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향해 쏘는 ‘묻지마 새총’ 끔찍한 사고 부를수도… (동아일보 2010-12-19 11:56)

도로향해 쏘는 ‘묻지마 새총’ 끔찍한 사고 부를수도…

어린 시절 추억의 놀이감 '새총'이 달리는 승용차를 세우는 등 무서운 흉기로 돌변하고 있다.

도로변이나 주변 상가에서 무심코 도로를 향해 쏜 이른바 '묻지마 새총'이 달리는 차량을 맞춰 유리창이 깨지는 사고를 일으키고, 새총으로 차량 유리창을 깨고 물건을 훔쳐가는 등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새총을 달리는 차량을 향해 쏘면 대형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져 인명이 살상될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지난 6일 오후 11시께 A씨의 승용차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앞 대방역방향 도로에서 서행하던 중 '팡'하는 소리와 함께 뒷부분 유리가 깨졌다. 차를 정차한 뒤 주변을 둘러봤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다.

당시 뒷좌석에는 회사 동료가 타고 있었다. 다행히 깨진 유리창은 금이 간 채 창틀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양천구 집으로 돌아와 확인해보니 유리 중앙에 파편에 맞은 작은 구멍이 생겼다. 구멍을 중심으로 유리는 금이 가 있었다.

차동차공업사 정비사는 새총에 맞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종종 새총에 맞아 찾아오는 차량들이 있다고 했다.

다행히 사람이 다치지는 않아 A씨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지만 새총이 쏜 돌이 움직이던 차량 앞유리에 맞았으면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A씨는 "만약 운전도중 승용차 앞유리에 돌이 날아와 유리가 깨지면 순간적으로 시야가 가려 앞서가던 차량을 추돌하는 등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며 "이런 장난은 살인미수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새총'의 파괴력이 생각보다 심각해 대책을 마련해야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새총이 범죄에 이용되는 사례도 있다.

지난 7월 전북 익산에서는 새총으로 차량유리를 깨고 절도를 일삼은 30대 남자가 절도 혐의로 구속됐다.

또 8월에는 부산에서 40대 남자가 일조권이 침해당했다며 공사장 인부들을 향해 새총을 쏴 폭력혐의로 처벌받았다.

하지만 돈만 지불하면 어린 학생은 물론 누구든 새총을 쉽게 살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새총 판매에 대해 마땅한 단속 법령도 없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 '새총'이라고 검색만 하면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서다. 전문적으로 고성능 새총을 만들어 파는 '새총장인'도 존재했다.

새총의 가격은 천차만별이었다. 1900원부터 10만원이 넘는 고가의 '수제' 새총도 있었다. 총대의 재질과 사용된 고무줄 장력에 따라 가격이 달랐다. 손 떨림 방지를 위해 팔 지지대가 추가된 제품도 있다.

가격에 따라 성능도 차이가 났다. 50m 이상 힘 있게 날아가 목표물을 맞힐 수 있다는 새총도 있었다. 구매한 사람들의 사용후기에는 멀리 날아가 마음에 든다는 글이 많았다.

판매업자들은 광고 글에 새총이 레저용, 호신용, 사냥용 이라고 소개했다. 새총을 사면 총알은 무료로 준다. 대부분 쇠구슬이나 유리구슬이다.

복수의 판매업자들은 사람에게 사용할 경우 위험할 수 있지만 경고문을 통해 위험성과 주의사항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했다.

이들은 경고문에 사람이나 동물, 유리 등에 쏘지 말라는 내용을 담았다고 밝혔다. 19세 이하 미성년자들의 사용주의도 언급돼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새총으로 피해를 당한 사람이 신고를 할 경우 형사과에서 조사를 하게 된다고 밝혔다. 새총이 장난감으로 분류돼 판매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경찰대학교 표창원 교수는 이같은 '묻지마 새총범죄'에 대해 "새총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문제"라며 "총기소지가 금지된 상황에서 일부 사람들이 총을 쏘는 느낌으로 대상에게 타격을 입히는 욕구를 분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표 교수는 "다만 새총을 사용한 범죄의 경우 검거됐을 때 '장난이다, 실수였다'고 변명을 쉽게 할 수 있어 새총 범죄가 일어나는 것 같다"며 "예방차원에서 비비탄 총기류와 마찬가지로 연령제한 등의 규정을 두는 것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영상= 남의 차 망가트리고 도망가면 처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