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색뉴스/세계가 놀란 한국

지도를 바꾼 19년 大役事 새만금 33㎞ (주간조선 2010.05.03)

[현장|새만금 방조제 도로 개통] 지도를 바꾼 19년 大役事 새만금 33㎞, 바다 위를 달리다
길이 33㎞, 공사기간 19년, 면적 401㎢(1억2000만평), 총투입 인원 236만9805명, 사용된 돌 8t트럭 1349만750대분….


4월 27일 개통되는 새만금 방조제의 역사를 보여주는 숫자들이다. 새만금 방조제는 전북 부안군 변산면 대흥리에서 군산시 비응도항에서 이르는 바다를 막은 것으로 세계 최장이다. 기네스북 등재를 추진 중이다. 새만금 방조제가 밀어낸 바다만큼, 4만100㏊(서울 면적의 3분의 2)가 우리나라 지도에 추가됐다. 그중 2만8300㏊는 간척토지로, 1만1800㏊는 담수호로 조성된다.

▲ 새만금 방조제의 중간 지점에 있는 33m 높이의 전망대에서 부안 쪽을 바라본 모습. 방조제를 중심으로 오른쪽이 바다고 왼쪽이 간척지가 될 곳으로, 이곳에 농지·명품복합도시·산업단지 등이 조성된다.
1991년 11월 첫 삽을 뜬 후 숱한 기록들을 낳은 새만금 바다 위엔 끝이 보이지 않는 왕복 4차선 관광도로가 바다를 나란히 하며 쭉 뻗어있다. 공사를 맡아 온 한국농어촌공사(사장 홍문표)는 방조제의 중간 지점인 신시도 광장에서 4월 27일 준공식을 갖고 일반에 새만금 방조제를 개방한다. 준공을 기념해 새만금깃발축제, 국제마라톤대회, 가족희망걷기대회, 전국동호인자전거축전 등 다양한 축하행사가 열린다. 특히 깃발축제에는 방조제 길이 33㎞를 상징하는 의미로 작가 200여명이 참여해 만든 33만여장의 깃발이 동원된다. 깃발에는 새만금을 상징하는그림·희망 메시지 등을 담았다. 27일 깃발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방조제 위 840여개의 가로등마다 깃발이 꽂히고, 6만여개의 깃발로 만든 33m 높이의 ‘희망나무’가 세워진다. 깃발축제가 열리는 5월 7일까지 이곳을 방문하면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자연과 예술과 인간이 빚어낸 대장관을 볼 수 있다.

4월 27일 준공식… 다채로운 행사


4월 13일 준공식을 앞두고 있는 새만금 방조제를 찾았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출발해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서천·공주고속도로~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리다 동군산IC로 빠져 새만금 방조제 진입로가 있는 군산시 비응도항에 도착했다.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지키면서 달리니 3시간이 걸렸다.

비응도항 오른쪽으로는 군장국가공단이, 왼쪽으로는 새만금이 펼쳐졌다. 이날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탓에 항구엔 조업을 나가지 못한 배들로 꽉 차 있었다. 비응도항엔 수산물센터·횟집이 즐비해 벌써부터 주말이면 관광객으로 북적인다고 한다. 단군 이래 최대 토목공사의 현장을 미리 보고 싶어 달려온 관광객이 평일임에도 제법 많았다.

진입로에 들어섰다. 방조제를 사이에 두고 오른쪽은 바다, 왼쪽은 호수였지만 바다의 끝도 호수의 끝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어느 쪽이 바다인지 알 수 없다. 마치 기독교 성경 출애굽기에 나오는 ‘모세의 기적’처럼 바다 한가운데로 난 길을 달리는 것 같다. 방조제는 모두 4개의 구간으로 돼있다. 부안 쪽에서 1호 방조제가 시작되고 군산 비응도항 쪽이 4호 방조제이다. 도로보다 높게 만들어진 인도는 자전거도 맘껏 달릴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넓다. 대부분의 다른 방조제는 바다 쪽을 막은 둑보다 도로가 낮아 달리면서 바다를 보기 쉽지 않다. 하지만 새만금 방조제는 바다 쪽을 조망할 수 있게 둑 위로 도로를 만들어 자동차를 타고 달리면 바다가 곧 손에 잡힐 듯하다. 방조제보다 도로가 5m쯤 낮아 바다가 보이지 않는 1호 방조제 4.7㎞ 구간도 올 연말까지 도로 높임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 방조제 길이 33㎞를 상징한 33m 높이의 전망대.
섬과 섬을 딛고 군산서 부안으로

10여분을 달리니 오른쪽으로 선유도·신시도·무녀도 등 63개의 섬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는 고군산군도가 그림처럼 다가온다. 도로는 고군산군도의 하나인 야미도를 딛고 고군산군도에서 가장 큰 섬인 신시도를 통과하게 돼 있다. 준공식 행사가 열리는 신시도 광장엔 방조제 완공을 기념해 만든 33m의 조형탑이 세워져 있다. 오른쪽 대각선 방향으로도 역시 33m 높이인 ‘농어촌공사 새만금 33센터’라는 전망대가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배 모양을 본떠서 만든 전망대에는 새만금 종합통제소도 들어서 있다. 전망대 위에서 내려다보면 왼쪽으로 방조제 안과 밖의 물이 드나드는 신시 배수 갑문이 보인다. 신시 배수 갑문의 수문 한 개는 485t으로 80㎏들이 쌀 6050가마의 무게와 같다. 크기도 폭 30m, 높이 15m로 5층짜리 아파트만하다. 한 개 가격이 120억원에 이르는 수문이 이곳에만 10개가 있다. 1호 방조제와 2호 방조제 사이에 8개의 수문으로 된 가력 배수 갑문이 또 있다. 지금은 배수 갑문을 통해 해수가 유통되기 때문에 방조제 안과 밖 모두 바닷물이지만 앞으로 이곳을 통해 담수화가 진행된다.

도로 중간중간엔 바다 쪽으로 전망 데크가 있다. 차 문을 열고 나가자 바닷바람이 거세게 몸을 밀어냈다. 강풍주의보가 내린 바다는 사나워보였다. 태풍이라도 불면 바닷물이 방조제를 넘어 도로로 올라올 듯 싶었다. 박재근 농어촌공사 홍보팀 차장은 “태풍 등 비상사태를 대비해 관광도로와는 별도로 방조제 안쪽으로 왕복 2차선의 안전도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안전도로와 관광도로 사이엔 곳곳에 주차장과 화장실 등을 만들어 놓았다. 군산을 출발한 지 30분 만에 1호 방조제가 시작되는 부안에 도착했다. 입구에 1995년에 세워진 새만금 전시관이 있다. 이곳에 가면 새만금의 과거부터 현재, 미래를 모두 볼 수 있다. 주차장엔 관광버스 5대가 서 있었다. 전시관 안에 들어가니 평일이 무색할 만큼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2층 전망대에 있는 망원경을 통해 보면 방조제의 다른 끝까지 훤히 보인다.

▲ 새만금 위성 사진
서울에서 친구들과 자동차를 타고 왔다는 권선순(61)씨는 “눈으로 직접 보니 어마어마하다”고 말하고 “끝이 어딘지를 모르겠다”며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천안에서 관광버스로 단체관광을 온 이명자(70)씨는 “바다가 육지가 되는 거 아니냐”면서 “지도가 바뀌게 됐다”고 감탄했다.

동북아의 관광 허브로

새만금 사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방조제로 바다를 막는 골격 작업은 마쳤으니 이젠 방조제 내부 지역 개발을 해야 한다. 바다 같은 방조제 안쪽 물을 빼내고 담수화도 해야 하고 매립토를 쏟아부어 토지도 만들어야 한다. 또 중요한 것은 방수제 건설공사다. 방수제는 농업용지와 호수 사이를 둑으로 막는 것이다. 염분이 있는 물이 농지로 스며들지 못하게 하고 토사 유출을 막기 위해선 꼭 필요하다.

내부개발 사업 중 첫 번째 공사인 산업 단지는 지난해 1월 착공했다. 산업단지는 새만금 전체부지의 5%인 1870㏊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두 배가 넘는다. 이 중 211㏊는 개발을 마치고 상반기 내 기업에 분양돼 2012년부터 입주하게 된다. 나머지는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매립된다.

여의도공원 9배 크기 리조트 올 착공

새만금을 관광 허브로 만들기 위한 명소화 사업도 올해 시작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신시도~야미도 구간에 들어설 아일랜드 리조트이다. 농어촌공사가 다기능 부지로 매립을 이미 마친 200㏊(60만평)가 본격적인 개발을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는 휴양 리조트·놀이공원·수상레포츠 시설 등을 유치해 해양·생태 리조트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 방조제 안과 밖의 물이 드나드는 신시배수갑문.
정부는 지난 1월 28일 새만금 종합실천계획을 확정했다. 총 22조원이 투입되는 내부개발에는 명품복합도시·방수제 건설·관광명소화·상류의 수질오염을 막기 위한 하천정비 사업 등이 포함돼 있다. 간척지 중앙 부분에 조성되는 복합도시는 방사형 구조로 호수를 가운데 두고 산업, 관광·레저, 국제업무 단지가 들어선다. 내부개발 공사는 일단 1단계로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만금 사업은 처음엔 농지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종교계가 제기한 환경파괴 논란으로 공사가 중단됐다 재개되기를 반복하면서 사업 목적은 점차 진화했다. 사업 방향이 바뀌면서 농지 대 기타 시설 토지의 비율이 7 대 3이었던 것이 거꾸로 3대 7이 됐다.

새만금 사업은 뼈대와 밑그림이 그려졌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재원확보·수질개선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매립토 확보 방안도 문제다. 해수유통과 방수제 건설 범위를 둘러싼 부처 간 의견 차이도 풀어야 할 숙제다.

홍문표 농어촌공사 사장은 “방조제 완공으로 새만금 개발이 이제 본 궤도에 올랐다”면서 “8570㏊에 이르는 농업용지 개발과 명소(名所)화 사업에 주력하는 한편, 새만금이 동북아의 관광 허브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16년 새만금 지킨 농어촌공사 오진휴 소장

바다와 싸우며 어르며 16년 새만금에 청춘을 바쳤죠”

“입사 2년째인 1992년 7월에 와서 중간에 1년 반 전북본부로 나가 있었던 때를 빼고는 이곳에서 근무했으니 새만금의 역사와 함께 한 셈이지요.”

오진휴 제3공구사업소 소장(49)은 처음 이곳으로 근무 발령을 받았을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있게 될 줄은 몰랐다. 그때 나이가 서른한 살. 유치원 다니던 6살 큰아들은 지금 24살이 돼서 군대에 가 있다. 오 소장에게 가장 힘들었던 때를 물으니 환경단체 등이 몰려와 시위를 할 때였다고 한다. “시위대는 매일 몰려오죠, 공사 진행은 안되죠, 공사구간 유실될까 걱정도 되죠…. 공사가 60% 진행된 상태에서 원상복구를 요구해대니 무척 답답했습니다. 몸싸움이요? 말도 못해요. 공무원 신분이니 맞서 싸울 수도 없고 그저 당할 수밖에 없었죠.”

한겨울 칼바람도 힘들었다. 아무리 두꺼운 옷으로 무장을 해도 살갗을 에는 북서풍이 옷을 파고들었다. 공사 초기에 연결구간이 많지 않아 배로 이동할 때도 위험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안개로 한 치 앞이 안보이는 곳을 배로 이동하다 길을 잃기도 하고, 파도에 휩쓸리기도 하고, 그야말로 생사를 왔다갔다 했죠. 인명사고가 한 번도 없었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잠시 전북본부로 떠나 있었지만 끝막이 공사가 다가오니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끝막이는 방조제 공사 중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마지막 구간을 연결하는 공사다. 새만금의 경우 수심이 깊고 초당 유속이 7m로 빨라 세계적인 난공사였다. 오 소장은 오랫동안 자신의 손으로 준비했던 것을 마무리하고 싶어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오 소장은 “2006년 끝막이 공사가 마무리 된 순간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새만금에 청춘을 바쳤으니 이곳에 대한 애정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좋은 땅을 만들었으니 앞으로 개발을 잘 해야죠.”

새만금 방조제 어떻게 만들었나


새만금 방조제를 가보면 도대체 이 넓은 바다를 어떻게 막았을까 상상이 안 간다. 방조제는 바다 위로 드러난 것만 좌우 폭이 100m가 넘는다. 그 위에 왕복 4차선 관광도로, 왕복 2차선 안전도로가 나란히 달리고 두 도로 사이엔 녹지대가 만들어져 있다. 방조제 공사에서 가장 큰 문제는 암반 위에 건설하는 댐과는 달리 기초 지반이 약하고 조류가 세다는 것이었다. 방조제는 아래쪽이 넓고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완만한 경사형이다. 지반이 약한 걸 보완하기 위해 맨 밑바닥엔 특수 매트를 깔았다. 그 위에 큰 돌을 얹어 매트를 고정시킨다. 방조제의 바깥쪽부터 돌을 쌓아 바닷물을 먼저 막는다. 이후 안쪽으로 모래를 쏟아 붓고, 방조제 맨 안쪽을 다시 돌로 쌓는다. 모래가 중간에 있고, 돌들이 양쪽에서 버티는 구조가 된다.

돌을 쌓을 때 새만금 방조제만의 노하우가 있다. 유속이 심해 웬만한 돌은 바닷물에 쓸려가기 때문에 돌을 철사로 묶어 2~3t 무게의 거대한 돌망태를 만들어 떨어뜨렸다. 돌망태를 실어나르는 데는 국내에 20대밖에 없는 35t트럭이 모두 동원됐다. 필요한 모래는 인근 바다에서 채취해 조달했다. 여기에 들어간 모래만 총 9800㎥로 길이 417.4㎞인 경부고속도로 4차선을 11m 이상 쌓을 수 있는 양이다.

이렇게 조성된 새만금 방조제의 가장 아랫부분의 평균 폭은 290m이고 가장 넓은 곳이 535m에 이른다. 평균 높이는 36m(최대 54m), 해수면 위로 드러난 부분은 11m이다. 14년을 새만금 방조제 공사현장에서 근무한 김두현 농어촌공사 공무팀 차장은 “우리나라 방조제 건설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면서 “네덜란드 팀이 처음엔 기술을 가르쳐주러 왔다가 나중엔 배워갈 정도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