으로 파란색과 흰색 계통을 조합해 산뜻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특히 가운데 트립컴퓨터창에 고화질 컬러LCD창을 채택했다. 독일 럭셔리 세단에서도 보기 어려운 꽤 고급스러운 구성이다.
사이드미러에 방향지시등을 내장했는데, 벌브 타입의 저가형 램프대신에 LED를 달아 세련된 맛이 느껴진다. 사이드미러의 형상도 날렵하게 잘빠졌다. 사이드 미러 아래 웨이스트 라인(옆 유리창과 도 어 패널이 만나는 경계)은 크롬선이 관통하는 느낌이 강렬하다.
오르간 타입의 페달을 채택해 운전자가 발로 페달을 밟을 때, 좀더 정밀하고 편안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기존의 동급 차량들은 페달이 위쪽에 매달려 있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오르간 타입에 비해 힘이 전달되는 방식이 다소 어색한 단점이 있었다.
디자인 및 내장 SM5 심플하고, 쏘나타 과감해

SM5 디자인은 심플함을 강조했다. 뒤·옆부분 완성도는 무난하지만, 앞부분에 와서 일관성이 사라지는 느낌. 쏘나타 디자인은 일부 외형의 선(線) 처리가 복잡해 보인다는 의견이 있긴 하지만, 전체 프로포션(비례감)이 상당히 뛰어나다. 개인에 따라 호오(好惡)가 갈릴 수는 있어도 완성도 면에서 딱히 흠잡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SM5가 부드럽고 무난한 느낌을 강조했다면 쏘나타는 좀 더 공격적이고 과감한 편인데, 일관성·완성도 면에서 쏘나타에 약간 더 점수를 주고 싶다.

SM5는 내장의 표면을 말랑말랑하게 가공한 플라스틱의 사용범위를 넓혀 고급스러움을 살렸다. 또 고급형의 경우 천장은 물론 B필러(옆 유리창 사이에 있는 기둥) 안쪽까지 직물소재로 발라 고급스럽다. 내비게이션창을 대시보드 중앙에 깊숙이 묻어놓았는데, 햇빛 반사를 막아줘 시인성을 높여주는 장점이 돋보인다.

다만 계기반의 트립 컴퓨터 LCD창은 아쉽다. 화면 품질 자체가 값싸 보이고 디스플레이도 촌스러워 운전석 계기반 쪽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깬다. 또 열선시트 스위치가 눈에 잘 안 보이는 좌우 좌석의 옆면 아래에 붙어 있어 조작이 불편하다. 전체적으로 버튼류 구성·배치가 '알고 나면 쉽지만 처음 마주치면 어려운' 즉 직관에 의한 조작이 쉽지 않은 구조다. 뒷좌석 승객을 위해 별도 통풍구를 낸 것까지는 좋았는데 통풍구 조작 버튼이나 LCD 창이 값싸 보이는 것도 아쉽다.

쏘나타 내장의 전체적인 재질은 SM5에 비해 나을 게 없지만 블랙 고광택 소재 등을 써서 고급스럽게 포장한 솜씨가 뛰어나다. 계기반에 고해상도 컬러 LCD창을 단 것은 수입차에서도 보기 힘든 고급스러운 구성이다.


편의·안전 장비 SM5 최고급 장비 압권

SM5는 중형세단에서 과하다 싶을 만큼 파격적인 편의장비가 압권이다. 다른 국산차 메이커의 경우 최고급 세단에나 사용할만한 장비를 과감히 얹었다. 일반 전조등(할로겐)에 비해 밝기가 탁월한 제논 전조등을 적용했으며, 특히 하향등뿐 아니라 상향등까지 제논 전조등을 채택(실제로는 한개의 제논 램프가 하향·상향등을 모두 담당하는 방식)한 것은 동급 수입차에서도 보기 힘든 구성이다. 또 방향을 틀면 전조등 방향이 진행방향을 따라 움직인다. 차를 세우면 자동으로 주차브레이크가 채워지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자동으로 풀린다. 운전석에는 초보적인 마사지 기능까지 들어가 있다. 열선시트도 쏘나타가 2단조절인 데 비해 SM5는 3단 조절이다. 보스 사운드 시스템 역시 오디오 추가 튜닝이 필요 없을 만큼 수준급 음질을 들려준다. 편의장비로만 따지면 국산 중형세단은 물론 동급 대부분의 수입세단과 비교해도 우위에 있으며, 특히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등 일본산 중형세단은 사양 면에서 SM5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안전장비 면에서도 SM5·쏘나타 모두 에어백 6개를 달 수 있는 것은 같지만, SM5는 전면 에어백의 경우, 폭발압력을 2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에어백(일명 투 스테이지 에어백)이 들어간다. 앞좌석 탑승자 상해 정도를 약간 더 줄여줄 수 있다. 쏘나타는 이런 기능이 없는 디파워드(폭발압력 감쇄식·에어백의 가장 기본에 해당) 방식이다.

주행안정성을 높여주는 전자식 자세제어장치(ESC 또는 VDC)의 경우, 쏘나타가 전 모델 기본인 데 비해 SM5는 전부 옵션이다. 이 장치는 평소엔 쓸 일이 없지만, 고속주행 중 갑자기 핸들을 꺾는 등의 급조작 상황에서 차가 도로를 벗어나거나 전복될 위험을 줄여준다.


SM5
알루미늄 느낌의 대형 도어 손잡이. 손잡이가 경첩 가까이에 있기때문에 움직일 때 약간 힘이 더 필요하지만 고급스럽다. SM5의 원형인 르노 라구나와 비슷한 구성이다. 운전석 시트 왼쪽 아래에 위치기억 버튼과 안마 기능 및 열선 조작 버튼 등이 모여 있다.
뒷좌석 승객을 위한 별도의 송풍구가 마련돼 있다. 뒷좌석 승객을 위한 온도조절 기능을 기본으로 제공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조작버튼과 LCD창을 좀더 고급스럽게 다듬었더라면 좋았을 뻔했다. SM5는 전트림에 기본으로 채택돼 있으며, 쏘나타는 기본형의 경우 옵션이다.
차를 세우면 주차브레이크가 자동으로 채워지고, 가속페달을 밞으면 자동으로 풀리는‘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를 채택했다. 오른쪽에는 내비게이션 주요기능을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조이스틱 콘트롤러가 달려 있다. 무단변속기(CVT)를 채택해 가감속이 매끄럽다.
고급 모델은 10개의 스피커가 들어가는 보스 사운드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다. 별도의 오디오 튜닝을 하지 않아도 고품질 사운드를 들려준 다. 르노삼성은 보스의 오디오 엔지니어들이 차량 개발 초기단계부터 참여해 스피커의 유형 위치 신호처리 등을 튜닝했다고 설명했다.

주행성능·승차감 SM5 변속 매끄럽고, 쏘나타 최고속도 더 높아

SM5의 태생은 좀 복잡하다. 과거 삼성차 시절 초대(初代) SM5는 닛산 맥시마가 기본. 2세대 즉 바로 이전 세대 SM5는 닛산 티아나가 기본이다. 신형 SM5에서는 상당한 변화가 있었는데, 차의 기본 뼈대가 기존 기술제휴선이었던 닛산이 아니라 르노삼성의 모기업인 르노의 중형차 라구나로 바뀐 것이다. 게다가 라구나는 5도어 해치백(뒷문이 위로 열리는 차)이기 때문에, 르노삼성이 한국실정에 맞는 4도어 정통세단 형태로 바꿔야만 했다. 이를 위해 기본 차체는 라구나 것을 채용하되, 후륜 서스펜션을 포함한 뒷부분 차량구조는 기존의 SM5 것을 갖다 썼다.

이는 신형 SM5의 서스펜션 구성에서 증명된다. 라구나 서스펜션은 전륜이 맥퍼슨 스트럿, 후륜이 토션빔 액슬이지만, SM5는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멀티링크. 간단히 말해 라구나 방식은 저가·기본형에 해당하지만, 신형 SM5는 그보다 고급스러운 구성이다. 게다가 신형 SM5의 엔진은 기존 닛산 계열 엔진(닛산에서는 MR, 르노삼성에서는 M4R) 그대로이고, 변속기는 닛산 계열부품사인 자트코 무단변속기(CVT)를 썼다. 상당히 혼란스러운 조합이다.

결국 르노삼성은 두 가지 차체를 혼합하고 이 차체에 기존의 엔진과 새로운 변속기를 얹는 '모험'을 감행하면서도 한국 소비자들에게 적합한 승차감·주행감을 세팅해낸 것이다. 이질적인 요소의 조합을 아무리 잘 이뤄냈다 하더라도 태생적 한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여러 제약조건 속에서 최선의 작품을 낸 르노삼성 엔지니어들의 퍼포먼스는 충분히 인정해 줄 만하다.

현대차의 경우 제네시스급에나 쓰는 알루미늄 후드(보닛)를 채용한 것도 대단하다. 값은 비싸지만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차체 경량화에 도움이 되고, 특히 전륜차 무게중심의 앞쪽 쏠림 현상을 줄여주기 때문에 주행성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SM5가 성능 향상을 위해 좋은 부품의 사용을 아끼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SM5는 쏘나타에 비해 엔진출력이 모자라기는 하지만 시내주행에서는 거의 차이를 느낄 수 없고, 또 무단변속기 특성상 가·감속이 매끄럽다. 실내 소음 및 진동의 유입은 잘 억제돼 있다. 다만 시속 150㎞ 이상으로 속도를 올리면 CVT 벨트구동 소음이 올라오고, 급차선 변경이나 연속코너에서 차를 세게 돌리면 차가 꽤 휘청거린다.

쏘나타는 SM5보다 20마력 이상 높은 엔진 출력과 6단 자동 변속기가 특징이다. 따라서 SM5보다 최고속이 더 나오며, 일부 구간 가속감이 약간 더 좋게 느껴질 수 있다. 고속 급코너링을 시도할 때 앞바퀴가 노면에 잘 붙어 나가는 능력도 개선됐다. 그러나 전체적인 주행소음은 SM5보다 심하다. 특히 엔진 부밍(특정구간에서 '부웅'하고 떨리는 소음)을 잡아주는 고가의 밸런스샤프트모듈(BSM)이 SM5 엔진에는 채택돼 있는 반면 쏘나타에는 빠져 있다. 이 때문에 특히 엔진회전수 3000~4000rpm 구간에서 쏘나타의 엔진 진동·소음이 유독 크게 들린다.


경제성 SM5 조금 더 저렴해

신형 SM5의 가격은 2080만원에서 3119만원, 쏘나타는 2130만원에서 2990만원. 그러나 차량에 들어간 편의사양 등의 가격을 감안해 비교해보면, SM5가 사양에 따라 150만원 가량 오히려 저렴해졌다.

전체적인 차량의 가치를 판단해 어느 쪽을 구입할지는 소비자의 몫이지만, 현대차가 독주하는 국내 시장, 그것도 본무대라 할 수 있는 중형차급에서 좋은 맞수가 생긴 것은 분명 반길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