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이 늘린 3조 … 그 뒤 숨은 사심예산은 거를 방법 없다
심층진단 대한민국 국회의원 ① 사심예산의 비밀
2014년 국회 예산소위 위원 고백
위원 1000억, 여야 실세 200억 등
챙겨줘야할 예산, 룰로 정해져 있어
요즘 진짜 능력 있는 의원들은
삭감 못하게 정부안에 미리 반영
2014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 조정소위(예산소위)에 소속됐던 한 국회의원실 관계자의 증언이다.
- 쪽지 요청은 얼마나 들어오나.
“ 몇몇 의원에게 ‘꼭 원하는 예산을 순위를 매겨 적어 달라’고 했다. 의원당 3~4개만 내라고 했는데 10개 넘게 보내오는 의원이 많더라. 지역예산 말고도 사방에서 요청이 왔다. 쪽지예산 리스트를 만드는 것부터가 어려웠다.”
- 그걸 다 들어줄 수 있나.
“엑셀(표 계산용 컴퓨터 프로그램) 작업으로 표를 만들다가 포기했을 정도다. 의원들 요청을 못 들어주면 항의가 들어온다. 전임 예산소위 위원들이 예산안이 통과되면 해외로 떠나는 이유를 알게 됐다. 항의를 피해 도망가는 거다.”
- 쪽지 속에 개인의 사욕(私慾)이 담긴 건 어떻게 가려내나.
“가려낼 수 없다. 한심한 사업이 많다. 하지만 쪽지예산을 받아 반영하는 사람은 그런 걸 판단하지도, 할 수도 없다. 그런 게 안타깝다.”
쪽지예산이란 정부예산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예산소위 소속 의원에게 예산을 반영해 달라고 쪽지를 보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쪽지예산 중에는 꼭 필요한 지역·민원사업도 포함돼 있다. 문제는 쪽지예산 속에 국회의원 개인의 욕심이나 비리가 끼어들어도 그걸 가려낼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1년 예산안의 마지막 칼질을 담당하는 예산소위는 위원장 외에 여야 7명씩 14명으로 구성된다. 예산소위 위원 한 명이 반영할 수 있는 쪽지예산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지난해 소위에 참여했던 A 의원은 이렇게 고백했다.
“소위 명단이 발표되자 나보다 앞서 예산소위를 했던 의원들이 ‘룰’을 전하더라. 소위 위원은 1000억원, 여야 실세는 200억원을 반영해야 한다고…. 그 금액을 채우지 못할 것 같아 조바심이 났다. 결국 이것저것 다 반영해 간신히 800억원 가까이를 챙겼다. 난 많이 못한 편이다.”
국회는 2015년 정부예산안 376조원 중 3조6000억원을 깎고 3조원을 늘려 375조4000억원의 예산안을 확정했다. 늘어난 3조원 속에 예산소위 위원들의 몫이 들어 있는 셈이다. A 의원의 말대로라면 14명의 소위 위원이 1000억원씩만 챙겨도 1조4000억원이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의 조사에 따르면 정부예산안에 없다가 국회 예산소위 단계에서 들어온 예산 항목을 더한 결과 2012년 이후 3년간 1조2067억원이었다. 실제 쪽지예산의 규모는 이보다 더 크다는 얘기다. 그 속에 동료 의원들의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포함돼 있지만 국회의원의 사적 이익과 관련된 게 숨겨져 있을 수밖에 없다.
2013년 예산소위에 참여했던 한 야당 의원의 체험담이다.
“소위 위원이 됐더니 예산관련 부처에서 먼저 ‘의원님이 필요하신 예산 리스트를 보내 주세요’라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7개를 보냈더니 6개를 들어주겠다고 했다. 내 예산 민원을 들어줄 테니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대해 삭감을 최소화해 달라는 ‘거래성’이었다.”
충청지역의 한 새누리당 의원은 취재팀에게 “상임위나 예결위 단계에서 쪽지예산을 넣는 건 뒤떨어진 방식이다. 최근 들어선 정말 능력 있는 의원들은 삭감을 하지 못하도록 정부안에 미리 집어넣는다”고도 말했다. 예산소위 위원이나 ‘능력 있는 의원’들의 예산은 이미 정부안에 들어간 형태로 국회에 넘어온다는 것이다.
이렇게 각자가 맡은 할당 예산들이 있다 보니 예산소위에선 ‘내 몫 챙기기’ 싸움이 치열하다.
예산소위에 참여했던 새정치민주연합 홍의락 의원은 “어떤 예산에 대해 질문을 하려 하면 이쪽저쪽에서 ‘우리 지역예산이다!’고 소리를 질러 토론 자체가 안 됐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국회 예산 심의 단계에선 쪽지예산 가운데 국회의원 개인의 ‘사심 예산’이 숨어 있는지 등에 대해선 전혀 검증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280억 도로 유치" … 그 길 옆엔 의원 땅 있었다
(중앙일보 2015.04.06 02:46)
심층진단 대한민국 국회의원 ① 사심예산의 비밀
강길부, 지역구 울주에 소유한 4곳 땅값 10년 새 8배로
주승용, 거래 없던 여수 토지 24곳 대부분 수용 예정
국회의원 '사심예산' 분석
강 “상속 받은 농지 … 문제 없어”
주 “길 옆 땅, 되레 재산권 손해”
2005년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국가 예산으로 길천산업단지가 조성됐다. 산업단지엔 왕복 2차로의 진입로가 있었다. 그러나 이곳 국회의원인 새누리당 강길부(울산 울주) 의원이 2007년부터 3년간 280억원의 예산을 유치해 4차로의 진입로가 또 생겼다. 강 의원은 2009년 자신의 의정보고서에 이 예산을 자신이 끌어왔다고 주장한 뒤 “기획재정부 담당 국장, 과장 등과 오찬을 하는 등 전방위로 설득한 결과”라고 했다. 진입로가 새로 생긴 뒤 개발 호재를 만난 주변의 땅값은 6만원에서 34만원(공시지가 기준)으로 올랐다.
취재팀 확인 결과 새 진입로가 끝나는 지점 300~700m 거리에 강 의원 소유의 땅이 4곳(4509㎡, 1366평)이나 됐다. 강 의원이 공개한 재산신고내역에 따르면 4곳의 땅값은 2004년 5283만원에서 올해 4억2349만원(공시지가 기준)으로 8배가 됐다.
강 의원은 2006년 인천공항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선 건설교통부(현재의 국토교통부)에 “마곡 R&D 시티(서울 강서구 마곡지구)가 성공하기 위해 김포공항을 국제 단거리 셔틀공항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서울시가 건교부와 추진하겠다는 기사가 났는데, 어떤 견해냐”고 물었다. 건교부 측이 “신중해야 한다”고 답하자 강 의원은 “(국제 셔틀공항이 되도록) 잘 검토해 달라”고 했다. 마곡지구엔 강 의원이 1978년에 사둔 땅(105평)이 있었다. 개발이 이뤄지면서 90년대 초 평당 148만원이던 공시지가는 2009년 894만원으로 올랐다. 강 의원의 땅은 2006년 SH공사가 13억원을 주고 수용했다. 건설교통부 차관(2000년 8월~2001년 4월)을 지낸 강 의원은 2006년 열린우리당 정책위 부의장이면서 국회 건설교통위원과 예산결산특별위원을 지냈다.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전남 여수을) 의원은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호남에 2조원이 넘는 예산을 확보했다”고 밝혀왔다. 주 의원은 2014년 의정보고서에 여수 화양면과 소라면을 잇는 도로 확장공사용 지역예산 265억원을 따왔다고 밝혔다.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확장된 도로를 따라 주 의원의 땅 24곳(3010㎡, 912평)이 위치해 있었다. 확장 공사가 본격화되면 그동안 거래가 없던 주 의원의 땅은 대부분 국가에 수용돼 토지보상비를 받게 된다. 여수시장을 거쳐 3선 의원인 주 의원은 2012~2014년 국회 국토교통위원장(국토해양위원장)을 지냈다.
국회의원의 권한 중 가장 큰 게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이다. 국회의원의 예산심의권이 올바르게 행사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본지 취재팀은 ▶국회의원 300명의 재산신고내역 ▶지난 10년간 정부예산안 원안 ▶국회가 수정해 통과시킨 예산안 ▶국회 상임위 속기록 ▶국회의원 의정보고서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지역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유치한 일부 지역구 의원들에게서 예산이 집행되는 곳 2㎞ 이내에 개인 재산이 있는 경우를 발견했다. 사심(私心) 예산이란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강 의원은 “태어날 때부터 아버지가 농사짓던 땅인데 뭐가 문제냐”며 “상속받은 농지들은 (예산 유치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마곡지구와 관련된 국감 질의에 대해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 의원도 “수십 년 전부터 도로 확장 계획이 있었지만 전남도의 토지수용 예산이 부족해 매번 공사가 불발됐다”며 “땅이 길 옆에 있어 오히려 재산권 행사에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직자의 사익이 공익적 책무와 부닥치는 상황을 ‘이익충돌(conflict of interest)’이라고 한다. 국회의원은 개발 정보를 먼저 알 수 있고, 국정감사와 상임위원회·예결위원회 활동을 통해 정책을 바꾸고, 지역에 예산을 끌어올 수도 있다. 그래서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의 재산상 이해와 관련해 공정한 직무 수행이 어려운 상황이 야기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우상호 의원은 “개발사업이 진행되는 근처에 본인 땅이 있다는 걸 알면서 예산을 늘리고 정부를 설득했다면 동료 의원이지만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진입로 뚫리자 호재 … 강길부 땅값 5000만 → 4억2000만원
(중앙일보 2015.04.06 01:49)
심층진단 대한민국 국회의원 ① 사심예산의 비밀
강길부·주승용 소유 토지 가보니
강 의원 울주 길천산단 옆 땅 4곳
중개업자 “땅 사려는 사람 줄서”
강 “공단 입주 땐 가격 상승 일반적”
주 의원 여수 덕양로 옆 땅 24곳
10년간 거래 없던 땅 처분하게 돼
주 “40년째 확장 계획만 있던 곳”
울산역에서 버스로 15분 떨어진 울주군 길천산업단지. 태화강 지류인 남하강을 사이에 두고 왼쪽에 산업단지, 오른쪽에 논밭이 펼쳐져 있다.
지난달 31일 길천산업단지를 찾았다. 강 오른쪽 울주군 향산리의 논밭 가운데 울산 울주군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강길부 의원의 땅이 있다. 네 곳에 나뉘어 있는 땅의 면적을 모두 합치면 4509㎡(약 1366평)였다. 등기부엔 1953년과 55년 두 필지씩 ‘매입’과 ‘증여’로 취득했다고 돼 있다.
향산리 일대의 땅값은 2005년 움직이기 시작했다. 길천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다. 건설교통부(현재의 국토교통부) 차관 출신으로 17대 총선에 당선된 당시 울산의 유일한 여당(열린우리당) 의원이던 강 의원이 진입로를 새로 내자고 했다. 기존 진입로(왕복 2차로)가 있긴 하지만 교통 체증이 심하니 또 다른 진입로(왕복 4차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예산이 투입돼 진입로가 났다.
강 의원은 2008년엔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여당인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그는 2009년 의정보고서에 ‘2007년부터 3년에 걸쳐 진입도로 예산으로 280억원을 끌어왔다’고 밝혔다. 2009년에 진입도로가 새로 생기면서 땅값은 더 뛰었다.
“부동산 바람이 불었어. 외지 사람들로 들썩이면서 땅 있는 사람은 돈 많이 벌었지.”
향산리에서 만난 이달우(85)씨의 말이다. 현지 부동산업자들은 “길천산업단지 인근 향산리 일대는 사고 싶어도 매물이 없다”고 전했다. 인근에서 중개업을 하는 전모(59)씨는 “향산리 일대는 지금도 땅을 사려는 사람이 많다”며 “향산초등학교 인근이 가장 추천할 만하다”고 말했다. 향산초등학교 옆엔 강 의원의 땅이 있다.
강 의원의 땅값은 올해 재산신고 기준으로 4억2349만원이다. 2004년엔 5283만원이라고 신고했으니 10년 새 8배가 됐다. 강 의원의 다른 땅 두 필지는 자연녹지(제한적 개발이 허용되는 구역)에 있다. 전씨는 “지금은 자연녹지지만 옆에 큰 도로가 난다”며 “개발이 허용되면 주택단지가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인근에는 이미 청구아파트 등 아파트 6동이 들어서 있다.
강 의원은 지난달 의정보고회에서 “지난 11년간 의정활동으로 7조원의 지역예산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의정활동 기간만큼 그의 재산도 불었다. 그는 정계 입문 당시인 2004년엔 재산이 16억9409만원이었으나 올해 34억4737만원을 신고했다.
강 의원은 취재팀에게 “내가 산 것도 아니고 아버지가 농사짓고 하던 땅을 상속받았다”며 “(지가가) 별로 오른 것도 없다”고 말했다. 산업단지 진입로가 난 뒤 땅값이 올라간 것에 대해 묻자 “공단이 들어오면 오르는 게 일반적인 게 아니냐. 오히려 공단이 필요로 하는 아파트가 들어와야 하는데 안 들어와서 지역주민들이 얼마나 실망했는지 아느냐”고 되물었다.
전남 여수을이 지역구인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의원은 강 의원과는 조금 다른 경우다. 그는 여수 일대에 51개 필지 13만7800㎡(약 4만 평)를 갖고 있다. 그는 올해 여수~고흥 연륙교 가설비 860억원, 화양~소라 국지도(국가지원지방도로) 22호선 확장비 265억원 등 적잖은 호남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따냈다.
그중 주 의원이 265억원의 도로 확장 예산을 따낸 소라면 덕양리를 지난달 31일 찾았다. 왕복 2차로를 4차로로 확장하는 공사가 예정된 곳이다. 차량이 드문드문 지나는 도로 양옆엔 공터와 창고 등이 이어졌다. 도로 주변 곳곳이 주 의원의 땅이었다. 도로와 맞닿아 일렬로 늘어선 땅이 24개 필지였다.
도로 주변 24개 필지의 공시지가는 6억3196만원. 소라면의 공인중개사 정모씨는 “이 일대는 여수의 옛 중심지라 지금도 3.3㎡당 150만원 이상은 가는 땅이지만, 도로 확장 외에는 별다른 개발 가능성이 없어 지난 10년간 거래가 없었다”고 말했다.
도로가 2차로에서 4차로로 확장되면 도로변 땅은 전남도가 매입하는 형식으로 수용된다. 토지 거래가 거의 없던 곳에 가지고 있던 땅을 처분할 수 있다.
개발 바람이 부는 정도는 아니지만 땅값 상승 효과도 보게 됐다. 확장공사 예산이 편성된 뒤 도로와 인접한 24곳을 포함해 주 의원이 가진 땅 51필지의 공시지가는 1년 새 1억5000만원 올랐다. 여수시의 곽모 중개사는 “시세가 올라가면 토지보상금도 많아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 의원은 “토지 보상을 위해 도로 확장 예산을 딴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라면 일대의 땅은 모두 물려받은 것인데 40년째 도로가 확장된다는 계획만 있고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땅이 대부분 도로에 물려 있어 집도 새로 못 짓고 개인적으론 어마어마한 재산권 침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산 투입된 도로 반경 2㎞ 이내 … 의원 부동산 있으면 '사심예산' 의혹
(중앙일보 2015.04.06 01:49)
심층진단 대한민국 국회의원 ① 사심예산의 비밀
어떻게 조사했나
10년치 공시지가 변동 내역 검증
친·인척은 신고 대상 제외돼 한계
매년 예산안 심사철만 되면 국회 주변엔 ‘장’이 선다. 국민 세금이지만 정부의 한 해 살림살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새해 예산안을 둘러싼 통 큰 장이다. 이 장이 끝나고 나면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너도나도 “이 예산을 내가 챙겼다”고 의정활동 보고서 등을 통해 지역구민들에게 자랑한다. 대부분이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인 이 예산을 많이 끌어오면 올수록 능력 있는 국회의원으로 평가돼 다음번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다.
취재팀은 SOC 사업 속에 지역민의 이해뿐 아니라 국회의원 개인의 사심(私心)이 담겨 있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우선 국회의원들의 재산목록 10년치에서 토지를 추렸다. 다음으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에서 증액된 쪽지예산을 분석했다. 어떤 예산이 쪽지예산인지 확인하기 위해 정부예산안 원안과 국회가 수정해 통과시킨 예산안을 서로 비교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신설·증액된 예산을 뽑아냈다. 의원들이 스스로 ‘의정활동 보고서’에 쪽지예산을 ‘자랑스럽게’ 공개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렇게 확보된 쪽지예산과 국회의원들의 재산공개 내역서에 담긴 부동산과의 연관성을 찾았다. 너무 광범위할 수 있는 만큼 나름대로 기준을 정했다. 쪽지예산이 투입되는 도로의 반경 2㎞ 이내에 의원들이 소유한 부동산이 있는지를 조사해 추렸다.
마지막으로 국회의원 소유 부동산의 ▶등기부등본 ▶10년간 공시지가 변동 내역 ▶토지이용계획 등을 확인한 뒤 추려진 목록들을 토대로 울산시, 전남 여수시, 경기도 의정부시 등을 현장 답사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예산이 국회의원의 재산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문제 제기가 가능한 사례를 최종적으로 분류했다. 강길부·주승용 의원 등의 사례는 그 결과다.
취재팀은 해당 예산과 의원의 부동산을 서로 비교해 제시했을 뿐 국회의원이 실제 개인 재산을 늘릴 목적으로 예산을 유치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건 사심의 영역이어서 본인이 인정하거나 고백하기 전에는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취재 과정에서 한계도 있었다. 공직자 재산신고 대상이 ‘본인,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에 재산신고 내역으론 확인할 수 없는 친·인척 등의 재산과 예산 간의 연관성을 반영하지 못했다. 직계존비속의 경우도 재산 공개를 거부한 경우가 너무 많았다.
예산으로 이득 보는 의원들 … '사심예산 방지법' 만들자
(중앙일보 2015.04.06 01:49)
심층진단 대한민국 국회의원 ① 사심예산의 비밀
예산이 사적 이익으로 안 가려면
문 걸어잠그는 예산증액 심사 때
누가 뭘 제안했는지 기록 남기고
예산 관련 상시 상임위 만들어
지역 민원도 충분한 심의 거쳐야
“서울외곽순환도로 호원IC 예산 신청액이 200억원인데 정부안은 150억원밖에 안 된다. 50억원을 증액해야 되는데….”
2012년 11월 5일 국회 국토위원회. 새누리당 홍문종(의정부을) 의원은 호원IC 예산 증액을 촉구했다. 호원IC는 의정부IC에서 1.6㎞ 떨어져 있다. ‘도로의 구조·시설에 관한 규칙’에는 “IC 간 간격은 차량 안전을 위해 2㎞ 이상 거리를 둬야 한다”고 돼 있다. 규정보다 가까운 곳에 생기는 호원IC를 나오면 서부순환로와 연결된다. 서부순환로 끝에는 홍 의원이 이사장인 경민학원이 있다. 결과적으로 호원IC 예산은 홍 의원의 요청대로 200억원으로 늘어났다. 의정부시는 호원IC가 개통되면 서울에서 의정부 시내로 연결되는 시간이 20~30분 단축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에서 ○○분”이라는 식으로 홍보하는 수도권 대학들에 교통인프라 개선은 호재일 수밖에 없다. 홍 의원은 2012년 의정보고서에 “국도 39호선 확장”도 자신의 작품이라고 홍보했다. 공교롭게도 이 도로 역시 경민학원을 지난다.
홍 의원은 5일 “경민학원이 의정부에서 제일 큰 학원이다. 지역민들에게 도움이 되면 됐지 안 될 것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비슷한 사례는 곳곳에서 확인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유대운(서울 강북을) 의원은 2012년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미아사거리역·미아역·수유역 주변을 상업지구로 확장해 강북지역 개발권을 하루속히 확보해 달라”고 요구했다. 서울시는 2014년 미아역 일대를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바꾸고 그 주변을 특별계획구역 등으로 변경했다. 유 의원은 수유역 인근에 오피스텔 두 채를 자신 명의로 소유하고 있다. 2012년 1억300만원이던 오피스텔은 올해 1억5500만원으로 올랐다. 유 의원은 취재팀에 “수유역을 개발하자는 게 아니라 (낙후된) 미아사거리와 미아역을 개발해 세 곳이 함께 활성화돼야 한다는 뜻이었다”며 “지금 소유한 오피스텔도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곳으로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값어치가 없는 곳”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박대동(울산 북구) 의원은 2012년 울산 창평동과 상안동의 땅을 6명의 형제와 상속받았다. 송정택지개발 예정지구 위쪽이다. 당 제3정책조정위원회 간사인 박 의원은 올해 의정활동보고서에 인근의 도로 확충 예산 541억원을 따왔다고 홍보했다. 공교롭게도 도로가 모두 완공되면 박 의원이 상속받은 땅은 새로 나는 도로들 옆에 위치해 있다.
지난해 1월 의원직을 상실한 이재영 전 의원(평택을)은 2013년 의정보고서에 “안중~조암 간 도로 확장 사업 중 평택 구간만이라도 먼저 진행할 예산 30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평택시 안중읍과 화성시 우정읍을 연결하는 12.5㎞ 지방도로 313호선의 확장공사 예산이다. 특히 평택 구간에는 “도로를 직선화한다”는 명목으로 사실상 새 길이 나고 있다. 당시 길이 새로 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 일대 땅값이 올랐다. 이 전 의원은 도로와 맞닿아 있는 땅 10필지 등 안중읍 등지에 30억원에 가까운 땅과 단독주택, 그리고 공시지가 20억원이 넘는 상가를 소유하고 있었다. 취재팀은 박 의원과 이 전 의원의 해명을 듣기 위해 이틀에 걸쳐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사심 예산을 막으려면=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2001년 국민은행엔 사건 수임을 하지 않기로 했다. 국민은행이 김앤장 소속이던 박준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가 사익에 이끌린 판단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처럼 ‘이익충돌(conflict of interest)’은 공직자의 사익과 공익적 책무가 부딪치는 상황이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은 이 사례를 들며 “사기업인 김앤장도 이익충돌 상황에선 큰 거래처를 포기한다”며 “‘이해(이익)충돌방지법’의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2013년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만 해도 이해충돌방지에 관한 조항이 포함된 채 국회로 넘어왔다. 이해충돌방지 조항에는 국회의원의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수행을 금지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이해충돌방지 조항은 빠졌다. 사심(私心) 예산을 방지할 안전장치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었다.
예산이 국회의원의 사적 이익과 연결되는 고리를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국회 예산소위는 ‘감액심사’를 먼저하고 새로운 사업비를 늘리는 ‘증액심사’를 나중에 한다. 감액심사는 제한적으로 공개된다. 하지만 증액심사는 회의실 문을 걸어 잠근다. 속기록도 남기지 않는다. 나라살림센터 정창수 소장은 “쪽지예산 등을 처리할 때는 반드시 누가 그걸 제안했는지 등을 문서로 남기고 증액심사 하는 걸 의무화해야 한다”며 “예산심의 기간을 늘리고 예산과 관련된 상시 상임위원회를 만들어 지역구 민원사업도 충분한 심의를 거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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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차기 대권주자 김무성·문재인, 가상 대결 결과보니… (동아일보 2015-03-13 16:07:26) (0) | 2015.03.17 |
정승 '제2의 이정현' 될까 … 광주서을 새누리당 후보 신청 (중앙일보 2015.03.15 15:18) (0) | 2015.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