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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육/취업전쟁

삼성그룹 ‘인재교육’ 확 바꾼다 (동아닷컴

삼성그룹 ‘인재교육’ 확 바꾼다

구보-등산 등 획일적 단체문화 퇴출
창의-열정 키워드로 패러다임 바꿔

달라진 신입사원 교육
군기잡기 - 현장 물건팔기 없애
웹으로 ‘소통’… 손들고 질문 사라져

삼성에버랜드 신입사원들은 올해부터 강의실을 벗어나 레스토랑에서

입사 교육을 받았다. 이 회사 신입사원들이 3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에버랜드 안의 레스토랑 ‘베네치아’에서 실무를 익힌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1957년 국내 기업 최초로 신입사원 공채를 시작한 삼성그룹이 최근

입사한 공채 50기를 기점으로 인재교육의 패러다임을 확 바꿨다.

‘삼성인()’의 새로운 유전자(DNA)를 키우기 위해 전사()적인

교육 시스템도 올해 처음 가동했다. 인재경영으로 재계 정상에

오른 삼성의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가 재계와 채용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창의, 소통, 열정

1월 초에 시작된 삼성 공채 50기 신입사원 교육의 공식 키워드는

‘창의, 소통, 열정’이다. ‘창의적 지능 캠퍼스(CIC·Creative Intelligence Campus)’라는 교육시스템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입사원이 회사에서 지급받은 넷북을 통해 사내 인트라넷처럼

접속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삼성그룹이 교육을 위해 모든

계열사를 한데 아우르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 관계자는 “CIC 시스템은 임직원 교육에도 이용될 예정”

이라고 말했다.

신입사원 연수 현장 풍경은 확 달라졌다. 아무도 손을 들고

질문하지 않는다. CIC 시스템을 이용해 강의 중에도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질문을 올린다. 신입사원들은 강의 내용의 오류를

지적하기도 한다. 인터넷을 통해 강의 내용과 관련된 정보를

탐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강의를 맡았던 사람들이

신입사원 분위기가 더 창의적이고 참여적으로 바뀌었다’며 놀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시스템은 삼성그룹의 핵심인 인재양성의 기본인 만큼 주요

계열사들이 역량을 모아 개발했다. 전자칠판 전자책 등은

삼성전자가, 시스템 구축은 삼성SDS가, 콘텐츠 개발은

삼성경제연구소가 맡았다.

○ 구보와 등산은 교육 과정서 퇴출

오프라인에서도 교육 전반의 틀을 뜯어 고쳤다. 특히 단체생활을

중시하는 획일적 문화를 없애는 움직임이 돋보인다. 연수원에서는

오전마다 다함께 참여해야 하는 ‘달리기’가 없어졌다. 삼성그룹

연수의 상징적인 프로그램으로 꼽혔던 현장에서 물건 팔기와

등산도 사라졌다. 오전 일정이 시작될 때 강사가 연수생 앞에서

‘군기’를 잡는 모습도 볼 수 없게 됐다. 또 고등학교처럼 시간을

알리는 벨 소리 대신 음악을 틀기 시작했다.

그룹 내 각 계열사의 교육도 이 같은 패러다임에 맞춰 180도 변했다

. 삼성그룹의 간판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전사 교육기간을 14일에서

5일로 대폭 줄였다. 그 대신 현장 업무를 제대로 접하도록 사업부별

교육 기간을 늘리고 내용도 사업부의 자율에 맡겼다.

삼성전기는 배낭여행을 통해 창의성을 키우는 ‘크레파스’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다른 문화를 연구하고 다양한 사업 사례를 직접 체험하는

교육이다. 최종 결과는 웹진 형태로 사내 인트라넷 블로그에 올린다.

삼성전기는 회사 전반에 대한 강의를 없애는 대신 신입사원의 적응을

돕는 ‘신입사원 탐구생활’ 동영상을 제작했다. 삼성에버랜드의

신입사원은 강의실을 나가 레스토랑에서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쿡딜라잇’이란 이 프로그램에서는 레스토랑을 직접 경영하며

창의적인 사업 아이디어를 짜낸다.

삼성 관계자는 “이건희 전 회장이 3년 전 ‘창조 경영’을 화두로

던졌고, 이 화두를 업무에서 구체화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며

“그룹의 창조성을 고민하고 있고, 이번 교육에서 여러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창조적 리더’가 되기 위한 삼성의 고민

이러한 삼성의 변화는 그동안 탁월한 제조 능력으로 다른 기업을

따라하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에서 벗어나 시장을 선도하는

‘마켓 크리에이터(Market Creator)’로 거듭나기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최지성 사장도 지난해 12월 취임사에서

“창조적 리더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관리의 삼성’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비용을 잘 줄여 왔고 빠른

의사결정으로 금융위기도 먼저 헤쳐 나왔지만 앞으로는 창조적으로

시장을 이끌지 못하면 도태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삼성 직원은 “삼성전자와 애플을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내부적으로 삼성전자는 왜 아이폰과 같은 제품을 만들지

못할까에 대한 자괴감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인재양성 패러다임 변화 사례
―전사적인 교육 시스템, 창의적 지능 캠퍼스(CIC) 첫 도입
―달리기, 등산 등 단체생활 중시하는 문화 없애기
―교육기간을 단축하고 사업부별로 현장에서 많이 배우게 배려
―종이 문서, 두꺼운 책 대신 넷북 등 최신 정보통신 기기 지급해

얼리어답터 만들기
―회사 실무관련 강의보다 신입사원의 회사 적응을 돕는

프로그램 강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