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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 미/연 예 가

[`위험한 꿈` 아이돌 연습생] 아이들 `연습생 고시`(조선닷컴 2010.03.17)

['위험한 꿈' 아이돌 연습생] 그래도 몰리는 아이들 '연습생 고시'

'연습생' 되기 위한 '연습'


1~3년간 학원까지 다녀… 月수강료 50만~200만원

일부 연습생들이 비인간적 대우에 시달리고 있지만, 많은 청소년들에게 기획사 연습생이라는 타이틀만도 커다란 선망의 대상이다. 연습생들은 그나마 공식적인 첫발을 뗀 사람들이기 때문.

지난해 케이블 채널 m.net의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에 72만명의 지원자가 몰린 것만 봐도 스타 열병에 빠진 사람이 한국에 얼마나 많은지는 쉽게 확인된다. 이 프로그램 제작진은 "올해는 최소한 100만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획사 연습생이 되기 위해 청소년들이 먼저 찾는 곳은 이런 방송사의 오디션 프로그램 혹은 각종 보컬, 댄스 교습 학원이다. 연습생이 되기 위해 치열한 '연습'을 먼저 하는 셈이다. 수강생들은 매달 50만~200만원씩 돈을 들여 이런 학원들을 다니고 있다.

현재 가수가 되기 위한 기본적인 기술을 가르치는 전국의 실용 음악 학원은 700여개. 서울 압구정동의 실용음악학원 클라이믹스 배진택 학장은 "5년 전만 해도 300여개 수준이었는데 아이돌 그룹 열풍과 함께 지원자가 늘어나 우후죽순처럼 학원 숫자가 급증했다"며 "700여개 학원 모두 각지에서 성업 중"이라고 말했다.

이 학원 또한 작년 7월에 문을 열어 현재 수강생은 220여명이다. 배 학장은 "기획사에 연습생으로 들어가려고 학원에서 1~3년씩 훈련을 받는다"며 "우리 학원의 경우 초등학교 5~6년생부터 대학교 1학년생까지 수강생 연령대가 다양하다"고 말했다. '위험한 꿈' 아이돌 연습생

['위험한 꿈' 아이돌 연습생] [中] 학교를 버리는 아이들

기획사가 부추겨


"공부는 성공의 걸림돌" '회사원보다 스타' 한탕주의… 시험공부하면 벌 주기도


학교에선 '외계인' 취급


기획사에서 공문 보내면 조퇴·결석해도 '현장학습'… "졸업장 받았지만 바보 돼"

“연습생 생활을 시작하면서 1학년까지 다니던 고등학교를 그만뒀어요. 연예인으로 꼭 성공하고 싶어서요. 매니저 형들도 ‘정말 최고가 되고 싶다면 학교를 접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어요. 그러다 회사와 갈등이 생겨 쫓겨났고 두 번이나 다른 회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했지만 지금은 다시 소속된 곳이 없습니다. 막막해요. 이제 친구도 없고 연예인이 된다는 보장도 없어요. 학교로 돌아가기에도 너무 늦은 것 같고요.” 여전히 아이돌 가수를 꿈꾸는 강모(19)군은 이렇게 말하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는 "틈틈이 춤과 노래 연습을 하며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며 "그러나 스무 살이 돼도 기획사를 제대로 못 잡으면 군대부터 다녀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또 다른 연습생 박모(19)군은 "그나마 저는 간신히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은 상태지만 수업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거의 없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저도 공부에 뜻이 별로 없었지만 회사에서는 제가 학업에 한눈파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어요. 한 번은 중간고사를 준비해야 하니 연습시간에 시험공부를 조금만 하겠다고 했다가 2시간 동안 연습실에서 머리를 박고 있었던 적도 있습니다. 공부엔 손도 댈 수 없었죠."

◆스스로 '배수진'치는 아이들

가수가 되어 세상의 주목을 받고 싶은 연습생들에게 학교와 공부는 귀찮고 의미 없는 존재로 받아들여진다. 기획사는 이를 더욱 부추긴다. 문제는 이들이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받아야 할 정규 교육 과정을 등한시하면서 왜곡된 인성을 키워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들 중 일부는 커다란 대중적 영향력을 갖추게 될 '대형 스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연습생 현모(16)군은 "학교에서 학생회장을 하고 싶었는데 기획사에서 '학교생활에 집중하면 가수 되기 힘들다'면서 말렸다"며 "대학에도 가고 싶은데 회사에서 못 가게 할까봐 걱정스럽다"고 했다.

연습생 스스로 '인생에서 다른 선택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기 위해 학교생활을 포기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많다. 일종의 '한탕주의'가 만연해 있는 셈이다. 노모(16)군은 "다른 친구들처럼 학교에 다니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면 평범한 일반 회사원밖에 더 되겠느냐?"며 "가수가 되지 못한다면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정신없이 가족들 챙기느라 내 인생을 제대로 살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모(18)군은 "연습생 중에서 공부해서 대학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애들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학에 재학 중인 연습생 김모(23)씨는 "나는 연예계에서 성공하지 못해도 대학을 졸업하면 어디든 취직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다른 연습생들보다 절박하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고 했다. 연습생들 중 상당수는 데뷔를 전후해 학교를 그만두기도 한다. 2NE1의 공민지, 빅뱅의 승리, 원더걸스 소희 등 스타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대표적 사례다.

◆학교도, 기획사도 아이들 공부엔 관심없다

기획사 연습생들 중 상당수는 학기가 시작되면 오전에 등교해 4시간 정도 수업을 받은 뒤 정오쯤 연습실로 직행해 자정 넘은 시간까지 춤·노래 교습과 함께 각종 트레이닝을 받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기획사에서 협조 공문을 보내면 학교 측에서는 '공결', '현장학습' 등으로 연습생들의 결석이나 조퇴를 용인해준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 이들은 '외계인' 같은 존재로 취급받는다. 일종의 '왕따' 신세다.

박모(19)군은 "머리가 길다는 이유로 선생님이 '아예 학교 나오지 말라'며 뺨을 때린 적이 있다"며 "공통된 관심사가 없으니 학교에 친구도 없다"고 했다. 고교 시절 기획사 연습생과 한 학급에서 공부한 적이 있다는 배모(20)씨는 "연습생 애들이 학교에 오면 없는 사람 취급하고 무시했다"며 "선생님들이 학교에 안 나오는 연습생 애들을 눈감아주면서 특혜를 주는 듯한 분위기도 싫었다"고 했다.

하지만 성인이 된 뒤 허무하게 막내린 학창 시절을 안타까워 하는 연습생도 많다. 한모(25)씨는 "기획사가 하라는 것 말고는 3년 동안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철저하게 수동적인 삶을 살아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모(22)씨는 "고교 시절 누려야 할 모든 걸 포기하고 가수의 꿈에 매달렸지만 지금 남은 건 기획사의 위약금 독촉뿐"이라며 "수학여행을 가본 적도 모의고사를 쳐 본 적도 없는 불쌍한 학창 시절이었다"고 했다.

◆업계, 대안 모색 시작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규 고교 과정에 연예인이 되기 위한 훈련 코스를 집어넣은 학교들이 등장해 대안으로서 가능성을 평가받고 있다. 서울 장지동의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는 학생들에게 인문계 고등학교와 같은 정규 수업을 시행하고 사이사이 실기를 가르친다. 이 학교 김지연 전략기획실장은 "어린 시절부터 학교를 떠나 연습생 생활을 한 끝에 데뷔하는 연예인의 경우 조직과 사회에 대한 개념이 잘 안 잡혀 있을 때가 있다"며 "건강한 직업인으로서 연예인을 키우기 위해서는 학창 시절에 정규 수업 과정을 반드시 소화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장지동의 한림 연예예술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춤 수업을 받고 있다. 이곳에서는 연예인이 되고자 하는 학생들도 정규 수업을 충실히 듣도록 교과과정이 운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상적인 성장 과정을 경험하지 못한 연예인 연습생들이 훗날 어떤 불안과 고통을 겪게 될지 걱정스럽다"고 말한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또래 집단과 떨어진 상태에서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경우 어른이 되고 나서 자신의 정체성을 수시로 고민하고 심리적 불안감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늘 스타로 추앙받으면 모르겠지만 인기가 떨어지게 되면 극단적 좌절감에 사로잡혀 예기치 못한 행동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건국대 교육공학과 오성삼 교수는 "사람이 어떤 자리에 있든 한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 배워야 할 것이 있는데 연예인 연습생들은 이를 모두 뭉개버리고 있는 셈"이라며 "이런 식으로 기능만을 익혀서는 설사 연예계에서 성공을 한다 하더라도 수명은 매우 짧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위험한 꿈' 아이돌 연습생] 해외 아이돌은 공부한다

근로·학업시간 法에 명시… 촬영장 가서도 '개인 수업'

해외에도 어린 나이에 연예인 생활을 시작하거나 준비하는 미성년자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학업을 도외시하게 하거나 비인간적 환경 속에 신음하게 두지는 않는다.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주(州)에서 연예인인 미성년자가 매일 일할 수 있는 시간을 제한하고 있으며 학교에 갈 수 없는 상황일 때는 현장에서 일정 시간 이상 개인교사의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할리우드가 위치해 각종 엔터테인먼트산업이 가장 발달한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만 7세 이상 미성년자는 하루 8시간 이상 일할 수 없고 그 중 3시간은 학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내용이 법에 명시돼 있다. 이곳에서는 스튜디오·트레일러 등에 마련된 독립 공간에서 어린 배우들이 개인교사로부터 각종 수업을 받는 장면이 일상적이다. 어린 배우들의 학업시간을 지켜주기 위해 녹화나 리허설시간을 조정해주는 것은 기본. 우리나라에서는 꿈도 못 꿀 일이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도 마찬가지. 영국 노동법은 '16세 이하 연예인은 9시간30분 이상 촬영장에 있을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영화 '해리포터'의 제작자 데이비드 헤이만은 한 인터뷰에서 "실제로 나는 어린 배우들의 교육을 위해 선생도 고용하고 보통 학생들의 교육 수준에 맞춰 커리큘럼까지 짜야 한다"고 말했다. 해리포터의 주연배우들은 현장에서도 공부시간을 엄격히 지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외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활동했던 연예인들이 명문 대학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94년 영화 '레옹'에서 마틸다로 나와 주목받았던 나탈리 포트만은 고등학교를 평점 4.0으로 졸업해 하버드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해리포터'의 여주인공 엠마 왓슨 또한 지난해 미국의 명문 브라운대에 입학했다. 미국의 스타 가수 앨리샤 키스는 어린 시절부터 뮤지션이 되기 위한 훈련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고교를 전교 1등으로 졸업했으며 컬럼비아대학 장학생으로 선발됐지만 가수가 되기 위해 진학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연습생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일본 또한 정규 교육기관으로 인정받는 많은 연예인 전문 학교가 있어 연습생들이 기본적 학업을 이어가며 연예인 훈련을 받도록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하윤금 부장은 "전반적인 문화 콘텐츠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라도 연예인 연습생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일본은 연습생들에게도 소정의 월급을 주기 때문에 좀 더 안정된 환경에서 자신의 능력을 계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험한 꿈' 아이돌 연습생] [下] '성형 강박증' 시달리는 아이들

깎고 넣고 빼고… “내 몸은 공사중”


"고쳐야 뜬다"


연습생 3년차쯤 되면 최소 10회 성형·보톡스…


'연습생 성형시장' 100억대


골병 드는 아이들


V라인 턱에 둥근 콧날 선호… 유행 바뀌면 또 수술대로…


쌍꺼풀 의사가 가슴수술도

아이돌 스타가 되기 위해 2년 전부터 기획사 연습생 생활을 하고 있는 박모(20)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외모라면 자신이 있었지만 회사에서 "곧 데뷔하려면 콧대와 광대뼈를 낮추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 "가수로 성공하는 게 급하긴 한데, 얼굴에 칼을 대고 싶지는 않아요. 제가 별종인가요?"

연습생 3년차 김모(18)양은 정반대 고민에 빠져있다. 최근 부모님을 졸라 얻은 돈으로 받은 눈밑 지방 제거술이 마음먹은 대로 안돼 '짝짝이 눈'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까지 5차례 크고 작은 성형수술을 받았지만 아직도 불만이 가득하다. "어차피 연예인 되려면 성형수술은 기본 아니냐?"며 "조만간 눈 수술은 다시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아이돌 연습생들은 한국에서 가장 많이 그리고 집중적으로 성형수술을 받는 집단이다. 본인의 의사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일부 기획사들은 "연예인으로서 성공확률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어린 청소년들에게 성형수술을 강요하고 있다.

본지가 서울 시내 성형외과 전문의 10명에게 의견을 들어본 결과, "TV에 나오는 아이돌 가수나 연습생 중 90%는 성형수술을 받은 것 같다"는 답이 나왔다. 미고 성형외과 윤원준 원장은 "이제 성형수술은 연예인을 꿈꾸는 청소년들이 데뷔를 앞두고 당연히 거쳐야 할 필수 코스가 됐다"며 "자신의 상품 가치를 높이려면 당연히 수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들이 주로 받는 수술은 안면윤곽술과 지방제거술. JK 성형외과 배준성 원장은 "얼굴에서는 눈, 코, 안면윤곽술을 세트로 받아 할인까지 받는 경우가 많다"며 "몸에서는 운동을 해도 살이 잘 안 빠지는 옆구리, 팔뚝, 허벅지, 종아리 등을 수술하곤 한다"고 말했다. 프로필 성형외과 정재호 원장은 "연습생들 중 상당수는 데뷔를 앞두고 '큰 수술'을 한다"며 "일본 만화 주인공처럼 턱선은 V라인에 코 위쪽은 둥글게, 얼굴 라인은 귀엽게 만들어달라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청소년층에서 성형을 '필수'로 생각하는 문화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도, 아이돌가수의 성형붐과 무관하지 않다.

한 기획사 간부는 "데뷔를 앞둔 연습생의 경우 1000만~2000만원 정도의 성형수술비가 투입된다"며 "기획사에서 투자하는 경우도 있고, 일부를 연습생에게 부담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남자 연습생들도 다를 바 없다. 연습생 박모(18)군은 "남자들도 코 수술은 기본으로 한다"며 "저도 하기는 싫지만 회사에서 요구하면 어떻게 생각이 바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습생 성형 시장을 100억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로이터

최근 연습생 생활을 그만둔 전모(25)씨는 "오디션 보러 갔는데, 기획사 간부가 '코 너무 높은 거 알고 있죠? 인상이 세 보이니까 깎고 좁히세요'라고 말했다"며 "3년차 연습생의 경우 보톡스, 필러 시술을 포함, 최소한 10회, 많게는 20회까지 성형수술이나 시술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일부 기획사들은 '스타 마케팅'을 원하는 성형외과와 연계해 싼 가격에 연습생들을 맡기고 있다. 모 성형외과 원장은 "기획사들은 가던 곳만 가려는 습성이 있어 쌍꺼풀 전문 의사에게 가슴 수술을 받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며 "그러다 잘못되면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성형 중독에 빠지는 연습생들은 부지기수다. 연습생 이모(21)씨는 "'유행이 바뀌어 쫓아가야 한다'며 한 번 수술한 부위를 다른 모양으로 다시 수술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성장 중인 청소년 연습생들의 성형수술에 대한 우려가 높다.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오갑성 교수는 "데뷔를 앞두고 청소년 연습생들에게 급하게 이뤄지는 성형수술의 경우 훗날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걱정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위험한 꿈' 아이돌 연습생] [下] "너한테 들인 돈이 얼만데"… '위약금 폭탄' 겁나 나가지도 못해

기획사에 소속된 연예인 연습생들 중 일부는 중도에 마음을 바꿔 다른 길을 가려고 해도 난관이 많다. 그들의 발목을 잡는 가장 단단한 족쇄는 위약금. 일부 기획사들은 회사에서 나가려는 연습생들에게 거액의 위약금을 요구하고 있다. 연습생 김모(22)씨는 "기획사가 제대로 연습을 시켜주지 않아 가수로 데뷔할 수 있을지 회의가 들어 회사를 나가려고 했었다"며 "하지만 매니저 형이 숙식비, 트레이닝비 등 3000만원을 위약금으로 물라고 했다"고 했다. 그는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답답한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기획사측에서는 "실제로 투자한 돈이 있는 데다 기껏 실력을 키워놓은 연습생이 다른 기획사로 옮겨갈까 봐 위약금을 요구한다"는 입장. 그러나 전문가들은 명확하고 합리적인 계약 관계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연예인 소송을 많이 다뤘던 법무법인 두우 최정환 변호사는 "몇년간 훈련을 시킬 예정이며 언제까지 데뷔를 시켜주지 못하면 자유롭게 풀어주겠다는 식의 합리적 계약이 이뤄져야 위약금도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데뷔만 시켜준다면 어떤 나쁜 조건의 계약이라도 감수하겠다는 식으로 달려드는 연예인 지망생들도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