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클래스] "우리 집 전체가 우리 아지트예요"
협소 주택 ‘잭슨하우스’ 지은 심우찬·태윤정 부부
서울 마포구 합정동 성산초등학교 뒤, 골목으로 들어가면 조용한 주택가가 나온다. 한 길 건너에 홍대가, 맞은편에 요즘 뜨는 골목인 상수역이 있다. 심우찬·태윤정 부부의 집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 부부의 일터도 같은 건물에 있다.
- 태윤정(왼쪽)·심우찬 부부.
아내는 어느 날 이런 생각을 했다. ‘동네 주민들이 우리 부부를 백수로 아는 게 아닐까?’ 평일 낮에 트레이닝복을 입고 팔짱을 끼고 함께 산책을 하다가 홍대에서 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다 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 또 어때!’ 부부가 집에 들어간 건 일하기 위해서다. 카페와 일터, 신혼집과 스파가 한곳에 있는 잭슨 빌딩, 잭슨은 남편 심우찬씨가 여섯 살 때부터 좋아하던 뮤지션 마이클 잭슨의 이름을 땄다. 1층에 있는 맥주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펍은 ‘빌리진(bille jean)’, 계단을 오르면 2층에는 남편의 작업실인 ‘잭슨이미지웍스(jackson image works)’가 있다. 1, 2층이 공적인 공간이라면 3, 4층은 부부의 사적 공간이다. 3층에는 거실과 침실이, 4층에는 햇살을 맞으며 반신욕을 할 수 있는 욕실이 있다.
“저희가 처음 살았던 집도 1층은 남편의 작업실이었고, 2층은 가정집이었어요. 그때도 좋았지만, 집주인과 함께 생활할 때보다 지금이 훨씬 자유롭죠. 세탁기도 아무 때나 돌릴 수 있고, 늦은 밤에 음악도 들을 수 있고요. 1층에서 불을 밝히고 새벽까지 작업을 해도 전혀 상관없고요.”(태윤정)
- 서울 합정동에 위치한 잭슨 빌딩
전세 기간이 끝나갈 즈음 부부는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우리 집을 지을 작은 공간이 없을까. 마포구 일대의 부동산을 뒤졌다. 그러다 17.76평, 58.7㎡의 삼각형 땅을 발견했다.
“어릴 적부터 집에 대한 애착이 있었어요. 생각한 것은 실행에 옮기는 편이라 집을 짓는 일도 번거롭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오랜 꿈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니 설레었죠. 일터와 가정이 함께 있는 라이프 스타일이 저에게는 잘 맞으니까요.”(심우찬)
새집을 지은 후 외출이 줄었다
집 지을 땅을 구하고, 건축가를 찾았다. 평소 친분이 있던 조앤파트너스 조현진 소장을 만났다. 조 소장은 “우리가 더 친해져야 한다”고 했다. 이미 지어진 집에 들어간다면 사람이 집에 맞추게 된다. 새집을 짓는다면 집을 사람에게 맞출 수 있다. 집주인에 대해 알면 알수록 집은 주인을 닮아간다. 건축가는 늘 “이 집의 콘셉트는 두 분”이라고 했다.
“대화를 무척 많이 나누었어요. 저녁은 주로 어디에서 먹는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밤에는 몇 시쯤 자는지, 평소 성격은 어떤지… 이게 집이랑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었는데 지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예를 들어 전 밝은 빛을 좋아해요. 그걸 반영해서 4층 욕실 천장에 창을 냈어요. 해를 보면서 목욕하는 건 집을 짓지 않는 이상 힘든 일이잖아요.”(태윤정)
- 3층 부부의 생활 공간.
충분한 대화를 나눈 뒤 집을 짓는 과정은 전문가에게 맡겼다. 남편 심우찬씨의 직업은 영상제작, 본인도 일을 진행할 때 의뢰인이 너무 많은 요구를 해오면 배가 산으로 가는 걸 종종 겪었다. 전문 영역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맞다고 봤다. 완성된 집을 보니 건축가를 신뢰한 게 옳았다.
“보통 주택에 살면 춥지 않느냐고 많이 물으시는데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달라요. 집을 직접 지어서 좋은 점은 창호나 마감재를 골라서 쓸 수 있다는 거예요. 단열과 방음을 꼼꼼히 했죠. 덕분에 난방은 오전에 1시간 정도만 틀어놓으면 훈기가 하루 종일 가요.”(심우찬)
- 2층 남편의 작업실.
집을 직접 지으려는 이들이 많아지는 건 일본도 마찬가지다. 협소한 땅에서 넓은 공간을 쓸 수 없을지 궁리한 이들이 있다.
올해 3월 출간된 《작은 땅 큰 집 짓기》(主婦の友, 로그인)에는 집을 짓고 사는 7가지 즐거움이 나온다. 첫째, 원할 때 언제든 집을 개조할 수 있다. 둘째, 땅이 네모반듯하지 않아도 집짓기에 문제가 없다. 셋째, 집 전체가 밝고 환하다. 넷째, 아이들이 마음껏 만져도 안심이다. 다섯 째, 새집을 짓고 외출이 줄었다. 여섯 째, 수납공간이 충분해 공간을 넓게 쓴다. 마지막으로 일곱 번째, 집 안에 나만의 아지트가 있다.
부부는 7가지 즐거움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해 7월 중순 시작한 집짓기 공사는 10월에 마무리되었다. 집이 완성된 건 석 달 정도가 흐른 지난 2월, 욕실에 작은 변화가 있었다. 처음에는 전체를 히노키(편백나무)로 마감했는데 습기가 잘 빠져나가지 않아 부분적으로 개조했다. 다른 공간도 변신이 가능하다. 2층 작업실은 유리벽으로 공간을 나누었다. 훗날 아이가 생기면 이 유리벽을 빼고 공간을 재배치할 생각이다. 남편 심우찬씨는 원래 집에서 작업하는 걸 좋아하는데 잭슨 빌딩을 짓고는 더욱 그렇다. 집 전체가 부부의 아지트가 됐다.
“그중에서도 1층 빌리진은 특별해요. 남편이 술자리에 우르르 몰려가는 걸 좋아하지 않았어요. 대신 집으로 초대했죠. 이제는 이런 공간이 있으니까 친구들도 펍에 온다고 생각하고 와요. 남편도 한결 편하게 어울리고요. 저는 술자리를 좋아하거든요. 저희에게는 딱 최적화된 곳이죠(웃음).”(태윤정)
- 1층 펍 ‘빌리진’.
술 좋아하는 아내가 술 못하는 남편을 바꾼 것처럼, 추진력 있는 남편은 신중한 아내를 바꿨다. 회사생활 10년 차, 한 번도 회사를 그만둘 생각이 없었다는 윤정씨는 남편의 영향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회사를 그만둔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이렇게 저희만의 공간이 생기니까 뭐라도 할 수 있겠더라고요. 쇼핑몰도 시작해보고, 향초 클래스도 시작하고요. 결혼 전에는 다 회사 다니고 주변에 저 같은 사람밖에 없었거든요. 그런데 남편이 “해봐. 할 수 있어. 왜 못 해?”라고 북돋우니까 제가 변하더라고요. 만약에 다른 공간을 임대해야 했다면 부담이 됐을 텐데 1층을 활용할 수 있으니까 부담도 없고요.”(태윤정)
“워낙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잘 추진하는 편이에요. 집을 짓는 것도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추진했죠. 이게 제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집을 짓고 나니까 또 그다음을 생각하게 돼요. 그런 성취가 자연스러워지는 거죠.”(심우찬)
부부, 친구, 파트너
“부부싸움을 하면 떨어져 있을 곳이 없죠(웃음). 그런데 저희는 싸우는 일이 거의 없어요. 파트너십이 굉장히 좋아요. 아내가 옆에 있는 게 좋고 편해요. 둘 다 개인 작업을 하니까 비즈니스와 관련된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요.”(심우찬)
“결혼 전에 사람들이 그러잖아요. 결혼하면 이렇게 달라진다, 결혼하면 다르다… 둘 중 하나는 회사를 다녀야 한다, 남자들이 결혼하면 주방에 안 들어간다… 그런데 결혼하고 맞은 게 하나도 없어요. 남편이 그런 틀 안에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보통의 틀이 안 맞는 거예요. 붙어 있다고 갈등도 없고요.”(태윤정)
보통의 틀 안에 사는 것이 편하다면 그 방식을, 그게 아니라면 다른 방식을 생각하면 된다. 2015년 주택시장을 보면 42.4%는 아파트에, 24.5%는 연립이나 다가구 주택에 산다. 두 사람이 사는 잭슨 빌딩은 이 틀 바깥에 있다. 그만큼의 자유를 누리고, 그 이상의 대가도 치른다.
“아파트는 모든 게 편의성에 맞춰져 있잖아요. 어떻게 하면 편리하게 살 것인가. 그런데 집을 지어서 사는 건 달라요. 예를 들어 매일매일 계단 오르내리는 게 귀찮으면 안 되는 거예요. 건물 관리도 직접 해야 해요. 눈 오면 집 앞 눈도 쓸어야 하고요.”(태윤정)
자기 관리도 마찬가지다. 집과 일터가 함께 있는 경우, 정해진 시간표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시간을 배분하고 자원을 이용해야 한다. 윤정씨가 놀란 건 남편의 이런 관리능력이다. 아침에 일어나 작업실에 내려갈 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옷을 갈아입고, 양말까지 제대로 갖춰 신고 내려간다. 침실 옆 집필실에 들어갈 때면 정장으로 갈아입는다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떠오르게 한다.
“시간 관리를 잘해야 해요. 회사 다니는 분들은 시간이 정말 안 간다고 하는데, 전 시간이 너무 빨리 가요. 일터와 거주공간이 함께 있는 건 태도의 문제인 거 같아요. 이런 라이프스타일이 맞다면 한번 해볼 만하다는 거죠.”(심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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