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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단독] 우체국금융 100조원 운영에 구멍…전문성 부족·부실운영 (조선일보 2014.10.30 06:00)

[단독] 우체국금융 100조원 운영에 구멍…전문성 부족·부실운영

 

자산 100조원을 운용하는 우정사업본부의 자금운용 인력이 71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나마 담당자 가운데 20%만 자산운용 자격증을 보유해 전문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정사업본부는 실제로 자산 부실 운용 탓에 기회수익 손실이 발생했다.

29일 조선비즈가 단독 입수한 우정사업본부 내부 감사보고서(1월 6~17일 실시)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의 자금운용 인력이 자산규모에 비해 턱없이 적고,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자인하고 있다. 자산을 부실 운용한 정황도 여러 곳에서 포착됐다.

우정사업본부 내부 감사보고서
우정사업본부 내부 감사보고서


◆ 우정사업본부, 100조원 굴리는데 자격증 소지자는 20% 불과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1월 본부장 지시로 ‘자금운용 특정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원이 우정사업본부가 자금 부실운용 탓에 259억원의 기회수익을 얻지 못했다고 지적한 지 2개월 만에 내부 감사를 단행한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예금 61조8000억원, 보험 44조4000억원 등 총 106조2000억원(지난해말 기준)을 운용하고 있다. 운용인력은 연구원 포함 71명으로, 1인당 1조5000억원씩을 운용하는 셈이다.

우정사업본부는 내부 감사보고서에서 민간 자산운용사와 자사 운용 인력을 비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A생명은 1인당 1900억원을 담당하고, B생명은 1인당 7800억원을 운영하고 있다. A생명은 본부 운용 자금의 절반 수준인 55조1000억원을 운용하지만 운영인력만 594명에 달한다. B생명의 경우 운영인력 77명이 60조4000억원을 운용한다.

예금 운용 부문의 인력 부족 실태는 더 심각하다. 사무관 1명과 주무관 1명의 연간 누적 운용 규모가 110조원에 달했다. 예금 금융상품은 만기 3개월 미만이 많다. 실제 기금은 28조원이지만 만기가 되면 재투자되므로 누적 운영액은 실제 기금 보다 훨씬 크다.

우정사업본부
우정사업본부


채권 운용 부문의 경우 국내 직접투자·해외채권(10조원), 간접투자(8조원), 금융상품(28조원)을 각각 1명이 운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나마 운영인력의 전문성도 떨어진다. 자금운용 인력 71명 중 전문자격증(투자자산운용사) 취득자는 15명에 불과했다. 자금운용 및 리스크관리 담당자의 평균 근무년수도 9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우정사업본부
우정사업본부


투자한도 3배 넘어도 몰라, 부실운용 증권사에는 관대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곳곳에서 부실운용의 징후가 포착됐다. 우정사업본부 보험자산운용과는 ‘우체국보험적립금 운용지침’을 따르지 않았다. 운용지침은 리스크(위험) 최소화를 위해 분산투자하고 유동성, 시장, 신용 등 각 지표의 위험을 종합평가해 운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자산운용과는 투자한도(2200억원)보다 6000억원이나 초과한 금액이 한 채권상품에 투자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CP(기업어음) 매칭형 상품 투자액이 2012년 12월말 430억원에서 1년 만에 8173억원까지 늘었다.

우정사업본부는 또 금융상품 투자 위탁사(증권사)들이 투자 지침(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사실을 적발하고도 아무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우정사업본부는 증권사에 자산운용을 위탁한다. 대신 증권사는 우정사업본부의 투자 지침을 준수해야 하고, 우정사업본부는 투자 지침 준수 여부를 감시해야 한다. 감사 결과 위반 사항 8건이 밝혀졌지만 해당 부서는 아무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우정사업본부
우정사업본부


◆ 감사원은 기회수익 259억원 손실 지적, 우정사업본부는 고작 2억원 적발

감사원은 2013년 10월 우정사업본부를 감사한 뒤 ‘금융상품 투자 및 관리’에 대해 부적정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감사원은 우정사업본부에게 적정 기회수익을 얻을 방안을 마련하고 앞으로 리스크 허용한도를 초과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우정사업본부는 2개월 뒤 관련 자료를 조사하고 1월6일부터 2주간 감사를 실시했다.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감사원 감사보고서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감사원 감사보고서


감사결과 감사원은 위험도 높은 CP매칭형 상품에 대한 투자 비중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상품은 실적배당형으로 원금과 이익을 보장하지 않아 리스크가 크다.

우정사업본부는 또 편입한 CP의 매각 과정에서 매도가격의 적정성을 확인하지 않아 기회수익 259억원을 얻지 못했다. 감사원은 우정사업본부 내 운영 담당자가 2013년 4월과 5월 각각 3년 만기 CP 400억원과 5년 만기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250억원을 매각하면서 적정 할인률을 파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감사원


우정사업본부 내부 감사에서는 기회수익 2억원을 얻지 못한 1건만 적발됐다.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박모 주무관은 해당 채권상품을 시장 할인율 3.32%보다 0.17%P 낮은 3.15% 할인율로 매입해 기회수익 2억원(1210억원×0.17%)을 날렸다. 우정사업본부는 적정금리 검토에 소홀한 채 매각가격을 결정했다는 사유로 박 주무관을 경고 조처했다.

박 주무관은 또 모 증권사에 1210억원을 맡기면서 자산담보부기업어음에 투자하라고 지시했다. 매입검토보고서도 나중에 작성했다. 대형법무법인 황모 변호사는 “위탁 업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이 위탁 증권사에게 특정상품을 투자하라고 지시하는 건 직권 남용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우정사업본부가 감사원 감사 결과를 다시 감사하는 것은 중복감사금지 규정에 어긋난다”며 “감사원 감사와 별개로 내부 감사했기 때문에 감사원 지적 금액과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 결과 뿐만 아니라 내부 감사 결과도 수용 중”이라며 “검토 과정을 거쳐 내부 시스템을 바꾸는데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