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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육/취업전쟁

[靑年실업 함께 풀자] [1] 産業 현장, 젊은이가 안 보인다 (조선일보 2015.03.20 06:52)

 [靑年실업 함께 풀자] [1] 産業 현장, 젊은이가 안 보인다

청년 10명 중 4명 취업… 1997년 외환위기 때만큼 심각
현대차 울산공장 2012~14년 20代 신규 채용 사실상 '0'

 

"허탈하네요. 오늘만 벌써 6시간째 인터넷으로 취업 정보를 뒤졌는데 1년 계약직 자리밖에 없네요."

지난 16일 울산 남구 삼산동의 한 커피 전문점에서 만난 유모(26)씨는 "이러다 언제 취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4년제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했다는 유씨는 "졸업 직후만 해도 대기업 하도급업체에 들어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왜 좀 더 좋은 직장에 들어가려고 도전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내가 어리석었다"면서 "이젠 변변한 중소기업 취직자리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엔 될까… 入社면접 ‘아픈 하이힐’- 19일 입사 면접을 치른 서울 중구의 한 회사 앞에서 면접을 마친 한 여성 취업 준비생이 하이힐을 벗어들고 통화를 하며 걷고 있다. 지난달 청년층(15~29세) 실업률이 역대 최고치인 11.1%까지 치솟는 등 청년 고용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번엔 될까… 入社면접 ‘아픈 하이힐’- 19일 입사 면접을 치른 서울 중구의 한 회사 앞에서 면접을 마친 한 여성 취업 준비생이 하이힐을 벗어들고 통화를 하며 걷고 있다. 지난달 청년층(15~29세) 실업률이 역대 최고치인 11.1%까지 치솟는 등 청년 고용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진한 기자
울산 북구에 있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직원 한모(23)씨는 "대기업 들어가려고 부산에 있는 4년제 대학교 경제학과를 다녔는데 취업이 너무 어려워 졸업도 미루고 기술을 배웠다"며 "친척 소개로 여기라도 들어온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울산고용센터에 훈련비를 신청하러 온 김모(24·전문대 졸)씨는 "학교에서 추천해준 연봉 2000만~2200만원짜리 중소기업 취업을 거절한 친구들은 지금 전부 놀고 있다"며 "전문대 취업률이 높다지만 취업한 사람이 같은 과 동기 80명 가운데 3분의 1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울산 청년 고용률 그래프
이날 하루 울산에서 만난 청년들 모습이다. 청년 고용 상황이 1997년 외환 위기 당시만큼이나 심각해지는 가운데, 국내 최대 산업 도시인 울산에서도 청년들이 겪고 있는 이 같은 고용 한파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울산은 현대차, 현대중공업, SK에너지 같은 대기업의 주요 생산시설과 하도급업체 공장들이 모여 있는 우리나라 최대의 산업 도시다. 그런데 울산의 청년 고용률(15~29세 청년 중 취업자 비율)은 작년 말 기준으로 전국 평균(40.6%)보다 6.5%포인트 낮은 34.1%에 불과하다. 전국 7대 도시 가운데 가장 낮다. 2010년만 해도 서울, 인천에 이어 3위였는데 해마다 순위가 뚝뚝 떨어져 이제 꼴찌가 됐다. 전국 16개 시·도로 넓혀봐도 울산보다 청년 고용률이 낮은 곳은 강원도(33.3%)뿐이다. 10년 전인 2004년 말(45.5%)과 비교해 보면 11.4%포인트나 추락했다.

울산은 청년 고용 문제 축소판

이날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 명촌사거리. 퇴근하던 현대차 직원은 대부분 40~50대로, 20대 청년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울산의 간판 대기업인 현대차가 청년들을 신규 채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 울산공장은 2012~14년 3년간 신규 채용이 사실상 '제로(0)' 상태다.

 

 

[靑年실업 함께 풀자] 늙어가는 울산… 눈높이 낮춰도 '靑年 일자리' 드물어

(조선일보  2015.03.20 03:00)

[1] 울산 産團 르포

현대重·SK에너지 등 대기업 정규직은 경력 위주로 채용

경기 침체로 제조업 악화
中企·하도급업체도 구직난… 힘들게 취직해도 오래 못가
서비스업 종사자도 감소세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 따르면, 이 기간에 현대차 울산공장에 정규직으로 채용된 근로자 3138명 중 2838명(90.4%)은 사내 하도급 근로자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이다. 나머지 300명은 전문 기술직으로 채용한 경우다. 청년을 뽑지 않으니 공장의 고령화도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2000년만 해도 38세였는데 지금은 47세에 이른다(고용노동부 울산지청). 평균 재직 기간도 2000년 13년에서 현재 19년으로 늘었다.

현대중공업, SK에너지 등 다른 대기업은 최근 조선업 불황과 저유가로 청년 채용이 더 어렵다. 울산공고 조규영 교감은 "청년들이 취업하고 싶어 하는 곳은 주로 대기업인데 울산 지역 대기업들이 청년을 거의 뽑지 않고 있다"면서 "일자리 숫자는 많은 것 같지만 정작 청년들이 갈 데는 없다"고 말했다.

절벽에 막힌 청년 고용

울산은 평균 연봉 1억원이 넘는 대기업과 최저임금을 겨우 받는 중소기업이 한데 모인 곳이다. 3차 부품업체의 생산직 연봉은 현대차 평균 임금(1억여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그렇다보니 청년들이 대기업을 선호하고 중소기업으로 발길을 돌리려 하지 않았다.


	18일 오후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명촌정문 앞 사거리에서 교대 근무를 마치고 나온 현대차 근로자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18일 오후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명촌정문 앞 사거리에서 교대 근무를 마치고 나온 현대차 근로자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울산 지역 청년 고용률은 2004년 45.5%에서 지난해 34.1%로 10년 만에 11.4%포인트 추락했다. /김종호 기자
하지만 고용 한파가 길어지면서 이마저도 상황이 바뀌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가려고 해도 오히려 중소기업에서 받아주는 곳이 많지 않다. 중소기업 일자리 사정이 눈에 띄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울산 지역 대기업의 경영난이 하도급업체·부품업체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1차 하도급업체인 A기업 박모 사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나처럼 기술 배워 사장이 되는 게 낫지 않으냐고 설득해도 청년들을 모셔오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우리가 일자리 주겠다고 말도 못 꺼낸다"며 "현대중공업이 하도급업체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에 나선 상태라 숨죽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3차 부품업체인 B기업 김모 사장은 "단가는 그대로인데 하루 주문량이 2000개에서 1200~1500개로 줄어 휴일 근무수당은 물론이고 최저임금도 맞춰 주기 팍팍하다"며 "작년 말부터 청년 채용을 포기하고, 전문대 나온 아들 데리고 주말에도 새벽까지 일한다"고 말했다.


	7대 도시 청년 고용률 비교. 울산 지역 3대 기업 근로자의 평균 연령과 평균 재직 기간.
유한봉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장은 "제조업 상황이 악화되자 지역 경기도 가라앉아 이 일대에서 서비스 직종에 종사하던 청년들 숫자도 계속 줄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교육청 김용희 진로직업팀장은 "울산은 부모가 현대차나 현대중공업 같은 대기업에 다니는 경우가 많아 소득수준이 높고 자녀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서 특성화고를 졸업해도 10명 중 5명은 대학에 진학한다"며 "이렇게 인력 수요와 무관하게 벌어진 고학력 경쟁이 청년 고용률을 더 떨어뜨리고 있다"고 했다.

"청년 고용 IMF 때보다 심각"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청년 고용률은 2004년 45%대에서 10년 만에 40.6%로 내려갔다. 지금의 청년 고용률은 IMF 외환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1997~99년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IMF 때와는 달리 이런 상황이 쉽게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조범준 과장은 "IMF 당시에는 이후 2~3년에 걸쳐 청년 고용률이 비교적 빠른 회복세를 보인 반면, 2000년대 중반 이후로 하락세가 지속된 뒤에는 고용률이 좀처럼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靑年실업 함께 풀자] [2] 中企 "10명 필요하면 40명 뽑아놔요, 금방 관둬버리니…"

(조선일보  2015.03.21 03:00)

[안산 반월공단 인사팀장 등 中企업체들의 하소연]

젊은이들 참을성 없고 카페같은 직장만 찾죠
채용공고 별 효과없어… 아예 파견업체에 맡겨

 

"아마 소설 같은 얘기로 들릴 겁니다. 우리 회사는 만약 신입으로 생산직 10명을 뽑는 계획을 세우면 일단 40~50명까지 합격시켜요. 30~40명은 취직해도 금세 그만둘 걸 알기 때문이죠."

16일 경기도 안산시 반월공단에서 만난 A 제조업체 인사팀 김준용(가명) 과장은 "요즘 중소기업들은 이렇게 고무줄처럼 신입을 뽑는다"고 했다. 작년 8월엔 합격 통보를 받고 일하러 나온 첫날, 점심밥만 챙겨 먹고 사원증 내던지고 간 신입 직원도 있었다고 했다. 청년 일자리가 줄어드는 건, 참을성 없는 젊은이들에게도 원인이 있다고 김 과장은 주장했다.

"퇴직하겠다는 신입 직원들과 상담해보면, 카페 같은 깨끗한 분위기의 서비스업종에 가서 일하겠다는 친구가 많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한곳에서 반복적인 일을 하는 것 자체를 잘 견디지 못해요."

 

 


	지난 16일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 대원산업주식회사 김대경 이사가 자동차 시트 제조 공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날 반월공단에서 만난 중소기업들은 “신입사원을 뽑으면 금세 회사를 옮겨 뽑기가 겁날 정도”라고 했다.
지난 16일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 대원산업주식회사 김대경 이사가 자동차 시트 제조 공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날 반월공단에서 만난 중소기업들은 “신입사원을 뽑으면 금세 회사를 옮겨 뽑기가 겁날 정도”라고 했다. /이진한 기자

더 큰 문제는 경기가 나빠지면서 이렇게나마 뽑던 신입 사원들조차 뽑지 않는다는 점이다. 휴대폰 부품 업체인 이 회사는 지난해 휴대폰 판매가 줄어 원도급 실적이 나빠지자 휘청댔다.

2013년 전체 직원 수가 1000명을 넘었던 이 제조업체는, 현재 직원 수가 당시의 3분의 2 정도로 줄었다. 생산직 직원들만 준 게 아니고, 사무직도 신입으로 뽑아놓으면 10명 중 7명은 나간다고 했다. 김 과장은 "실적이 나빴던 지난해엔 연봉도 동결되고, 사내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며 "생산직보다 그 정도만 덜 할 뿐 사무직 청년도 줄줄이 나가기는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이날 찾은 또 다른 제조업체에선 청년 채용을 아예 파견업체에 맡겼다. 파견직 근로자를 최근 두 달 새 250명쯤 뽑았다고 했다. 이 회사 인사팀장은 "우리가 홈페이지에 '인사 공고' 내봐야 찾아보는 젊은이도 없고, 생산직이라고 오지도 않는다"면서 "정부가 운영하는 일자리 중개 시스템 '워크넷'을 통해 들어오는 사람들은 갈 곳 없는 고령자나 외국인이 대부분이라 파견업체 직원을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소기업이 사람 뽑기 어렵다는 이유로 파견업체 직원을 데려와 쓰는 악순환이 반복되니, 청년들이 갈 수 있는 일자리의 질(質)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대기업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을 100이라고 하면, 대기업 비정규직은 66→중소기업 정규직은 54→중소기업 비정규직은 37(2013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 수준이다.

이현옥 고용부 청년고용기획과장은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춰 중견,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다리가 부실하다 보니 청년들도 중소기업에서 희망을 발견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일자리 철새족'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펙왕 백수'부터 파견직까지… 청년들의 하소연]

시간낭비할 필요없죠, 미래 안보이니 이직…
난 토익 965점인데 서류전형 왜 떨어져요?

친구들 사이에서 이른바 '스펙왕'으로 통하는 권예지(가명·26)씨는 작년 2월 대학을 졸업하고도 매일 학교 도서관을 간다. 오전 9시에 자리 잡고 앉아 취업 원서 쓰고, 원서 쓴 기업에 대해 공부하고, 취업 스터디 3개를 하면 하루가 금세 간다.

서울의 4년제 사립대 경영학과를 최우등(학점 4.23)으로, 그것도 조기 졸업한 권씨는 스펙이 화려하다.

"저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해요. 학교 다닐 때 꼬박꼬박 장학금 받았어요. 아빠 엄마한테 손 안 벌리고 아르바이트로 용돈 벌어 썼고요. 토익 965점에, 영어 회화도 원어민 수준으로 해요. 학교 다니면서 G20 자원봉사단, 캄보디아 해외 봉사도 하면서 스펙 쌓았어요. 외국계 벤처기업에서 인턴도 했고, 카페·빵집부터 영어 과외까지 사회 경험도 풍부한 편이에요." 그런데도 권씨는 2013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80여곳 기업에 원서를 썼는데, 서류 심사에서 통과시켜준 데가 10%도 안 된다고 했다.

"얼굴도 남들만큼은 생겼고, 뚱뚱하지도 않아요. 근데 왜 취직이 안 될까요? 뭘 더 갖춰야 나를 뽑아줄까요."

현대자동차와 부품업체 간 연 평균 임금 수준 비교 그래프

이렇게 되묻는 권씨는 기회조차 못 얻는 현실이 우울하고, 뭔가 억울한 마음이 자꾸 든다고 했다. 권씨처럼 일자리를 애타게 찾아 헤매는 청년 실업자는 2월 현재 11.1%. 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에 도달한 상태다.

권씨처럼 무직 상태는 아니지만, 지금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동력을 잃어가는 한국 경제의 현장에서 '미래가 안 보인다'고 불안해하는 '호프 푸어(hope poor·희망 빈곤자)'들도 상당하다.

금속업체·섬유업체 등 각종 중소기업들이 오밀조밀 모인 반월공단. 인쇄회로기판(PCB)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에서 파견직으로 일하는 최정우(가명·25)씨는 이날 방진복을 갖춰 입고 물끄러미 작업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회로기판에 기계 드릴이 구멍을 뚫으면 온종일 그 옆에 서서 불량품이 없는지 검사하는 게 최씨가 맡은 일이다.

"하루종일 서 있으면 다리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밥 먹는 시간은 40분밖에 안 되고…. 근데 몸 힘든 것보다 더 힘든 건 미래가 안 보이는 일에 시간 낭비하는 것 같은 두려움이 자꾸 든다는 거예요."

이 회사로 파견된 지 18일째라는 최씨는 시간당 최저임금인 5580원을 받고, 매일 오전 8시 반에 출근해 이르면 오후 5시 반에 퇴근한다. 잔업이 있는 날은 오후 8시 반까지 연장 근무를 한다. 최씨는 "미래가 안 보인다. 희망이 없다" "공장 일에 적응하기 힘들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조금 더 일해보다가 도저히 아니라고 생각되면 다시 직장을 옮길 생각이라고 했다. 최씨는 "나라에서 괜찮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靑年실업 함께 풀자] [2] 더 벌어진 대기업·中企 임금 격차 줄여야 靑年 고용 는다

(조선일보 2015.03.21 04:23)

年9400만원→5700만원→3400만원→2300만원… 현대차·1·2·3차 협력업체 임금 뚝뚝
中企임금, 대기업의 62% 수준… '질 좋은 일자리' 수도권에 쏠려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용 근로자의 임금 격차 그래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갈수록 벌어져, 청년들의 중소기업 외면 현상을 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를 줄여야 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정반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지역의 일자리 질(質)이 비수도권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조사돼, 청년 고용률을 높이려면 비수도권 일자리 질을 높여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20일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상시 근로자 수 300인 미만인 업체의 월평균 임금은 300만8213원으로, 300인 이상 대기업(482만6509원)의 62.3% 수준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근로자들의 월급이 100원이라면 중소기업은 62.3원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임금 격차는 고용부가 조사를 시작한 2002년부터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한편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6월 발간한 '지역별 일자리 질의 현황 및 추이' 보고서를 재분석한 결과, 수도권 3개 시도의 일자리 질 지수는 57.1로 비수도권 13개 시도(48.9)보다 17% 더 높았다. 산업연구원은 고용률, 임시직의 고용 비율, 근로시간 등 국제노동기구(ILO)와 유럽연합(EU)이 제시한 일곱 가지 평가 지표를 활용해 일자리 질을 분석했다. 특히 임금 수준과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 비율 등 지표를 활용한 '임금 보상' 항목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가 두드러졌다.

이지만 연세대 교수(경영학)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수도권과 지방의 일자리 질 격차도 점점 더 커지면서 취업 재수, 삼수를 하더라도 대기업에 가려고 하거나,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청년 고용의 '미스 매치'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며 "결국 이런 격차가 청년의 '자발적 실업'을 늘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본지 취재 결과, 원청업체와 부품업체(협력업체) 간 임금 격차도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산업에 종사하지만 기업 규모 및 생산 단계별로 임금 수준이 계단 내려가듯 뚝뚝 떨어지는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 바로 현대자동차와 현대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1·2·3차 협력업체들이다. 현대차 근로자의 연 평균 임금은 약 9400만원인 반면 현대차와 직접 계약을 체결해 부품을 공급하는 1차 부품업체 10곳의 연 평균 임금은 5700만원으로 파악됐다. 현대차 근로자의 61% 수준이다.

그런데 2~3차 협력업체로 내려갈수록 격차는 훨씬 더 벌어진다. 2차 부품업체(17곳) 근로자들의 연 평균 임금은 3400만원으로 현대차 근로자의 36% 수준이었다. 3차 부품업체(12곳)의 임금 실태는 훨씬 더 열악해 현대차 연 평균 임금의 24%에 불과한 2300만원이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2~3차 업체의 열악한 임금 수준은, 대부분 원청업체 임원 출신이 사장으로 있는 1차 부품업체에도 책임이 있다"면서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황소개구리처럼 원청업체 및 1차 협력업체만 살찌는 현행 구조를 개선해야만 청년 고용률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1차 부품업체와 원청업체 안에 있는 사내 하도급업체 간 임금 차이도 크다. 사내 하도급 근로자 연봉이 1차 부품업체 근로자 연봉보다 500만~600만원 정도 많았다. 사내 하도급업체는 주로 원청업체에서 갈라져 나온 경우가 많고, 원청업체에서 상여금을 챙겨 주는 경우도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동연구원 안주엽 선임연구위원은 "원청업체가 정해준 단가를 맞추려면 아래 단계 업체들은 상여금은커녕 최저임금도 주기 어렵다"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단가 후려치기 등의 방식으로 원청업체가 부품업체 수익을 제대로 보장해 주지 않는 현행 구조와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