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Watch] 일개미 거부한 그들 슈퍼개미로 화려한 부활 (서울경제신문 2014/11/25 11:18:03)

[토요 Watch] 일개미 거부한 그들 슈퍼개미로 화려한 부활

평생직업 구하려… 대부분 평범한 직장인 출신

 

 

슈퍼개미. 수백억원대의 투자자산을 굴리는 개인투자자들이다. 자산규모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개미 투자자가 주식으로 모은 자산이라고 하기에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최근에 만난 슈퍼개미 이석호(가명) 씨는 5~7개의 종목을 12년간 투자해 자산을 100억원까지 늘렸다. 그가 주식 시장에 입문한 계기는 아침에 일어나고 싶을 때 눈뜨고 싶어서였다. “고용주에게 빼앗긴 시간을 되찾고 자신의 삶을 살고 싶다”는 신념은 그를 가치 투자의 세계로 이끌었다. 5년간 직장생활을 통해 번 월급을 주식에 투자해 번 5억원의 종자돈을 만들었고 전업 투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평생직업을 찾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시점에 시장이 워낙 좋아서... 다양한 사연을 가진 10여명의 개인 투자자들은 와타미라는 필명을 쓰는 강 모씨에 주도로 2005년 한 자리에 모였다. 모임의 이름은 ‘PIC그룹’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모인 어색했던 첫 만남. 그들은 몇 백만원씩 모아 펀드를 만들었고 그 안의 포트폴리오에 있는 기업들에 대해 취재하고 공부하고 정보가 사실인지 검증해 투자를 결정했다. PIC는 파트타임 인베스트먼트 클럽(Parttime Investment Club)의 약자다. 파트타임으로 시작했던 이들의 부업은 이제 풀타임(Fulltime)이 됐다. 이들의 성과는 놀랍다. 당시 그룹 멤버 10여명 중 대다수가 100억원 이상의 자산가가 됐다.

이들은 일종의 집단 지성이다. 증권사 리포트, 경제지에 나오는 감정 없는 정보보다는 직접 기업설명(IR) 담당자를 만나 정보의 표정을 읽어내고 확실하다 싶은 정보들만 취합한다.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는 원석 같은 종목에 집중 투자하고 2~5년을 기다린다. 무조건 기다리는 건 아니다. 원금의 두 배가 될 때 슈퍼개미들은 두 배가 된 투자금을 원금으로 생각하고 더 보유할 지 매도할지 고민한다. 남들이 살 때 팔고, 남들이 팔 때 사는 사람들이 있겠냐 싶지만 그것이 증권가 숨은 고수들의 투자 비기다. 주식 투자를 해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원금의 2배가 난 종목을 더 보유하기란 쉽지 않다.

정보는 공유하지만 투자 스타일은 모두 다르다. 라이프 스타일도 다르다. 열심히 투자해 번 돈으로 외제차를 타며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주식 대박이 나기 전처럼 평범한 삶을 이어가는 사람도 있다. 다만 이들의 공통점은 이들 모두의 하루가 직장생활을 할 때보다 더 천천히 흐른다는 것이다.

남산주성이라는 필명으로 더 유명한 김태석 씨는 “주식 투자에 입문하기 전까지는 최근 방영되는 드라마 ‘미생’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직장생활을 했다”며 “주변에 주식을 통해 고액 자산가가 된 많은 사람들은 일반적인 직장인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