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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나비효과, 안방 불 끄게 했다 (TV리포트 2010.12.19 07:47)

'무한도전' 나비효과, 안방 불 끄게 했다

무한도전이 주말 예능프로그램답게 재미와 웃음을 선사하는 동시에 시청자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질문에 답한 시청자들은 무한도전을 보기 위해 TV의 전원을 끌 수는 없었지만 슬그머니 안방 불을 껐다.

18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이하 무도)에서는 온난화로 북극 얼음이 녹아 몰디브 섬이 잠길 것이라는 환경 문제를 빗댄 무도 멤버들의 고군분투기가 그려졌다.

멤버들은 위아래 층으로 만들어진 북극 호텔과 몰디브 리조트에서 휴양지 체험을 했다. 특이한 점은 북극 호텔엔 몰디브 리조트에 설치돼 있는 에어컨 실외기가 장착돼 있고, 몰디브 리조트엔 북극 호텔의 배수관이 연결돼 있어 각 층에서의 활동이 서로에게 순환적인 영향을 미치는 꼴이라는 것.

반팔 차림의 몰디브 리조트 멤버들은 더운 날씨를 이기기 위해 에어컨 온도를 최대치로 낮추며 휴양을 만끽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실외기를 작동시켜 모든 기구들이 얼음으로 만들어져 있는 북극 호텔을 녹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해서 나온 물은 배수관을 따라 몰디브 리조트로 흘러가 멤버들의 짐과 집기들을 적시기 시작했다.

이어 멤버들은 '나비효과'라는 제목의 멤버 길의 일상생활을 담은 영상물을 시청했다. 길은 물 틀어놓고 샤워하기, 쓰지 않는 컴퓨터 켜놓기, 빈 집에 보일러 켜놓기 등 평소의 습관들을 고스란히 노출했고, 이와 같은 행동들이 이어질 때마다 북극 호텔의 온열기는 한 대씩 전원을 켜며 몰디브 리조트로 대량의 물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파괴되는 휴양지의 모습에 멤버들은 불안감을 느껴 탈출을 시도했지만 문은 굳게 닫혀 있을 뿐이었다.

이에 멤버들은 길의 사소한 행동이 자신들의 휴양지를 파괴하는 주범임을 깨닫고 "이러다 지구 망하겠다", "다시는 이렇게 살지 않겠다."며 영상물 속 들리지 않는 길에게 행동을 멈춰줄 것을 간절히 읊조렸다.

멤버들은 결국 길이 가져온 열쇠에 의해 휴양지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점점 심각해지는 지구 환경 문제의 주범은 다름 아닌 '나'이며, 일상에서의 사소한 행동의 변화에서부터 지구 환경이 지켜질 수 있다는 쉽지만 강렬한 메시지였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무한도전을 보다 아무도 없는 방에 불이 켜있는 것을 보고 슬그머니 가서 껐다", "평소 에너지 절약에 무심하던 아이들이 방송 직후 안 쓰는 컴퓨터에 전원을 끄라는 말에 곧장 움직이더라", "학교 교육용으로 사용해도 부족하지 않은 방송이었다" 등의 시첨 소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