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스펙 전형'에 취업 사교육 시장 커져
314명 중 42.7%가 '사교육 받은 경험 있다'
취준생 "스펙을 보지 않는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
#1. "쓸 데 없는 자격증에 제발 시간을 허비하지 마세요" 유명 취업 컨설턴트 A씨는 강조한다. 그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인사과장으로 근무하다가 3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취업 컨설턴트로 전향했다. 1시간에 24만 원. 상담을 위해 꽤나 비싼 과외비를 지불해야 하지만 그와 상담하고 싶어하는 취업 준비생들은 줄을 서 있다. 그는 "아무리 평범한 경험도 특별한 이야기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며 "역량·토론·PT는 물론, 인성과 회식 면접까지 생겨나고 있는 시점에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하나가 면접관의 시선을 잡는 이야기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 지난해 개인 역량을 발표하는 기업 오디션 면접을 참가했다가 낭패를 봤던 취업 준비생 B씨. 그는 평소 말솜씨가 좋지 않아 오디션 전형 자체가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창업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이 가장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그는 심기일전해서 취업 컨설팅 학원에 등록했다. 지난해 취업에 성공한 친구가 추천한 곳이다. 그는 "취업 컨설팅 학원을 거치면 그간의 평범한 대학 생활도 그럴 듯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한다"며 "그동안 스펙을 쌓느라 창업 같은 것은 꿈도 못 꿨는데 다른 이야기라도 만들어 올해는 취업에 성공해야 하지 않겠냐"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대기업들은 출신 대학교, 학점, 토익, 어학연수 등이 포함된 이른바 '스펙 8종 세트' 항목을 서류 전형에서 없애고 이를 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올해부터는 은행권과 공기업들도 채용 과정에서 탈(脫)스펙을 선언했다. 천편일률적인 스펙이 나열된 이력서로 평가하는 고전적인 채용 방식 대신 지원자의 인성과 잠재 능력을 평가하는 채용 형태로 변모한 것이다.
기업들은 하나같이 스펙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과도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실질적인 업무 능력과 더불어 자신만의 경험과 스토리를 갖춘 인재를 뽑겠다는 것인데, 사실상 이를 반기는 취업 준비생들은 그리 많지 않다. 지난해 하반기 취업에 실패한 김모(27·여) 씨는 "스펙을 보지 않는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평가를 해야 할 텐데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채용 기준만 모호해진 느낌"이라고 전했다. 김 씨처럼 대분분의 취업 준비생들은 오히려 새로운 스펙을 요구한 것과 다름 없다는 반응이다.
취업 사교육 시장은 해가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하반기 취업준비생 3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42.7%가 '사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연 평균 273만 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취업 컨설팅 학원의 1:1 상담 비용은 강사에 따라 1시간에 12만 원부터 25만 원까지 다양했다.
취업 컨설팅 학원은 스토리텔링부터 인성, 토론, PT, 역량 등 8가지 면접 대비와 자기소개서 첨삭 등을 맡고 있다. 전체 채용 과정을 맡기게 되면 300만 원가량을 지불해야 한다. 이럴 경우 취업 준비생이 이력서만 들고 가면 전문가가 직접 자기소개서나 면접용 대본을 기업이 선호하는 식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에 실제 취업 성공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학원 관계자는 "이전에 이력을 보고 선별하는 과정도 거치기 때문에 취업률이 90%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도 양극화가 생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취업 사교육 시장이 커지면서 이제는 해커스, YBM시사닷컴 등 기존의 대형 영어학원들까지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교 육 > 취업전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성채용 秘法]① 첫 관문 SSAT,"모르면 찍지 마라" (조선일보 2015.04.10 15:25) (0) | 2015.04.12 |
---|---|
마지막 '삼성고시' SSAT, 역대 가장 쉬워?.."시간 남았다" (머니투데이 2015.04.12 13:43) (0) | 2015.04.12 |
'입사 면접장의 절대甲' 면접관이 떨고 있다 (조선일보 2015.04.04 13:37) (0) | 2015.04.05 |
[오늘의 세상] 스펙 안보고 상식 시험 안치고… 공기업發 채용 혁신(조선일보2015.03.25 10:11) (0) | 2015.03.27 |
법원 “직장 동료와 잦은 갈등, 해고 사유 된다”… 근무태도·동료 평가로 판단 (동아일보 2015-03-25 11:34:51) (0) | 2015.03.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