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이 뭐길래..과열·불법 속출 동시 선거
일부 '무소불위' 권력자 행세…고액 연봉에 업무추진비, 권한도 막강
최고 1억원이 넘는 연봉, 연봉에 맞먹는 업무추진비, 인사권, 사업권 등등.
3월 11일 실시하는 제1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에서 뽑힐 1천326명의 조합장 가운데 상당수가 누리고 행사할 역할과 권한들을 열거한 것이다.
조합장들은 한마디로 해당 지역 내에선 '무소불위(無所不爲)' 권력자로 불린다고 한다.
이 자리를 차지하려고 선거일 훨씬 전부터 비록 일부라곤 하지만 후보들이 돈 봉투를 뿌리는 등 각종 불법행위를 저지르며 자칫 사법처리가 될 위험도 불사하며 당선에 혈안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 후보 등록 시작 (창원=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3월 11일 실시하는 제1회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 후보자 등록 첫날인 24일 경남 창원시의창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자 등록을 하고 있다.
일선 조합에서는 5억 원을 쓰면 당선되고 4억 원을 쓰면 낙선한다는 '5당4락(五當四落)'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또 조합원들은 입후보 예정자들에게 "연봉이 1억 원이 넘는데 5천만 원도 안 쓰고 조합장 하려고 하느냐"라고 요구할 정도다.
그만큼 조합장을 하면 경제적으로 상당한 반대급부가 돌아온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171곳에서 조합장을 뽑는 경남지역에서는 조합 규모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최소 5천600만 원에서 최대 1억 1천만 원까지 연봉을 챙긴다.
여기에다 연봉에 맞먹는 업무 추진비를 챙긴다.
각종 명목의 업무 추진비는 중앙회조차 파악할 수 없을만큼 다양하고 복잡하다.
대표적인 것이 교육지원비로 규모가 큰 조합은 수십억원을 조합장이 떡 주무르듯 쓴다.
대표적인 권한 중에서는 조합 내 모든 인사권을 좌지우지하고 있어 직원들이 쩔쩔맨다.
중앙회로부터 지원받는 연간 수억 원이 넘는 사업비 지출 때도 조합장이 전권을 행사한다.
일부에선 농산물 유통이나 판매사업 과정에서 '뒷돈'을 챙기기도 한다.
중앙회도 전국 조합장의 눈치를 본다.
전국 중앙회 회장 선거권을 조합장 중에서 선출한 중앙회 대의원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회에서는 이들 조합장을 특별히 모실 정도다.
조합원들의 표로 당선한 만큼 선거직인 전국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조합장과 공생 관계로 엮여 있다.
당연히 해당 지자체장으로부터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으며 버젓이 지역 내 권력자 행세를 한다.
일부 농촌지역 조합장은 지역 내에서 자연스럽게 기관장 대우를 받는다.
이처럼 조합장이 강력한 권한을 쥐고 있지만, 감시 및 견제할 수 있는 기구는 총회(대의원회)와 이사회를 통한 의결이 고작이다.
내부 통제로 조합 자체 감사와 중앙회 감사가 있고, 외부 통제로 농식품부와 감사원 감사가 있지만 대부분 '사후 약방문' 수준이다.
물론 대다수 조합장들은 조합원들의 신임을 거쳐 잇단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는 농어민들의 권익과 농어촌 활성화를 위해 최일선에서 뛰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에 처음 실시되는 동시 조합장 선거의 일부 일그러진 행태를 보면서 조합원들 인식 전환은 물론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오랫동안 지역에서 농민운동을 하다 4년 전 조합장에 당선됐지만, 이번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한 김순재 창원 동읍조합장은 무엇보다 조합의 주체인 조합원들의 강력한 감시와 견제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김 씨는 "기본적으로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협동조합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절실하다"며 "조합장 선거는 권한만을 행사하거나 권력 기구 수장이 아닌 협동조합의 경영 책임자를 뽑는 선거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합장이 권한만 보고 있다면 그 조합은 망한다"며 "누군가 책임감을 갖고 조합과 조합원들이 함께 사는 길을 찾아나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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