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불법 게임아이템 거래 어떻게 가능했나…첨단 소프트웨어 악용 속수무책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은 이달 9일 불법취득한 개인정보로 게임ID를 만들어 획득한 아이템1조원 어치를 불법거래한 업자 등 15명을 구속 기소하고 아이템거래 사이트 대표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불법 아이템 거래를 적발한 사례로 단일 규모로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합동수사단에 따르면 온라인 게임 아이템 거래 사이트인 아이템매니아와 아이템베이는 불법 거래 과정에서 편의를 봐주고 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사실상 기술적으로 게임 아이템의 불법거래를 완벽히 차단하기란 어렵다고 말했다.
- ▲ 합수단에 적발된 게임 아이템 불법 거래 프로세스. 작업장에서 수집된 아이템과 게임머니는 중개사이트를 통해 현금화된다. 여기서 중개거래 사이트 두 곳이 수수료를 통해 불법 이득을 챙겼다. /합수단 제공
◆ 아이템, 작업장·오토 프로그램이란?
합동수사단에 따르면 적발된 업자들은 불법으로 취득한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와 아이핀, 휴대폰 번호로 게임에 여러 개의 계정을 만든 뒤 중국내 작업장에서 오토 프로그램을 돌려 24시간 동안 게임 아이템을 챙겼다. 오토 프로그램은 이용자가 게임을 직접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적을 물리친 뒤 얻는 게임머니와 아이템을 습득할 수 있는 자동 사냥 소프트웨어다. 개발사들은 게임 중에 오토 프로그램이 실행되지 못하도록 했지만, 마치 악성코드처럼 매일 이름을 바꿔가며 등장하는 오토 프로그램을 사전에 감지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 일부 작업장에는 여러명의 직원이 24시간 3교대로 게임을 하며, 아이템을 수집했다.
- ▲ /합수단 제공
◆ 아이템 중개사이트 통해 현금화…아이템매니아·베이 묵인
작업장에서 모은 게임머니와 아이템은 아이템매니아, 아이템베이와 같은 온라인 게임 아이템 중개 사이트를 통해 현금화했다. 합동수사단의 조사로 적발된 작업장은 모두 53곳이며, 이들이 도용한 중개사이트 계정은 13만 3000개에 이른다. 업체별로 따지면 아이템매니아는 5843억원, 아이템베이는 4171억원에 달하는 불법 거래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두 업체는 불법행위를 알고도 묵인하고, 판매대금을 찾을 때 인증절차를 생략하는 등 편의를 봐줬다. 이를 통해 아이템매니아는 137억 7537만원, 아이템베이는 115억 1702만원을 수수료로 받았다.
거래 중개 사이트에서는 회원 ID 한 개당 거래액수가 연간 2400만원으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각 업자는 불법으로 취득한 개인정보로 여러 계정을 만들어 타인의 ID로 중개사이트에서 거래했다.
◆ 불법거래에 이용된 게임과 아이템은…리니지, 검하나에 1억
적발된 업자들은 주로 리니지·아이온, 던전앤파이터, 디아블로3 등 인기게임의 아이디 여러 개를 사용해 아이템을 수집했다. 업자들이 이들 게임을 선호하는 이유는 수요과 공급의 법칙 때문이다. 우선 인기 게임이기 때문에 아이템을 팔면 사겠다는 사람이 많다. 또 중개업체 등을 통해서 언제나 실시간으로 쉽게 현금과 교환할 수 있다.
아이템 거래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것은 리니지 게임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게임머니 ‘아덴’이다. 아덴은 마치 주식처럼 시세가 날마다 변화한다. 인기가 많은 서버의 경우 그만큼 아덴에 대한 수요가 많기 때문에 값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현재 아덴의 시세는 1만 아덴을 기준으로 현금 5000원~3만6000원에 거래된다.
특히 리니지에 등장하는 게임 아이템인 ‘집행검’은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집행검의 성능을 강화한 4집행검의 경우 1억원에 거래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집행검이 이토록 고가를 자랑하는 것은 게임내 수요와 공급에 따른 법칙이다. 게임 내에서 쉽게 구하기 힘든 아이템일수록 비싸게 거래되는 시장 원리가 작용한 것이다. 올해 5월 64세의 한 여성 사용자는 집행검 아이템이 소멸됐다며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 ▲ 집행검 모습 /리니지 커뮤니티 캡처
◆ 아이템 불법거래, 게임사들에는 호재? 악재?
게임 업계는 아이템 불법거래는 게임개발 회사들에겐 ‘계륵’이라고 말한다. 아이템이 불법적으로 거래된다는 것은 그만큼 게임의 인기가 많다는 것을 증명한다. 아이템 불법 거래는 게임 이용자가 다른 게임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붙잡는 효과도 있다. 한 게임 업체 관계자는 “최근 게임 중독 등의 얘기가 나올 때마다 아이템 불법 거래 문제가 자주 등장한다”며 “게임 개발회사로서는 아이템 불법거래가 결국 득보다 실이 많다”고 말했다.
'재테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갑질·진상짓' 100억대 벼락부자 법정구속 (연합뉴스 2014/12/15 15:14) (0) | 2014.12.15 |
---|---|
뚝뚝 떨어지는 金값… 돌반지·골드바 다시 인기(조선일보 2014.11.24 06:01) (0) | 2014.11.25 |
이재용 부회장 등 삼남매 ‘4조8077억 차익’…삼성, 비판여론 대책 고심 (한겨레 2014.11.14 22:07) (0) | 2014.11.15 |
[단독] 우체국금융 100조원 운영에 구멍…전문성 부족·부실운영 (조선일보 2014.10.30 06:00) (0) | 2014.11.02 |
[한국의 큰손들]③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배워갔던 '백 할머니'(조선일보 2014.10.31 07:02) (0) | 2014.1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