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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치

이재명 “차기 대권 2위? 국민들은 성과 중시하니까”(국민일보 2020-06-22 00:15)

“국민은 본인에게 세금 환원된다는 확신 들면 증세 반대 안할 것”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9일 경기도 수원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정치권 내 기본소득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정말로 좋은 정책이고, 내가 낸 세금이 나한테 돌아온다는 확신이 들면 국민이 증세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증세 불가피론을 내세웠다. 이 지사는 지난 19일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기본소득제 도입과 재원 마련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 그는 특히 “저는 정치적 기반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라며 “국민에게 인정받는 유일한 길은 성과를 내서 실력을 인정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코로나19 사태에서 신속하고 강력하게 대응해 존재감이 돋보였다.

“행정이란 법률이 금지하지 않는다면 공익에 부합하는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는 것, 이것이 시민운동할 때부터 갖고 있던 생각이다. 권한을 최대한 행사해 공익에 부합하도록 하는 게 제 의무다. 남들이 안 하는 걸 하다 보니 일부러 눈에 띄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지만, 행정가로서 권한을 최대치로 행사하는 과정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결론이다.”

-대북 전단 살포에도 강경하게 대처하고 있다.

“최근 대북 전단은 북한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내용이다. 인권 개선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 대결을 조장해 국가안보에 위해를 가하고 주민 안전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접경지역을 관할하는 지방정부 책임자로서 도민들의 안전과 도의 발전이 가장 중요하다. 옥외광고물법 폐기물관리법 해양환경관리법 등의 적용 처벌은 모든 법령담당 부서를 모아 몇 시간 동안 고민 끝에 찾아낸 결과물이다. 지금 인천, 강원도에서도 참고하겠다고 관련 부서에 연락이 온다고 한다.”

-논쟁적 이슈를 선도하지만 포퓰리스트라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저는 정치적 후광이나 조직, 학연, 혈연, 지연이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국민에게 인정받는 유일한 길은 성과를 내는 것이다. 똑같은 재원·역량을 갖고 더 많은 효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중첩 효과를 내도록 설계했다. 지역 화폐 개념을 처음 도입한 청년 배당 정책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복지 지출을 지역 화폐와 연결시켜놓으니 복지 정책인 동시에 경제 효과를 갖게 된 것이다. 이건 우연이 아니라 장기간 준비한 결과물이다.”

-진보와 보수 양쪽의 비판을 받으며 기본소득제 논의를 이끌어왔다.

“좌파 진영 일부에선 기본소득 도입하면 복지가 줄어들까 우려하고, 우파 진영에서는 증세하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기본소득으로 기존 복지를 대체해서도 안 되고, 증세없이 (기본소득) 한다고 거짓말해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대체없이 하려면 증세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사회 지출이 22%인데 한국은 11%에 불과하다. 저부담 저복지에서 중부담 중복지로 옮겨가려면 증세를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게 설계해야 한다.”

-기본소득제의 재원 마련에 대한 지적이 많다.

“이 정책이 복지정책을 겸한 훌륭한 경제정책이라는 걸 체감하도록 해야 한다. 이번에 한 번 해봤는데 현재 재원 범위 내에서 소액으로, 1년에 1번 25만원 정도 해보면 좋겠다. 13조원이 필요한데 괜찮다고 하면 1년에 2번 해서 50만원까지 증세 없이 해보고, 그 다음엔 세원을 조정해서 연간 100만원까지 줄 수 있다고 본다. 대상을 늘려가는 방법도 있다. 연령에 의해 늘리는 방법도 있고, 장애인·농민·아동 등 특수 계층 혹은 지역별로 순차적으로 할 방법도 있다. 증세하면서 순차적으로 하면 재원은 별 무리 없을 거라고 본다.”

-정부·여당은 증세에 소극적인데.

“국민 대중을 믿지 못해서 그렇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복지나 공공서비스에 지출을 늘여야하고, 그러려면 증세해야 한다는 건 사실인데 민주당은 솔직히 표 떨어질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다. 정책은 신중해야 하고, 대중을 믿어야 하고, 진실 앞에 정직해야 한다. 증세를 통해 필요한 일을 하는 게 우리 모두와 국가에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이야기해야 한다. 이 정책이 정말 좋은 정책이고, 내가 낸 세금이 나한테 돌아온다는 확신이 들면 증세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우리 국민이 그 정도 수준은 된다. 탄소세 데이터세 국토보유세 등을 신설하되, 100% 국민에게 되돌려주는 목적세로 만들면 국민이 저항할 이유가 없다. 국민을 우리보다 수준이 높고 합리적인 인격체라고 보면 이런 두려움은 없어질 것이다. 그래야 사회가 전진한다.”

-긴급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추운 겨울이 닥쳐온 상황이라 생각해보자. 초기에 13조원을 들여서 따뜻한 담요를 한번 걸쳤는데, 지금은 그 담요를 걷어와야 하는 시점이다. 이미 재난지원금에 따른 매출 증가가 멈췄다. 그런데 그 담요를 덮기 시작할 때보다 더 추워졌고 특별한 혹한이 온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결국은 더 강력한 담요, 최소한 같은 담요를 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2~3회 추가 지급해야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총선 압승한 집권여당에 이것만큼은 꼭 하라고 제언한다면.

“국민이 입법 사법 행정까지 국가 3개 권력을 ‘몰빵’ 했다. 올인하는 사람의 심정은 사실 매우 불안하다. 또 건전한 역량 있는 야당을 발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올인한 것이지 선택한 건 아니었다. 기대가 큰 만큼 기대에 부응 못 하는 순간 급격히 무너질 수 있다. 반드시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고, 성과란 국민의 삶이 개선되는 것이다. ‘소위 한방’ 같은 정치적 의제보다 내 삶이 어떻게 개선되느냐 하는 민생 의제가 중요하다. 실현 가능한 민생 현안을 최대한 많이 발굴해서 개선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저금리 시대에 최고 금리를 24%로 규정해놓은 이자제한법 개정이나 산업재해율 및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법안이 있겠다. 생색이 안 나더라도 쉬운 일부터 빨리 처리해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의원들도 알지만 실행은 쉽지 않다.

“그래서 지도부가 중요하다. 행정은 최고책임자가 1명이어서 일사분란한 측면이 있는데, 입법은 300명이 다 책임자라서 그렇다. 의견 조정이 쉽지 않고 비효율적이나 민주적 과정을 거친다는 장점이 있다. 나는 정치인들이 국민에 대해 ‘지도자’라고 표현하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웃음) 대리인들은 주권자들의 일을 대신하는 것이고, 가장 가깝게 가려고 노력하는 것이지 앞에서 끌어가거나 지도하는 게 아니다. 그 시대는 이미 지났다. 과거에는 리더십이 ‘끌어가는 사람’이었다면 얼마전부터는 ‘동반자’ 지금은 ‘팔로어’라고 하지 않느냐. 대중의 성격이 바뀌었다. 결코 지도자라고 해서 따라갈 수 없다.”

-2개월 뒤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데 여당 대표가 가져야 할 리더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180명 가까운 의원들이 국민 뜻을 따라 직무 수행을 할 수 있도록 리드할 역량이 있어야 한다. 책임도 질 수 있어야 하고.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정치적 갈등이 될 수 있어서(웃음).”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2위를 달리고 있다. 당에 기반이 없으니 불리하지 않나.

“실력 실적 성과를 중시하는 사회로 바뀌고 있다. 저는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하는 거다. 대세는 국민이 정한다. (대권) 경쟁에 먼저 나서서 뭘 해보겠다는 생각이 없다. 전에 괜히 먼저 나섰다가 이익도 없이 오히려 손실만 생겼던 것 같다. 그냥 불러주실 때까지 일 열심히 하고, 그러다 안 불러주면 이 일을 계속하는 것만도 얼마나 큰 영광이고 기회인가. 젊은 시절 꿈이 ‘꼬리를 잡아 몸통을 흔드는 것’이었다. 실제로 시민운동을 하고,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꼬리를 잡고 많은 일을 했고 시장과 도지사가 돼서는 엄청나게 많은 성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또 앞으로도 만들 자신이 있다. 이것만 해도, 머리를 잡지 못했지만 꼭 머리를 잡아야 하는 것 아니지 않느냐.”

-여의도에 ‘이재명계’가 있나.

“‘이재명계’는 없다. 제가 무슨 위대한 정치지도자라고 계보가 있겠느냐(웃음). 다만 동조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일부러 만들 생각도 없다. 내가 안다.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억지로 할 필요도 없고, 되지도 않을 일이다. 다만 국민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잘 내면 다른 역할 시킬지, 이 역할 계속 시킬지, 아니면 이 역할조차도 박탈할지 결정할 거라고 본다.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게 길이 저절로 열리는 길이다.”

-대선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극성 지지자들과 갈등을 겪어왔다.

“상당수는 문 대통령 지지자를 참칭하는 분열세력이라고 생각한다. 국민 입장에서 본다면 분열해서 갈등을 만드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나. 그런데 정치는 전쟁의 축소판이다. 전쟁에선 원래 사방에서 활이 날라오고 칼 총알 다 맞는건데 그거 안 맞으려고 하면 되겠느냐. 가끔 총알을 맞아보면 다른 길로 가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런데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 나 같은 비주류에게는 기회보단 위기가 많이 오고, 위기 속에 기회가 감춰져 있다. 그래서 늘 위기를 잘 관리하고, 위기 속에 있는 기회 요인을 잘 살리려고 한다.”

-‘어떻게 저렇게 신속하게 판단을 내릴까’ 하는 평이 많다. 중요 정책 결정을 어떻게 내리나.

“전엔 직관으로 주관적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참모들의 의견을 반드시 듣는다. 열심히 공부하는 건 기본이다. 무엇보다 대중들 안에 반짝이는 좋은 아이디어가 많다. 할 수 있는 SNS는 다 한다. 도정에 대한 신고나 문제 제기는 민원실보다 SNS 메시지와 댓글로 들어오는 게 더 많다. 현장에서 직접 원하는 목소리를 접하고 그 속에서 제가 정책을 하기 때문에 매우 빠르고 어떻게 보면 약간 기발하고 어떻게 보면 선도적인 정책이 나오게 되는 것 같다. 제가 유능해서라기보다는 집단 지성에 다른 이들보다 좀 더 가까이 있는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가 남아있다.

“대법원 심리가 종결됐다고 하니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다. 대법원의 상식과 양식을 믿는다. 제가 믿는 정의와 상식이 그들이 판단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 그게 불안하다. 그래도 뭐든지 끝이 있는 거고, 끝나는 순간까지 레임덕 없이 도지사로서의 권한을 행사하며 1분 1초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경기도는 어떠한 기강해이 없이 정말 살아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