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초기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면서 백신 개발과 확보를 위한 글로벌 쟁탈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백신을 둘러싼 '패권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고, 이르면 오는 9월에 백신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 임상시험에 진입도 못해 백신 개발경쟁에서 뒤처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110여개에 달한다. 이 중 임상시험 단계에 돌입한 백신은 총 8개다. 4개가 중국 국적의 제약사 또는 연구소에서 개발 중이며 2개는 미국에서 진행 중이다. 또 영국과 미국 화이자 등도 각각 1개의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 "공공재"라면서도…각국 눈치싸움 치열
백신을 누가 먼저 개발하느냐, 또 초기 물량을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를 두고 세계 각국 정부는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각국 정상들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인 점을 고려해 대외적으로는 '백신은 공공재'라고 말하고 있지만 자국민에게 우선 공급하기 위한 물량 확보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각사가 발표한 시기를 감안, 속도가 가장 빠를 것으로 전망되는 곳은 영국이다. 영국 정부는 전날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옥스퍼드대와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면서 진행 중인 연구가 무사히 마무리된다는 전제를 달고 오는 9월에 3000만개의 백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백신은 영국에 우선 공급될 전망이다. 알로크 샤르마 영국 산업부 장관은 "영국이 옥스퍼드 백신에 가장 먼저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백신 개발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 모더나 1상 임상시험 결과를 전해 들은 그는 "아주 좋은 발표가 있었다"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초고속 개발팀'을 가동한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은 연말이나 내년 1월까지 3억개의 백신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했다.
◆ 무역에 이어 백신 개발까지… 미ㆍ중의 백신 경쟁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은 백신 개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현실적으로 상대국에 손을 내밀기 어려운 데다 팬데믹 상황을 종결지을 수 있는 백신 개발을 손에 넣는 것은 막대한 파워를 확보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달 초 세계 정상들이 백신 개발에 협력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도 미국은 불참, 중국은 유럽연합(EU) 주재 대사를 대신 참석하도록 해 신경전을 드러내기도 했다.
백신 공급 문제를 놓고도 양국은 설전을 벌였다. 피터 나바로 미 백악관 무역ㆍ제조업 정책국장은 전날 "중국 정부가 폭리를 취하고 세계를 인질로 잡아두기 위해 (코로나) 백신을 사용할 것"이라고 공격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WHO 연례회의인 세계보건총회 화상회의에 참석해 "중국이 백신을 제공할 수 있게 되면 전 세계적 공공재로 만들 것"이라고 말해 미국의 공세를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 속도 느린 韓, …임상시험 전 단계 진행 중
미국ㆍ중국을 중심으로 속도전을 벌이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에선 후보물질을 찾거나 동물을 대상으로 효능이 있는지를 살피는 단계에 머물고 있다. 임상시험에 들어서기 전 단계로 이제 막 첫발을 뗀 셈이다. 개별 기업보다는 국립보건연구원 등 공공기관과 민간 제약ㆍ바이오업체 간 공동연구가 그나마 속도가 빠르다. 정부 긴급연구과제로 진행 중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지난 3월 연구에 착수해 합성항원방식의 백신후보물질을 찾고 있다. 최근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으로부터 연구개발비를 지원받기도 했다. 기존에 개발했던 백신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후보물질을 빨리 찾아내 동물실험을 거쳐 오는 9월께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 들어간다는 목표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백신을 개발 중인 진원생명과학도 정부 연구과제를 수주해 백신 후보물질을 찾고 있다. 신종ㆍ변종 감염병 백신개발연구를 주로 하는 이 회사는 메르스 백신의 경우 최근 국내에서 임상 2상을 마쳤다. 바이오벤처 제넥신과 바이넥스ㆍ제넨바이오와 국제백신연구소, 카이스트, 포스텍으로 구성된 컨소시엄도 지난달 연구에 착수했다. 이달 중 임상시험 계획서를 제출하고 다음 달부터 임상시험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최근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비임상시험과 중화항체 분석을 통해 후보물질을 선별했다. 이 컨소시엄은 DNA백신을 개발하고 있는데 임상시험을 위한 의약품을 만들고 있다.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추진 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성백린 연세대 교수는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위한 생명윤리위원회 심의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하고, 공공기관 차원에서 동물실험을 위한 모델을 지원하는 등 다각도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러스 > 코로나 바이러스19'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녹십자의 '통큰 결정'…코로나19 치료제 무상 공급(이데일리 2020-05-18 오후 9:54:17) (0) | 2020.05.23 |
---|---|
줄기세포, 패혈증약으로 코로나19 치료제를?(쿠키뉴스 2020.05.20 22:02:57) (0) | 2020.05.21 |
셀트리온 개발 나선 코로나19 항체치료제…"예방 효과도"(*한국경제 2020.05.18 15:56) (0) | 2020.05.18 |
인터페론 처방 효과 봤다…코로나 환자 치료기간 7일 단축(뉴스1 2020-05-16 10:48) (0) | 2020.05.17 |
[코로나 완치 그후]"근육 빠져 9kg 줄어…죽음 이기니 우울증"(중앙일보 2020.05.15 09:45) (0) | 2020.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