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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 미/여행정보

[BIZ TRAVEL] 비경 슬로베니아 블레드 (조선일보 2014.11.01 15:35)

[BIZ TRAVEL]  비경 슬로베니아 블레드

 

알프스 만년설이 녹아 생긴 블레드 호수. 그 위에 작은 블레드섬이 떠 있다. /연지연 기자

알프스 만년설이 녹아 생긴 블레드 호수. 그 위에 작은 블레드섬이 떠 있다. /연지연 기자

유럽 발칸반도에 있는 슬로베니아의 별명은 ‘동유럽의 스위스’다. 우리나라의 11분의 1에 불과하지만 푸른 녹음과 에메랄드 빛 호수가 어우러진 알짜배기 여행지다. 혹자는 크로아티아나 오스트리아를 가는 길목에 스쳐 지나는 관광지로 여기지만 진면목을 알고 나면 사나흘을 머물러도 아쉽지 않다. 슬로베니아의 가장 유명한 관광명소는 다름 아닌 블레드. 블레드는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랴나에서 버스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에서도 기차로 3시간이면 도착한다.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아 생긴 블레드 호수. 그 호수 한가운데엔 ‘알프스의 진주’라 불리는 작은 섬 블레드가 있다. 아침엔 자욱한 물안개에 휩싸여 신비로움을 내뿜고, 한낮엔 반짝이는 물결과 함께 싱그러움을 더한다. 노을 질 무렵의 모습은 그 어떤 유럽의 비경에 비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고(故) 김일성 북한 주석이 이 블레드 호수의 경치에 반해 공식 일정마저 미뤘다고 한다.

한낮의 풍경이 특히 아름답다. 에메랄드 호수의 일렁이는 물결은 햇빛을 담아 반짝이고 아름드리 나무 밑에선 하얀 백조가 깃털을 고르고 있다. 블레드섬 성모승천성당에서 울려퍼지는 종소리는 호숫가의 평화로움을 더한다. 은은한 종소리는 하루종일 끊이질 않는다. 종을 울리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어서다.

종을 울리고 싶다면 힘 대신 약간의 참을성과 정성이 필요하다. 성당 첨탑끝의 종과 연결된 밧줄을 서너번 수직으로 잡아당기면 어느 순간부터 종은 침묵을 깨고 덩그렁덩그렁 울리기 시작한다. 성당관리인은 “종을 울리겠단 욕심에 밧줄에 매달려버리면 오히려 종이 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당 앞엔 99개의 순백색 계단이 있다. 운이 좋으면 신부를 덥썩 안고 단숨에 계단을 오르는 신랑을 볼 수 있다. 99개의 계단을 쉬지 않고 오르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탓이다.

블레드섬에 들어가려면 전통 나룻배 플레트나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연지연 기자
블레드섬에 들어가려면 전통 나룻배 플레트나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연지연 기자

블레드섬에 들어가고 싶다면 전통 나룻배 ‘플레트나’를 타야한다. 뱃사공은 오직 남자만이 가능하다. 일종의 금녀의 영역인 셈이다. 18세기부터 대대손손 물려 내려오는 직업인만큼 뱃사공들이 갖는 자부심도 유별나다. 배를 내릴 땐 뱃사공이 일일이 손을 잡아 에스코트 해준다. 센스있는 뱃사공은 종이표 대신 블레드섬을 담은 엽서를 건네기도 한다. 블레드섬을 여유롭게 즐기고 싶다면 나룻배 표는 편도로 끊는 편을 추천한다.

블레드성은 블레드 호숫가의 비경을 빛내주는 존재다. 100여m 수직절벽 위에 아찔하게 세워져 있다. 밤이 되면 조명이 켜지면서 호숫가의 낭만을 더한다. 블레드성에 오르면 중세시대로 돌아간 느낌을 받는다. 대장장이가 솟대를 만들고 있다. 중세 복장을 한 와인 소믈리에는 슬로베니아 와인을 건넨다. 중세시대 인쇄소도 구경할 수 있다. 중세 문자로 이름을 새긴 기념 엽서와 수첩은 기념품으로 손색이 없다. 성꼭대기에서 호수 풍경을 바라보면 막혔던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다. 성 안 까페에서 호수 풍경을 벗삼아 여유롭게 커피를 즐길 수 있다.

깎이지는 절벽에 위치한 블레드성. 블레드성의 야경은 블레드의 낭만을 더한다. /연지연 기자
깎이지는 절벽에 위치한 블레드성. 블레드성의 야경은 블레드의 낭만을 더한다. /연지연 기자

블레드에 왔다면 이 지역 전통케이크인 크렘나레지나(Kremna rezina)를 먹어야 한다. 바닐라크림이 듬뿍 올라가있다. 느끼하지 않고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이 일품이다. 커피나 슬로베니아 맥주인 ‘라스코’와 함께 마시면 맛이 더 좋다. 크렘나레지나로 유명한 식당은 1966년 문을 연 곰인형 간판의 식당으로 블레드 버스터미널 근처에 있다.

가격이 적당하면서 전망이 좋은 숙소에 묵고 싶다면 호텔 파크(Hotel Park)가 괜찮다. 4층 호수 전망의 방으로 미리 예약하면 좋다. 방 안 침대에 누워 창문을 바라보면 마치 호숫가에 둥둥 떠 있는 느낌이 든다. 호수와 블레드섬, 블레드성을 모두 바라보며 식사를 할만한 고급레스토랑을 찾는다면 5성급 그랜드 호텔 토플리체(Grand Hotel Toplice) 레스토랑인 율리야나(Julijana)가 좋다. 코스로 먹는다면 1인당 50유로 정도를 잡는게 좋지만, 접시 2개 정도라면 1인당 20~30유로면 된다.

블레드 호숫가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면 2시간 가량이 소요된다. 여행정보센터나 각 호텔에서 자전거도 빌려 호숫가를 한바퀴 도는 재미도 좋다. 호숫가 북쪽에선 온천수가 솟아나와 봄부터 가을까지 수영도 가능하다. 단, 수심이 얕은 편이 아니라 주의가 필요하다.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성당 안의 기념품 가게에서 엽서를 사서 바로 편지를 써보길 권한다. 가게에서 바로 우표를 붙이고 우체국 도장까지 찍을 수 있다. 도장엔 블레드섬과 성모승천성당이 새겨져 있어 의미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