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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분야/창조경제

(1)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대표이사 "큰 그릇은 2~3번씩 깨져봐야 나온다" (파이낸셜뉴스 2015.11.18 21:35)

(1)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대표이사 "큰 그릇은 2~3번씩 깨져봐야 나온다"

(1) 한국,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대표이사 겸 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
수천억대 벤처 선배보다 청년이 부럽다.. 젊을때 시작하면 실패해도 늦지 않아
정부 통제의 라이선스 사업이 아니라 英·美처럼 과감하게 규제 풀어줘야


 

기업가정신을 처음으로 정의한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신제품 발명, 신기술 개발, 신시장 개척 등 기술 혁신에 앞장서는 것'을 기업가정신으로 보았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기업가정신을 '위험을 무릅쓰고 포착한 기회를 사업화하려는 모험과 도전의 정신'이라고 정의했다. 기업가정신은 시대에 따라,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말했던 "이봐, 해봤어?" 한마디는 그의 기업가정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 말은 대기업 전.현직 홍보 책임자들의 모임인 한국 CCO클럽 설문조사 결과 경영인 최고 어록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사업보국(事業報國), 인재제일(人材第一), 합리추구(合理追求)를 경영철학으로 삼았다. 기업을 인생의 전부로 알고 살아왔다던 이 회장의 삼성은 지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 됐다. 그의 경영철학대로 '사업보국'이 된 셈이다.

LG그룹을 창업한 고 구인회 회장은 "남이 미처 안 하는 것을 선택하라. 국민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것부터 착수하라. 일단 착수하면 과감히 밀고 나가라. 성공하더라도 거기에 머물지 말고 그보다 한 단계 높은 것, 한층 더 큰 것, 보다 어려운 것에 새롭게 도전하라"고 말했다.

이처럼 기업가정신은 오늘날 대한민국에 시대적 사명이 되고 있다. 1970~80년대 고도성장을 겪으며 훌쩍 성장했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노동력 감소, 수출 부진, 기업 신성장 아이템 부재 등으로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파이낸셜뉴스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도움을 받아 총 5회에 걸쳐 대한민국 서울과 제주, 그리고 영국 런던, 중국 베이징, 일본 도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기업가들을 만나 기업가정신을 들어보았다. 아울러 각국의 창업 시스템과 창업 열기도 현장에서 지켜보았다. 편집자주


 기업가정신에는 '도전' '혁신' '창조'의 세 요소가 필요하다. 무에서 유를 창출해내는 정신, 창업을 꼭 하지 않더라도 평소 주변의 많은 문제점을 혁신하는 자세가 기업가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문제의식 속에서 도전하고, 혁신하고, 무엇인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문제의식이다. 문제의식이 없으면 기업가정신도 필요없다. 불만이 있으면 도전하라. 이것이 기업가정신의 본질이다.

기업가정신을 말하면서 창업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창업을 해야 할까. 수명이 길어져 80~90세까지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창업은 숙명이다. 낙향을 해서 농사를 짓든, 이젠 내가 스스로 먹고살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 나이를 먹어 창업하는 것보다 젊었을 때 시작하는 것이 낫다. 창업만큼 좋은 학교가 없기 때문이다. 자기 인생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창업은 선택할 만한 가치가 있다. 잘되면 좋지만 (젊을 때 시작하면) 실패하더라도 늦지 않는다. (창업)하려면 젊었을 때 해라.

사람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경험하지 않으면) 들리지도 않는다. 스스로 겪어본 만큼 아는 것이고,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다. 수백억, 수천억 번 벤처 선배들을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난 청년들이 부럽다. 지나고 보면 내 말을 이해할 것이다.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고, 최선을 다하는 게 행복의 지름길이다. 성공과 실패 차이는 우연일 수도, 운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생존하는 것이다. 서두르지 말라. 때가 되면 다 찾아온다. 계속 걸어라.

25년째 사업을 하고 있는 내 경험으론 사업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매니지먼트(관리)가 된다. 위험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오히려 월급쟁이보다 더 안정적이다. (사업이) 망하고 어려워지는 것은 (과도한) 욕심 때문이다.

정부의 모든 지원정책은 (생태계 조성에) 도움이 된다. 자원이 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느냐, 아니냐의 의견 차이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분위기가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전폭적 지원 등을 통해) 그렇게 키워야지 어떻게 키우겠느냐. 정답이 없는 이야기다.

다만 아쉬운 것은 있다. 기득권이 모두 독점하면 도전하려 하지 않는다. 경제민주화 논쟁 등은 여전히 살아 있는 어젠다(의제)다. 진정한 창조경제란 시장에 도전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보다 도전하는 사람이 더 큰 부자가 되더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성공의 아이콘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렵게 성공한 사람조차 피해다니는 분위기다. 그들을 보는 사회적 시각이 어떤가. 기부를 안 하느냐고 뒷다리를 잡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정부의 창업정책에 대해 한마디 덧붙이면 일단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관리자적 시각에선 기업가정신이 발휘될 수 없다. (정부는) 방관해야 한다. 정부는 주체가 되지 말고 서포터스가 돼야 한다. 시장은 한참 앞서 가는데 (정부가) 예산이나 제도 등을 통해 규제하려고 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규제와 관련해선 영국과 미국식으로 규제를 푸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 나라에선) 무엇을 하든 상관없다. 그 대신 사고 치면 (감방에) 들어간다. 우리는 규제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 철학의 차이다. 정부가 통제하는 라이선스 사업이 아니라 망할 놈 망하고, 클 놈 크게 하는 게 활력이다. 무질서의 효율성이 그것이다. 궁극적으로 이게 훨씬 더 경제적이다. 정부가 갖고 있는 라이선스 사업을 다 풀어야 한다.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두 번 세 번 실패해도 지켜봐줘야 한다.큰 그릇은 두세 번씩 깨져봐야 나온다.실패를 엄벌하는 사회에선 신용불량자만 양산되고, 창업정신은 꺼질 수밖에 없다.

남민우 대표는 동반성장위원회 위원, 벤처기업협회 회장, 제1기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1) 김세중 젤리버스 대표 "구성원까지 책임지려면 더 배워라"

 

(1) 김세중 젤리버스 대표


 


기업가정신이란 '책임감'이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의 인생, 구성원, 기업에 대한 책임감 등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사장이 자신의 배만 불리려고 하는 것도 기업가정신일 수 있다. 이럴 경우엔 그게 기업의 문화가 되겠지만…. 어디까지 책임을 질 것인지가 중요하다. 그 책임감의 영역을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가는 기업가정신에 달려있다. 나 자신을 알고,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고, 어디까지 할 수 없느냐를 설정해야 한다. 그 안에 사람을 포함해 나가는 것이 책임감의 범주다.

왜 창업을 했느냐고 많이 묻는다. 내게 사업 DNA는 없다. 후천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돈도 벌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월급쟁이도 7년 해 봤다. 승진하고 월급이 올랐지만 내 일은 아니었다. 상사가 흔들리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하고 싶은 것을 끝까지 해보고 싶어 창업을 택했다.

창업을 한 것에 후회는 없다. 안 되는 것을 알 때 오히려 희열을 느낀다. 원래 비판적인 성격인데 사업을 하면서 긍정적 마인드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게됐다. 사업하기 전엔 (성격을) 안 고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못했다. 내가 누구냐를 정확히 알아야 벤처를 할 수 있고 (경영자가) 잘못을 고쳐야 그 기업도 성장한다.

경영자에겐 '그릇'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배워야 한다는 말이다. 배우지 않으면 (경영자는) 끝난다. 물론 잘하는 것이 있으니까 최고경영자(CEO)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끝이면 안 된다. 구성원의 인생까지 책임지려면 (CEO는) 더 커야 한다. 굉장히 많이 배우고, 노력하고, 시행하는 것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만 배부른 것으로 끝난다. 계속 배우고 스스로 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사장병'이 올 수도 있다. (직원들에게) 왜 너희들은 모르느냐고 말이다.

회사엔 법인 차가 없다. 나부터 버스와 지하철 타고 다닌다.즐길 것 다 즐겨버리면 직원들은 그렇고 그런 사장과 일하는 것 아니냐.사장만 부자 되고 직원은 가난해선 안 된다.직원들이 박탈감을 느껴선 (기업은) 안 된다.

 김세중 대표는 NHN과 넥슨을 다니다 2009년 사진앱 전문기업 젤리버스를 창업했다. '몰디브'가 대표 앱이다.

 

(1) 주재현 엔랩소프트 대표 "끝까지 버티는 자가 강한 자다"

(1) 한국, 주재현 엔랩소프트 대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열정을 쏟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기업가정신이다. 그러기 위해선 세 가지가 필요하다. 우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주말엔 가능하면 온전히 나를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경영자에겐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창업을 할 때 같이 할 동료가 있는가도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사업과 동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 가운데서 하나라도 없으면 (사업은) 쉽지 않다.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간단하다. 스무살 때부터 PDA로 불리는 '개인용 정보단말기'를 사용했다. 얼리어답터였다. 정보기술(IT) 회사에 취업도 했다. 주인의식을 갖고 일했지만 최종 결정은 내가 할 수 없었다. 성격상 틀에 박혀 일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창업을 했다.

모바일 단말기가 사용자들에게 굉장히 이로움을 줄 수 있는 기기라는 생각을 했다. (사업아이템도) 무궁무진하다고 판단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서도 (사업과 관련해) 많은 영감을 얻었다.

경영자가 가져야 할 덕목 중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공감능력'이다.

경영자는 비전도 제시해야 하지만 조직을 이끌면서 (구성원과) 공감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평상시에 대화를 많이 한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실제론 이야기를 별로 안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화, 느낌, 표정 등을 통해 공감을 많이 하려고 한다. 개발자들과는 더욱 그렇다.

문화활동을 함께 하는 것도 서로 공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직원들에게 e메일도 자주 쓴다. 말로 전하지 못하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같은 사무실 공간에 있기 때문에 서로를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끈기도 필요하다. 마라톤 정신이다.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열정을 쏟아붓고 끈기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주식부자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또 고객이) 원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끈기를 갖고 일을 하는 것이다.버티는 자가 강한 자이기 때문이다.

주재현 대표는 셰프 출신으로 정보기술(IT) 회사를 창업한 이력을 갖고 있다. 모바일 퍼즐게임 '퍼즐앤고',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타락천사' 등이 대표작이다.

 

 

 

 (1) 김미균·김범진 시지온 공동대표 "인류발전에 기여할 가치를 만들어라"

(1) 서울, 김미균·김범진 시지온 공동대표



인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드는 것이 바로 기업가정신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은 (후대에게)가장 효율적인 가치를 줄 수 있는 집단이다. 모든 기업은 유·무형의 제품을 만들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인류의 삶을 진보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고,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이 기업가정신의 또 다른 축이다. 사업을 하는 주체도,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다. 사람을 이해하는 데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편으론 사람을 대할 때마다 거꾸로 또 다른 사람인 나 자신과도 마주하게 된다.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글을 쓰는지를 고민하다 보면 기업가 스스로 단단해질 수밖에 없다. 기업가정신은 자기 자신을 잘 알기 위해서라도 다른 사람을 잘 이해하고, 사람을 이롭게 하려는 마음가짐이라 할 수 있다. 경영자로서 가져야 할 덕목이라면 원칙과 용기, 포용력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이버상에서 악성 댓글이나 사이버테러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강한 의지가 사업가의 길을 걷게 만들었다.

나(김미균)의 아이템과 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공동대표(김범진)의 생각이 맞아 떨어졌다. 한쪽에선 문제해결 능력을 키웠고, 한쪽에선 사업화를 진행했다. 심각한 악성댓글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수익모델도 나올 수 있겠다 싶었다. 처음 (댓글 관리 서비스)사업을 시작했을 때 열에 아홉은 비난했다. 하지만 (일반)사람들은 세상을 이롭게 할 (우리의)서비스에 대해 찾아내지 못했다. 사람은 뇌에서 정보가 나오는데 입에서 나오지 않는 비언어적인 메시지들을 수집하고, 이를 사업화한다면 굉장히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다. 그게 정말 맞는다면 (사업으로)시도를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회사의 비전도 '사람'에 초점을 맞췄다. '사람이 행복해지는 세상 모든 것의 커뮤니케이션, 문명을 이끌자'가 비전이다.우리 회사가 고객사들에 주는 명절 선물이 단적인 예다. 우리 회사가 고객사들에 주는 명절 선물이 단적인 예다.윷놀이나 달고나세트, 전투식량 등을 선물로 줬었는데 소통을 하자는 의미에서 준비한 것들이다.

김미균·김범진 대표는 대학 창업동아리에서 만나 회사를 차렸다. 악성 댓글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댓글 플랫폼인 '라이브리'를 개발해 언론사, 기업 등에 제공하고 있다.

 

 (2) "7만원으로 이틀만에 창업했어요"

(파이낸셜뉴스  2015.11.19 22:08)

(2) 영국
英 대표적 산학협력 '서리단지' 2012~2013년에 2조5000억원 1만6200개의 일자리 창출
서리단지 최대 강점 '엔젤클럽' 회원들 6주마다 모여 투자 논의 명문대 옆이라 인재찾기도 수월


 

영국 길퍼드시 서리 연구단지에서 가장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서리 테크놀로지센터.

영국 길퍼드시 서리 연구단지 입주 제약기업 매트릭스의 캐빈 라이버스 대표. 직접 개발한 우울증 치료약을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로 판매하기 위해 인터넷 인프라 구축에만 1년을 썼다는 라이버스 대표는 지난달 첫 주문을 받았다

런던의 대표 관광지 런던아이가 한눈에 보이는 워털루역. 우리의 서울역 격인 이곳에서 열차를 타고 30분 남짓 달리면 길퍼드역에 도착한다. 고층빌딩이 즐비한 런던 시내와 거리는 멀지 않지만 분위기는 자연적이고 고즈넉하다. 고가의 주택도 많다. 어쩐지 '돈 잘 버는 도시'로 통한단다.

길퍼드역으로 가는 길에는 '일(working)'이란 이름의 역도 지난다. 역 이름마저 '근무 중'이다. 열차 안에서 언뜻 봐도 필립스, 에릭슨 등 유수의 회사가 모여 있다. 외곽이라고 하지만 생기 넘치는 동네다.

목적지는 '서리 연구단지(Surrey Research Park)'. 길퍼드시가 벌어들이는 돈의 상당부분을 기여한다는 곳이다. 영국 대학순위 4위를 차지한 서리대학교가 소유·운영한다. 위치도 바로 붙어 있다. 길퍼드역에는 서리대학교로 가는 셔틀버스가 한 시간에 네 번씩 있다. 학교 셔틀버스를 타고 어렵지 않게 연구단지에 도착했다.

서리 연구단지는 런던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학 클러스터'다. 대표적 산학협력 공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집적단지' 정도 되는 개념의 '클러스터'는 영국에서는 '젊고 세련된' 이미지까지 포함하고 있어 대학을 갓 졸업한 학생들에게도 인기 직장이다.

지난달 27일 오전 10시께 도착한 단지에는 화려한 단풍이 한창이었다. 한눈에 봐도 아름다운 자연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서리대학교가 정부로부터 이례적으로 개발제한구역을 해제받아 개발했다. 산학 연구개발(R&D)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1985년 기술 혁신 클러스터로 출발한 서리 연구단지에는 현재 127개의 기업이 입주, 35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서리 연구단지는 2012~2013년에만 1만620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 기간 영국 경제에는 약 14억파운드(약 2조5000억원)를 벌어다 줬다.

■7만원·이틀이면 내 회사 '뚝딱'

"회사 세우는 데 40파운드(약 7만2000원) 들었어요. 서류 절차는 이틀 만에 끝났죠."

유명 컨설팅회사에 근무하다 3년 전 이곳에서 창업을 결정한 케빈 라이버스 매트릭스 대표가 말했다. 라이버스 대표가 처음 둥지를 튼 곳은 '인큐베이터'로 불리는 15㎡ 남짓한 작은 공간이다. 서리 연구단지는 초기자본이 없는 기업을 위해 건물의 자투리공간을 거의 무료로 제공한다.

절차도 거의 없다. 말콤 페리 서리 연구단지 이사장은 "길퍼드시에 가서 관련 서류를 내면 20분 만에도 회사를 만들 수 있다"면서 "절차는 아주 유연하다"고 강조했다.

회사가 몸집을 키우면 큰 공간으로 옮길 수 있다. 서리 연구단지는 크기별로 4개 공간으로 나누고 있다. 필요하면 방 3~4개를 붙여 쓸 수도 있다.

우울증 치료제, 비타민 등을 생산하는 제약기업 매트릭스는 서리 연구단지 내 핵심 건물인 '테크놀로지센터'에 입주해 있다. 생산공장이 스페인에 있기 때문에 2명의 팀원과는 주로 인터넷으로 업무를 진행한다. 평소에는 혼자 사무실을 지킨다.

"기업 차릴 때 제일 힘든 게 뭔지 아세요? 인터넷, 전화, 냉난방시스템 이런 거 들여놓는 거예요. 사소해 보이지만 없으면 안되는 것들이죠. 여긴 이런 게 불편없이 지원돼요. 기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죠." 라이버스 대표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단지의 입주업체들은 회의룸과 멘토링 서비스를 공유하기 때문에 기업 간 소통이 원활하다. 6주에 한 번씩 열리는 투자회의에도 입주기업 대표들이 직접 참여한다.

창업이 실패해도 물어내야 하는 돈이나 부담 같은 건 없다. 페리 이사장은 "기업들이 처음 입주할 때 쓴 계약서에는 30일의 기간 요건만 명시돼 있다. 무슨 이유든 회사를 접기로 결정했다면 아무 부담없이 나가면 된다"고 설명했다.

■英, 정부는 투자자·벤처 가교역할

투자가 중요한 기업들에 서리 연구단지의 최대 강점은 '엔젤클럽'이다. 신생기업이 돈을 벌 수 있도록 도와주는 '키다리 아저씨'들이다. 페리 이사장은 "대부분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들은 아이디어는 있지만 돈이 없다. 이들을 위해 엔젤클럽 회원들은 6주마다 만난다. 만나서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지 치열하게 고민한다"고 소개했다. 정부는 돈 있는 투자자와 일하는 기업을 이어주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산학협력·기술 이전과 관련해 대학이 연구성과를 비즈니스와 연관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유니버시티 챌린지 펀드를 활성화하고 있다.

인재 찾기가 수월한 것도 장점이다. '좋은' 대학교 옆에 있는 덕분이다. 서리대학교의 인지도는 서리 연구단지가 만들었다. 대학순위 10위권 밖이던 서리대학교는 서리 연구단지가 생긴 이후 4위로 뛰어올랐다. 또 다른 입주기업 골드아이(FX 마진 거래 프로그램 개발사)의 신입 직원 찰스는 "처음엔 대기업에 지원했다가 떨어졌어요. 찾아보니까 이곳 연구단지에 채용공고가 많더라고요. 대기업 가서 작은 역할을 하느니 여기서 전문성을 기르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했죠. 또 많이들 그렇게 하니까요"라고 귀띔했다.

영국은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7대 창업촉진전략 중 '창업생태계 조성'을 가장 우선순위에 배치했다.물질적 지원보다 문화를 확산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이를 위해 2005년부터 6년간 매년 6000만파운드의 예산을 투입, 현재는 영국 중학교(key stage 4) 90% 이상이 기업가정신 교과과정을 개설하고 있다.사업등록 등 창업에 대한 실무도 배우지만 이 과목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지는 건 토론을 통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가는 문화다.피드백으로 이뤄지는 수업은 영국 기업가들을 배출하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