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재테크/창 업

해외진출 적극적인 '바링허우(八零後)' 세대 창업 2세…"아버지때와 달라요" (조선일보 2015.07.24 11:33)

해외진출 적극적인 '바링허우(八零後)' 세대 창업 2세…"아버지때와 달라요"

 

 우 춘(吴 群) 위위에의료설비주식회사 부회장/장강상학원 제공

우 춘(吴 群) 위위에의료설비주식회사 부회장/장강상학원 제공

중국에서는 1980년 이후 태어나 중국에서 소비를 가장 많이 하는 세대를 일컬어 바링허우(八零後) 세대라고 부른다. 중국의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바링허우는 대부분 외아들이나 외동딸로 태어나 등소평의 경제개혁 정책 이후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 속에서 물질적 풍요를 누리며 성장한 세대다.

자수성가로 성공한 중국 기업가들의 자녀들 중에도 상당수가 바링허우 세대에 속한다.
우 광밍(吴光明) 중국 위위에의료설비주식회사(江苏鱼跃医疗设备股份有限公司·영어명 Yuwell) 회장의 아들 우 춘(吴 群·사진) 부회장도 그 중 한 명이다.

88년생인 우 부회장은 영국 버밍엄 대학(Birmingham University)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받은 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일본 정보기술(IT)업체 소니에서 일했다. 그 후 2012년부터 현재까지 위위에의료설비주식회사의 부회장과 자회사인 쑤저우이윈쩬캉관리유한회사의 최고경영자(CEO)를 겸임하고 있다.

중국 장쑤성(江苏省) 단양시(丹阳市)에 본사를 둔 위위에의료설비주식회사는 중국 내 의료 설비 기기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CT(컴퓨터 단층 촬영), MRI(자기공명영상) 촬영기기와, 혈압측정기, 가정용 의료기기 등을 만들어 시장에 공급한다.

1998년 설립된 이 회사는 중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불과 20여년 만에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 중국 포털사이트 신화닷컴에서 미래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순위를 매기는 ‘중국 상장기업 미래 수치 랭킹’에서 위위에는 38위를 차지했다. 우 회장과 우 부회장 부자(父子)는 지난해 미국 포브스(Forbes) 잡지사의 ‘중국 부자 리스트 400’(China Rich List 400)에서 104억위안(약 1조9441억원)의 재산으로 91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11일 중국 베이징의 장강상학원(Cheung Kong Graduate School of Business)에서 만난 우 춘 부회장은 “바링허우는 1세대와는 달리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 중국 경제의 주축이자 최고 소비층인 바링 허우에 관한 관심이 높다. 바링허우 세대의 일원으로서 체감하는 최근 중국 경제의 새로운 변화는?

“비슷한 연배의 동료나 친구, 사업 파트너들을 보면 중국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란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아버지 세대에는 중국의 큰 시장을 활용해 안에만 있어도 발전이 가능했지만 중국 경제 성장 둔화 등 안팎의 상황 변화로 이제 더 이상 국내만 바라볼 수 없게 됐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사업과 이를 뒷받침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 등으로 때마침 해외 진출을 위한 여건도 좋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기업이 꼭 해외에서 물건을 팔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국제적인 수준에 맞게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링허우 세대 중에는 해외에서 유학을 하고 온 사람들이 많다. 여러모로 해외 진출에 더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 소위 ‘2세들’ 중에는 가업을 물려 받는 대신 창업을 통해 독자적인 길을 가길 원하는 경우도 있다. 바링허우 세대와 부모 세대간의 세대 차이도 클 것 같은데 어떤가.

“사업에 있어서 아버지와 나이 차이 빼고는 크게 차이를 느끼는 부분은 없다(웃음). 아버지 세대의 사업가들 중에는 비즈니스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 하는 이들이 많다. 사고방식에 있어서도 큰 차이는 없다.

의료 사업은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이라고 믿기 때문에 (가업을 잇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요즘 중국의 새로운 경제성장정책으로 제시된 ‘인터넷 플러스 (互+)’ 전략 에 따라 모바일앱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의 창업도 준비 중이다. 너무 바쁘고 배우는 점이 많아 따분하다고 느낄 틈이 없다.”

- 한국에서는 창업자가 경험이 적은 어린 자녀를 일찍부터 후계자로 낙점 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중국은 어떤가?

일반화해서 이야기 하긴 어렵다.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가 모두 존재한다. 2세들의 능력과 자질도 천차만별인데다, 같은 사람에 대한 평가라도 소득수준 등 평가자의 상황에 따라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2세라는 개념 자체도 범위가 넓기 때문에 한 마디로 잘라 말하기 어렵다.

최근 급성장 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시장을 중심으로 창업에 뛰어드는 2세들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아직 중국의 창업 2세들에 대해 크게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 같진 않다.”

- 중국의 창업 열기가 뜨겁다. 제 2의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기업이 중국에서 나올 것으로 보나? 한국은 어떤가?

“중국에서 페이스북과 구글과 같은 기업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적지 않은 나이에 혁신적인 글로벌 기업을 일군 대표적인 사례다.

미안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기업이 나오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국내시장과 인구가 너무 작다. 중국은 13억이라는 인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로 뻗어나가야 하는 상황인데 한국은 이 점에서 더 큰 도전을 안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을 비롯한 해외시장 공략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할 수도 있겠지만 언어문제 등 외국기업으로서 제약이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 소프트뱅크가 알리바바에 투자했듯이 삼성같은 기업이 유망한 해외 스타트업에 투자해 함께 성장하는 전략은 효과가 있을 것 같다.”

- 한국을 비롯한 해외시장 진출 계획은?

“한국과는 이미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을 진행 중이다. 심장과 관련된 의료기기를 한국에서 제작해서 중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한국의 연구개발(R&D) 수준이 높기 때문에 한국 기업하고만 OEM을 진행하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으로의 수출은 유럽과 미국이 이미 의료기기 분야에서 성숙된 시장이기 때문에 진입하기 어려운 점들이 있지만 계속해서 수출 물량을 늘려가고 있다. 동남아 시장에서도 사업을 확장 중이다. 베트남 호치민에서는 가정용 의료기기를 판매하고있다.”

- 중국에서 의료설비에 대한 수요는 어느 정도인가? 중국은 인구가 많아서 병원에 가는 것도 굉장히 어렵다고 들었다. 앞으로도 가능성이 많은 시장인가?

“의료설비는 앞으로 전망이 더 좋은 산업이다. 중국에서도 등소평의 개혁개방 정책 이후 의료설비기기 시장은 성장을 거듭해 왔다. 중국 병원에는 늘 환자들이 몰리고 의사도 부족하다. 의료 설비 기기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고 가정용 의료기기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본다.”

 

 

마윈 모교 장강상학원 총장 "중국의 세계화 아닌 세계의 중국화가 목표"

(조선일보  2015.07.15 15:23)

 

 샹 빙 장강상학원(Cheung Kong Graduate School of Business) 총장

샹 빙 장강상학원(Cheung Kong Graduate School of Business) 총장

 

“많은 사람들이 중국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안다고 생각하는 내용조차 편견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 많습니다.”

중국의 명문 비즈니스스쿨(MBA) 장강상학원(Cheung Kong Graduate School of Business)을 이끌고 있는 샹 빙(項兵) 총장의 이야기다. 장강상학원은 아시아 최고 부호인 리카싱(李嘉誠)이 설립하고 마윈(马云 ·Jack Ma) 알리바바 회장이 졸업한 명문 MBA다.

마윈을 필두로 한 화려한 동문 라인업 덕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이끄는 사업가들과 중국 부호 2세들은 물론 중국을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 학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있다. 이 곳에서는 한 해 1000여 명의 졸업생이 배출된다.

특히 이 학교의 최고경영자과정(Executive MBA·EMBA)은 중국 억만장자들의 ‘이너서클’이라고 불릴 만큼 성공한 기업가들이 많이 거쳐갔다. 리둥성(李東生) TCL그룹 회장, 푸청위(傅成玉) 중국석유화공(SINOPEC) 회장, 판민 씨트립 회장이 이 과정을 졸업한 대표적인 중국 기업인이다.

장강상학원은 북경의 메인 캠퍼스 외에도 상해, 선전, 홍콩, 뉴욕, 런던 등에 사무소를 열었다. 중국의 세계화가 아닌 ‘세계의 중국화’를 위해서다. 지난 10일 베이징 장강상학원의 사무실에서 샹 총장을 만나 중국식 비즈니스 교육과 학교의 비전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중국에 대한 편견의 대표적인 예를 든다면?

“서방국가에서는 중국 경제가 공산당 정부의 통제 안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시장 개방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금지된 우버가 중국에서는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중국은 어떤 면에서는 미국이나 일본, 한국보다 개방된 나라다.

시스코는 중국 인프라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중국의 대표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인 화웨이는 미국에서 1달러도 벌기 어렵다. 나는 미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미국은 경제 개방에 있어서 중국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삼성은 300억달러(약 34조 2150억원) 규모의 사업을 중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승강기 전문기업 오티스는 매출의 60%를 중국에서 벌어 들인다. 퀄컴도 매출의 45%가 중국에서 나온다. 사람들이 중국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서구의 시각에서 쓰여진 중국에 대한 정보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성공한 기업가들이 하버드나 런던비즈니스스쿨 등 서구 비즈니스스쿨 대신 장강상학원을 택하는 이유는 뭔가.

“우리가 언제까지 서구의 기준에 따라갈 수는 없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아진 만큼, 이제 중국 스타일의 네트워크와 기업 운영 방식을 배우는 것이 중요해졌다. 중국의 자수성가한 기업인들은 교육과 네트워킹에 대한 열망으로 중국 MBA를 찾는다. 대부분 유학파인 그들의 자녀들은 중국에 대해 더 알기 위해 중국 학교에서 공부할 필요를 느끼는 것 같다. 장강상학원의 재학생들은 교수진 뿐 아니라 중국 각 산업의 리더인 동기들의 지식과 현장경험을 전수받는다. 이것이 하버드, 스탠포드, 와튼스쿨, 런던비즈니스스쿨 등과 구별되는 장강상학원만의 장점이다.”

-한국과 미국, 유럽 등 중국 이외 지역 학생들에게도 장강상학원이 미국 명문 MBA보다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을까?

“중국 경제와 기업에 관해서라면 우리는 서구의 어떤 명문 MBA와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는다.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에 있는 명문 MBA가 중국 현지에서 일어나는 시장의 변화와 정부 규제 등에 대해 정통한 것은 당연하다.

중국 경제의 중요성은 계속 커지고 있고,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와 통합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는데 미국이나 유럽에 있는 학교에서 중국 수업을 듣는 것 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중국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할 수밖에 없다. 이제까지 서구의 시각으로 중국을 바라봤다면, 이제는 중국의 시각으로 서구를 이해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중국 북경에 위치한 장강상학원(Cheung Kong Graduate School of Business) 캠퍼스
중국 북경에 위치한 장강상학원(Cheung Kong Graduate School of Business) 캠퍼스



-베이징 뿐 아니라 상해, 선전, 홍콩, 뉴욕, 런던 등 주요 도시에 사무소를 설립했다. 세계를 이해하는 ‘중국의 시각’을 전파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하면 될까.

“양방향의 교류(two-way traffic)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경제대국이다. 언제까지나 서양의 기준만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중국의 학문과 접근법을 미국과 유럽에도 보급해야 한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중국 기업과 중국에서의 사업 노하우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그들에게 중국의 문화와 학문, 경제, 산업환경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물론 우리도 INSEAD, 런던비즈니스스쿨, 케네디스쿨 등 해외 명문 교육기관과 협력하며 그들에게 배우고 있다. 지금은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세계 각지에 장강상학원의 캠퍼스를 운영하며 ‘중국식 MBA’보급에 앞장설 것이다.”

◆ 교수들 알리바바 임원으로 잇단 영입도

-서구의 명문 MBA와 비교했을때 장강상학원의 가장 큰 장점은?

“장강상학원에는 현재 46명의 세계 최정상급의 교수진이 있다. 대부분의 교수들은 세계 15대 MBA 학교에서 종신교수직 제안을 받았던 교수들이다. 이렇게 세계 각지에서 교수직을 제안 받은 석학들이 중국으로 돌아와 한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우리 학교에서 CEO 과정을 들은 뒤 전략학 교수였던 정 밍(Zeng Ming)전 교수를 알리바바의 최고전략관리자(CSO)로 영입했다. 지난해 11월에도 마윈 회장은 장강상학원의 금융학 교수였던 천 롱(Chen Long)전 교수를 알리바바의 앤트 파이낸셜 그룹 최고 전략책임자(CSO)로 영입했다. 이것만 봐도 우리 교수진들이 얼마나 우수한 인력인지 알 수 있지 않나.”

-교수들이 직접 운영을 하는 비영리 사립 대학원이라고 들었다. 학비가 한화로 1억에서 2억원으로 중국의 물가를 고려하면 비싼 편인 것 같다.

“장강상학원은 정부의 보조를 전혀 받지 않고 전적으로 리카싱재단의 후원을 받고 있는 중국의 첫 비영리 사립 대학원이다. 중국에서는 유일하지만 하버드를 비롯한 세계 명문 대학은 이렇게 교수들이 직접 운영을 하는 곳이 많다. 이런 운영방식의 장점은 정부의 요구나 절차 없이 필요에 따라 교육 커리큘럼을 바꿀 수 있고, 교수들이 독립적으로 연구에 집중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비영리’라고 하는 이유는 학생들의 학비가 100% 재투자되기 때문이다. 물론 리카싱재단의 후원도 받지만 등록금 수입은 학생들에게 필요한 설비 증대 및 연구비, 장학금 지원, 사회공헌 등에 환원된다. 학교 전체 운영비 중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20~30% 정도다.”

-최근 시진핑 지도부의 반부패정책으로 고위층 인맥의 산실인 EMBA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네트워크나 관시(關係·인맥)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 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관시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시진핑 정부가 EMBA 프로그램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학교도 영향을 받는다. 우리 학생들의 30%를 차지하는 국영기업이나 정부관료들은 EMBA 수업을 듣는 것에 두려움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민간 기업들 사이에서 최고의 교육기관으로 자리 잡았고 민간 기업의 경영자들이 가장 오고 싶어하는 학교로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편이다.

우리는 네트워크를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지만 네트워크는 배움을 접하는 여러 통로 중에 하나일 뿐이다. 우리의 가장 큰 무기는 중국에 대한 통찰력이다.”

-중국 기업인들의 세대간 갈등도 주목을 받고 있다. 장강상학원 안에서도 그런 부분들이 느껴지는지 궁금하다.

“중국의 성공한 자수성가 기업인들 중 후계 문제를 두고 고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부분 국내파인 부모 세대와 달리 자녀들 중에는 청소년기를 미국이나 유럽에서 보낸 유학파들이 많다. 세대 갈등의 주된 원인은 이 때문이다.

부모 세대 기업가들은 자녀들이 중국의 시장과 기업문화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고 걱정한다. 유학간 자녀들을 중국에서 ‘재교육’시키기 원하는 기업인들이 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자(父子)가 함께 장강상학원의 EMBA 과정을 수료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졸업 후 동문들의 네트워크는 어떻게 운영되나?

“장강상학원은 처음 설립할때 중국 기업의 총수나 최고경영자(CEO) 등 피라미드의 가장 꼭대기 부분에 포커스를 맞췄다. 이들에게는 학업에 대한 욕구가 있었지만 마땅한 교육기관이 없었다. 장강상학원은 처음부터 이들을 교육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2011년 말 기준으로 2500명의 중국 기업 CEO들이 장강상학원을 졸업했다. 같은 해 이들 기업의 매출액의 총합은 1조달러가 넘었다. 당시 한국의 GDP와 맞먹는 규모이고, 중국 GDP의 7분의 1에 달했다.

동문들은 졸업 후에도 자유롭게 일 년에 최소 두 번 이상 정기적으로 만나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이나 각 산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나눈다. 중국 정부에서 나오는 통계나 자료들이 신뢰할만한 것이 못 될 때도 있다. 따라서 각 산업에 포진된 동문들로부터 생생하고 정확한 정보를 듣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장강상학원의 비전은 무엇인가?

“10년 뒤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스쿨로 인정받는 것이 목표다. 물론 그 전에 아시아 최고가 돼야 한다. 또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협력해 세계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하도록 돕고 싶다. 이미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미 아시아는 세계 경제의 주역이다. 중국 경제도 앞으로 지금처럼 7%대 성장을 이어가면 몇 년 안에 미국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될 것이다.”

 

 

전세계 창업열풍속 한국만 '우물안 개구리'…"창업은 아이디어로 하는 것"

(조선일보 2015.07.23 08:39)

 

전세계 창업열풍속 한국만 '우물안 개구리'…"창업은 아이디어로 하는 것" “사업을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 한다고 불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언제나 돈을 빌려주려는 이들이 돈을 빌리려는 이보다 6대 4의 비율로 많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없다고 불만을 가질까. 그것은 돈을 빌려주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이디어’가 없기 때문이다.”

유대인의 ‘지혜의 경전’ 탈무드에 나온 얘기다. 지난 9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경영전문대학원(MBA) 장강상학원(Cheung Kong Graduate School of Business)에서 만난 조동성(사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명예교수 겸 장강상학원 전략학 교수는 창업은 “돈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가지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영학계의 거목으로 꼽히는 조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영학박사를 취득한 후 서울대학교 경영대에서 전략 및 국제경영 교수, 국제지역원 원장, 경영대학 학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2월 서울대에서 정년퇴직을 한 뒤 작년 6월부터 장강상학원의 전임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조 교수는 7%의 경제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중국에서 제 2의 마윈(알리바바 회장)을 양성하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조 교수에게 중국에서 바라본 한국 경제의 문제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물었다.

- 지난해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에서만 하루 평균 50개 가까운 스타트업이 생겼을 정도로 중국의 창업 열기는 뜨겁다. 한국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중국과 한국이 다른 것이 아니라 한국만 우물 안 개구리다. 창업 열풍은 중국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미국을 예로들면, 미국 MBA는 1909년에 하버드대학에서 처음 만들어졌는데, 하버드 MBA의 설립 목적은 ‘포천(Fortune)500’ 목록에 있는 대기업의 CEO와 전문경영자를 양성하는것이었다. 이후 탄생한 MIT(Massachusettes Institution of Technoloy) MBA는 기술 경영으로 분야를 차별화했고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와튼스쿨과 시카고대학의 MBA는 금융분야, 노스웨스턴대학의 켈로그스쿨은 마케팅분야의 전문경영자를 양성하는 쪽으로 전문화했다. 스탠퍼드 MBA는 창업이 전문 분야였다.

그런데 지난 5년 간 이런 100년 간의 전통이 완전히 변했다. 전부 다 스탠퍼드가 모델이 됐다. 하버드도, MIT도, 와튼, 노스웨스턴도 전부 창업 중심으로 변했다. 모두 창업자 양성을 핵심 과제로 표방하고 있다. 중국 MBA도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한국만 그렇지 않다.”

- 왜 한국만 ‘우물 안 개구리’가 됐을까.

“한국은 IMF 외환위기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던 1997년과 2008년에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사실 국가가 그 사람들을 창업으로 이끌어줬어야 하는데 당시에는 창업이라고 하면 치킨집을 여는 정도 만을 생각하는 분위기여서 퇴직금만 날리기 십상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명문대학을 나와도 9급 공무원이 되려고 경쟁하는 상황이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이, 대기업보다는 공기업이, 공기업에서 일하는 것 보다는 정부 공무원으로 일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북경 중관춘에는 처쿠카페(Chekucafe, 자동차 차고라는 중문의미)라는 곳이 있는데 그 곳은 늘 사업계획을 짜고 있는 중국 학생들로 붐빈다. 한국에도 이런 창업 카페들이 있지만 가보면 대부분 시험 공부하고 있다. 창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 창업 환경 이외에 한국경제의 중요한 문제를 꼽는다면?

“한국 사회에는 역동성(Dynamism)이 사라졌다. 예전에 한국을 설명하는 슬로건이 ‘다이나믹 코리아(Dynamic Korea)’였다. 이 슬로건을 없애서 역동성이 없어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역동성과 활기를 잃어버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의 중국 사회는 한국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활력이 넘친다.

20-30년 전만 해도 취업하려는 여성들에게 ‘좋은 남편 만나 시집가는 것이 행복한 인생이라며 말리는 부모들이 많았다. 그 때도 나는 반대로 이야기 했다. 요즘은 이혼률이 50%인데 남편만 의지하고 있다가 이혼하면 뭐가 남겠나.

창업에 대한 선입견도 이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취업이 안정적이고 창업은 위험하다고 하는데 정 반대다. 직장을 가지면 10년 동안은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겠지만 소위 ‘38선’이란 표현대로 38살만 돼도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내가 박사를 마친 뒤에 미국 기업 걸프오일(Gulf Oil)에서 2년 근무를 했는데 동료들이 나보다 나이가 많았다. 미국인 동료들은 직장생활이 언제 꺾이는지 아냐고 물었다. 그때 나는 한국에 빗대어 45세에서 50세라고 답했는데 미국인들이 37세라고 하더라. 그래서 가만히 살펴보니 보니 그 정도 나이만 돼도 사람들이 고개가 숙여지고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한국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결국 사장이 되는 한 사람만 빼놓고 나머지의 대부분은 길어야 50대에 직장 생활이 끝난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불안한 상황이 또 어디에 있나. 물론 창업 성공률은 20% 정도 밖에 안된다. 나머지 80%는 실패한다. 그런데 80% 실패한 사람이 다시 사업에 도전하면 두 번째에는 성공률이 50%로 높아진다. 두 번째 실패하고 세 번째 사업을 하면 성공률은 80%로 올라간다,”

- 하지만 한국에는 ‘패자부활전이 없다’는 말도 있다.

“그건 사람들이 창업 요령이 부족해서 그렇다. 창업을 할 때 은행 돈을 쓰면 안된다. 자기 돈과 친구 돈, 가족 돈 5000만원 정도로 창업을 하는 거다. 공동 투자도 한 방법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5000만원을 다 날리고 나서 조금만 더 돈이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돈을 빌린다. 하지만 5000만원을 다 날린 그 시점에서 ‘이번 게임은 졌다’고 깔끔하게 인정하고 끝내야 한다. 그리고 다시 5000만원을 모으는 것이 맞다. 사실 요즘 같은 때에 5000만원을 큰 돈이라고 할 수 없지만 5000만원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은 여전히 많다. 1000만원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앱도 많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전세계 창업열풍속 한국만 '우물안 개구리'…"창업은 아이디어로 하는 것"

 

탈무드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사업을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 한다고 불평하는 경우가 많지만, 언제나 돈을 빌려주려는 이들이 돈을 빌리려는 이보다 6대 4의 비율로 많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없다고 불만을 가질까. 그것은 돈을 빌려주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이디어’가 없기 때문이다.”

아이디어 없이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다.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업을 해야지 돈을 가지고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다. 창업에 대해 좀 더 체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 한국은 대기업 의존도가 높지만 한국 대기업들의 경쟁력도 최근 들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에 밀리고 있다. 고가 시장에서는 서구 기업들과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 기업이 10년을 버틸 수 있는 확률은 5% 정도로 알려져 있다. 10년마다 10대 대기업 중 절반 정도가 바뀐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10년 동안 거의 한 기업도 안 바뀐다. 대기업이 잘 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중소기업이나 창업 기업의 역동성이 없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도 페이스북(Facebook)과 같은 기업이 나와야 하지 않겠나.

페이스북은 미국인 젊은이들의 창업 열기에 불을 붙인 것은 물론 비즈니스의 흐름 자체를 바꿨다. 중국에서는 이 역할을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했다. 미국이나 중국에는 이런 영웅들을 쫓아가는 사람들이 있지만, 한국에는 아직 영웅이 없다. 영웅을 만들어야 한다.

- 한국과 중국 기업인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뭔가.

“한국은 위계질서가 강한 나라다. 상명하복의 질서가 아마 전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것 같다. 자연히 많은 한국인들이 어떤 틀 안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떤 기업의 회장과 사장, 부사장, 전무, 이사 등이 한 자리에 모이면 분위기는 시작부터 딱딱하게 굳어진다. 정부와 기업은 물론이고 심지어 학교도 예외가 없다. 교수들 사이에도 선후배 간에 위계질서가 있다.

중국은 조직 문화가 한국만큼 경직돼 있지는 않다. 조직 문화는 사고방식과도 연결이 된다. 한국에서는 맞고 틀리는 것에 대해 너무 엄격하다. 반면 중국에서는 등소평의 흑묘백묘(黃猫黑猫)론의 예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꿩 잡는게 매’라는식의 실용주의 전통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강하다.

공자의 사상도 한국에 가면 예의를 따지는 엄격한 학문이 되지만 중국에서는 한결 자유롭다. 똑같은 가르침도 두 나라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기질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중국의 기업 조직을 보면 위계질서보다는 팀으로 일하는 문화가 더 많다.”

- 한국인들만의 장점도 있지 않을까?

“부지런함에 관해서는 한국인들이 세계 최고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국인들은 참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한다. 중국인들이 열심히 하는 것 같아도 중국인들은 주말에는 업무를 잊고 논다. 주말에 학교 나오는 사람도 나밖에 없다(웃음).

한국에서는 토요일, 일요일에도 학교에 나오는 교수들이 많다. 기업에서도 중국인들은 정시 출퇴근을 잘 지키는 편이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한국인들의 근면성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 쉴 때 쉬지 않으면 사람이 경직되고 새로운 발상도 나오기 어렵다.”

- 중국 시장에 관심이 있는 한국 기업인이나 유학을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조언 부탁한다.

“한국의 명문대 학생들은 안정이 곧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성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아니다.한국에서 안정된 삶을 살기 원한다면 중국에 올 필요는 없다.

안정이 나쁜 것은 아니다.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위험(risk)을 회피하는 것을 ‘안정’이라고 생각한다면 안정과 성공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도전 의식을 가지고 해외로 뻗어나가고 해외에서도 이미 자리 잡힌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새로운 시장에서 성공의 기회를 노리는 이들이라면 중국은 확실히 매력이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