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class] 사이버공간 속 연인들을 위한 이런 비밀장소가?
세계 최초 커플앱 '비트윈' 만든 VCNC 박재욱 대표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고, 둘만의 공간을 갖고 싶은 연인 사이. 그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겨냥한 앱이 있다. 커플앱 ‘비트윈’이다. ‘비트윈’은 단 두 사람만 공유하는 사이버공간 속 비밀장소다. 첫 화면은 스스로 꾸밀 수 있는데, 연인들은 보통 자신들의 사진으로 장식한다. 지역을 설정하면 날씨 정보가 떠서 원거리 연애를 하는 연인의 경우 상대방이 생활하는 곳의 날씨까지 확인할 수 있다.
두 사람이 만난 지 며칠째인지도 첫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채팅창으로 들어가 둘만의 밀담을 나눌 수 있고, 추억상자에 들어가 함께 찍힌 사진을 정리해 올리거나 러브레터 같은 긴 글을 쓸 수도 있다. 모바일 쿠폰숍에서는 귀여운 메모와 함께 커피 한잔 등 작은 선물을 전할 수 있다. 캘린더 기능은 서로의 일정을 확인하고, 기념일이나 특별한 날을 기억하며 준비하는 데 톡톡히 역할을 한다. 귀여운 캐릭터에 다양한 포즈와 표정 등 연인들을 위한 이모티콘이 많아 마음을 간접적으로 전달할 수도 있다.
서비스 3년 만에 누적 다운로드 1000만 건
2011년 11월 세계 최초 커플앱으로 출시된 ‘비트윈’은 3년 만에 누적 다운로드 1000만 건을 돌파했다. 이 중 절반에 이르는 500만 건은 해외에서 이루어졌다. 일본·중국·대만과 싱가포르·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 인기가 많고, 미국에도 진출했다.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 각 나라의 문화에 맞춰 마케팅을 벌인 결과다. ‘비트윈’을 개발한 VCNC를 찾아 박재욱 대표에게 성공 비결을 물었다.
- VCNC 박재욱 대표
박재욱 대표는 서울대에서 전기공학과 경영학을 전공하고 졸업하자마자 VCNC를 창업했다. 취업이나 대학원 진학처럼 안정된 길을 버리고 험난한 창업자의 길에 들어선다는 게 쉽지 않은 결단 아니었을까?
“대학시절 경영학을 복수 전공하면서 경영 관련 동아리 활동도 했습니다. ‘난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할까?’ 고민했고, ‘내가 만든 IT 제품이나 서비스로 사람들 삶의 질을 높이고 싶다’는 꿈을 꾸었죠. 동아리에서 창업을 한 선배를 만나면서 ‘저런 길도 있구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병역특례로 IT업체에서 일할 때부터 그는 차곡차곡 준비를 시작했다. 그가 일했던 인포뱅크는 카카오톡보다 앞서 휴대폰에서 무료로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는 모바일메신저서비스 엠앤톡을 출시했다. 그러나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카카오톡에 밀려났다. 엠앤톡의 개발과 운영에 참여했던 그는 그 현장을 똑똑히 지켜볼 수 있었다. 그는 병역특례로 근무하면서 주말마다 친구들과 만나 창업 스터디를 했다.
“함께할 만한 친구들을 끌어들여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스스로도 ‘창업이 내 길인지’ 점검해보고 싶었거든요. 컨설팅 회사나 IT업체, 외국계 기업 취업도 생각해봤지만,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싶다’는 원래 꿈을 이루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거나 못 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창업을 하면 내 역량이 닿는 대로 당장 실천에 옮길 수 있을 것 같았지요.”
그는 창업이 가져올 불리함도 생각했다. 사업을 한다고 하면 집안을 말아먹을 것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웠지만, ‘그건 내 인생에 중요하지 않아’라고 마인드컨트롤을 했다. 무엇보다 힘을 준 것은 함께하는 친구들이었다.
“함께 창업한 김영목·우경재·조성욱은 서울대 전기공학부 04학번 동기생들이에요. 이정행은 고려대 출신으로 인포뱅크에서 함께 병역특례로 일했던 개발자고, 디자이너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서울대 산업디자인학과에서 찾아낸 친구가 조성욱입니다. 3년 정도 창업 스터디를 하면서 서로의 역량, 인성을 알게 되었고, 이 사람들과 함께한다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생겼죠.”
- 비트윈 앱
이들은 낙성대 근처에 월세 50만원짜리 자그마한 사무실을 얻고, 2011년 2월 10일 법인을 설립했다. 창업 스터디 모임에 Value Creators(가치를 창조하는 사람들)라는 이름을 붙였던 이들은 회사 이름도 Value Creators & Company의 약자인 VCNC로 정했다. 2011년 6월까지 두 가지 아이템을 개발했고, 둘 다 시장성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왜 실패했는지’ 고민하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사의 비전 세팅을 새로 하기 시작했고, ‘모바일 세상에 감성적인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해 사람들의 실질적인 오프라인 관계를 개선시킨다’는 비전을 세웠다.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던 때였습니다.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의 관계가 피상적으로 바뀌는 게 피할 수 없는 시대 흐름이었죠. 이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해준다면 시장성이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들은 타깃 집단을 연구하다 커플들의 니즈가 가장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친구와는 카카오톡으로 소통하면서 연인과는 다른 메신저 서비스를 쓰는 사람이 많았다. 연인과 주고받는 메시지는 다른 메시지와 분리하고 싶은 욕구가 컸던 것이다. VCNC는 이런 필요를 직접 해결해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출시하자마자 ‘시장에서 기다려온 서비스’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입소문을 타면서 자연스럽게 사용자가 늘었다. 스타트업 컨퍼런스에서 수상하면서 해외 언론들로부터도 주목을 받아 해외진출의 교두보가 됐다. 도쿄·타이베이·싱가포르에 현지 직원을 두고 그 지역에 맞는 마케팅, 사업개발을 펼쳤다.
“상대방에게 헌신하는 문화가 있어서인지 아시아권에서 반응이 좋습니다. 한국은 20대 중반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데, 대만이나 일본은 20대 초반 대학생 사용자가 많다는 게 흥미로운 차이점입니다. 여기에 맞춰 마케팅 채널이나 전략이 달라지지요.”
“사용자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는 볼 수 없지만, 행동패턴은 추적할 수 있습니다. 메시지 전송은 오후 11시, 사진 전송은 일요일 밤이 가장 많았습니다. 연인끼리 하루를 정리하면서 ‘잘 자’라고 메시지를 보내고, 주말에 데이트하면서 촬영한 사진을 정리해 올린다고 추측할 수 있지요.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개선합니다.” ‘비트윈’ 덕분에 싸웠다가도 화해해 결혼까지 이르렀다며 감사편지를 보내오는 사용자도 있다. “이럴 때면 내가 만든 서비스가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증거인 것 같아 동기부여가 된다”고 박 대표는 말한다.
“이 시장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커플들이 다양하게 활용하는 버티컬 플랫폼(vertical platform)으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데이트 장소 정하기, 영화나 공연 예매, 선물 등 데이트하고 연애할 때 필요한 모든 것이 집약되어 있는 거지요. 결혼 서비스까지 이어질 수도 있고요. 아직 사용자를 늘리는 단계입니다. 갈 길이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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