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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육/취업전쟁

'입사 면접장의 절대甲' 면접관이 떨고 있다 (조선일보 2015.04.04 13:37)

'입사 면접장의 절대甲' 면접관이 떨고 있다

입사지원자들에게 평가받아 怨聲 등 물의땐 인사 불이익

면접관 갑질, 인터넷 공개
"삶에 만족하나" 묻기에 '예'하니 "건방지다" 하더라
OO社는 性차별 질문… 면접후기 사이트에 띄워

"그 회사 가면 안되겠네!" 면접 경험 구직자 57%
"면접관 때문에 불쾌감" 85%가 "이미지 나빠져"

기업들, 면접관 교육 나서 "나쁜기업으로 찍히면 끝장
부적절한 질문하지 말라" 공채前 1~2일 특별교육

 

지난해 A기업의 신입사원 채용 면접장. 실무평가를 마치고 최종면접장에 들어선 지원자들에게 임원들은 "술은 잘 마시나요?" "결혼 생각은 있습니까?" "취미는 뭔가요?" 등을 물었다. 면접을 본 사람들은 인터넷에 '가정사나 연애문제까지 묻더라. 이런 것까지 대답해야 하느냐'는 글을 올렸다. 직무 역량 평가와는 관계없는 질문이 불쾌했다는 것이다.

사내에서도 당시 면접 과정에서 일부 임원들의 질문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 기업은 결국 임원들을 상대로 면접관 교육을 실시했다.


	[Why] '입사 면접장의 절대甲'면접관이 떨고 있다
그래픽=김성규 기자
면접관도 평가받는다

입사시험 면접장의 '저승사자'인 면접관들이 떨고 있다. 면접장 안에선 한없이 약자인 구직자들이 적극적으로 면접 경험을 공유하면서 면접관들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들은 인터넷 등 다양한 곳에서 '면접 정보'를 공유한다. 이들이 올리는 면접 후기엔 면접관의 '갑질' 행태가 낱낱이 공개된다. 성차별적 발언이나 사생활 관련 질문이 나왔다는 글이 올라오면, '그 회사 가면 안 되겠다'는 댓글이 달린다.

지난해 12월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구직자인권법' 제안 청원엔 이런 사례가 등장했다. "법대인데 사시 준비를 하지 않았냐고 묻기에 다른 경험을 쌓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발가락을 주물럭거리던 면접관은 '입에 침이나 바르라'고 말했습니다." "면접관이 '삶에 대해 만족하느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건방진 소리'라고 했습니다. 그런 소리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겁니다."

이 같은 면접관의 '갑질' 행태와 면접 시 인신공격성·성차별적 질문을 금지하자고 한 청원에 공감을 표시하는 사람이 몰려 지난해 말 마감 때까지 1260명이 서명했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채용전형이 끝나면 인사 담당자들이 인터넷에 올라온 지원자들의 평가를 확인한다. 부적절한 질문을 한 면접관들은 기업 이미지를 망쳤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에 경고한다. 그러니 면접관들이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면접관이 잘못하면 기업 이미지 망친다

우리 법은 채용 과정에서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고용정책기본법 7조는 '사업주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신앙, 연령, 신체조건, 사회적 신분, 학력 등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되며 균등한 취업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법 2조는 '신체조건, 혼인 여부, 가족형태 등을 이유로 고용에서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는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 행위'라고 정의한다.

아직까지 '을'의 입장인 구직자가 기업을 고소·고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구직자들이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면접 후기 등이 기업 이미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지난 1월 인터넷에 '소셜커머스업체 위메프 오너인 허민 대표가 면접을 보면서 시종일관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반말을 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하루 만에 페이스북에서 200번 이상, 트위터로도 500번 넘게 공유됐다. 이는 위메프가 영업직 사원을 전원 불합격시킨 사례와 함께 언급되면서 불매운동 및 회원 탈퇴 움직임으로까지 번졌다.

지난달 취업포털 사람인이 면접 경험이 있는 구직자 6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7.4%가 '면접관의 태도 때문에 불쾌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85.8%가 '면접 때문에 해당 기업의 이미지가 나빠졌다'고 말했다. 헤드헌팅기업 에이치알코리아의 조사 결과도 이와 비슷했다. '면접관 때문에 생각했던 기업의 이미지가 바뀐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98%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지원자 눈을 보며 간결하게 말하라

백진기 한독약품 인사담당 부사장은 "구직자 입장에서는 불쾌한 경험을 해도 항의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구직자들 사이에 '나쁜 기업'으로 인식되면 인재를 선발하기 어려우므로 결국 기업에도 손해"라고 말했다.

기업 이미지 악화를 막기 위해 기업들은 면접관 교육에 나섰다. CJ그룹은 매년 상·하반기 공채에 앞서 수백명의 면접관을 1~2일간 교육한다. 면접할 때 지원자 이름 뒤에 '님'자를 붙이고, 지원자의 눈을 응시하며 질문을 간결하게 할 것 등 주의사항을 알린다. 한수경 CJ그룹 과장은 "구직자가 아니라 '고객'이라는 생각으로 대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SK그룹도 면접관이 다리를 꼬고 앉지 말 것, 가족과 관련된 질문은 하지 말 것 등 상세한 지침을 사전에 교육한다.

불합격자에게 '면접 성적표'를 보내주는 경우도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공채 불합격자에게 역량면접, 프레젠테이션 면접, 임원 면접 등의 전형에서 받은 점수를 알려줬다. 구직자들은 "내가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알 수 있어 도움이 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제대로 된 면접은 기업에도 이익

기업 임원들이 외부업체에서 자발적으로 면접관 교육을 받기도 한다. 경영 컨설턴트 업체인 커리어케어가 지난 2013년부터 5회에 걸쳐 실시한 '공개 면접관 교육'에는 67명이 참여했다. 민도식 커리어케어 상무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대표, 기업 인사 담당자 등이 찾아온다. 면접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해 인사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으므로 시간과 돈이 들더라도 미리 교육을 받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인재를 가려낼 수 있는 제대로 된 면접관을 키워야 하는 건 기업 입장에서 더 절박한 과제다. 공인 영어 점수, 자격증, 수상경력 등을 보지 않는 '탈(脫)' 스펙 채용 전형 바람이 거세지면서 면접관의 '안목'이 신입사원 채용의 당락을 결정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55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3년 신입사원 교육 훈련과 수습사원 인력관리 현황조사'에 따르면, 신입사원 교육에 평균 18.3개월이 걸리고 5959만6000원이 든다. 유재경 나비앤파트너스 대표는 "역량면접, 직무면접 등 면접 과정이 복잡해지면서 면접을 통해 전문적인 업무 능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면접관이 신입사원을 잘못 채용할 경우 그로 인한 비용은 모두 기업이 떠안게 되는 꼴"이라고 말했다.


 

면접 보는 당신,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있다

(조선일보 2014.10.29 16:22)

 [마지막 入社 관문 '운명의 순간' 당신이 피해야할 것, 해야할 것]

-'척'하면 끝난다, 절대 하지마라
잘난척, 아는척, 거짓말은 탄로나
회사정보는 줄줄, 자기 비전은 끙끙… 말은 청산유수, 남의 말은 무시…
이런 태도로는 바늘구멍 못뚫어

 

#1.효성그룹의 집단 면접. 토론 주제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주어졌다. 취업 준비생들이 어려운 주제를 대하고 당황하자 관련 분야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었던 한 응시자가 대답을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섞어가며 논리적으로 말을 풀어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는 말을 멈출 줄 몰랐다. 다른 응시자가 한마디하려 하면 "이건 내 전문"이라며 말을 잘랐다. 토론 내내 그는 혼자 말했고 결국 낙방했다.

#2. 포스코그룹의 직무역량평가 면접. 면접관은 응시자에게 "미얀마에서 가스전(田)이 발견됐다. 지금 당장 개발하겠느냐, 아니면 좀 더 기다리겠느냐"고 물었다. 한 응시자가 기업 공시에 올라온 실적과 신문에 나온 분석기사까지 곁들여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이 응시자는 합격했다. 두 사례는 지난해 하반기 해당 기업에서 벌어진 실전(實戰) 면접 내용이다.

기업 취업 현장이 지난주부터 면접 시즌으로 들어갔다. 삼성그룹은 인턴 출신부터, LG그룹LG유플러스부터 면접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그룹 같은 대기업들도 면접을 시작했다. 기업체 면접시험은 흔히 '답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면접을 위한 기본 수칙(守則)은 있다. 기업 인사 책임자들에게 '면접시험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수칙'을 들어봤다.


	면접 보는 당신,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있다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①지원 기업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라

박준석 LG상사 석탄사업부 면접위원은 "직무에 대한 이해 없이 면접에 오지 마라"고 말했다. 김진성 롯데그룹 인사팀 수석도 "아무리 스펙이 훌륭해도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낮거나 사전 공부가 안 된 지원자들은 떨어뜨린다"며 "롯데에 입사하기 위해 얼마나 준비했는지를 주의 깊게 본다"고 했다. 장형옥 효성 지원본부장은 "면접관들은 이 사람이 정말 효성에 입사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그냥 여러 기업 중 지나가는 곳으로 온 사람인지 금방 안다"고 말했다.

②나 자신을 꼼꼼히 분석하라

면접위원들은 "기업만큼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재를 선호한다"고 조언했다. 김태연 ㈜코오롱 인사실 이사는 "회사 정보는 줄줄 외우면서 정작 자기 자신의 비전에 대해서는 입도 못 여는 친구들을 많이 봤다"며 "스펙이 다소 떨어지고 나이가 많더라도 내가 누구이며, 장단점이 뭔지를 똑 부러지게 말하면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

이주웅 포스코 HR실 채용담당 매니저도 "입사지원서 내용이나 전공 분야, 지원 동기 등 기본기에 중점을 두고 충실히 준비하라"고 했다. 박철현 LG CNS 인재확보팀 채용팀장도 "면접관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전공 분야"라며 "지원자의 전공과 회사 업무의 연계성을 파악해 이 사람이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파악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③남의 말을 경청(傾聽)하라

박용준 효성 인사관리1팀장은 "집단 면접 때 토론 주제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보다 토론에 임하는 태도를 주의 깊게 본다"며 "반론이 들어와도 흥분하지 말고 상대방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면 가산점을 받는다"고 말했다.

안재형 현대모비스 인사팀장은 "본인이 너무 잘났다고 하는 사람은 선호하지 않는다"며 "나는 더 배울 게 없다는 식의 태도는 좋지 않다"고 했다. 엔지니어 입사도 마찬가지다. 조용준 LG실트론 웨이퍼링 개발팀 면접위원은 "엔지니어 업무는 대부분 협업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원만하게 대화하고 소통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④정직이 최선이다

대부분 수천, 수만 명의 지원자를 만난 면접관들 앞에서 '거짓말'은 금물(禁物)이다. 김태연 ㈜코오롱 이사는 "모르는 부분은 모른다고 말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변명하지 않고 인정하는 모습이 좋다"며 "질문을 못 알아들었으면 당황하지 말고 다시 물어봐라"고 말했다. 오의열 LG디스플레이 알고리즘 1팀 면접위원도 "절대 거짓말하지 마라"며 "응시자들이 당황하면 의도하든 않든 거짓말을 하는데 이건 가장 나쁜 태도"라고 했다.

⑤밝은 인상과 적극적 태도는 기본

면접관들은 '호감 가는 사람'이 되려면 기본 조건을 갖추고 면접장에 들어오라고 조언했다. 김종헌 삼성전자 인사팀 상무는 "열정적인 자세로 질문을 건네고 답하는 응시자들이 눈에 띈다"며 "옷차림은 단정할수록 좋다"고 말했다. 문유진 SK하이닉스 HR실장도 "실제 면접에 임할 때, 밝고 자신감 있는 모습의 응시자가 높은 점수를 받는다"고 했다. 이주웅 포스코 매니저는 "구구절절 얘기하기보다 최대한 간결하면서도 정확하게, 두괄식으로 결론을 먼저 제시한 다음 설명을 붙이는 방식으로 답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