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라이프] 짧아서 더 슬펐던 아버지의 두 번 웃음_구효서
왜 그땐 미처 몰랐을까 '아버지의 자리'
당신에게 ‘아버지’란 어떤 존재입니까. 아버지는 언제나 그래야만 했습니다. 항상 뒤돌아선 곳, 안 보이는 곳에서 우셨습니다. 자식이 밤늦게 돌아올 때 어머니는 열 번 걱정하는 말을 했지만, 아버지는 열 번 현관을 쳐다보셨습니다. 아버지는 돌아가신 뒤에야 보고 싶고, 그 분의 말씀은 불가능한 곳에서 더욱 생생하게 되살아납니다. 지난날 우리에게 아버지는 누구였고, 지금 우리에게 아버지는 누구인가요. 내 인생을 묵묵히 이끌고 지탱해 준 우리들의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자리를 다시금 되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 ▲ 아버지는 평생 두 번 정도 웃으셨다. 그 짧은 웃음으로 인해 두고두고 아버지가 가슴에 남아있는지 모른다.
명사 에세이 '아버지의 추억'
소설가 구효서
어딘가에 쓴 적이 있다. 아버지와 평생 나눈 대화를 원고지에 적는다면 다섯 장 이상은 아닐 거라고. 아버지는 웃지도 말하지도 않았다. 근엄한 것과는 달랐다. 삶 자체가 아버지에겐 견디는 거였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버지는 가난에 찌들어 있었다. 그런 아버지도 평생에 두 번 정도는 웃었던 걸로 기억한다.
첫 기억은 구봉서 배삼룡의 ‘웃으면 복이와요’를 보던 중이었다. 참고 있던 웃음을 당신도 모르게 놓쳐버렸던 것이다. 킥, 하고 새어나온 웃음 때문에 아버지는 여간 당황하지 않았다. 식구들도 사색이 되었다. 0.5초도 지속되지 못한 아버지의 짧은 웃음 때문에 식구들은 황망히 천장을 보거나 서둘러 방바닥을 내려다보며 필사적으로 표정관리를 했다.
숨막히는 분위기 속에서 수저 소리만 달그락거렸다. 텔레비전에서 저녁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조직 폭력배 소탕 소식을 전하는 아나운서의 표정은 아버지만큼이나 무뚝뚝했다. 소탕되었다는 조직의 이름을 다분히 근엄한 목소리로 아나운서가 말했을 때 아버지의 두 번째 웃음이 터져 나왔다. 폭력 조직의 이름이 ‘콩나물파’였던 것이다.
두번의 웃음. 합쳐봤자 1초에 지나지 않는 슬픈 웃음이지만, 그래서 더 오래도록 간절하게 그리운 건지도 모르겠다. 그토록 짧은 웃음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버지의 고달픈 생을 오늘까지 두고두고 떠올리진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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