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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특집| 공무원연금 개혁]이미 515조 빚 ‘대개혁’ 불가피 (주간경향 2014.09.16ㅣ주간경향 1092호)

[특집| 공무원연금 개혁]이미 515조 빚 ‘대개혁’ 불가피

ㆍ세 차례 개혁 거치면서 더 꼬여… 투명하게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접점 찾아야

 

공무원연금이 처한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제도 도입 이후 변화과정부터 살펴보자. 1960년 평균 급여율(퇴직 전 소득 대비 연금으로 지급되는 비율) 40%로 출발한 공무원연금은 1980년대 중반 76%까지 올라 인상률이 90%에 달했다. 본인 사망 시 배우자에게 지급되는 유족연금도 40%에서 70%로 인상돼 75%나 올랐다. 20년 이상 가입하면 40대부터도 연금을 받을 수 있게 수급요건도 완화했다. 1991년에 도입된 퇴직수당은 민간부문 퇴직금의 40%가 평균적으로 지급되며, 재직기간이 길면 최대 60%를 지급한다. 평균수명 60세도 안 되던 시절 도입되었던 제도가 평균수명이 20년 늘어나는 사이 역주행한 셈이다.

‘더 내고 덜 받는다’ 사실과 달라
1995년, 2000년, 2009년 세 차례 개혁이 있었으나 개혁 이후 공무원연금은 더 복잡하게 꼬였다. 2009년 추가적인 개혁이 있었음에도 본인이 부담하는 보험료 7%의 두 배를 올려도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재정안정 달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 공무원연금의 현실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2000년 단지 보험료 1%포인트를 올리면서 향후 발생하는 적자는 국가가 지급을 보장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2000년 개혁이 ‘개혁이 아닌 개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며, 공무원 자신이 주도한 개혁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공무원연금 개혁 반대 현수막이 내걸린 청사 담벼락을 지나가고 있다.

 

2009년 개혁에 대한 보도자료 헤드라인을 살펴보자. “기여금은 27% 인상하고 연금액은 최대 25% 인하함으로써 향후 5년간 연금적자보전금은 현행보다 51%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2008년 9월, 행정안전부 보도자료) 이러한 설명과 달리 개혁 이후 적자폭은 눈덩어리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 배경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연금을 대폭 깎았다는 설명과 달리 경력이 10년 이상일 경우 연금을 깎지 않았다.(“개혁 당시 10년 이상 근속자의 경우 첫 연금액의 삭감은 없도록 한다” 행정안전부 발간 <공무원연금 50년사>) 개혁에도 불구하고 장기 재직자는 오히려 연금이 많아질 가능성까지 생겼다. 2010년부터는 그동안 수당을 뺀 본봉만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내고 연금을 받던 ‘보수월액’ 기준이 수당을 포함한 ‘과세소득’ 기준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보수월액’은 ‘과세소득’의 65%에 불과하다. 부연하면 2009년까지는 각종 수당을 뺀 ‘보수월액’ 기준으로 보험료를 냈었으나, 2010년부터는 각종 수당이 포함된 ‘과세소득’으로 기준이 바뀌었다. 20년 재직자의 경우 과거 20년 동안은 ‘보수월액’ 기준으로 보험료를 35% 적게 부담했으나, 새로 바뀐 ‘과세소득’ 기준이 적용됨에 따라 과거 기여분에 대해 최대 54% 연금을 더 받을 가능성이 생겨난 것이다. 개혁내용 홍보와 실제 적용상의 괴리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국민연금보다 보험료를 많이 내기 때문에 공무원연금액이 많다는 주장도 상당 부분 과장되었다. 공무원연금 보험료는 1960년 2.3%에서 단계적으로 2001년까지 8.5%로 인상되었다. 문제는 2009년까지 적용된 보험료 8.5%가 ‘보수월액’ 기준이라는 것이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에게 적용되는 ‘과세소득’ 기준으로 바꾸면 공무원연금 보험료 8.5%는 5.5%로 낮아진다. 2000년까지 부담했던 본인부담 7.5%의 공무원연금 보험료를 국민연금 기준으로 바꾸면 4.9%에 불과하다. 국민연금 가입자의 본인부담 4.5%(총부담 9%)보다 공무원연금 가입자가 더 부담한 것은 최근에 들어서다. 54년의 공무원연금 제도 역사와 비교하면, 제도 도입 후 10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4.5%를 부담하고 있는 국민연금 가입자에 비해 오히려 공무원연금 가입자가 상당 기간 적게 부담한 셈이다.

개혁 강도 고위·하위직에 차등 둬야
공무원연금 가입자들이 보험료가 많다고 느끼는 것은 보험료를 매기는 공무원연금의 소득상한이 높아서다. 국민연금이 월 408만원인 반면 공무원연금은 800만원이 넘는다. 소득이 더 많아도 이만큼만 보험료를 매긴다. 적용소득이 높으면 연금액도 많아진다. 흔히 언론에서 보도하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수령액 차이는 평균치 기준이다. 보험료 낸 것 대비 받아가는 비율, 즉 수익비 비율이 평균적으로 국민연금 1.7배, 공무원연금이 2.3배라는 식이다. 흔히 받는 연금액도 국민연금 84만원, 공무원연금 219만원으로 비교된다. 그러나 국민연금 수급자 전체 평균 연금액은 월 34만원에 불과하고, 84만원이라는 액수는 국민연금에 20년 이상 가입한 수급자들이 받는 연금액의 평균치일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대로 된 비교를 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소득자가 받을 예상 연금액을 비교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공무원연금 지급기준(33년 가입)으로 양 제도의 가입기간을 일치시킨 후 비교하면, 월 소득이 300만원인 경우 공무원연금은 188만원, 국민연금이 83만원이다. 500만원이면 공무원연금이 313만원, 국민연금은 99만원이다. 700만원이면 공무원연금 439만원, 국민연금은 99만원이다. 최고 상한인 800만원일 경우에는 공무원연금이 502만원, 국민연금은 여전히 99만원이다. 그것도 2010년부터 입직한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개혁 이후의 급여율을 적용한 것이다. 과거 재직기간이 많은 대다수 공무원들의 경우 과거 높은 급여율을 적용받고 있어 이보다도 연금액이 많아져 두 제도 간 받는 연금액의 차이는 더 벌어진다.

유족연금도 문제다. 2009년 이전에 입직한 장기 재직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70%의 유족연금이 평생 공무원을 한 하위직 공무원의 정식 연금보다 많아지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313만원 공무원연금 수급자(월 500만원 소득자)가 사망할 경우 배우자에게 219만원의 유족연금이 지급된다. 439만원인 경우에는 307만원, 502만원일 경우에는 351만원의 유족연금이 지급된다. 월 소득 300만원인 하위직 공무원이 33년 재직해서 받을 연금액 188만원의 2배 가까이 되는 수준이다. 이는 지나치게 높은 공무원연금 적용소득 상한과 국민연금에 있는 소득재분배 기능이 없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연금과의 형평성뿐 아니라 공무원연금 집단 내에서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지난 세 차례의 공무원연금 개혁에서는 연금액이 많은 고위직과 연금액이 적은 하위직에게 동일한 개혁내용이 적용되었다. 이번 개혁에서도 직급과 상관없이 동일한 강도의 연금개혁이 이루어진다면 하위직 공무원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다. 예상 연금액 차이를 고려한 개혁 강도의 차등적용과 공무원연금에 소득재분배 기능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시급성이 강조되는 것은 국민연금과의 연금액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독자적인 연금제도로서의 생존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발생한 누적적자 12조3000억원, 개혁이 없을 경우 향후 10년간 발생하게 될 53조원의 누적적자, 그리고 515조원의 연금충당부채가 우리 공무원연금의 현 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어느 정도의 강도 있는 개혁을 한다고 해도 이미 발생한 충당부채 515조원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혁을 한다 해도 단지 지금보다 충당부채 증가속도가 완화될 뿐이다.

이미 발생한 충당부채는 언젠가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향후 50년 동안 나누어 부담한다고 가정해도 매년 10조3000억원을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이는 공무원 사용자로서 지자체가 부담할 보험료(2013년 기준 약 5조원)를 제외한 액수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부 부담이 급증할 것이기에, 보험료와 급여수준을 미세 조정하는 연금개혁으로 공무원연금을 살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대적인 개혁이 불가피한 배경이다.

지난 세 차례 연금개혁을 통해 우리 공무원연금제도가 너무 복잡해졌다. 입직 시점별로 제도 개혁내용의 적용에 너무도 차이가 많아 제대로 된 재정평가가 어려울 지경이다. 공무원이 된 시점, 재직기간 동안 낸 보험료, 기준소득에 대한 재평가 방식과 연금액 산정기준, 최초 연금액 결정 이후 매년 지급되는 연금액 연동방식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대로 된 현황 파악을 위해서는 공무원 입직 시점별, 직급별, 근속연수별, 연령별 예상 연금액 차이에 대한 정보 공유가 불가피하다. 여기에 덧붙여 제대로 된 재정추계 결과도 공표해야 한다. 이미 520조원의 충당부채가 발생하였음에도 제대로 된 장기 재정추계 결과조차 공표하지 않는 것은 투명한 제도 운영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수명 연장 등 자동연동 되게 재설계를
이쯤에서 일본 공무원연금제도 운영 현황을 살펴보자. 일본 국가공무원연금을 관리하는 ‘국가공무원연금연합회’ 홈페이지에는 연금제도 운영 현황과 장기 재정추계 결과 외에도, 일본 사회에서 논란이 되었던 일반 국민과의 연금액 차이 문제를 해결해 나갔던 과정에 대한 기록과 자료들이 모두 올라와 있다. 정부 특정 한 부처의 자료가 아닌, 공무원연금과 관련된 거의 모든 정부 부처와 국회에서의 논의자료, 전문가들의 검토의견 및 회의록이 공개되고 있다. 공무원연금이 처한 현실과 공무원연금 개혁에서의 최대 논점이 무엇인지를 밝힌 후, 이를 해결해 가는 과정들에 대한 자료가 모두 공개되고 있는 것이다. 필자의 오랜 지인인 노무라연구소의 사카모토 주니치(坂本純一) 수석고문에 따르면 일본 공무원연금의 성공적인 개혁 배경에는 관련 정보의 투명한 공개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일본 국가공무원연금연합회 홈페이지에서 관련 내용들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일본어를 몰라도 구글 번역기를 이용하면 대략적인 내용 파악이 가능하다.

공무원연금이 처한 현실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공개된다면 공무원연금 개혁방향 및 개혁의 시급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쉽게 형성될 것 같다. 이를 바탕으로 재정적·정치적·사회적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공무원연금 개편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연금개혁 필요성이 제기될 때마다 등장하는 ‘누가 더 받고 덜 받는다’는 소모적인 논쟁을 끝낼 수 있도록 비교가능한 제도로 공무원연금을 개편해야 할 것 같다. 일차적인 개혁방향으로는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수준과 민간에서 지급하는 퇴직금 수준으로 맞춘 뒤, 개인연금 보험료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미국 연방공무원제도와 같은 형태로 개편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이는 2007년 1월 정부 보도자료로 발표되었던 1기 ‘공무원연금발전위원회’의 개혁안이기도 하다.

이러한 개혁을 바탕으로 이미 일본,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에서 도입한 공무원연금 자동안정장치 도입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스웨덴은 1998년, 독일과 일본은 2004년에 이미 평균수명 증가로 연금받는 기간이 늘어나고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경우에 발생할 부정적인 효과를 연금 지급액에 자동으로 연동시킴으로써 재정 불안정의 싹이 자랄 가능성을 잘라버렸다. 우리 공무원연금도 이러한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공무원연금 장래에 대한 우려가 불식될 수 있을 것이다.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인류에게 가장 큰 재앙으로 닥쳐올 평균수명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 노력과 고통 감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흔히 언급하는 선진국, 복지국가를 운영하면서도 경제성장을 지속하는 나라들이 이미 10년 전에 했던 개혁을 우리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 제대로 된 정보공유와 개혁 시급성에 대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 그래서 더욱 필요하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고려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특집| 공무원연금 개혁]퇴직자 연금부터 손 대라

(주간경향 2014.09.16주간경향 1092호)

ㆍ한 해 수 조원 적자 국민세금으로 메워… 현재 지급하거나 수년 내 지급할 ‘퇴직자 몫’ 안 줄이면 해결 어려워

 

공무원연금 개혁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개혁안의 큰 틀은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면서 연금을 삭감하고 퇴직수당을 올려주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르면 9월 중 구체적인 연금 삭감폭과 퇴직수당 인상폭 등을 담은 개혁안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은 과연 이번에는 공무원연금 개혁이 제대로 이뤄질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면 공무원단체 노조는 일찌감치 공무원연금 개악 반대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담벼락에 공무원연금 개혁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여러 개 내걸려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재정 차원에서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에 몰려 있다. 공무원연금법이 개정돼 2010년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미봉책에 그치면서 연금 적자폭은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더 내고 많이 덜 받는’ 구조로 하루빨리 바꾸지 않으면 공무원연금 때문에 정부 재정 운용마저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안전행정부 자료를 보면 올해 공무원연금 정부보전금은 2조3409억원 규모다. 내년에는 3조를 넘어서고 2020년에는 6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연금 수입은 연 평균 2%밖에 늘어나지 않는데 지출 증가폭은 6%를 넘어선다. 당연히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적자분은 모두 정부 예산에서 메워줘야 한다. 결국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민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얘기다.

2010년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공무원연금 적자가 불어나고 있는 이유는 그때 근본적인 처방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몇 년 전 폐기됐던 한국개발연구원(KDI) 안처럼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에 통합하는 등 큰 틀에서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태일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앞으로 공직에 들어오는 공무원은 국민연금의 적용을 받도록 하고 그 대신 공무원은 퇴직금이 민간에 비해 아주 적기 때문에 민간의 퇴직금에 상응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규 공무원 국민연금 전환 등 필요
KDI는 2006년 공무원연금법 개정을 앞두고 다소 파격적인 안을 내놓았다. 신규 공무원은 미국이나 일본처럼 국민연금에 의무가입하도록 하고, 기존 재직공무원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는 않지만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대폭 삭감하도록 하자는 것이 KDI 안의 골자였다. 퇴직수당은 민간의 법정퇴직금제도에 맞춰주는 대신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국민연금처럼 65세로 늘리는 것 등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이 안은 몇 차례 검토단계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전국공무원노조·전국교직원노조·교총 등 직접적인 연금 이해당사자가 논의과정에 참여해 극렬히 반대하면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폐기되고 말았다.

셀프개혁이라는 자조섞인 말이 나왔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누더기가 된 새 공무원연금법이 2010년 1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지만 연금 적자폭을 줄이는 데는 당연히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 때는 그런 전철을 밟지 말고 제대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정치권이나 당에서 하고 있는 작업도 결국 밀실개혁에 불과하다”면서 “개혁작업은 이해관계 당사자인 공무원들이 배제된 채 제3자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KDI 안보다 더 급직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연금 적자의 가장 큰 원인 제공자는 퇴직자이기 때문에 퇴직자들에 대한 연금을 먼저 삭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공무원연금이 몇 차례 개정되기는 했지만 퇴직자 연금에 대해서는 한 번도 손댄 적이 없다. 정부가 그때마다 되풀이한 말이 기득권 보호였다. 위헌 소지가 있다는 논리도 항상 뒤따랐다.

김진수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 해 수조원씩 연금 적자가 쌓이는 원인이 무엇인가? 재직자 때문도 아니고, 공무원이 되려는 사람 때문도 아니다. 결국 현재 연금을 받고 있거나 수년 내 연금을 받게 될 사람이 아니냐”면서 “퇴직자 연금을 그대로 두고서는 도저히 해결될 수 없는 게 공무원연금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연금을 받고 있는 퇴직공무원은 지난해 말 현재 36만여명이다.

그는 또 “큰 틀에서 개혁을 하는 것도 좋지만 현 제도 내에서 불합리한 것부터 고쳐나가야 한다”면서 “예를 들어 새 일자리가 있는 퇴직자들에게는 연금 지급을 중단하고 국민연금처럼 수령 자격이 되더라도 60세 이전에는 연금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얼마든지 퇴직자 연금을 삭감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퇴직자 연금 삭감, 노조 반발 불 보듯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김철호 변호사는 “헌법에 신뢰보호의 원칙이 있기 때문에 기존 퇴직자들의 기득권을 최대한 인정해주는 것이 맞지만 공익상 필요할 경우 예외도 인정된다”면서 “기존 퇴직자들의 연금을 깎는 것 자체가 위헌에 해당하지는 않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화우 정동원 변호사는 퇴직자에 대한 연금 삭감이 언제든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헌법재판소가 2003년 9월 공무원연금법 개정 이전에 이미 지급된 연금액을 소급해서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개정 시점 이후에 지급할 연금액을 조정하는 것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고 말했다.

2006년 KDI 안을 주도적으로 만들었던 사람이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 장관이 된 문형표 당시 선임연구위원이다. 역시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장했던 당시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론자들이 연금 관련 핵심 요직에 있는 만큼 공무원연금 개혁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볼 만하다.

하지만 워낙 폭발력이 큰 사안인 만큼 정부가 과연 공무원연금 개혁을 제대로 이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도 강력한 공무원노조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할지가 최대 관건이다.

정용천 전국공무원노조 대변인은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보다 많다는 것은 공무원연금의 특수성을 무시한 것”이라면서 “공무원연금에는 민간기업에 비해 낮은 임금과 퇴직금, 공무원 신분 제약에 따른 불이익 등에 대한 보상 성격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또 “만일 정부가 연금 개혁을 단행하면 총궐기해 공무원노동자 권리를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여당, 청와대가 막판에 최종 작업 책임을 서로 떠넘기면서 개혁안 발표가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회 새누리당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공무원연금 개혁이 워낙 민감한 문제인 만큼 “당·정·청이 서로 핑퐁게임을 하다 보면 예상보다 늦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집| 공무원연금 개혁]“국민연금과 통합 바람직” 

(주간경향 2014.09.16주간경향 1092호)

연금 전문가 배준호 한신대 교수 “10년 내 퇴직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공무원연금 문제는 해묵은 과제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공무원연금을 공무원이 설계하고 운영하니 방만해질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공무원연금 개혁작업이 이번에는 어떻게 진행될지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공무원의 저항도 만만찮다.

연금문제 전문가인 배준호 한신대 글로벌협력대학 교수(62·경제학박사)는 “장기적으로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개정된 공무원연금법이 시행됐지만 그 효과가 나타나려면 2030~40년이나 돼야 하는 먼 훗날의 일”이라면서 “10년 이내에 퇴직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쪽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불만이 많다. 공무원연금 수급자에 비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데.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과 형평성이 맞지 않게 설계돼 있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은 노후소득 측면에서 분명 차별이 있다. 직업이 다르다는 이유로 연금 노후소득이 그리 크게 차이가 날 근거는 없다. 과거에는 공무원의 재직 시 근로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은 맞다. 생애소득 평준화 차원에서 공무원연금을 후하게 준 측면이 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공무원 급여도 민간기업의 90%까지 올라갔다. 공무원 평균 연간 급여는 5500만원이다. 국내 일류 대기업 빼놓고는 이 정도 연봉을 받을 수 있는 데는 그리 많지 않다. 직업의 안정성도 민간과 비교할 수 없다. 공무원연금이 내는 데 비해 지금처럼 많이 받을 이유가 없다.

고액 공무원연금자들이 너무 많다는 비판이 있는데.
“내가 알고 있는 차관 출신 공무원은 연금으로 매달 420만원을 받고 있더라. 그분이 ‘내가 이렇게 많은 연금을 받아도 되나’라는 말씀을 하시더라.(웃음) 400만원이 넘는 퇴직자들도 수두룩하다. 지난해 말 현재 공무원연금 평균 수급액수는 219만원이다. 국민 정서와 동떨어져 있는 금액이다.

2006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만든 연금개혁안은 왜 폐기됐나.
“KDI 안의 핵심은 신규 가입자부터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에 편입하는 것이었다. 행정안전부가 구성한 민간발전위원회가 검토대상에 넣은 것은 맞지만 그것만 가지고 개혁하자는 입장은 아니었다. 일본 등과 같은 선진국이 20~30년 전에 이미 도입한 제도였지만 한국 사회로서는 워낙 급진적인 개혁이었다. 공무원노조가 발전위에 참여하기 전에도 그 방향으로 가지 않았다. 산고 끝에 지급률·급여수준 등을 바꾸는 이른바 모수개혁안으로 최종안이 확정됐다. 그게 2010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만들 때 공무원노조를 완전히 배제하고 제3자가 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공무원노조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민간기업체 임금협상도 회사 대표와 노조 대표가 하도록 돼 있다. 공무원노조를 배제한 채 제3자가 만든 안으로는 오히려 더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공무원연금 지급액이 20% 줄어들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 정도면 연금 재정 건전성에 도움이 되나.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다. 적게 줄인다면 국민들이 실망할 것이다. 당과 정부, 청와대는 (국민보다는) 공무원 눈높이를 먼저 생각하고 있다. 공무원의 협조 없이는 개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보도에 나오는 것보다 훨씬 연성 개혁안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0년 이후 공직에 들어온 사람들은 이미 국민연금 수준과 거의 비슷하게 맞춰져 있다. 다만 퇴직을 얼마 앞두고 있지 않은 공무원과 이미 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문제다.”

공무원연금 개인부담금(기여율)을 얼마나 올려야 하나.
“현재 정부와 공무원 개인이 급여의 각각 7%씩을 부담하고 있다. 이를 8~9% 수준으로 올리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은 1986년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하면서 30년에 걸쳐 기여율을 조금씩 올렸다. 우리도 개인 부담금 10%를 목표로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올려가는 게 좋다.”

지난해 공무원연금 평균 지급액이 219만원이었다. 국민연금은 84만원이었다. 공무원연금 평균 지급액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국민연금과 비교해서 너무 많은 것은 틀림없다. 여기에는 공무원 재직 시 임금이 민간에 비해 적은 점이 반영됐다. 공무원연금 평균 지급액을 120만~130만원으로 줄이고, 대신 퇴직수당을 민간기업 퇴직금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 생애소득, 즉 재직 중 임금소득과 퇴직금, 퇴직 후 연금소득을 민·관 비슷하게 맞추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외국에서는 공무원연금을 어떻게 운영해오고 있나.
“일본은 이미 1986년부터 장기간에 걸쳐 공무원연금 개혁작업을 해왔다.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해주기는 하지만 연금에서는 일반인과 똑같이 취급하고 있다. 말하자면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통합했다. 다만 공무원의 신분 제약에 따른 +α는 고려해주고 있는 정도다. 한국이 지금 개혁작업에 착수해도 일본과 비교하면 30년 이상 늦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어떤 틀에서 이뤄져야 하나.
“먼저 재정 건전성이 확보되도록 해야 한다. 적자 운영은 안 된다는 뜻이다. 민간과 공무원의 직업에 따른 차등을 없애야 한다.”

2010년 개정된 공무원연금법은 어떤 문제가 있나.
“2010년에 공무원이 된 사람은 65세부터 연금을 받도록 고쳤다. 이 사람들이 퇴직하는 시점은 35~40년 후의 일이다. 법을 고쳤다고 해도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10~15년 후에 퇴직하는 공무원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가도록 하는 쪽으로 만들어야 한다. 기득권자들의 입김에 휘둘려 신규 임용자들에게 지나친 주름살이 가게 해서는 안 된다. 현직 공무원은 물론 이미 연금을 받고 있는 퇴직자들도 납득이 가능한 범위 안에서 개혁에 동참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기회에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통합하는 게 맞다. 공무원 신규 임용자를 국민연금에 편입시키고 퇴직수당을 퇴직금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단기적으로는 정부보전금이 늘어나겠지만, 길게 보면 오히려 국가 부담이 줄어든다. 통합문제는 단기적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 길게 보고 논의해야 하는 문제다.”

통합에 시간이 걸린다면 지급률, 개인부담률 등을 어느 수준에서 손질하는 것이 좋은가.
“지급률을 현재의 1.2%로 낮추고 퇴직수당을 민간기업의 퇴직금 수준으로 높이면 공무원연금은 더 이상 손대지 않아도 된다.”(지급률이란 연금 지급액을 결정하는 산식에 활용되는 지표다. 현재 공무원연금은 재직기간×전재직기간 평균과세소득×1.9%다. 이것을 1.2%로 줄인다는 것은 연금지급액을 27% 줄인다는 의미다)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데.
“말하자면 KDI 안이다. 할 수만 있으면 좋은데 돈줄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싫어할 수도 있다. 국민연금과 연계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 선에서 연계할지도 문제다. 차선책으로 강도 높은 모수개혁을 통해 적자폭을 줄여나가야 한다.

 

 

[특집| 공무원연금 개혁]26년 2개월 근무한 공무원은 월 220만원, 국민연금가입자는 월 84만원… 공무원연금 칼 대야 하는 이유 

(주간경향 2014.09.16주간경향 1092호)

 

# 차흥수씨(63·가명)는 2011년 말 서기관으로 60세 정년을 채우고 퇴직했다. 1976년 9급 일반직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뒤 35년 동안 공직에 근무했다.

차씨의 주수입원은 한 달에 298만원씩 꼬박꼬박 입금되는 공무원연금이다. 퇴직 직전에 받던 급여와 비교하면 30% 정도 준 액수다. 이 정도 연금으로 현역 시절과 같은 씀씀이를 유지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큰 불만은 없다. 자녀 둘이 모두 가정을 꾸려 따로 살림을 하고 있어 부인과 둘이 생활하는 데는 연금으로 족하다.

“액수 차이 너무 난다” 상대적 박탈감
# 이정석씨(54·가명)는 2012년 1월 퇴직한 뒤 공무원연금을 받으면서 제2의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1994년 7월 7급으로 경제부처 공직생활을 시작해 17년 6개월을 근무하고 사무관으로 퇴직했다. 이전에 다른 공직 근무경력을 인정받아 퇴직하기 전까지 모두 26년 2개월간 공직생활을 했다. 근속 20년만 채우면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법 개정 전 규정에 따라 퇴직 직후인 52세 때부터 연금을 받고 있다.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청사 밖으로 나서고 있다. 

 

자녀는 둘이다. 현재 각각 대학교와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한창 생활비가 많이 들어가는 때에 공직을 박차고 나온 이유는 연금도 받으면서 공직에 있을 때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는 곳으로 옮겨가기 위해서였다.

퇴직 이후 연금으로 월 220만원을 받아왔다. 민간기업의 퇴직금에 해당하는 퇴직수당은 2800만원을 받았다. 공직에서 쌓은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곳을 찾다 2012년 6월 기업체로 옮겼다. 퇴직 후 과세소득이 있을 경우 연금의 절반만 받도록 돼 있는 공무원연금법 규정에 따라 현재 연금으로 110만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을 그만두고 별도의 소득이 없을 경우 이씨는 다시 연금으로 220만원을 받게 된다.

# 김영석씨(56·가명)는 국민연금만 떠올리면 분통이 터진다. 지난 7월 19년 7개월 동안 근무하던 직장에서 만 56세로 정년퇴직했다. 퇴직금은 1억2000만원 정도. 다른 직장에 비해 급여가 턱없이 적었던 터라 생활비와 주택대출금 등을 갚고 나니 남은 퇴직금은 1000만원도 채 안 됐다.

김씨가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소득원은 현재로는 국민연금뿐이다. 부인도 벌이가 없다. 큰아이는 직장생활 2년차다. 작은아이는 현재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이다.

김씨는 공무원퇴직자가 연금으로 200만원을 받는다, 300만원을 받는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큰 상실감에 빠진다. 김씨는 직장 경력을 모두 합치면 26년 2개월이다. 1988년 월간 여성지 잡지사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 7년 정도 다니다 퇴직한 직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1988년 1월부터 국민연금이 시행됐으니 김씨는 국민연금 첫해부터 연금을 꼬박꼬박 넣어 온 것이다.

김씨는 26년 2개월(315개월)간 국민연금을 불입하고 퇴직했지만 국민연금을 당장에 받지 못하는 게 억울하기만 하다. 자기 또래 공무원은 20년만 근무하고 퇴직하면 나이에 상관없이 공무원연금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만 62세가 되는 2020년에야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 2007년 국민연금법이 바뀐 탓이다. 개정 전 국민연금 지급 개시 연령이 60세였지만 법 개정으로 2년 늦춰졌다.

김씨는 현재 국민연금을 빨리 수령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현재 별다른 소득원이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2020년 정시에 연금을 받으면 120만원 정도 받을 수 있다. 연금을 5년 앞당겨 내년부터 받으면 그나마 거기서 30% 줄어든 84만원밖에 받지 못한다.

낸 연금에 비해 받는 혜택 11배 vs 5배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가 한창이다. 국민들 사이에는 퇴직 공직자가 국민연금 가입자에 비해 퇴직 후 연금 수입이 터무니없이 많다는 불만이 높다.

현재의 공무원연금 구조를 뜯어고쳐 더 내고 덜 받게 하든지, (지금보다) 적게 내고 훨씬 더 적게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공무원연금을 받는 퇴직공무원은 국민연금을 받는 민간인에 비해 얼마나 많이 받는 것일까?

위에 예로 든 연금 당사자 이씨와 김씨 사례를 토대로 개인차를 꼼꼼히 따져봤다.

이씨와 김씨를 비교 대상으로 한 이유는 두 사람이 지난해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수령자의 평균 액수와 거의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이다.(단 김씨가 퇴직 후 다른 소득원이 없어 연금을 앞당겨 받는다는 전제가 붙는다)

또 두 사람의 연금 불입 기간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먼저 재직 중 본인 기여금과 퇴직 후 받게 될 연금 총액을 산출해봤다. 산출에는 한결세무회계 소속 이용준 회계사의 도움을 받았다.

두 사람이 모두 한국 남성 평균수명인 75세까지 연금을 받는다고 가정해 보자.


이씨는 연금으로 월 220만원을 받으므로 연간 연금 수입은 2640만원이다. 현재 54세인 이씨가 연금을 52세부터 받기 시작했으니 75세까지 받게 되면 연금 기대 총 예상수입액은 6억720만원(2640만원×23)이 된다. 물론 여기에는 해마다 연금에 반영되는 물가상승률 등은 계산되지 않았다. 따라서 실제로 받는 총 연금액은 이보다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김씨의 경우다. 현재 56세인 김씨가 62세부터 연금으로 120만원을 75세까지 13년간 받을 경우 총 1억8720만원(120만원×12×13)을 받는다.

퇴직 후 사망까지의 총 예상 연금소득은 이씨가 김씨에 비해 약 3.58배를 받는 셈이다. 만약 김씨가 연금을 앞당겨 57세부터 월 84만원을 75세까지 18년간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총 연금 기대소득은 1억8144만원이다. 62세 때부터 120만원을 받는 것과 그리 큰 차이가 없다.

공무원연금공단과 국민연금관리공단 자료를 보면 2013년 말 현재 공무원연금 수령자의 월 평균 금액은 219만원, 국민연금은 84만원으로 공무원연금 수급자가 국민연금 수급자에 비해 2.6배를 더 받는 걸로 돼 있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평균의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20년 이상 가입자)의 평균 연금이 2.6배 차이가 난다고 하지만 공무원의 직급과 근무연수가 높아질수록 민간인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면서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 때 이런 요소를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벌어지고 있는 공무원연금 논란의 핵심은 단순히 퇴직공무원이 민간인에 비해 퇴직 후 사망 때까지 연금으로 얼마를 더 많이 받느냐에 있기보다는 본인이 낸 실제 기여금액에 비해 얼마를 더 받는지, 그것이 국민연금과 비교해 용납할 수 있는 수준인지에 더 관심이 쏠려 있는 게 사실이다.

이번에는 이씨와 김씨가 재직 중에 낸 개인기여금과 사망 때까지 총 예상 연금소득을 비교해봤다.

현재 공무원연금법상 공무원은 재직 중 급여소득의 7%를 내고 정부가 7%를 부담한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개인이 4.5%를 부담하고 고용주가 4.5%를 부담하도록 돼 있다.

이씨가 공직생활 26년 2개월간 낸 기여금은 약 5500만원이었다.

결국 이씨는 재직 중 개인 기여금으로 5500만원을 내고 퇴직 후 75세까지 6억720만원을 받는 셈이 된다. 재직 중 낸 연금기여금에 비해 11.04배를 받는 셈이다.

김씨의 경우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 퇴직 때까지 낸 개인기여금은 315개월 2994만원이었다. 그런데 김씨가 연금을 62세부터 받기 위해서는 퇴직 후 매달 8만9100원씩 만 60세까지 총 50개월치를 더 내야 한다. 여기에 추가로 들어가는 금액은 모두 445만원이다. 따라서 김씨가 국민연금을 받기 위해 내는 총 개인기여금은 3439만원(2994만원+445만원)이다.

김씨는 국민연금 개인기여금으로 3439만원을 내고 62세부터 75세까지 모두 1억8720만원을 받는 셈이다. 개인기여금의 5.44배다.

결국 이씨가 재직 중 내는 개인기여금으로 2055만원을 더 내긴 하지만 총 연금소득으로 김씨보다 4억6700만원을 더 받는 셈이다.

이용준 회계사는 “다수의 표본조사를 하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그런 조사는 정부가 정보공개를 하지 않기 때문에 불가능할 것”이라면서 “표준에 근접하는 공무원과 민간인의 개인정보를 토대로 현가 기준으로 비교 분석해 본 것은 의미 있는 분석”이라고 말했다.

“보상의 의미” “재정 압박 커 개혁해야”
국민들이 공무원연금에 대해 갖고 있는 거부감의 실체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연금 지급 개시 시점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공무원이 국민연금 가입자에 비해 후하게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하든지, 아니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공무원연금을 줄이라는 요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납세자연맹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공무원연금개혁 서명운동이 한창이다. 지난 8월 29일 현재 1만3865명이 참여하고 있다.

서명운동 참여자가 남긴 글도 다양하다. 자극적인 표현들도 적지않다.

“4대강으로 20조가 낭비됐다고 호들갑 떨 필요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제일 큰 문제가 바로 공무원연금인 거 같네요.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똑같이 개혁해야 합니다.”

“진작 했어야 하는 개혁이지 넘 늦었네요. 이번에는 제대로 개혁해 주세요.”

네이버 같은 포털사이트에도 공무원연금을 비판하는 글이 수두룩하다.

공무원연금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 내지는 반감을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공무원연금을 크게 손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진재구 청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연금에 대해 국민들이 갖고 있는 거부감은 이해한다”면서도 “공무원은 퇴직금이 민간에 비해 40% 정도밖에 안 되고, 재직 중 민간기업에 비해 낮은 보수에 대한 보상 등 복합적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단순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연금 지급문제로 정부 재정이 크게 압박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대로 갈 수는 없다”면서 “국민과 공무원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해서 서로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에서 양보와 타협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갈등을 해소할 방안으로 현재 공무원연금 개혁작업이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번에는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공무원연금이 개혁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박사는 “공무원이 국민연금 가입자에 비해 많은 연금을 받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 “임금소득과 연금소득을 합친 생애소득을 비슷하게 맞춰 가는 게 무엇보다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이해 당사자들 간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