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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분야/창조경제

[과학TALK] LG가 눈독 들이는 ‘스마트팜’...떡잎만 봐도 수확량 아는 데이터 농업혁명(조선비즈 2016.07.10 08:49)

[과학TALK] LG가 눈독 들이는 ‘스마트팜’...떡잎만 봐도 수확량 아는 데이터 농업혁명

 

 

지난 7월 6일 오전 11시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본관 앞.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농민들이 이곳에서 기자 회견을 열었다. 대기업 계열사인 LG CNS가 새만금산업단지에 여의도 면적의 4분의 1에 달하는 ‘스마트팜(Smart Farm)’을 조성키로 하자 ‘대기업 농업 진출 저지를 위한 기자 회견’을 연 것이다.

LG CNS는 지난 2월 새만금산업단지에 3800억원을 투자해 스마트팜 단지를 구축하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새만금개발청에 제출한 사실이 최근 알려지자 농민들이 반발했다.

스마트팜은 정보통신기술(ICT)를 활용해 각종 센서와 PC, 스마트폰 등으로 농작물의 생육환경을 제어하는 ‘첨단 농장’이다. LG CNS가 새만금산업단지에 스마트팜을 조성하는 이유는 세계 스마트팜 시스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시설 자재와 센서, 네트워크, 제어 SW 기술을 새만금에 조성하는 스마트팜 단지에서 검증하고 이를 토대로 세계 시장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LG CNS는 스마트팜 단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수출용으로 활용할 예정이며 스마트팜 단지의 핵심 목적은 설비 연구라고 말한다. 그러나 농민들은 농산물 출하 시기에 따라 유통 가격이 달라지는 농산물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한다면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동부그룹 계열사 동부팜한농이 유리온실을 스마트팜으로 만들고 수출용 토마토를 재배하려 했지만 농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사업을 포기하기도 했다.

 데이터 네트워크와 센서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팜 개요. 통신 기능이 있는 센서가 재배지 곳곳은 물론, 농기계에도 설치된다./KIST 제공
데이터 네트워크와 센서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팜 개요. 통신 기능이 있는 센서가 재배지 곳곳은 물론, 농기계에도 설치된다./KIST 제공

◆ ‘될성 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 현실로

국내 스마트팜 기술 연구는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본격화했다. 당시에는 대규모 유리온실을 구축해 온도, 습도 등 몇 가지 생육 환경을 제어하고 자동화하는 하드웨어 중심 연구였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2세대 스마트팜 기술이 등장하면서 센서를 통한 제어 범위가 재배 환경을 작동하는 것을 넘어 작물의 생육·생리 상태까지 파악하는 수준으로 올라갔다. 이를테면 식물의 크기나 색, 형태를 감지하는 센서가 수집한 데이터로 작물의 품질과 생산성을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 중심의 생육제어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될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선조들의 격언이 현대 과학의 힘으로 현실이 된 것이

첨단 스마트팜을 구현하려면 사람의 눈을 대신해 식물의 크기와 색·형태를 감지하는 이미지 센서, 작물의 향과 성분을 탐지하는 센서 기반 모니터링 기술, 생육데이터를 취합해 유용한 정보로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처리 소프트웨어 등이 필요하다.

네덜란드, 미국 등 선진국들은 이미 첨단 기술을 스마트팜에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네덜란드의 ‘프리바’다. 프리바는 온실 복합환경제어시스템 및 센서 설비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환경 변화에 따른 작물의 생육·생리 특성 변화 데이터를 분석하고 재배 환경 조건을 미세하게 제어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유전자 조작 작물로 유명한 몬산토도 스마트팜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몬산토는 작물의 품종별 생육·생리 데이터를 분석해 작물의 재배 환경에 맞춘 품종 개량과 종자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전세계 스마트팜 설비 시장은 지난해 기준 22조원에 달한다. 2020년에는 34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ICT 강국인 우리나라가 스마트팜 기술에 앞서 있을 것 같지만, 미국, 네덜란드에 비해 걸음마 수준이다.

◆ 필요 인력 계산도 해주는 한국형 스마트팜 연구 본격화

 SFS 융합연구단의 한 연구원이 농작물의 생육 환경 및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설비를 테스트하고 있다./SFS 융합연구단 제공
SFS 융합연구단의 한 연구원이 농작물의 생육 환경 및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설비를 테스트하고 있다./SFS 융합연구단 제공

우리나라에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를 중심으로 꾸려진 ‘스마트팜 솔루션(SFS, Smart Farm Solution) 융합연구단’이 지난해 10월 출범해 ‘데이터 기반 농업’이라는 차별화된 접근 전략으로 스마트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SFS 융합 연구단이 연구중인 스마트팜 기술의 핵심 키워드는 데이터다. 단순히 재배지에서 수집한 온도, 습도, 생육 등 각종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온실 난방비, 필요 인력 등까지 데이터 기반으로 계산해 주는 종합적인 연구를 진행중이다.

우선 농가가 대규모 농장을 운영할 때 농사일을 하는 인부들이 어떤 동선으로 작업을 하는지, 빠뜨린 작업이 없는지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기술을 개발중이다. 온실을 운영하는 데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난방비도 예측해 농가가 경영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선진국이 앞서 있는 생육 데이터 분석 기술도 개발한다. 작물 잎의 크기나 마디 길이, 줄기의 길이 등에 대한 데이터를 모은 뒤 수확량을 늘릴 수 있는 최적의 데이터를 제시하는 게 핵심이다. 농가는 작물의 잎만 봐도 수확량을 예측할 수 있다. 만일 수확량이 시원찮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농수산물 시장에서 작물의 출하 시기별 유통 정보와 가격 정보를 취합해 농가가 출하 시기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도 개발하고 있다.

김형석 KIST 선임연구원은 “스마트팜 기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작물 생육 및 재배 환경 데이터 등을 분석해 농업 경영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빅데이터 플랫폼을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며 “의약품 원료 및 기능성 작물 등 고부가가치 작물을 스마트팜을 통해 생산해 새로운 시장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로만 따지면 스마트팜은 ICT와 과학기술을 농업에 접목해 미래 혁명을 이끌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스마트팜 기술은 현재 작물을 재배하는 온실의 온도와 습도, 땅의 수분 등을 센서로 파악하는 단계를 뛰어넘어 잎의 크기나 줄기의 마디 간격만 봐도 생산량을 예측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스마트팜 시장 진출과 농민들 간의 갈등은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 투자 여력과 기술 개발 여력이 있는 대기업의 농업 시장 진출이 농산물 유통 및 수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농민과의 협업 모델을 만드는 것이 필요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